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계절적(季節的)인 의미 (立夏~小滿)

작성일
2007-09-10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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巳月에 대한 감상은 일반인의 경우에는 봄이 한창 무르익는 것 정도로 생각하지 않을까 싶다. 장미의 축제가 열리는 계절이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뭔가 꽃의 분위기가 느껴지는 것이 여름이라고 느끼기보다는 봄이라고 느껴지는 것이라고 생각해본다. 그런데, 봄이면서도 또한 여름이기도 한 그런 계절이 확실한 것은 사실이다.

이러한 것들이 표면적으로 보이는 현상인데, 실은 양의 기운이 모두 발산되어버린 상황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 巳月이다. 이제 양은 더 이상 확장을 할 수가 없는 상태까지 발전을 해버린 것이다. 寅月까지만 해도 三陽이어서 그야말로 음양이 반반이면서 양으로 나아가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희망이 있다고 했는데, 이러한 것이 이미 석달이나 지난 사월로 접어들면서 부터는 이제 너무 양의 기운으로 넘쳐버리는 것이다. 즉 六陽의 계절이 되어버렸다는 이야기이다. 괘상을 살펴보면서 생각해보도록 하자.




★ 卦象의 관점으로 보는 巳月













上卦는 天이 되고


乾은 강건한 하늘의 성정을 나타내며, 안팎으로 하늘의 상이니 하늘이 거듭하였다는 뜻이 된다.


下卦도 天이 되어


합해서 重天乾이다








이렇게 괘상을 놓고서 생각해 볼 적에, 이미 순양(純陽)이 되어서 더 이상 양의 기운이 보태질 것이 없다고 봐야 할 모양이다. 이미 가득 차버린 상황은 달로 치면 보름달이라고 할 수 있겠다. 백제가 멸망하기 전에 의자왕이 꿈을 꾸니까 신라는 초승달이 떠있고, 백제는 둥그런 보름달이 휘황하게 비추고 있더라는 이야기를 했다는데, 이것도 역시 나라가 망하기 직전이라는 암시가 되었고, 또 의자왕이 혼자서 막을 수도 없었던, 어찌 생각해보면 그것이 그대로 하나의 국운(國運)이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운이라고 하는 것은 그렇게 움직이는 것을 말하고 늘상 흘러 다닌다는 뜻이다. 운수(運數), 운송(運送), 운전(運轉) 등등 어느 것이든지 움직여 다닌다는 의미가 포함되어있다. 그리고 우리가 연구하는 운명(運命)도 완전히 같은 의미로써 목숨이 움직여 다닌다는 뜻으로 보면 되겠다. 중국사람들의 책에서는 명운(命運)이라고 되어있다. 마치 남한에서 상호(相互)라고 말하면 북한에서는 호상(互相)이라고 말하는 것과 같이 소리는 달라도 의미는 같은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양의 기운이 가득 차버리게 되면 더 이상 올라갈 곳이 없다. 그래서 천상 다시 내려가야 한다. 그냥 가만히 있고 싶은 것이야 인간의 마음이고, 자연의 법칙은 그렇게 가만히 있도록 두지를 않는다. 그래서 옛 성현께서도 말씀하시기를 ‘공을 이루고 나면 조용히 물러난다.’는 말을 하셨다. 공을 이루기 위해서는 부단히 연구하고 고심하고 정진을 하여야 한다. 그래야 한가지의 뜻을 이루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공을 다 이루고 성취를 했으면 이제는 조용히 물러나는 것을 배워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이미 공을 이루기 전에 계획되어진 일이다. 왜냐면 정상에서 오래도록 서있을 수는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고, 또 그 정도는 상식으로 알고 있어야 철인(哲人)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다시 생각해보면 巳火 속에서 경금이 생을 받고 있다는 것도 ‘이제 기운이 차 오를 대로 차 올랐으니까 서서히 정리를 할 준비에 마음을 써야 할 시기니라’ 라고 하는 의미가 있을 것으로 생각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의 모습이 모두 그러한 것은 아닌 모양이다. 공을 이루기 위해서 온갖 노력을 한 사람들이 마침내 공을 이루고 나면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우왕좌왕 하다가는 뒤에서 밀고 들어오는 후진들에게 밀려서 귀양을 가기도 하고, 또 더러는 추하게 싸움을 벌리다가는 그 동안 공을 이뤄놓은 것을 모두 까먹어 버리고 그야말로 ‘空手來 空手去’의 이치로 돌아가고 마는 경우도 가끔 보인다.

어차피 빈손으로 왔다가 그냥 가는 것을 알고 있다면 그렇게 아웅다웅 싸울 것도 아니겠건만, 공을 이룬 다음에 어떻게 할 것이라는 생각을 미쳐 하지 못한 사람들은 당황해 하는 모양이다. 정치적인 일에는 별로 관심이 없어서 주의 깊게 관찰을 하지 않고 있는 편인데, 특히 명예를 중히 여기는 위치에 있는 사람일수록 더욱 이러한 일은 잘 알고 있어야 하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렇다면 巳月에서 우리가 생각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아마도 공을 이룬 후에는 물러가야 하겠다는 생각을 배워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렇게 말씀드리면 벗님께서는 그렇게 말씀하실 런지도 모르겠다. ‘이제 시작인디 초치고 자빠졌네 재수 없이... 될 것도 않되것다~!’ 이렇게 생각되시진 않을까? 사월이면 그야말로 이제 시작인 것처럼 보이기도 하겠다. 그런데 자연은 이미 뭔가를 준비하라고 가르치고 있는 것으로 생각이 되는 것은 너무 감상적일까?

그러나 겸허한 마음으로 생각을 해본다면 이미 사월까지의 경과를 보면 일이 어느 정도 될 것인가를 감 잡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인간의 원래 수명이 120살이라고 가정을 해본다면 하나의 地支에서 십년씩을 보내는 셈이 되는데, 그렇다면 사월은 60대에 해당한다고 할 수도 있겠다. 그 이유는 巳火가 여섯 번째의 지지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미 우리는 환갑을 살아온 셈이다. 이렇게 되면 실제로 해야할 중요한 일은 지나온 셈이 된다. 아직도 이뤄지지 않은 일은 이번 생의 몫이 아니라고 생각을 해야 할는지도 모른다. 이후로 벌이는 새로운 일은 항상 큰 주의가 필요하게 된다. 즉 내가 뛰어야 할 때가 아닌 시기에 뛰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실제로 정치를 하시는 분들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언제나 그들의 생각은 물러나게 되면(정확히는 ‘밀려나게 되면’이겠지만...) 그걸로 모두가 끝나버린다는 생각을 하고 계신 것 같이 느껴진다. 그렇기 때문에 무슨 수를 쓰던지 간에 물러나서는 되지 않는다는 일종의 강박관념으로 살고 있는 것이나 아닌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옛날에는 왕도 신하를 대함에 있어서 신하가 늙음을 빙자해서 물러나기를 원하면 잡을 수가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요즘은 누구하나도 물러나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지 않다. 모두들 눈앞의 상황에 너무 현혹이 되어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은 낭월이가 너무 세상물정을 몰라서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다 보니까 결국은 갈데까지 간 다음에 개망신을 당한 후에는 혼자 하는 이야기가 ‘결국 물러나니까 이렇게 되잖여... 어떻게 해서든지 붙잡고 있었어야 하는 건데...’ 가 될 것도 같다. 巳月이 시작인 것처럼 보이는 것부터가 문제이다. 보통 사람이라고 한다면 사월에서 이미 정리를 해야 할 단계라고 하는 것을 읽기가 아마도 매우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사월을 담당하는 괘는 건괘(乾卦)일까? 꿋꿋하게 자신이 할 일을 마친 후에는 조용하게 휴식을 취할 준비를 하는 군자가 되라는 뜻이 아닐까? 그래서 성철 스님께서는 그렇게 세인들이 서울살이를 권했어도 꼼짝도 않고 가야산 백련암에서 조용하게 수행에 힘을 기울이고 계셨는지도 모를 일이다. 도인의 뜻을 범부가 어찌 헤아리겠는가만, 짧은 소견으로는 아마도 巳月의 의미를 바로 깨닫고 계셨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