제주반달(60) 퀸제누비아

작성일
2021-06-12 15:55
조회
543

제주반달(60) [17일째 : 5월 25일(화)/ 1화]


퀸제누비아호와 제주항(濟州港)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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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제누비아호의 새벽은 시원하고 조용하다. 이러한 풍경을 선상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이 즐겁고 이것을 보기 위해서는 오로지 목포항에서 01시에 출항하는 이 배를 타는 것으로만 가능하니 참으로 소중한 순간이라는 생각이 다시 들 밖에.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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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여행일정으로 이어서 보면 17일째가 되는 셈이구나. 어제의 목포항까지는 일정에 추가하지 않은 이유도 그렇다. 제주도에서 보낸 날짜만 계산할 요량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애초에 무슨 생각을 하고서 이번 여행기의 이름을 「제주반달」이라고 했는지를 이렇게 두 번째로 나들이를 하는 갑판에서 비로소 깨닫게 된다. 보름은 15일이고, 2주는 14일인데 반달은 한달이 되지 못하면 유효한 이름이 되겠기 때문이다. 속 시원하게 「제주한달」로 이야기를 풀지 못한 것은 아쉬울 따름이지만 오히려 한달 같은 반달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도 해 본다. 이렇게 한가한 시간에는 이 배에 대해서 간단히 알아보는 것도 좋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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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170m,
너비 26m,
높이 20m,
적재 2만7000t
속도 24노트
승객 1300여 명
차량 470여 대

제누비아호

목포에 본사를 둔 씨월드고속훼리가 울산 현대미포조선에서 건조를 했고, 지난해 그러니까 2020년 9월 씨월드고속훼리가 680억원을 들여 발주한 퀸제누비아호는 기존 여객선의 개념을 벗어나 고급스러운 객실과 대형 아트리움, 아고라 분수대, 오픈 테라스 등 해외 크루즈선에 버금가는 시설을 갖췄고 2020년 9월부터 목포~제주 항로에 투입되었더란다. 그러니까 중고로 사온 배가 아니고 새로 만든 배라는 이야기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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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서 맞이하는 여명은 또 맛이 다르다. 680억원짜리의 배가 물살을 가르면서 최고속도는 시속 24노트로 내달린다. 노트라고 하면 체감이 되지 않아서 키로로 환산하면 시속 44km정도로 달린다고 보면 되겠다. 자동차를 기준해서 생각한다면 겨우 그 정도밖에 되지 않느냐고 할 수도 있지만 이것도 빠른 속도다. 물론 사람만 싣고 울릉도로 내달리는 쾌속선인 선라이즈호는 40노트로 달리는데 이것은 74km정도 되는 셈이다. 그렇지만 엄청난 차량과 승객을 싣고서 이 정도로 달리는 것은 빠르다고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덩치가 워낙 커서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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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즈선도 평상시에는 20노트 정도 달리고, 바쁠 적에도 22노트 정도로 달리니까 퀸제누비아호는 크루즈선의 속도에 맞춰져 있다고 보면 되겠다. 이 큰 덩치가 이렇게나 안정적으로 얼음판을 달리듯이 순항하고 있는 것도 참 대단한 일이다. 건물로 치면 7층건물인데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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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이 좋다. 아직은 승객들도 움직이지 않으니 완전히 혼자서 자유로움을 만끽하는 행복감이 넘쳐난다. 이 배를 또 쉽게 타보겠느냐는 생각이 들면서 더욱 이 순간이 소중하게 다가올 따름이다. 저만큼에서 제주도 해안선의 불빛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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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혹시 모를 문제가 생기면 여기로 모이라는 뜻인가 싶군. 오늘은 무용지물이겠지만 또 언젠가는 유용한 표시가 될런지 알 수는 없는 일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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쾌속선을 좋아하지 않는 이유 중에 하나는 이렇게 갑판에서 풍경을 즐길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백령도행이나 울릉도행이나 독도행이 모두 그렇다.

썬라이즈호

시속 70km의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는 배를 타봐야 실감이 난다. 이렇게 빠르니까 울릉도를 2~3시간에 데려다 주지. 비록 그렇더라도 밖으로 나가볼 수가 없다는 것이 불만이라는 말이다. 백령도를 가다가 소청도와 대청도에서 승객이 타고 내릴 잠깐동안 멈췄을 적에 갑판으로 나가볼 수가 있는 것이 전부였으니. 하긴 자동차가 70km로 질주하는데 지붕에 올라가서 구경하겠다고 하면 좀 무리이기는 하겠구나. 다만 목적지에 가장 빨리 데려다 준다는 것이 쾌속선의 역할일 뿐이다.

퀸메리호

내친 김에 제주도와 목포를 오가는 또 하나의 배가 있다는 것도 찾아본다. 퀸메리호이다. 선사는 모두 씨월드고속페리소속이니 세 척의 배는 같은 회사로구나. 그리고 두 배의 차이가 뭔지를 알아보려고 또 조사에 들어간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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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기는 비슷하지만 나이가 많이 다르구나. 퀸제누비아는 아직 돌도 되지 않았는데 퀸메리는 22년이 되었으니 아무래도 연식에서 큰 차이가 난다. 그리고 퀸제누비아는 현대에서 만들었다는 것도. 그런데 검색을 하다가 보니 원래 퀸메리호는 영국소속의 크루즈선이란다. 1호가 낡아서 지금은 2호가 운행된다고 한다.

퀸메리2호

퀸메리2호의 위용이다. 그러니까 퀸메리1호가 운항하지 않으니까 씨페리사에서 그 이름을 낼름 주워 먹은 걸로?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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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 사라지고 새벽의 풍경이 점점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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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현으로 오름이 보이는 것은 사라봉이겠구나. 그 아래로 이 배도 들어가겠지. 제주항이 있는 곳이니까. 미리 둘러봤다는 것으로 인해서 머릿속에서 큰 오차가 없는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것도 좋다. 모르면 궁금한 것도 알면 명쾌하니까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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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만치 앞을 막고 있는 것은 조타실이겠군. 어디 선장님이라도 보일랑강... 주춤주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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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서는 보이지 않는 구나. 아마도 중심부분 어딘가에서 편안한 자세로 앉아서 다가오는 항구를 바라보면서 슬슬 움직일 준비를 하지 싶다. 문은 있지만 들어가 볼 수는 없는 일이니 그 나머지는 상상으로 채우는 수밖에.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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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창에 붙은 것은 큰 배나 작은 배나 다 있는 구조물이다. 각도를 보는 용도로 사용되는 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만 해 본다. 해기사(海技士) 시험이라도 보면 알겠지만 그렇게까지 하고 싶은 마음은 아직 없어서.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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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를 타도 조종석이 궁금하듯이 배를 타도 그 전면에서 보는 풍경이 어떨지가 궁금할 따름이다. 그리고 이렇게라도 넘겨다 보니까 뭐 대략 알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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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의 배 사진에서 본다면 조타실의 위치는 이렇게 생겼구나. 그 위의 갑판을 오가면서 새벽풍경을 즐겼다는 것도 이렇게 보니 이해가 잘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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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항 35분 전이로구나. 동쪽의 구름들이 서서히 물들고 있는 시간이다. 혼자서 멋진 풍경을 즐기자니 아직도 잠에 빠져있을 일행의 생각도 잠시 스쳐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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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에서는 배가 어디쯤 진행하고 있는지가 궁금해서 위치를 확인해 보니 거의 다 와가고 있는 풍경이다.  이제 도착할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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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누비아의 이름 뒤에 서는 두 사람은 화인과 호연이구나. 푹 자고 내릴 준비를 하느라고 일어나서는 낭월이 어떻게 잘 놀고 있는지 궁금해서 올라와본 모양이다. 물론 잘 놀고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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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파제 안으로 들어가면서 배의 스크류는 요동을 친다. 부두에 대기 위해서 방향을 틀고 있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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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갖고 온 승객들은 차로 돌아가서 하선할 준비를 하라는 방송이 들렸다. 화인도 그만 내릴 준비를 하자는 말을 남기고는 방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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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낭월의 놀이는 지금부턴데 그냥 돌아갈 리가 없지. 차를 탈 시간이 없으면 걸어서 내려가면 될 일이니 바쁠 것이 없다. 지금은 이렇게 배에서 최대한 머무르는 것밖에는 달리 할 일이 없다. 저 말리 풍경들도 아름다운데 말이다. 이렇게 멋진 풍경을 단지 '한 폭의 그림 같다'고만 하기에는 미흡하다는 생각이 들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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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는 계속 회전하고 있다. 그래서 보이는 퐁경도 점점 바뀌니 볼 것이 많아서 더 좋군. 다음에는 제주시에서 머물 때가 있으면 05시 쯤에 제주항이 잘 보이는 곳에서 퀸제누비아호가 들어오는 장면을 찍어서 여기에 추가할 기회가 왔으면 좋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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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에서 내려다 보니까 배를 접안시키려고 부두의 노동자들이 대기하고 있는 것이 개미만큰 작아 보인다. 배가 아무리 먼 길을 달려 왔더라도 저 사람들이 부두에 묶어주지 않으면 선객들은 내릴 수가 없으니 서로 도우면서 살아가는 부두의 풍경이 하모니를 이루는 모습이다. 이러한 것을 놓치면 되겠느냔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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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는 해양경찰선이 대기하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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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배가 점점 부두로 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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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 안전하게 댈 수 있도록 도와줄 사람들이 대기하고 있으니 든든하다. 그리고 이러한 풍경을 보는 것도 여행에서 보는 재미있는 장면이기도 하다. 지금 이 순간이 아니면 볼 수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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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떠 있던 뉴스타호가 우리 배가 접안하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천천히 항구로 들어오는 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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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 거의 다 도착하자 사람들도  하나 둘 갑판에 올라와서 풍경을 즐긴다. 저만치 지난 봄에 삼각대를 펼쳐놓고 놀았던 사라봉의 정자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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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의 한라산을 다시 만났구나. 반가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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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많이 봤는데도 또 보니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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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를 맬 밧줄을 끌고 내달리는 사람들의 분주한 모습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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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쪽하늘에 오늘의 해가 하루의 일과를 시작하고 있구나. 또 전화가 온다. 어서 차로 내려가야 하니까 빨리 방으로 오라는 독촉이다. 그래 나도 다 놀았지 싶다. 배가 고정되고 더 움직이지 않으니 볼 것은 다 봤지 싶어서 그렇잖아도 내려가려던 참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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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트룸에서 화장을 살짝 했다. 구름때문에 빛이 제대로 살아나지 않아서 그것을 찾아서 살려줬을 따름이다. 바탕에 빛이 아예 없으면 이렇게 하고 싶어도 되지 않는데 이 정도의 그림을 깔아줘서 고마울 따름이다. 사진과 미인은 화장으로 생명력이 살아난다는 이치를 이렇게 또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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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세 번 변화한다. 첫번째는 카메라에 담기는 순간에 자연의 모습은 사라지고 이미지로 사진의 센서를 거쳐서 SD카드로 옮겨진다. 이것을 스캔이라고도 하던가 싶다. 중형 카메라에서는 스캔한다고 하니까 자연의 풍경을 담는다는 말로 잘 어울리기도 한다. 물론 이러한 과정이 대략 200년의 진화과정을 거치기는 했다. 니엡스부터 시작해서 다게르를 거쳐서 은판에서 종이인화까지의 여정은 결코 만만한 길이 아니었더란다. 그리고 이제 디지털의 시대를 맞이해서 가장 저렴한 비용으로 최상의 퀄리티를 즐기고 있으니 그들의 노고와, 독한 약품을 뒤집어 써가면서 실험실에서 수명과 싸웠던 것에 대해서도 한 번쯤은 감사하는 것도 좋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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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의 변화는 이렇게 라이트룸에서 되살아 나고, 사진과 함께 작가의 글로 치장을 한다. 그래서 사진작기라고 말하는 모양이다. 여행기를 쓰고 있는 이 시간도 참으로 즐겁고 여행에서 얻은 이미지에 마음을 집어넣는 과정이라고 해도 좋지 싶다. 여행기로 담기지 못한 사진은 창고에서 잠을 자게 될 뿐이다. 언젠간 쓰일 때를 기다리면서.

그리고 마지막으로 전시가 되고 공개가 되어서 독자를 만나게 되었을 적에 한 번 부활한다. 누구나 자신의 기준으로 사진을 보면서 느낄 것이기에 이것은 이미 작가의 손을 떠난 것으로 봐야 하겠군. 그리고 작가의 의도가 어디에 있었던 간에 보는 사람은 자신의 눈으로 자신의 주관을 버무려서 사진을 받아들일 따름이다. 이렇게 단계를 생각하면서 카메라 놀이를 거쳐서 사진놀이까지 하면 된다. 여기에 글은거들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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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층과 터미널은 출구가 있는 층인 모양인데. 배에서 지하1층, 지하2층이라니 이것이 맞는 말인가 싶은 생각이 문득 든다. 그냥 층수로 표시해야 하는 것이 맞지 싶어서이다. 물 위에 떠 있는 배에 지하(地下)가 어디 있느냔 말이지.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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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차는 3층에 있으니까 위로 올라가야 하는 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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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로 들어오는 차들이 층마다 가득가득 채워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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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차들은 모두 튼튼한 줄로 연결이 되어 있군. 오나가나 끈이 자꾸 보인다. 그러다가 인연의 끈까지 가면 철학적인 영역이 되겠거니. ㅎㅎ 사진이 이렇게 밝은 것은 아니다. 빛을 찾아줘야만 이렇게 보여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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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트룸이 도깨비 방망이랄 밖에. 컴컴한 이미지도 '밝아져라 뚝딱~!'하면 환하게 잘 보이도록 해 주니 말이다. 사진놀이의 절친인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지. 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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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에 앉아서 순서대로 빠져나가는 과정을 기다리는 것이 좀 지루하가는 하다. 다음에는 차로 하선하지 말고 걸어서 하선해야 할 모양이다. 귀로에서 목포항이 아직 남아있으니까. 그때를 기다려야 하겠구나. 괜히 차를 탔군.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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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의 상황에 대해서 알려주는 정보이다. 오늘 현재 이 배를 타고 있는 승객과 실려있는 자동차의 정황인 모양이다. 4층에 갑판이 있다는 뜻이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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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차를 따라서 움직이다가 보니까 입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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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부두를 밟았다. 이제 또 제주도의 한 주가 시작되는 순간이구나. 얼마나 되었다고 두 달이 지났을 뿐인데 감정은 야릇하군.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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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물샤워의 선물을 피할 길이 없군. 맞아야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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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차에 의해서 겪어야 할 과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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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을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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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연 : 우선 아침을 먹으러 가겠습니다.
낭월 : 그러시렴.
호연 : 금방입니다. 07시에 시작하는 식당을 찾았습니다.
낭월 : 잘 했네. 

(여행은 계속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