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0] 제38장. 소주오행원/ 12.마지막 욕망(慾望)

작성일
2023-09-10 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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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0] 38. 소주오행원(蘇州五行院)

 

12. 마지막 욕망(慾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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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창이 오행원으로 돌아오자 문밖을 내다보면서 기다리고 있었던 진명이 반겨 맞았다.

스승님, 어딜 다녀오시느라고 점심도 드시지 않고요.”

, 자사 나리를 따라갔더니 오랜 지인을 만나게 되었지 뭔가, 그래서 환담(歡談)하다가 보니 시간이 많이 늦었군. 미안하네. 하하~!”

표정을 뵈니까 많이 즐거워 보여서 다행이에요. 호호호~!”

그렇게 보였어? 맞아, 반갑기도 했고 재미있었지. 아마 조만간에 오행원에 놀러 올 테니까 봐.”

정말 궁금해요. 그나저나 오늘 스승님의 가르침을 받는 날인 것은 아시죠?”

, 그랬구나. 잊고 있었지. 내친김에 오욕락(五慾樂)의 마지막인 명예욕(名譽慾)을 이야기하면 되지 않을까?”

진명도 그 마음이었어요. 다른 제자들의 마음과 같고요. 그러니까 또 멋진 가르침을 기대하기로 하고 좀 쉬세요. 반주(飯酒)도 드셨네요. 호호호~!”

진명은 우창이 저녁에 이야기하려면 쉬어두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자 이렇게 하고는 방을 나갔다. 우창은 나른한 참에 고단하게 한숨을 푹 잤다. 저녁밥을 먹고는 오늘 이야기를 해줄 내용에 대해서 잠시 생각하는데 염재가 들어와서 말했다.

스승님, 술시(戌時)입니다. 모두 준비하고 기다립니다.”

그래? 나도 준비가 다 되었네. 그럼 가 볼까.”

우창이 강단에 오르자 제자들이 일제히 일어나서 합장하고는 허리를 굽혔다. 우창도 마주 합장으로 인사를 받고는 의자에 앉았다. 모두 조용히 자리에 앉는 것을 확인하고서 말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를 보내셨으려니 합니다. 인간의 오욕(五慾)을 이야기하다가 보니 오늘은 권력욕(權力慾)의 이야기로 마무리하면 되지 싶으니 이에 대해서 의견을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창이 이렇게 말하자 듣고 있던 임천(林泉) 기대규(紀大奎)가 손을 들고 말했다.

스승님 임천입니다. 권력욕이라는 말은 처음 듣습니다. 혹 명예욕(名譽慾)과 같은 말이라고 봐도 되겠습니까?”

그렇습니다. 좋게 말하면 명예이고 본질적으로 말하면 권력이지요. 그 둘의 뿌리는 같은 곳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겠습니다.”

그건 좀 다르지 않습니까? 명예는 봉사하는 것이고, 권력은 누리는 것으로 생각이 되어서 말입니다.”

물론이지요. 식욕(食慾)도 식도락(食道樂)이 되듯이 진심으로 남을 위해서 희생(犧牲)과 봉사(奉仕)를 하게 되면 명예가 높아지지만 그렇게 얻은 명예의 보답은 권력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그래서 벼슬을 하는 사람은 백성(百姓)을 잘 돌보겠다고 말하지 않습니까? 그러나 명예욕이든 권력욕이든 결국은 상류(上流)의 지배계층(支配階層)이 되어서 남들 위에서 군림(君臨)하려는 욕구의 본질은 같은 말입니다.”

, 스승님의 말씀을 듣고 보니까 명예는 권력에 뿌리가 닿아있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깨닫겠습니다. 그렇다면 인간을 제외한 다른 동물에게도 그러한 것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까?”

당연하지요. 가령 사자의 우두머리는 권력을 누리지만 무리에게 어려움이 닥치면 스스로 목숨을 던져서 구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인간이나 동물의 무리나 결국은 같은 의미로 봐야 하지 않겠나 싶습니다.”

임천은 우창의 설명을 듣고서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그렇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 표정을 본 우창이 말을 이었다.

다만, 권력만 누리고 살신성인(殺身成仁)으로 봉사하지 않는다면 탐관(貪官)이라고 합니다. 벼슬만 탐내고 책임(責任)은 다하지 못하는 까닭이지요. 같은 의미로 청관(淸官)은 책임을 다하고자 노력하기 때문에 이름에 명예가 따르는 것이지요. 결국은 어떤 마음으로 권력을 행사하느냐는 차이일 따름입니다. 그래서 수행자는 권력을 탐하지 말라고 하는 것이지요.”

우창의 말을 새겨듣고 있던 임천이 다시 물었다.

그러나 누군가는 권력을 행사해야 세상이 다스려지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렇다면 꼭 필요한 권력이지만 남용(濫用)하느냐 마느냐에 그 차이가 있겠습니까?”

그렇게 봐도 되겠습니다. 언뜻 생각하면 권력이라고 하는 것이 자못 거대(巨大)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만, 실제로는 거창하게 나라를 다스리는 제왕(帝王)까지 논하지 않아도 됩니다. 세 사람만 모이면 그중에서도 권력자가 나타나기 마련이니까요.”

우창이 이렇게 말하자 임천이 의외라는 듯이 말했다.

그렇습니까? 그건 생각지 못했습니다. 단지 세 사람이 모였을 뿐인데도 권력이 존재합니까?”

당연합니다. 두 사람만 모여도 권력은 의연히 존재합니다. 아이들이 친구 간에 싸우는 이유도 알고 보면 권력다툼이거든요. 하하하~!”

우창의 말이 얼른 이해가 되지 않는지 잠시 생각하던 임천이 말했다.

그런 줄은 미처 생각지 못했습니다. 스승님의 말씀을 듣고 보니 과연 그렇겠습니다. 그렇다면 남녀의 관계에서도 권력은 존재하겠습니까?”

임천이 이렇게 묻자 우창이 오히려 다시 물었다.

임천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제자가 생각해 보니 부부(夫婦)간에도 권력이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여필종부(女必從夫)라는 말은 권력의 중심이 남편에게 있다는 뜻이니까 말입니다. 정말 놀랍습니다.”

권력은 인류의 역사가 시작되기 이전부터 존재했을 것입니다. 야생(野生)에서 살아가는 동물에게도 그러하다면 인간도 그랬을 것이라는 정도는 미루어 짐작할 수가 있을 테니 말입니다.”

과연 그렇겠습니다. 그래서 관계가 생기면 당연히 권력이 발생하게 되는 까닭에 인간의 근본적(根本的)인 욕망(慾望)으로 권력욕이 포함되었다는 말씀이네요. 그것을 좋게 말해서 명예욕이라고 했을 따름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임천이 이해를 한 것으로 보이자 우창이 다시 말을 이었다.

권력의 상징인 감투가 위력을 발휘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관리는 평민과는 다른 옷을 입고 모자를 쓰는 것이지요. 가령 특별하다고 할 것이 없는 사람에게도 면류관(冕旒冠)을 씌워놓으면 왕의 노릇을 하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그것을 관력(冠力)이라고 하지요.”

권력욕을 모자의 힘이라고 말씀하시니 느낌이 확 살아납니다. 평범한 사람에게도 직책(職責)이 주어지면 그것에 어울리는 임무를 완수하느라고 사람이 달라진다는 것이 결국은 명예욕이라는 것을 생각지 못했습니다. 가르침 가운데에서 큰 깨달음을 얻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욕망이 인간의 본질(本質)이라는 것에 대해서 동의하시는 것으로 보면 되겠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생존 문제인 식욕(食慾)이나 수면욕(睡眠慾)과는 또 다른 관점에서의 욕망이 된다는 것도 생각해 볼 수가 있겠습니다.”

물론이지요. 애욕의 관계에서도 존재하는 권력욕이라고 한다면 재물욕에서도 작용하지 않겠습니까?”

그야 당연하지요. 나를 벗어난 곳에 항상 권력이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다만 때로는 평화적(平和的)으로 추구(追求)하고 또 때로는 폭력적(暴力的)으로 추구한다는 것이 다를 따름입니다. 그래서 가정에서도 폭력을 행사하는 가장(家長)이 있기 마련이지요.”

말씀을 듣고 보니까 재물을 취하기 위해서 권력을 행사하는 것이 오히려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지 않겠습니까?”

남이 원하는 것을 행하면 명예욕(名譽慾)이 되는 것이고, 남이 원치 않는 것을 하게 되면 권력욕(權力慾)이 되는 것으로 말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남이란 상식적(常識的)으로 일반적인 사람을 말합니다. 만약에 탐관오리가 원하는 대로 한다면 그것은 또 다른 이야기가 될 테니까 말입니다.”

정말 재미있는 말씀입니다. 권력과 명예는 종이 한 장 차이면서 물욕과 밀접하다는 뜻이 아닙니까?”

맞습니다. 권력욕에는 물욕(物慾)이 같이 포함되어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많은 재물을 취하기 위해서는 권력자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테니까요. 대부분은 권력이 있는 자에게 재물이 모이는 현상을 깨닫기 마련이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권력자에게는 권력의 도움을 받기 위해서 재물을 갖다 바치기도 합니다. 향리(鄕吏)만 되어도 그 권력을 이용하기 위해서 뇌물(賂物)을 갖다 바치게 되니까 말입니다. 인생사(人生事)를 생각해 보니 모두가 오욕(五慾) 안에 있다는 것을 깨닫겠습니다. 그렇다면 명학을 배운 학자에게는 이러한 것이 어떤 의미로 작용하겠습니까?”

임천이 본질적인 문제를 거론하자 우창도 반갑게 말했다.

역시 임천은 핵심을 벗어나지 않으십니다. 하하하~!”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명학을 배워서 권력을 얻는 도구로 사용을 할 수도 있겠습니까?”

없습니다. 또 한 그렇게 되지 않는 것을 권합니다. 철학자는 권력과 결탁이 되면 즉시로 혼탁해집니다. 그러므로 학문을 하는 사람으로 권력욕이 없는 사람을 도인이라고 합니다.”

, 무슨 말씀인지 이해가 됩니다. 그런데 철학을 한 사람이 권력욕이 있다면 어떻게 사용하겠습니다. 사주팔자(四柱八字)를 풀이하는 기술로도 권력을 누릴 수가 있다는 말씀입니까?”

당연합니다. 송곳 하나로도 권력을 누릴 수가 있는 것이 세상사(世上事)입니다.”

어떻게 그것이 가능합니까?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임천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지 다시 우창에게 묻자, 우창이 대중을 둘러본 다음에 말을 이었다.

가령, 천문지리(天文地理)를 공부하여 통달한 사람이 있다면 천하를 얻고자 하는 사람이 그를 찾지 않겠습니까?”

당연히 찾겠습니다. 그의 도움을 받는다면 앞으로의 일들이 순탄할 가능성이 많은 까닭입니다.”

인사(人事)의 명운(命運)을 잘 판단하는 사람이 있다면 왕은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을 중용(重用)함에 그 사람의 도움을 받고 싶지 않겠습니까?”

당연히 또한 그렇게 하고 싶겠습니다. 아하~ 그렇게 되어서 명학을 공부한 사람도 권력자와 연결고리가 나올 수가 있는 것이로군요. 놀랍습니다.”

만약에 왕자가 15명이 있다면 그중에 자신에게 충성하면서 나라를 잘 다스릴 사람이 누구인지를 알고 싶지 않겠습니까?”

과연~! 그렇게 되어서 명학을 깨달은 학자에게도 권력의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로군요. 왕의 인정을 받아서 왕사(王師)가 된다면 그다음의 문제는 불을 보듯 빤한 일이라고 하겠습니다.”

임천이 이렇게 말하자 우창이 되물었다.

그것은 또 무슨 의미입니까?”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명학으로 권력을 얻었으니 그것을 휘두를 수가 있는 보검 한 자루를 얻은 것과 다르지 않겠지요. 자기의 말이면 모두 통하게 될 테니 말입니다. 그래서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맞는 말씀입니다. 그렇다면 꼭 왕이 아니라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옛날에는 제사장(祭司長)이 제왕(帝王)이 되었던 것이지요. 생각해 보면 결국은 어디에서나 권력은 생겨나기 마련입니다. 그것을 누리느냐 마느냐는 것은 순전히 본인의 심성(心性)에 달렸다고 보면 되는 것입니다.”

정말 그러한 의미까지는 생각지 못했습니다. 책임(責任)과 권력(權力)의 관계가 이와 같음을 오늘 명쾌하게 깨달았습니다. 재미있습니다. 하하~!”

임천과 우창의 대화를 듣고 있던 진명이 손을 들고는 물었다.

스승님의 말씀에 깨달은 바가 많습니다. 그렇다면 권력을 오행으로는 화()가 되는 것으로 봐야 하겠네요. 이렇게 연결을 시키다 보니까 재미있는 현상을 발견했습니다.”

이야기를 듣기만 하던 진명이 이렇게 말하자 우창도 무슨 의미인지 궁금해서 물었다.

진명이 깨달았다는 것은 무엇입니까?”

여태까지 스승님께서 말씀하신 그대로입니다. 음식(飮食)은 토()가 되었고, 음식을 먹고 나면 잠을 자야 하니 수면(睡眠)은 금()이었는데, 잠에서 깨어나서는 다시 즐거운 삶을 살아가는 것이 수()가 되었고, 즐겁게 살기 위해서는 물질이 필요하게 되었으니 이것은 목()이었는데 이제 유일하게 남은 것은 화()이니 당연히 권력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했던 것이에요.”

진명의 말에 우창도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과연, 예리한 통찰입니다. 권력은 불길과 같아서 마구 타오르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수백 수천의 생명을 죽이고서도 얻고자 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당연히 권력의 불이라고 해도 되겠습니다. 하하하~!”

우창의 답을 듣고는 원춘도 손을 들고 말했다.

스승님, 그렇다면 십성(十星)으로는 목생화(木生火)의 이치를 따라서 물욕인 재성(財星)이 생하는 것은 권력인 관살(官殺)이 되는 것으로 대입하는 것이 타당하겠습니까?”

맞습니다. 그래서 재물이 쌓이면 그것을 지키기 위해서 권력을 탐하게 되는 것이지요. 막대한 재물을 써서라도 벼슬을 하겠다고 하는 숱한 사람들의 심리(心理)는 여기에서 나온다고 봐도 되겠습니다. 그로 인해서 서로 이해(利害)가 맞아 떨어지면 매관매직(賣官賣職)을 하게 되는 것이지요.”

과연 오행의 이치는 조금도 벗어남이 없다는 것을 확연히 깨달았습니다. 특히 권력이 화()라는 것을 깨닫고 보니까 권력자는 그 힘을 적절(適切)하게 사용하지 않으면 백성은 도탄(塗炭)에 빠지고 자기의 몸도 불태우게 되는 것도 알겠습니다. 이렇게 생각해 보니 과연 불이 맞습니다.”

원춘의 말에 우창도 동의하면서 말을 이었다.

그렇습니다. 그러므로 수행자는 자신에게 권력이 찾아오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입니다.”

다시 여쭙습니다. 사람은 권력을 얻고자 노력하기는 해도 그것을 피하고자 하는 사람은 참으로 드문 것입니다만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노력하는 것인지 설명해 주십시오.”

간단합니다. 물욕은 의식주를 최소한으로 해결하는 것에서 만족(滿足)하고, 권력자들이 찾아와서 도움을 부탁하면 죽림칠현(竹林七賢)의 허유(許由)처럼 흐르는 물에 귀를 씻으면 됩니다. 의식주가 호화롭기를 바란다면 당연히 권력자의 협조를 원하게 될 것이지만 바라는 것은 겨우 비를 피할 모옥(茅屋)과 맨살을 가릴 옷가지와 굶주림을 면할 소채(蔬菜)로 만족한다면 권력자가 찾아올 일도 없을 것이고 찾아온다고 해도 이용할 방법을 찾지 못하도록 말을 하면 되는 것입니다. 하하하~!”

우창이 이렇게 웃으며 말하자, 원춘이 다시 물었다.

과연 명언이십니다. 그러니까 이용할 방법을 찾지 못하도록 할 그 방법을 알고자 합니다. 어떻게 하는 것입니까?”

권력자의 질문에 답을 하되 자신이 비싸게 팔리기를 원하지 않는 것입니다. 다만, 어쩌면 그러한 제안을 받게 되면, 내면(內面)에서는 명예욕이나 권력욕과 치열(熾烈)하게 싸울 수도 있습니다. 여기에서 명예욕에 지게 된다면 어쩔 도리가 없는 것이기도 합니다. 하하~!”

잘 알겠습니다. 권력에 이용당하게 되면 어떤 결과를 예측할 수가 있겠습니까?”

원춘의 말을 들으면서 점점 이야기의 핵심으로 향해가고 있다는 것을 생각한 우창이 천천히 설명했다.

원춘의 물음에 적당한 예가 떠올라서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예전에 무불통지(無不通知)한 도사(道士)가 있었더랍니다. 당시에 막강한 권력으로 무소불위(無所不爲)의 철권(鐵拳)을 휘두르던 왕이 있었으니 그 왕은 자신의 권력을 오래도록 유지하기 위해서 그 도사를 탐내지 않았겠습니까?”

당연히 옆에 두고 매사를 물어보고 싶어 했을 것입니다. 아무리 권력을 갖은 사람이라도 미래에 대해서는 모르니까 말입니다.”

맞습니다. 왕은 몇 가지를 물어보고 지켜보면서 그가 하는 말이 모두 적중하자, 점차로 그를 신뢰하는 마음이 커지게 되었고, 그래서 정승을 임명하거나 길흉사의 모든 것을 그에게 물어서 결정했더랍니다. 그리고 언제나 그 결과는 만족스러웠지요.”

이야기를 듣고 있던 원춘이 한마디 했다.

철학을 공부해서 그러한 경지에서 왕을 돕는다면 그것도 또한 보람이 있을 것으로 생각이 되기는 합니다. 그런데 그것이 왜 문제가 된다는 것인지 스승님의 말씀이 이해되지 않습니다.”

그렇습니다. 다만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아무리 화려한 꽃도 열흘을 피어있을 수는 없듯이 천하를 호령하는 제왕조차도 운이 다하고 나면 뒤에는 불행이 따르기 마련입니다. 이것은 역대(歷代)의 왕조(王朝)를 봐도 능히 알 수가 있는 일이니 무슨 이치겠습니까?”

우창이 원춘에게 묻는 말이었다. 그러자 원춘이 잠시 생각하고는 말했다.

어쩌면 호사다마(好事多魔)와 같은 말인가 싶습니다. 혹은 새옹지마(塞翁之馬)일 수도 있겠습니다. 그렇지만 주의하라는 말이지 실제로 그렇게 된다는 뜻은 아닐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원춘의 말에 우창이 미소를 짓고는 다시 이야기했다.

하루는 왕이 새로운 법을 만들었습니다. 그것은 올바른 말을 하는 사람들의 입을 틀어막고 자기 마음대로 권력을 휘두르고자 하는 계획으로 만들어진 법이었지요. 도사가 은밀히 찾아온 왕의 심복(心腹)으로부터 그 이야기를 듣고는 자기도 모르게 말했습니다. ‘악귀가 씌었구나라고 말이지요. 이렇게 혼잣말로 하고서도 내심 깜짝 놀랐더랍니다. 해서는 안 될 말을 한 것이니까요.”

정말 그렇게 말을 했다면 왕은 필시 노발대발했을 것 같습니다. 그다음에는 어떻게 되었습니까?”

원춘이 이렇게 궁금해서 물어보자 우창이 말했다.

그렇게 애지중지하던 도사가 여도지죄(餘桃之罪)에 걸려서 죽지 않을 만큼 곤장을 맞은 다음에 파직되었음은 물론이고, 다시는 왕의 측근에서 볼 수가 없었더랍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이 역모(逆謀)를 꾀할 수도 있음을 생각하고는 항상 그 도사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했으니 그 꼴이 어떠했겠습니까?”

이야기를 듣고 있던 춘매가 물었다.

스승님, 여도지죄는 무슨 고사인가요?”

, 옛날에 왕이 총애하던 아이가 있었는데 그가 하루는 복숭아를 먹다가 너무 맛이 좋아서 왕에게 드렸더니 왕이 말하기를 봐라, 이것이 충성이다. 자신이 먹던 것도 잊고서 이렇게 짐에게 주지 않는가 이러한 것을 그대들도 모두 본받을지어다.’라고 했는데 나중에 그 아이가 싫어지자 묶어서 앞에 세워놓고서 말하기를 이 천한 놈이 자신의 신분도 망각한 채로 제가 먹던 더러운 복숭아를 짐에게 줘서 능멸하였으니 그 죄는 죽어 마땅하지 않겠는가?’라고 했다는 이야기입니다.”

춘매가 우창의 설명을 듣고서야 이해가 되었다는 듯이 합장하자 원춘이 다시 말을 이었다.

스승님의 말씀을 듣고 보니 짐작이 됩니다. 왕을 섬긴다는 것이 과연 얼마나 어려운지도 알겠고, 지혜의 학문을 익힌 자가 어떻게 처신해야 할 것인지도 생각하게 만드는 귀감(龜鑑)이 되는 말씀입니다. 고맙습니다.”

원춘이 이렇게 말하고 합장하자, 이번에는 현지(玄智)가 손을 들고 말했다.

스승님, 듣자니 진명에게서 소주(蘇州)를 관리하는 자사(刺史)가 다녀가셨다고 들었어요. 이렇게 소주의 최고 자리에 있는 관료가 찾아오게 된다면 스승님의 안위(安慰)가 염려스럽습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현지의 질문에는 우창을 염려하는 마음이 가득했다. 그러자 자원이 손을 들고 말했다.

자원도 걱정이 되었어요. 싸부의 말씀이 궁금해요.”

자원까지도 이렇게 말하자 우창이 웃으며 말했다.

참으로 감사한 말씀입니다. 여러분들이 이렇게 우창을 챙겨주고 있으니 걱정할 일이 무엇이겠습니까? 하하하~!”

차를 한 모금 마신 우창이 말을 이었다.

만약에 최 자사가 국정(國政)에 대해서 우창에게 묻는다면 벙어리시늉을 할 것입니다. ‘어버버버~!’라고 말이지요. 그러면 현명한 자사는 바로 알아들을 것이니 우창이 할 일은 이것뿐인가 싶습니다. 다만 개인사를 묻는다면 물론 전심전력(全心全力)으로 조언해야지요. 그렇게 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을 하라고 핍박한다면 절연(絶緣)하는 수밖에 없겠습니다. 하하하~!”

그러자 원춘이 다시 물었다.

과연 그렇게 해서 통하겠습니까? 권력자의 집착이 얼마나 끈질긴 것인지에 대해서는 더 말을 할 나위도 없으니 말입니다.”

원춘도 진심으로 우창이 걱정되어서 말했다. 그러자 우창이 미소를 짓고는 말했다.

항상 무엇이든 첫걸음이 중요하고 첫 단추가 중요한 법이지요. 권력자에게 협력하다가 중간에 바꾸기는 불가능합니다. 권력자는 자신에게 협력하는 사람에게는 뭐든 다 내어 줄 듯이 하다가 협조하지 않는 태도를 보이면 급변(急變)해서는 죽이려 들 것이니 왜냐하면 그는 너무 깊숙한 곳에 개입하고 있어서 비밀이 새어 나갈까 두려워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니까 말입니다.”

원춘의 말에 우창이 설명을 이었다.

그러나 처음부터 협조하지 않는다면 또한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닙니다. 옛날의 그 도사도 처음부터 국사(國事)에 개입하지 않았다면 어찌 그러한 봉변(逢變)을 당했겠습니까? 우창도 그 정도는 생각하고 있으니 염려하지 않으셔도 되겠거니와 또한 고맙습니다. 하하하~!”

아하~! 그러니까 일이 일어나기 전에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말씀이시군요. 이미 일이 벌어지고 난 다음에는 수습이 어려우니까 미리 생각해야 한다는 말씀은 참으로 지당(至當)합니다. 잘 알겠습니다.”

비로소 원춘은 의문이 풀렸는지 합장하면서 말했다. 그 모습을 지켜본 고월(古越)이 한마디 거들었다.

고월은 과거에 제왕의 일을 돕던 스승님을 섬겨봤습니다. 그 마음가짐을 보면서 항상 여리박빙(如履薄氷)으로 살아간다는 것을 깨닫고는 절대로 그러한 삶을 살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는데 오늘 우창 선생의 말씀을 듣고 보니 의외로 어렵지 않게 피할 방법이 있음을 알겠습니다.”

고월이 우창의 말을 거들자 우창도 화답(和答)했다.

맞습니다. 자고이래(自古以來)로 왕을 도왔다가 끝이 좋았던 사람보다는 흉했던 사람이 더 많습니다. 그 삶의 목적이 부귀영화(富貴榮華)에 있다면 어쩔 수가 없는 일이겠거니와 안빈낙도(安貧樂道)를 구한다면 어떻게 처신(處身)하는 것이 옳을지는 어렵지 않게 알 수가 있는 것입니다. 고월 선생이나 현지는 안빈낙도가 삶의 목표인 모양이니 부디 그렇게 되시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여러분 중에 누구라도 명예욕이든 권력욕이든 누리고 싶다면 그것을 우창이 막을 방법은 없습니다. 다만 누린 만큼 과보(果報)도 따른다는 것만은 꼭 알아두라고 말하겠습니다.”

우창의 말에 원춘이 다시 물었다.

스승님께 마지막으로 여쭙습니다. 만약에 사주팔자에서 권력욕이 왕성한 암시가 있는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합니까?”

그야 권력을 누려야 행복하지 않겠습니까? 다만 권력은 양날의 칼과 같다는 것을 알고 조심스럽게 다루라는 조언을 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하겠습니다. 어차피 누군가는 권력자가 되어서 백성을 다스릴 것이므로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결국은 팔자대로 될 것이니 말이지요.”

그것을 말릴 방법은 없겠습니까?”

말리는 것은 현명하지 않습니다. 다만 올바르게 그 칼을 휘두르도록 안내하는 것은 가능하지 싶습니다. 그러나 권력자는 귀에 거슬리면 참지 못하는 고질병(痼疾病)이 있습니다. 모쪼록 현명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하겠습니다. 하하하~!”

스승님의 말씀으로 봐서는 그들과는 깊은 관계를 맺지 말라는 의미로 이해가 됩니다. 그렇다면 명학의 존재 목적은 무엇입니까?”

명학의 존재 목적은 과욕(過慾)을 부리는 자에게 욕망을 자제하고 중도(中道)를 찾도록 안내하는 것이고, 좌절(挫折)하여 우울한 자에게는 희망을 줘서 다시 힘차게 살아갈 용기를 주는 것이라고 여깁니다. 이것이 명학이 존재하는 대의(大義)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 이상은 우창도 모릅니다. 하하하~!”

 

 

우창의 말에 대중들은 모두 공감했는지 합장하고 고개를 숙였다.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에 술시가 지나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