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傷官

작성일
2007-09-11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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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관의 그림은 일단 한눈에 들어온다. 여러사람들이 모여서 전시회를 하는 경우라고 한다면 당연히 눈에 띄는 그림이 될 가능성이 많다. 이 말의 의미는 어떻게 하면 남들이 가장먼저 알아주는 그림을 그리느냐고 하는 주제가 항상 머리 꼭데기에 앉아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보는 것이다.

의식은 밖을 향해서 있다. 스스로 좋아서 그리기도 하지만, 그 그림을 남들도 보고서 좋아해줘야 살맛이 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까 깊이있는 그림 보다는 얼른 눈에 띄는 그림에 관심이 많다. 이렇게 되어서는 순수예술보다는 상업예술로 전개될 가능성이 많은 것으로 생각된다. 소질을 가지고 있으면 남들이 알아보게 되는 까닭이다. 돈벌이에 민감한 사람들은 이 사람의 그림을 어떻게 이용하면 돈이 되겠다는 것을 한눈에 파악한다.

그렇게 판단했으면 이 상관성 화가를 만나서 특징적인 부분을 추켜세워주면 다음 작전은 술술 풀려나간다.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을 만나면 입에 침방울을 튀겨가면서 열심히 이야기를 한다. 이점에서 식신과는 좀 다르다. 식신은 남들이 아무리 칭찬을 해도, 스스로 만족이 되지않으면 어림도 없는 소리가 된다. 그런데 상관은 자신은 잘 모른다. 자신의 예술세계가 어느 정도의 경지에 와있는지에 대해서 남들이 평가를 해줘야 감이 오는 경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스로 노력을 기울인 결과에 대해서 전시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야 남들에게 평가를 받을 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식신은 스스로를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여간해서는  전시회에 대해서 관심이 없다. 아직도 멀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몰두를 해서 만든 작품이라면 분명히 식신으로써는 내면의 혼이 깃들어 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래서 자신의 세계를 남들이 몰라줄까봐 오히려 전전긍긍이다. 그렇지만 그래도 할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대개는 그렇게 된다. 사실 죽고나서 이름이 알려지는 화가들은 대체로 이러한 식신풍의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상관은 당대에 알려져야 한다. 그래서 가장 민감한 세상의 흐름을 읽고 있는 것이 상관이다. 상관성인 그림을 그려야 하는 사람은 심도있는 내면의 그림이 추가된다면 당대에 성공하는 대가의 대열에 들어가기가 쉽다. 그러나 운이 따라주지 않는다면 그냥 그렇게 흉내만 내다가 마는 비운의 화가로 남을 가능성도 많다. 어찌보면 화가로 성공하기에는 어울리지 않는 성분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차라리 정치를 하는 것이 나을런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