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상징성(象徵性)

작성일
2007-09-10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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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토의 상징성이라... 소의 상징이라고 한다면 부지런한 것이라고 생각해야 할 것인지, 미련한 동물이라고 생각을 해야 할 것인지 잘 분간이 되지 않는다. 어쨌던 소는 그렇게 오랜 세월을 우리 조상 님들과 함께 많은 공을 쌓은 동물임에는 틀림없다. 쥐란 녀석과는 근본적으로 하는 짓거리가 다르다. 쥐는 극단적으로 도움이 되지않는 동물인데, 소는 어느 하나라도 버릴 구석이 없는 동물이니 이렇게 극에서 극을 달리는 동물이 나란히 있다는 것도 특이하다면 특이하다고 하겠다.

소를 생각하면 커다란 덩치가 보인다. 껌먹껌먹 하는 검은 눈도 생각난다. 그리고 느릿느릿 걸어가는 모습도  겹치는데, 흐름이 느릿하게 움직이는 것이 떠오르는 것은 아마도 섣달의 소한(小寒)과 대한(大寒)의 혹한이 떠오르니까 뭐든지 서둘지 말고 느긋하게 기다리라는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부지런하지만 느릿하다. 이것이 소의 특징이다. 다른 동물에서는 이러한 점을 찾을 수가 없으니까 소만이 가지고 있는 특징을 신속하게 감 잡아 보는 것이다.

그렇다면 일단 감은 잡았다고 치고, 그러한 감을 어떻게 응용해야 할 것인가를 생각하는 것이 다음으로 해야 할 일인 것 같다. 그 감은 바로 서둘지 말고 그렇다고 긴장을 풀지는 말고 기다리라는 의미가 아닐까 싶다.




“동짓달에 이미 하나의 陽이 생겼는데 이것은 여리고 약하다. 이것을 서둘러서 얼른 키우려고 덤벙대다가는 그나마 죽여버리고 말 것이다. 급하게 마음을 먹지 말아라. 겨울이 비록 지겹기는 하겠지만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조금만 더 기다라면 추위가 물러가고 바야흐로 봄의 따스한 날이 전개될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인내심이 한계를 맞이하면 곤란하다. 마치 잔칫날 잘 먹으려고 일주일을 굶다가는 생일날 새벽에 숨을 거두는 비극이 발생할는지도 모른다. 그냥 여유를 가지고서 느긋하게 소가 걸음을 옮기듯이 그렇지만 긴장을 풀지는 말고 그렇게 기다리고 있기만 하면 된다.”




마치 이런 말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서둘러서 봄이 오도록 조급해진 마음에 상당한 여유를 얻어서는 다시 기다리는 마음이 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이미 해가 서서히 길어지고 있다. 동짓날을 넘기면서 상대적으로 밤은 점차로 짧아지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 길이는 노루꼬리 만큼이라고 하지만, 중요한 것은 낮이 길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가만히 있어도 시간은 흘러가게 마련이다. 군인들이 하는 말대로 거꾸로 매달려 있어도 국방부 시계는 돌아간다는 말과 같은 것이다. 우선 소에서 느끼는 점은 이러한 정도의 상징성이 있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