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장. 水

작성일
2007-09-10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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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을 적셔주는 물은 항상 움직이기를 좋아한다. 언제나 같은 자리에 머물기를 거부하니, 머물면 썩어버리기 때문이다. 생각이 많기 때문에 얼핏보면 꿍꿍이가 많은 사람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간혹 음모가 많은 사람이나 사기꾼 등의 오해도 받는다.




혼돈→음→음중의 음→다시 음양으로 분리→십간의 임계(壬癸)

陽(壬) : 바다, 호수, 강, 도량이 넓음, 지혜로움,

陰(癸) : 샘물, 옹달샘, 생수, 유동적, 궁리가 많음,




물은 지혜라고 했다. 지자요수(智者樂水)라고 하는 말도 있다. 지혜로운 사람은 물을 좋아한다는 말이다. 사람의 지혜도 흐르는 물처럼 항상 생각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선지는 몰라도 물로 태어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도 생각이 훨씬 많은것 같다. 이것도 어쩌면 물의 영향일 거라고 생각을 해본다.

지구상에서 공기 다음으로 가장 오랜 시간을 존재했던 성분이 물이다. 공기에서 물이 생겨났다고 한다면 생명체는 물에서 나타났다고 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지구에서 가장 오래된 물질 중에 하나라는 점과 연결시켜서 생각해 본다면, 역시 지혜의 상징성으로 활용을 해도 될것으로 보인다. 즉 지혜라는 것이 하루아침에 되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을 두고두고 연구하고 경험하고 시행착오를 거친 다음에야 얻어지는 삶의 경험, 그 결정체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생각해 볼적에 물의 오상(五常)이 지(智)라고 하는 것에는 일맥상통하는 점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낭월이의 사유방식은 주로 이런 식이다. 혹 이렇게 반문을 하실런지도 모르겠다.

“보쇼! 물이 무슨 생각을 한단 말이오... 원 씨알이 멕히는 말을 해야지.. 않그렇소?”

아마도 이러한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겠는데, 낭월이의 생각은 또 다르다. 삼라만상의 일체유정무정물을 통털어서 모두는 나름대로의 생각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길가를 뒹구는 돌맹이나 허공중을 나르는 먼지알갱이, 그리고 못이나, 망치에도 그 나름대로의 생각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물론 그러한 것을 증명이라도 하라고 대든다면 달리 할말이 없지만, 그래도 일체의 유형무형의 물질은 모두 자기 나름대로의 생각이 있다고 하는 말에 동의를 하는 마음이다.




전에 ‘우주심과 정신물리학’이라는 책을 읽었던 기억이난다. 그 책에서 저자는 바위의 자아발전형태를 재미있게 그림을 곁들여서 설명을 했던 장면이 있었다. 주요 내용을 보면, 바위가 처음에는 그냥 스스로 잠을 자는듯한 마음으로 지내다가 사람들이 하나 둘 찾아와서 절을 하고 소원을 빌고, 자꾸 이것이 쌓이면 결국 그 바위는 일종의 신격(神格)내지는 인격(人格)이 생긴다는 이야기이다. 물론 이러한 이론을 전개하는 이면에는 바위에도 마음이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생각이 움직이는 형태를 파장이라는 말로 바꿔서 하기는 했지만, 같은 의미로 해석이 된다.

그리고 물체가 견고하면 생각(또는 파장)도 미미하게 움직이고, 물체가 유연하면 생각도 유연하고 자유로울 것이라는 생각도 해 볼 수가 있겠다. 앞에서 나무와 불과 흙, 그리고 금에 대한 생각을 해 봤지만, 각기 생긴대로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나무는 나무의 형상대로 앞으로만 나아가려고 하는 의식을 갖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가 있었고, 불은 또 그렇게 사방으로 활발하게 뻗어나가는 형태의 심성을 소유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불이 가장 활발한 성분이라고 하겠다. 또 바위는 견고한 주체성을 갖고 있다는 점이 특징으로 삼을만한 장면인데 여기에서 보이는 물은 그 본성을 어떻게 읽어야 할 것인가를 생각해 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