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차밭을 보고서 녹차밭이라면 또 어때~!

작성일
2014-06-23 10:46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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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차밭을 보고서 녹차밭이라면 또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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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성녹차밭
보성차밭

어떤게 눈에 익숙할까? 아마도 보성녹차밭이 아닐까 싶다. 왜 그럴까? 우리는 언제부터인지 몰라도 차밭은 녹차밭으로 통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그냥 그렇겠거니.... 했는데, 차에 대해서 조금씩 이해가 쌓이면서 이제는 이 말이 참 어색하게 들리는 것이다. 그래서 잠시 생각을 해 본다.

녹차밭에서는 녹차만 생산해야 한다?

당연한 것이 아닐까? 녹차는 하나의 완제품으로 유통되는 차의 한 종류이다. 그러니까 녹차밭에서 나는 찻잎으로는 녹차를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이 말은 과언도 아니다. 왜냐하면 한국의 차밭에서 나오는 찻잎으로 만드는 것은 거의 대부분이 녹차이기도 한 까닭이다.

그런데 요즘은 녹차만 나오는 것도 아닌 모양이다. 다양한 제차법의 시도를 통해서 발효된 오룡차도 만들고 심지어는 보이차라는 이름으로 생산되기도 한다. 그래서 이제부터는 차밭이라고 하든지 차원(茶園)이라고 하는 것은 몰라도 녹차밭은 그영역을 벗어났다는 것으로 봐도 되지 않을까 싶다. 참, 차원도 다원(茶園)으로 읽어야할 것 같기도 하다.

차의 종류가 날이 갈수록 다양화 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하다. 그런데도 우리의 의식은 진화를 하지 않아서인지, 차를 부를 적에는 녹차라고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싶을 정도로 구분없이 사용하는 것 같다. 오랫동안 차에 대해서는 녹차만 이야기 해 온 것도 그 원인 중에 하나일 것이지만 이제는 조금 더 진화해서 그냥 차라고 하고 구체적으로 종류를 말하게 되면 비로소 녹차, 오룡차, 홍차라고 하는 것이 타당할 것으로 생각된다.

그야 아무렴 어떠냐고 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이름에서 일어나는 혼란도 가능하면 막아두는 것이 나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우리 주변에는 이름은 같은데 뜻은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용어들이 적지 않아 보인다. 가령 북한의 평화와 남한의 평화가 같은 글자이지만 의미하는 바는 서로 다르듯이 말이다. 그래서 가능하면 정확한 이름으로 사용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어서 한 말씀 남겨 본다.

그리고 내친 김에 짝퉁차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자. 쑥차, 둥글레차, 칡차.... 등등 무수히 많은 짝퉁 차들이 있다. 아니, 이름만 짝퉁이라고 해야 할 게다. 왜냐하면 우리나리에서는 이러한 것에 대한 구분도 없는 것 같아서이다. 경봉스님 말씀이 떠오른다.

오늘 법문이 법문이 아니라
이 이름이 법문이니라~~

별다른 뜻은 없다. 단지 이름에 매이지 말라는 정도의 의미로 생각하면 될 것이다. 그러니까 둥글레차도 차이고, 산수유차도 차인 게지 그걸 갖고서 시시비비를 할 필요는 없다는 말이기는하다. 그렇지만 낭월은 이러한 것을 구분하는 것도 일이라고 생각하는, 참으로 일이 없는 친구이다. 그래서 '차'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는 많은 음료들은 사실 차의 호칭에 대한 남용으로 봐야 할 것이다. 물론 글자로 봐서 그렇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우리에게는 차라는 글자가 어느 사이에 음료를 말하는 대명사가 되어버렸다는 말이기도 하니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분없이 사용하다가 보면 정작 차는 녹차라고나 불러야 차인 줄을 아는 상황까지 가버렸다는 것이다. 그럼 뭐라고 햐? 둥글레음료라고 하랴? 칡물이라고 하랴? 거 참..... 그것도 그렇네.... 하하~

에라 모르겠다. 그냥 차라고 하자. 그렇지만 개념 정도는 파악하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어서 언급만 해 본다. 여하튼 차는 차고 음료는 음료인 것은 분명하지 않을까 싶다. 하긴... 둥글레물이라고 하는 것이 둥글레차라고 하는 것과 뭐가 다르지? 둥글레물이 맞잖여? 그거 좋네. 오미자물, 구기자물, 그러니까 차물도 되는 거잖여. 차물이라고 할 수도 있는 거니까 말이지. 따지고 보면 녹차물이 맞네~~

"차물 좀 한 잔 마셔요~!"
뭐, 나쁘지 않구먼.

이렇게 우리 주변에서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말들도 가만히 뜯어보면 재미있는 것이 많고 잘못 사용되는 것도 적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오늘 새벽에는 축구도 망치고 잠도 망쳤는데, 날씨조차 꾸리무리해서 커피물을 한 잔 진하게 마셨다. 앞으로는 누가 '커피 한 잔 달라'고 하면 커피가루만 잔에 담아 줄까보다. 하하~

 

2014년 6월 23일 계룡감로에서 낭월 두손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