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1] 제30장. 정신(精神)/ 13.치밀(緻密)한 계산(計算)

작성일
2021-10-05 0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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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1] 제30장. 정신(精神) 


13. 치밀(緻密)한 계산(計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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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먹고 제자들의 일부는 설거지를 돕고, 일부는 저마다 알아서 배운 것을 정리하거나 혹은 쉬기도 했다. 우창도 자신의 방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다음에는 목(木)의 이야기를 해 줘야 하겠다는 구상을 했다. 새로 들어온 제자들의 열정이 흐뭇하게 느껴지면서 더욱 잘 전해줘야 하겠다는 사명감(使命感)이 샘솟아 오르기도 했다. 다만 미리 구체적인 생각은 하지 않았다. 왜냐면 언제든 예정한 대로만 이야기가 진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편견(偏見)이 없이 자유로운 탐색(探索)으로 이치에 접근하는 길을 안내하는 것으로 스승의 일은 다 한다는 생각이었다.

 

신시초(申時初:15시).

오후의 달콤한 휴식을 취한 제자들이 저마다 공부를 할 준비를 하고서 다시 자리를 찾아서 모여들었다. 휴식이라고 해도 어차피 공부하는 이야기를 나눈 셈이기는 했다. 특히 자신들이 알고 있었던 수(水)의 이치에 대해서 의견을 나누느라고 소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다만 그중에는 앞선 생각을 하는 제자들이 있어서 말끔하게 정리를 해 준 바람에 다시 공부할 시간이 다가올 무렵에는 아무도 의혹이 남지 않았다. 우창이 채운에게 물었다.

“이번에는 목(木)의 이야기를 나눠볼까 싶은데 어떤가? 채운의 생각에 목은 무엇일까?”

오전과 마찬가지로 오후에도 이야기의 상대로 채운을 선택했다. 빠르고 명쾌한 생각에다가 또랑또랑한 음성이 모든 사람의 귀에 잘 전달이 되었기 때문이다. 존경스러운 우창이 자신에게 목에 대한 생각을 묻자 채운도 진지하게 다시 공부하는 마음을 찾아서 기억의 창고를 더듬었다. 계(癸)의 창고에 들어있는 자료를 뒤져서 어떤 내용이 저장되어 있는지를 찾았다. 기억하고 있는 만큼만 꺼낼 수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스승님의 질문을 받고서 기억을 떠올려 봤어요. 그러나 나오는 것은 수생목(水生木)과 목생화(木生火)의 이치에 목극토(木剋土)와 금극목(金剋木)의 네 생극(生剋)에 대한 것만이 기억나네요. 이 외에 또 어떤 것을 알게 될 것인지 벌써 기대가 되네요.”

“아, 그런가? 그것이면 다 된 것이 아닌가?”

“종전(從前)에는 그것이 전부인 줄로 알았어요. 그런데 수(水)의 공부를 되짚어 본다면 분명히 목생토(木生土)나 목극수(木剋水)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드는데 이것을 어떤 방식으로 이해하면 이치에 부합될 것인지는 생각을 해볼 방법이 없어요. 그러니까 그동안 알고 있었던 것이 그야말로 기초 중에서도 극히 기초적인 생각일 뿐이라는 것까지만 알겠어요. 어서 그다음에 확장하는 목의 의미를 듣고 싶어요.”

“맞아, 채운의 말대로 이미 목의 생극이 전부인 줄로 알았지만 실로 그 뒤에 또 무엇인가 매우 중요한 것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 중요하지.”

“벌써 저희 제자들 마음은 임(壬)이 되어있어요. 계(癸)로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정(丁)의 역할을 배우고 나자 이제 계에다가 정을 포함시켜서 생각할 줄을 알게 되었던 것이지요. 점심을 먹고서 서로 모여앉아서 이야기를 나눠 본 결과가 이와 같았어요. 왜 다섯 개의 생극에 대해서만 생각하고 그 이상의 영역에 대해서는 사로(思路)를 발견하지 못했느냐는 탄식도 나오고 했어요.”

“오호~! 정말 아름다운 면학(勉學)의 터전을 만들어 가고 있었구나. 참으로 좋은 풍경이로군. 하하하~!”

“그것만이 아니에요. 계(癸)가 무(戊)를 만나면 어떻게 될 것인지? 또 병(丙)을 만나면 어떻게 될 것이며, 임(壬)이 무를 만나면 그것은 또 어떤 작용으로 드러날 것인지에 대해서도 말이 나왔어요. 다만 이러한 것을 모두 명료하게 활용하려면 오행을 전부 이해하고 난 다음에 또다시 거론하는 것이 좋겠다고 의논하고 스승님의 가르침을 기다리기로 했어요.”

“아, 그렇군. 이미 궁리의 불이 붙었으니 그대로 열심히 추진만 하면 되겠구나. 하하하~!”

“맞아요. 목을 이해하고 나면 또 어떤 관점을 얻게 될 것인지 벌써 마음이 설레고 있어요. 호호호~!”

“그렇다면 공부를 시작해 볼까? 목의 마음이 어떻게 생겼는지 채운의 생각부터 들어보도록 하지. 목은 어떤 마음이 그 안에 들어있을까?”

우창이 다시 채운에게 목의 마음을 묻자 이것에 대해서는 미처 생각해 본 적이 없었던지라 마땅한 답변을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생각만 열심히 했지만 아무리 궁리를 해봐도 마땅한 답변이 떠오르지 않았다.

“스승님께 뭔가 멋진 답변을 드려서 기쁘게 해 드려야 하는데 아무리 창고를 뒤져봐도 이에 대한 기억(記憶)이 없나 봐요. 어쩌죠?”

“스승은 제자의 답을 들어도 기쁘고 못 들어도 기쁜것이라네. 답을 들으면 가르칠 필요가 없어서 기쁘고 답을 듣지 못하면 가르쳐야 할 것이 생겨서 또 기쁜 것인데 무엇을 기준으로 스승을 기쁘게 해야 한다고 생각을 하는 건가?”

“아하~! 그렇네요. 역시 스승님의 말씀을 듣는 것이 최선이네요. 제자는 마땅히 떠오르는 답이 없어요. 가르쳐 주세요. 호호호~!”

채운의 말을 듣고는 우창이 천천히 설명했다.

“목을 한마디로 한다면 좌충우돌(左衝右突)이라고 할 수가 있겠네. 왜 그렇게 말을 할 수가 있을까?”

“역시 스승님께서 미끼를 던져 주시니까 생각의 고리가 이어지네요. 목은 아이들과 같은 마음이라는 의미로 연결이 되는걸요. 이렇게 보면 되겠죠?”

“왜?”

“역시 스승님께서는 그냥 순순히 알려주시지 않네요. 반드시 이유를 확인하시는 것이 혹시라도 답은 같더라도 과정이 올바르지 않다면 결과도 오류가 생기기 마련이라는 것을 알고 계시기 때문이죠?”

“맞아. 목이 어린아이와 같다는 이유를 말해 보게.”

채운은 우창의 채근(採根)을 받자 생각대로 답을 했다.

“스승님을 기쁘게 해 드릴 수가 있는 길이 이렇게도 많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어요. 정답(正答)을 말해도 기쁘고, 오답(誤答)을 말해도 기쁘다는 말씀에서 느끼는 바가 커요. 어쩌면 모든 스승이 그와 같은 마음으로 제자를 응대(應對)한다면 그 스승을 따라서 공부하는 제자들은 얼마나 행복할 것인지를 생각해 봤어요. 정말 이 자리에서 사형제들을 대표해서 감사의 마음부터 전해 드리고 싶어요. 이렇게 말하는 것도 시간을 낭비하는 것일까요? 호호호~!”

“시간의 낭비는 딴전을 피우고 있을 적에 해당하는 말이라네. 이렇게 서로의 마음을 나누는 대화야말로 결속을 위해서 매우 소중한 시간이라는 것을 모른단 말인가?”

“아,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네요. 이해가 되었어요. 정말 모두 열정이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불타오르고 있는 것이 느껴져요. 왜 진작에 이렇게 하지 못했나 싶은 정도에요. 호호호~!”

“부디 그 마음이 앞으로도 사그라들지 말고 열정(熱情)으로 타오르기만 바랄 따름이네. 하하하~!”

“그럼 어린아이와 목에 대해서 생각이 나는 대로 말씀을 드려 볼게요. 이것은 목화토금수(木火土金水)의 상생(相生)의 흐름으로 생각해 봤어요. 목으로 시작해서 수에서 노년을 맞이하는 것은 일리가 있다고 해도 되겠죠?”

“물론이네.”

“그러니까 오행의 상생(相生) 배열에서 가장 앞에 있는 목(木)이기에 마음도 어린아이와 같다고 볼 수가 있어요. 그래서 어디로 튈지 모르는 충동적(衝動的)인 모습으로 이해를 하면 어떨까 싶었어요.”

“오호, 그럴싸하네. 그렇다면 목을 나무로 봤을 적에는 어떻게 연결을 시킬 수가 있을까? 나무는 가만히 한 자리에 자라나서 죽음을 맞이하는 존재인 것을 생각한다면 충동적이라는 것과는 너무나 차이가 나지 않나?”

우창의 말에 잠시 생각하던 채운이 다시 말했다.

“음..... 스승님의 말씀에 순간적으로 당황했어요. 그런데 반작용(反作用)을 떠올려 보니까 그 해답을 찾을 수가 있겠네요. 나무가 한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반작용으로 본다면 항상 어디론가 마음대로 돌아다니고 싶은 마음이 있지 않을까요?”

“그야 모르지 어차피 우리가 나무는 아니니까. 다만 자연의 이치로 본다면 가만히 있는 것은 움직이고자 하는 것이야말로 음양의 작용일 테니까 이치로 봐서는 타당한걸. 멋진 생각이네. 하하하~!”

“음양이라고 하시니까 또 떠오르는 생각이 있어요. 음극즉양생(陰極卽陽生)이에요. 음이 극에 달하면 양이 생기는 것이 음양의 이치잖아요? 그러니까 나무는 음의 극이라고 한다면 그것이 움직이고자 하는 동정(動靜)의 관점으로 본다면 당연히 아무런 걸림이 없이 자유롭게 떠다니고 싶겠어요. 호호호~!”

“채운은 ‘녹색동물(綠色動物)’이라는 말을 들어봤나?”

“동물이 녹색이면 뱀일까요?”

“그게 아니라 식물이 움직인다는 뜻이라네.”

“예? 식물이 움직인다니요? 이해가 되지 않아요.”

“사과나무가 왜 그렇게도 열정적으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을까?”

“그야 자손을 번식시키려는 것이 목적이지 않을까요?”

“열매만 맺으면 번식이 되나?”

“스스로 번식을 시킬 수는 없어요. 열매가 익어서 땅에 떨어지게 된다면 자신의 그늘로 인해서 정작 자손들이 자랄 수가 없을 테니까요. 그래서 다른 동물이 그 열매를 먹고 멀리 가서 씨앗을 버려주기를 바라는 것이죠.”

“바로 그거야. 자, 생각해 볼까? 식물이 움직인 건가?”

“나무 한 그루만 바라본다면 움직인 것이 아닌데 다년(多年)을 두고 생각해 보면 움직였네요. 그것도 동물을 이용해서요. 와우~! 신기해요. 녹색동물이란 그런 뜻이었어요?”

“맞아. 그렇게 해서 대지는 온통 그 나무들의 자손으로 가득차게 되는 것이라네. 그러니까 인간의 좁은 관점으로 나무는 움직이지 못한다고 생각하지만 가장 치열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는 것도 철학자의 관찰법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맞아요~! 정말 새로운 관점을 얻었어요. 어떻게 해서라도 이동을 하려고 하니까 날짐승이나 들짐승을 모두 동원해서 목적을 이루고자 하는 까닭에 충동적이라고 할 수도 있겠어요. 그러니까 목의 마음은 항상 움직이려고 하는 것이고, 그 방법만을 생각한다는 것이네요? 열매도 맛이 없으면 동물들이 씨앗을 옮겨주지 않으니까 더욱 달고 맛있고, 큰 모습으로 유혹하는 것이란 말이죠?”

“이제 목의 본질을 이해한 것으로 봐도 되겠군. 그러한 의미를 고인들이 관찰하고서 목은 좌충우돌이라는 말을 했을 법도 하지 않은가?”

“맞아요. 그런 말씀은 누가 하신거에요?”

“하충 스승님께서 하셨지. 물론 똑같은 말씀은 아니지만 그런 의미로 말씀하신 것이니까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네. 하하하~!”

“참으로 훌륭하신 스승님이시네요. 제자도 어서 지혜로운 철학자가 되어서 그렇게 멋진 깨달음을 후학에게 남기고 싶어요. 호호호~!”

“아무렴, 그렇게 될 것이네. 그대로만 정진하면 말이지. 하하하~!”

“당연히 더욱 열심히 정진을 할거에요. 몰랐을 적에는 할 수가 없지만 이제는 어떻게 공부하는 것인 줄을 알았으니까요.”

이렇게 말하는 채운의 표정에서 결연(決然)한 의지가 보였다.

“자, 그렇다면, 목의 음양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까? 갑(甲)과 을(乙)의 마음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아, 맞다~! 갑을목(甲乙木)을 나눠서 생각해봐야죠? 전체적인 목은 항상 역동적(力動的)으로 움직이려는 성질을 갖고 있다고 하겠는데 그렇다면 양목(陽木)과 음목(陰木)은 어떻게 서로 다른 마음을 갖고 있을 것인지 생각해봐야겠어요. 우선 음양만으로 알 수가 있는 것은 밖으로 향하는 을(乙)과 안으로 향하는 갑(甲)으로 구분할 수가 있어요. 이것이 신통한 관법은 아니더라도 반드시 정리해야 하는 것이 순서겠죠?”

“당연하지. 그리고 그렇게 기초적인 것부터 차근차근 풀어가는 것이 학자의 관점이라는 것도 생각해야지. 신기하고 기특한 것만을 생각하려고 하면 오히려 엉켜버리게 되는 거야. 하하하~!”

“알았어요. 스승님, 을(乙)에 대해서 먼저 생각을 해야 할 것은 수(水)도 계(癸)를 먼저 생각한 것과 같다고 하겠어요. 그런데 구분을 할 방법을 모르겠어요. 을은 풀이고 갑은 나무라고 하는 것은 알겠는데 이들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채운이 이렇게 말하자 우창은 오광을 보면서 말했다.

“오광에게 물어볼까? 오광이 이에 대해서 말해보는 것이 재미있겠어. 하하하~!”

그러자 눈치 빠른 채운이 얼른 오광에게 말했다.

“선배님 가르침을 부탁해요~! 호호호~!”

“가르침이라니요. 그건 가당치 않습니다. 다만 제가 어리므로 누님으로 호칭하겠습니다. 누님께서도 동생으로 불러주시면 좋겠습니다.”

“아, 누님이라니 그건 부담스러워. 그냥 누나라고 한다면 받아들일게. 나이 차이도 별로 나지 않아 보이는데 어떻게 되지? 난 스물일곱이야. 호호호~!”

“예, 좋습니다. 누나~! 저는 열여덟입니다.”

“와우~! 기대가 되네. 스승님께 갑을(甲乙)의 공부를 어떻게 했는지 어서 들려줘 봐. 호호호~!”

“오광이 배운 바로는 을(乙)은 식물(植物)이고 갑(甲)은 동물(動物)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누나가 말씀하신 을은 화초(花草)이고, 갑은 거목(巨木)이라는 의미는 왜 그럴까요?”

“그래? 갑을이 모두 식물인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스승님의 가르침은 그게 아니었나 보네? 와우~! 신기해라. 그렇다면 내가 알고 있었던 것은 뭐지?”

“그것은 고법(古法)이라고 배웠습니다.”

“그렇다면 신법(新法)은 동물과 식물이란 말이지? 신기하네. 왜 을이 식물인지 어서 설명해 줘봐.”

“을(乙)은 그야말로 초목(草木)이라는 뜻입니다. 그리고 나무는 큰 나무든 작은 나무든, 천년을 살든, 한해를 살든 모두 같은 나무라고 보면 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앞에서 이야기를 나눈 내용은 모두 을에게 해당하는 것이라는 의미이기도 하죠.”

“어머, 그렇겠네. 그러니까 항상 움직이려고 하는 마음이 가득한 것은 을이란 말이지? 여기에 대해서도 조금 더 자세한 설명을 듣고 싶어.”

“간단합니다. 을은 음목(陰木)이기 때문에 그 마음은 밖으로 향하게 되지요. 그래서 자신이 존재하는 땅은 비가 많이 오는 곳인지, 흙은 메마른 곳인지, 햇볕은 충분한 곳인지, 아니면 음습(陰濕)한 계곡이라서 온종일 빛이라고는 바람이 일렁일 적에 큰 나무들 사이로 잠시 들어오는 것이 전부인지를 생각해야 하고, 그에 맞춰서 비가 내리더라도 물을 많이 먹어야 할지, 아니면 적당한 만큼만 흡수(吸水)해도 될 것인지를 판단하면서 생존전략(生存戰略)을 짜게 되니까 관심은 자연히 안으로 향하기보다는 밖으로 향하게 되는 것으로 이해를 했습니다.”

“이야~! 동생의 사유가 어쩌면 그렇게 깊을까? 역시 천품도 타고 나야만 하는 것인가 봐. 난 그렇게 생각하는 방법을 전혀 모르고 있었네.”

“천품보다도 스승을 잘 만나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가? 아무튼. 을의 마음에 대해서 정말 무슨 뜻인지 확연히 마음에 와닿네. 그러자니까 밖의 상황에 따라서 생사(生死)가 달렸다는 말이잖아?”

“맞습니다. 그래서 매우 치밀(緻密)하게 생각합니다. 십간(十干) 중에서 을(乙)보다 치밀한 것은 없을 것입니다. 사람의 성품에서 작용할 적에도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오호~! 치밀하다고? 식물은 어디에서나 되는대로 씨앗이 떨어지면 잘 살아가는 것으로만 알았는데 처음 들어봐. 설명을 좀 부탁해.”

“사막(沙漠)의 선인장(仙人掌)을 아시는지요?”

“알지. 직접 보진 못했지만 통통한 줄기에 잎도 없이 자라고 있는 가시투성이의 식물이잖아?”

“맞습니다. 선인장은 수량(水量)이 부족한 곳에서 살아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에 몸에다가 물을 저장하고서 조금씩 소비를 하게 됩니다. 잎이 없는 것도 수분을 절약하기 위해서입니다. 더구나 가시가 많은 것은 다른 동물들이 뜯어먹지 못하도록 해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최선(最善)이죠.”

“아니, 어쩌면 그렇게 아는 것이 많지? 나는 생각지도 못했는데 깊이 관찰을 했구나. 동생은 참으로 대단하다. 호호호~!”

오광은 채운이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것이 무척이나 고마웠다. 오죽잖은 생각이지만 열심히 듣고 있는 것을 보면서 말을 이어갔다.

“그야 누나가 이제부터 알게 될 테니까요 저도 불과 며칠 전에는 아무것도 모르고 살았거든요.”

“동생의 그 말을 들으니까 나도 희망이 생기네. 고마워. 열심히 배워야겠다. 호호호~!”

“석이(石耳)는 아시는지요?”

“석이버섯을 말하는 거야? 그건 알지. 매우 희귀한 음식의 재료잖아? 값도 비싸서 고급요리가 아니면 사용하지도 못하는 것으로 아는데.”

“맞습니다. 그것을 보면서도 식물의 생존(生存)하는 힘을 생각해 보게 됩니다. 석이가 어디에서 자라고 있는지는 아시지요?”

“그야 높은 산의 험한 바위와 같은 곳에서 자라고 있지?”

“비가 내리면 잠시 빗물에 성장했다가 비가 멎으면 이내 몸은 종잇장처럼 말라서 바위에 달라 붙어버립니다. 그래서 10년을 자란다고 해도 손바닥을 넘지 못하지요. 그러한 곳에서 조차도 삶을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삶을 누리는 것이 바로 을이라는 것을 알고서는 저도 감탄을 했습니다. 얼마나 치밀한 생존법인지를 상상조차 하지 못할 지경이었으니까요. 만약에 인간이라고 한다면 그러한 환경에서 도저히 살아남을 수가 없고, 식물이라도 다른 식물은 살 수가 없는 환경이면 석이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 참으로 놀라울 따름입니다.”

“아니, 그렇지만 바위 위에서 자라는 것이 석이만은 아니잖아? 바위 위에서 천년을 살아가는 소나무도 있는데?”

“그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다만 자세히 보면 소나무는 그 뿌리를 어딘가의 흙에 내리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온전히 바위에 붙어서 살아갈 수는 없는 일이니까요.”

“아하, 맞다~! 그 생각을 하지 못했구나. 그렇기에 을은 허투루 시간을 허비할 수가 없겠구나. 항상 밖의 상황에 민첩하게 움직여야 하는 것이었구나. 정말 동생의 가르침으로 인해서 비로소 을이 왜 밖으로 향하는지를 명료(明瞭)하게 깨달았어. 고마워 동생.”

“그렇다면 사람도 적용을 시켜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누나가 생각하시기에는 이러한 성향을 갖고서 태어난 사람에게는 어떻게 작용을 할 것으로 생각되시는지요?”

“아, 그것을 생각해야 하는구나. 결국은 간지를 통해서 인간의 삶의 풀이해야 할 테니 말이지.”

“그렇습니다.”

“가만, 내가 잠시 생각해 볼게. 만약에 사람에게 을이 작용한다면 아마도 철저(澈底)하게 치밀하겠다는 것으로 시작해야 하겠구나. 그렇지?”

“맞습니다.”

“계산(計算)에 밝아야 하겠어. 그래야 항상 손익(損益)을 명료하게 알 수가 있을 테니까 말이야. 맞아?”

“그런 사람은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겠습니까?”

“와, 동생이 자꾸 다그치니까 긴장되잖아. 호호호~!”

“누나가 긴장되신다니 다행입니다. 저는 또 어린 녀석이 버릇없이 따진다고 화를 내실 수도 있겠다는 생각조차 했는데요. 하하하~!”

“무슨 말이야. 동생의 질문은 스승님의 질문과 일치(一致)하는데 어떻게 진리를 배우고자 하는 사람이 그렇게 생각할 수가 있겠어? 참으로 하나하나가 모두 소중할 따름이야. 호호호~!”

“고맙습니다.”

“손익에 민감한 사람은 상업(商業)에 어울리겠다. 상인(商人)들은 항상 ‘손해를 보고 판다’고 하잖아. 호호호~!”

“상인이 왜 손해를 보고 팔죠?”

오광이 이에 대해서는 들어보지 못해서 채운에게 되물었다.

“아, 동생이 세상의 물정(物情)에 대해서는 잘 모를 수가 있겠구나. 그건 말이야. 상인들은 항상 그렇게 말해. 세상에 공인(公認)된 삼대(三大) 거짓말이 뭔지는 알아?”

“모릅니다. 그런 것도 공인이 됩니까?”

“응, 그렇다네. 호호호~!”

“그게 무엇입니까?”

“첫째로 낭자가 결혼하지 않는다는 말, 둘째는 노인이 빨리 죽고 싶다는 말, 그리고 마지막으로 상인이 손해를 보고 판다는 말이래.”

“그야 진실일 수도 있지 않습니까? 낭자가 결혼하지 않겠다는 것은 부모의 환경이 나빠서 항상 부친에게 폭행을 당하면서 힘들어하는 어머니를 보면서 성장했다면 자신은 차라리 혼자서 살겠다는 생각을 할 법도 한데, 이러한 낭자에게 ‘결혼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한다면 당연히 하지 않겠다고 할 텐데 그것을 거짓말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오광이 이렇게 말하자 채운이 참을 수가 없다는 듯이 웃었다.

“호호호호~! 웃자고 한 말에 죽자고 달려드는구나. 호호호호~!”

그렇지만 오광은 그 말조차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삼대 거짓말로 공인이 되었다면 이것을 웃자고 한 말이라고는 생각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아, 가볍게 우스갯소리로 하는 말을 너무 진지(眞摯)하게 생각하니까 한 말이야. 이러한 말은 학문으로 접근하기보다는 세상의 인심으로 이해하면 충분한 까닭이지. 호호호호~!”

아직도 웃음이 터지는 것을 참지 못하고 다시 설명해 주는 채운의 말에 오광도 겨우 약간의 이해가 되었던 모양이다.

“알겠습니다. 상인이 장사하다가 보면 남기고 팔기도 하고, 때로는 손해를 보고서라도 팔아야 할 때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으나 누나의 말씀을 듣고 보니까 그러한 사실을 떠나서 남기면서 팔아도 입으로는 밑지고 판다는 말을 하게 되는 것이라는 뜻이지요?”

“그래, 맞아~! 호호호~!”

“이제 이해했습니다. 만약에 실제로 상인이 손해를 보면서 물건을 판다면 자질이 없다고 해야 할 것입니다.”

“맞아, 을은 치밀한데 장사를 그렇게 하면 안 되겠지. 그렇다면 어떻게 사업을 할까?”

이번에는 오광이 답하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되는 질문을 던졌다. 채운도 장난기가 동한 까닭이었다. 세상 물정을 잘 모르는 오광을 상대로 장난을 치고 싶어서 짐짓 물었다. 채운이 이렇게 묻자 오광이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그것은 상인이 구입한 물건이 한 냥이라면, 여기에 얼마간의 이익을 붙여서 판매하는 것입니다.”

“물론 그래도 되겠지. 그런데 옆에서 같은 물건을 파는 사람이 한 냥에 팔고 있으면 어떻게 하지? 내가 파는 것은 1냥(兩) 2전(錢)인데 같은 가격에 팔면 남는 것이 없잖아?”

“그렇다면 더욱 저렴하게 구입할 곳이 있다는 뜻이 아닙니까? 옆 사람도 판매하는 가격으로 구입했을 까닭은 없으니까요.”

“그러니깐 말이야.”

“적어도 7전이나 8전에 살 수가 있는 곳이 있는지를 찾아야 하겠네요. 아니, 그보다도 옆의 사람이 1냥에 파는 것이라면 자신의 물건과 같은 가격이니 자신의 것을 팔 수가 있을지도 명확하지 않네요. 그렇다면 5전에 사다가 8전이나 9전에 팔아야 하잖아요? 상인이 그냥 물건을 사다가 팔면 되는 줄로 알았는데 생각보다 복잡합니다.”

“그것이 복잡하면 을(乙)이 아니고, 재미있으면 을이겠지?”

“아하~! 누나의 가르침이 여기에 있었군요. 과연 이해가 되었습니다. 저마다 잘할 수가 있는 것은 있으니까요. 적어도 저는 상인의 자질은 못 된다는 것을 확연히 깨달았습니다.”

오광이 이렇게 말하자. 모든 대중도 큰 소리로 웃었다.

“하하하하~!”

“호호호호~!”

유쾌한 웃음소리가 담을 넘어서 골목으로 울려 퍼져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