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食神

작성일
2007-09-11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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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신의 영역에서 나타나는 그림은 어떤 그림이 될것인가? 일단 연구하고 실험하는 정신이 그대로 살아있다고 봤을적에, 가장 잘 어울리는 것은 대상의 내면을 캐어내는 그림이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내면의 깊숙한 곳에 들어있는 영역을 표현하려고 하는 시도를 하는 사람은 식신적인 그림을 그릴 것 같다. 그래서 언제가 표면적으로는 같은 대상을 그리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그림으로 유명한 것은 물방울을 그리는 화가의 이야기이다.

그는 항상 물방울만 그린다고 해서 화제가 된적이 있었는데, 남들은 그냥 한번 시도를 해보고는 포기하고 말겠지만, 식신이 보기에는 어제보던 물방울이 다르고 오늘 본 물방울이 또 다르다. 그래서 물방울에 대해서만 적어도 수십년을 그릴 수가 있는 것이다. 이것은 보때마다 다르기 때문에 항상 새로운 물방울이다. 그러나 보는 관객은 이러한 노력을 이해하지 못하고서 무슨 그림소재가 그렇게 단조롭느냐고 싫증을 내게 될 가능성도 많다.

또 어떤 화가는 계속해서 용을 그리고 있다. 어떤 화가는 바다만을 그리기도 한다. 이렇게 자신의 목적이 정해지고 그곳에 대한 매력에 이끌리게 되면 언제나 그것에 대해서만 생각을 하게되는 모양이다. 그래서 남들이야 싫증을 내거나 말거나 전해 개의치 않고 오로지 자신의 내면세계를 그 한가지 대상을 통해서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것은 아무래도 한쪽으로 치우친 그림이 될 가능성이 많다. 그렇거나 말거나 전혀 개의치 않고 그냥 그림을 그리고 있다. 원래가 식신은 돈이 되는 것에는 좀 관심이 적은 편이다. 어떻게 하면 자신의 영역을 제대로 표현할 수가 있느냐는 것에만 마음이 가있기 때문에 남들이 돈되는 일이라고 그림을 그려달라고 부탁을 하면 일언지하게 거절을 해버린다. 그래서 참으로 순수한 화가의 정신은 인정을 받지만, 먹고 사는 것에는 항상 넉넉하다고 자신있게 말을 할 수가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