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한달(90) 돌 문화공원

작성일
2021-11-17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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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한달(90) [25일(추가1일)째: 2021년 11월 9일]


제주 돌 문화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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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에 제주도 일정을 잡기로 한 것은 그무렵이면 제주도에 한란이 개화한다는 소식을 접했기 때문이었다. 11월 3일 무렵이면 한란전시를 한다는 말도 겸해서 들었지만 일정이 여의치 않아서 일단 8일에 집을 나서기는 했지만 그래도 한란이 핀 것은 볼 수가 있으려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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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란전시를 안내하는 블로그를 보고서 실망감이 일어난 것은 한란전시는 마쳤다는 것이다. 그리고 아무리 봐도 제주도 한란 전시관에서 행사하는 일정은 보이지 않았다. 아무리 그래도 한란전시관에 가면 꽃은 볼 수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 것은 온실에서 봤던 것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궁여지책으로 「한라수목원」이 떠올랐다. 여기에서도 난초관을 봤던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아침을 먹고서 처음의 목적지로 삼은 곳은 한라수목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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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것은 별로 볼 것이 없는 줄은 먼저 번에 와서 보고 알았기 때문에 부지런히 난초온실을 찾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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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에는 노랑꽃이 만발을 한 것이 보였다. 이건 무슨 꽃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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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개승마였구나. 잎은 익은데 꽃은 낯설다. 제주도에 많은 식물이었던 모양이다. 개화시기가 6~8월이면 한여름에 핀다는 말인데, 지금은 11월이잖여? 표지판이 잘못 되었거나 눈개승마가 계절을 잊은 모양이려니 싶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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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 아무렴 워뗘~! 꽃만 예쁘면 되지 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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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봄을 장식할 철쭉은 웬 말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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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이번엔 수선화? 갈수록 태산이로군. 여하튼 계절은 계절일 뿐인 걸로.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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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전시실로 걸음을 재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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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꽃은 피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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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냘픈 꽃대에 초록의 꽃이 피어서 한란이라고 말해 준다. 다만 아쉽다면 개화한 한란이 많지 않았다는 것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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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지고 보면 한 포기도 한란이고, 백 포기도 또한 한란임을 생각한다면 아쉬워하는 것도 욕심일 따름이라는 생각으로 토닥토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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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에 왔을 적에 만큼이나 초라한 전시실이기는 하다. 아무래도 주인이 난에는 큰 관심이 없었나 싶기도 하다. 그래서 시늉만 해 놨다는 느낌도 살짝 들기는 했지만 그래도 난초를 봤으니 일단 만족이다. 다음 목적지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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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예보로는 비가 오락가락한다고 해서 우의를 챙기기는 했지만 여행객들 편안히 다니라고 구름천막만 선물하고 비는 내리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다음 목적지는 「제주 돌 문화공원」이었다. 화산이 모두 돌인데 또 돌 문화공원에서 특별히 볼 필요가 있겠느냐는 생각으로 그냥지나쳤었는데 며칠 전에 「1박2일」에서 보니까 생각보다 볼 것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어서 첫 날의 일정으로 포함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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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새가 제철이었다. 입구에서 나그네를 반기는 억세의 물결을 보며 모두가 좋아라고 하니 낭월도 좋다. 어려서 나무를 하러 가서 억새를 베다가 손가락을 베이기도 했건만 세월이 흐르니 그것조차도 향수를 자아낸다. 안면도에는 억새와 비슷한 것으로 '유돗대'라는 것이 있었는데 다른 곳에서는 흔히 보기 어려운 것이어서 표준이름인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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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돗대는 거치(鋸齒)가 없어서 손을 베이지 않지만, 억새는 거치가 있어서 자칫하면 날카로운 잎으로 상처를 입기 십상이었다. 그런데 한 여성이 미니스커트를 잎고 억새밭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면서 등줄기가 써늘~해졌다. 그래도 말은 하지 않았다. 스스로 겪어야 여행의 추억이 쌓일테니까. ㅎㅎㅎ 아마도 최소한 스타킹의 올은 나가고 말았을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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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지다~!

돌은 크면 큰 대로, 또 작으면 작은대로 매력이 뿜뿜이다. 이번 여행에서 첫번째 목적지로 삼기를 잘 했다는 생각을 하면서 걸음을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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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의 이름이 모자상이라기에 모녀상을 만드는 퍼포먼스를 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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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연못」이라는 이름의 조형물이다. 설문대할망이 죽을 끓이다가 죽솥에 빠졌다는 전설을 형상화 한 것이라는 말도 있는데 동그란 솥에 물이 철철 넘쳐흐르는 풍경은 볼만 했다. 자식이 500명이었던 설문대할망은 이 정도의 솥이라야 모두 배불리 먹일 수가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다가 죽솥에 빠져서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는 못 들은 걸로.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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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다리가 생각났다. 높이가 있어서 아쉬웠지만 형편대로 놀면 되는 거지 뭘. 다음에 또 간다면 뭐라도 들고 가서 1m 정도의 높이를 확보할 수가 있도록 궁리를 해 봐야 하겠다는 생각은 했다. 바람이 잔잔한 날에 전체를 내려다 보면서 타임랩스로 담으면 죽솥으로 구름이 흘러가는 모습까지 담아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래야 제대로 하늘연못이지 그래.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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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키지 않아도 잘 한다. 어떤 친구들은 신을 벋고 중간으로 들어가기도 하더라만 그럴 마음은 없었던 모양이다. 실로 안으로 들어갈 수가 있는 길(?)의 깊이는 10cm정도 되었던 모양이다. 구름이 가득했던 하늘이 푸른 색을 보여주니 그또한 고마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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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연못의 아래에는 이렇게 멋진 공간으로 꾸며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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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박물관이었다. 앞의 공간도 잘 만들어 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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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철철 넘쳐 흐르게 디자인을 한 풍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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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은 불에서 태어났으니 화생금(火生金)이다. 그리고 다시 물이 흐르도록 길을 열어준다.

월류불급수(月流不急水)

글자는 모두 알겠는데... 뜻이 얼른 들어오지 않는다. 이기 무슨 말이고....?

월류(月流)는 달이 흐른다는 말이잖여? 불급(不急)은 급하지 않다는 말이고, 수(水)는 물이니 이것을 조합하면

달은 흘러가도 물은 급하지 않네

글자대로 풀이는 했는데 도대체 무슨 뜻인지를 알 방법이 없구나. 그래서 뒤에서부터 읽어야 하는가 싶어서 다시 본다. 문자가 있으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버릇때문이다.

수급불류월(水急不流月)

물은 급하지만 달은 흐르지 않네

이렇게 해 놓으니까 그래도 좀 속이 트인다. 당연히 한문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읽어야 한다는 것조차도 가끔은 깜빡깜빡한다. ㅎㅎ

물은 환경을 말하니 바깥의 파도라고 할 수가 있겠고, 달은 내면의 달이니 심월(心月)을 의미하는 것일게고 마음은 고요하여 환경이 아무리 몰아쳐도 여여부동(如如不動)하여 흐르지 않는 다는 의미로 해석하면 되지 싶어서이다. 돌 박물관에 돌의 시가 아니라서 좀 생뚱맞기는 하지만 뜻은 좋으니까 용서한다. ㅎㅎ

그런데 이런 구절은 처음 보는데? 어디에서 나온 것을 따온 것인지 궁금해졌다. 궁금하면 물어야지. 그래서 물었더니 이렇게 나온다.

川の流れがどんな急でも、水面に映った月が流されることはない。

아니, 이것은 일본에서 나온 선시(禪詩)라고? 음..... 하고 많은 글귀 중에 하필이면 일본에서 나온 시를..... 그 있지 않은가. 일본이라고 하면 스믈스믈 배어나오는 거부감 말이지. 차라리 조사하지 말 것을 괜히 뒤적거렸다가 입만만 나빠졌네. 쯧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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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앞에는 다시 흐드러지게 핀 억새꽃이 만발이다. 그렇게 놀면 된다. 오늘 이 순간만 즐기면 되는 거지 일본 시든 중국 시든 내가 알 바 없기도 하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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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놀다가 박물관으로 들어갔다. 어떤 그림이 펼쳐질지 궁금한 마음도 있었다. 홀의 중앙에는 제주도의 모습이 떡하니 자리하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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큼직한 지구의 내부가 아름답게 만들어져 있구나. 어? 그러고 보니 지구가 돌이었잖아? 겉에는 암석, 속에는 마그마가 가득하니 이 모두가 금이었구나. 인생의 주체도 금(金)이고, 이 땅도 금이었구나. 그런데 왜 고인들은 땅을 토(土)라고 했을까? 아마도 지표에서 농사를 지어서 먹고 살아야 하니까 토양의 존재가 그만큼 크게 보였던가 싶기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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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운데에 제주도를 두고서 벽쪽으로는 전시물이 자리를 잡고 있다. 차분하게 둘러보면서 공부하면 또 많은 것을 배우지 싶다. 그것은 관찰을 하러 와서 할 일이고, 다음에 사다리를 들고 와서 하늘연못도 찍으면서 다시 여유롭게 놀아 볼 날이 있으리라고 예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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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쪽으로 가서도 암벽이 보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데 이렇게 표본을 잘 다듬어 놓았으니 언제라도 다시 와서 차분하게 둘러봐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스펀지같아서 누르면 꾹 눌릴 것만 같은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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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용암의 표면과 클링커.

이름이 참으로 어렵긴 하다. 하나라도 제대로 알아봐야지 싶어서 또 조사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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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한자나 우리말이 아니라 영어였구나. 이렇게 해야 조금이라도 뭔 말인지 알아먹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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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로 재미있는 풍경이 많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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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파오이호이 용암이로구나. 또한 영어겠군. 설명은 아아 용암에서 다 되어 있구나. 화구 가까이로 갈 수록 파오이호이 용암으로 된다잖여. 일타이피로군.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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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폰 그림으로 봐서 1410번을 누르면 설명이 나온다는 말인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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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암수형금형이라고? 이름도 참 특이하군. 이건 무슨 뜻이지? 짐작컨대 나무처럼 생겼다는 의미겠거니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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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용암수형은 산굼부리에서도 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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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 이것이 용암수형이었지. 그런데 모양은 사뭇 다르네..... 나무형태이니까 그렇게 이름을 붙인 모양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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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용암석이 좌우로 널려 있는데 하나같이 생긴 것이 볼만하다. 어디에서 이렇게 모셔왔는지 노력을 많이 했다는 흔적이 느껴진다. 뭐든 모으려면 힘이 많이 들어야만 가능한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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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상만으로도 이글거리는 용암이 보이는 것만 같다. 아, 규모가 느껴지지 않는 구나. 그래서 배경을 만들었다.

"화인아, 가서 까꿍~해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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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꿍~! 이렇게요?"

그렇지. 이렇게 해야 사람 키만큼 큰 바위라는 것이 실감나지 그래.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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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돌을 크기별로 나란히 모아놓으니 그것도 그림이 되는 구나. 처음에는 이만큼 컸는데 세월이 흐르면서 조만하게 작아졌다는? 해석이야 아무렴 워뗘.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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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인도 돌을 끔찍하게 좋아한다.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쓰담쓰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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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벌집모양의 돌들을 모아놓은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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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포로 인해서 용암이 굳어지면서 이렇게 생겼으려니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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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란도 좋지만 돌이 더 좋은 모양이다. 혹자는 낭월의 팔자에 용신이 돌이라서 그렇다고도 하는데 그건 모를 일이다.

옛날에 20대 중반에 남한강의 단양이 수몰되기 전에 돌밭에 엎어져서 탐석하던 풍경이 겹친다. 십여 점을 골라놓고서 바라만 보다가 그냥 일어났던 기억이다. 돌을 찾는 재미야말로 흥미진진이다. 그때도 카메라가 있었더라면 좋았을텐데 그 무거운 돌을 바랑에 짊어지고 갈 곳이 없어서 그냥 두고서 걸음을 옮기면서도 자꾸 돌아다 봤던 안타까움이 배어나온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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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구운 도미 뒤쪽?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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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기묘하게 생긴 것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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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변의 돌은 물이 만들고
제주의 돌은 불이 만든다
물은 수만년을 씻어서 만들고
불은 순식간에 녹여서 만든다


문득 물이 만든 수석과 불이 만든 용암이 대비되면서 한 생각이 일어났다. 나무나 흙은 돌을 만들 방법이 없으니 오로지 수화(水火)의 조화일 따름이로구나. 아니지, 퇴적암은 흙이 만든 것이잖은가? 에고~ 모리겠따.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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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이 빗은 작품이다. 물은 죽었다 깨어나도 할 수가 없는 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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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용암이다. 이렇게 감탄하다가 문득 고개를 들어보니 일행이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다들 어디로 가뿌릿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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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혼자만 돌덩어리에 빠져있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한가롭던 마음이 또 바빠진다. 바쁘면 바쁜대로 놀면 된다. 이렇게 말이지.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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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 또 오면 되지 뭐. 그때는 혼자 와서 조용하게 감상해야 하겠다. 이렇게 대략 보는 것으로 견광(見光)을 해도 좋다. 다음에는 또 다른 기분으로 살펴볼 여유가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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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묘하게 생긴 녀석이 발목을 잡고 놔주지 않는다. 우짜라고.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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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이렇게 놀아도 아무도 재촉하지 않는다. 낭월의 돌사랑에 대해서는 모두가 알고 있는 까닭일게다. 고맙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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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그렇긴 하지만 그래도 발은 떨어지지 않고, 마음은 쪼매~ 바쁘다. 그러자니 카메라 셔터가 고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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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멋진 조각작품을 그냥 지나칠 수는 없잖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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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가래떡을 뽑아놓은 것만 같다. 열기가 느껴질 듯 하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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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에 어딘가를 거닐다가 이런 형상의 돌을 보면 주변을 두리번거라지 싶다. 누가 보지 않으면 옷을 벗어서 싸고 있을 자신을 상상해 본다. 멋진 작품전시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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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렁물렁한 바위처럼 느껴지는 선이 묘하다. 찰흙으로 빚은 듯이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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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무엇을 닮았는지 생각할 필요가 없다. 그냥 용암일 뿐이니까. 생긴 그대로 보면서 감탄만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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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뭔가 이름을 붙여주고 싶은 생각이 뭉클뭉클 솟아나기는 하는구먼시나.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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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기묘묘한 화신(火神)의 솜씨에 그냥 감탄만 허용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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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돌 박물관을 둘러보고 나왔다. 그래봐야 대략 30여 분 밖에 걸리지 않았나? 두어 시간 구경한 것 같은데? 사진에 시간이 찍혀 있으니 그게 맞겠지....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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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르방과 억새꽃과 오름이 어우러진 풍경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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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혼자 서 있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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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 장군들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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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화와 돌들이 뒤섞여서 저마다의 이야기에 빠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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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백장군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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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라도 있나 싶어서 기웃거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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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감물로 염색한 작품전이로구나. 여기도 서 있네. 아까 본 돌과 친구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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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에는 사진을 찍어도 되는 것이 있고, 찍지 말라는 것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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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한라산을 표현한 것이려니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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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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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 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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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마다 이야기를 한 보따리씩 품고 있는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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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울산바위가 떠오른다. 그 앞에 흔들바위 말이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