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울릉도④ 독도행

작성일
2018-06-16 11:25
조회
1364

2018울릉도④ 독도행(獨島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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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6월 10일


오늘은 독도를 가기로 예정된 날이다. 이미 울릉도 배편을 예약하면서 독도행도 같이 예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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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여라도 그냥 갔다가 자리가 없어서 배를 못타게 되는 불상사가 생겨서는 될 일이 아닌지라 표는 미리 구매를 했던 것인데, 수시로 확인 문자가 날아온다. 다만, 비록 표는 사 놨더라도 반드시 독도를 밟을 수가 있다는 보장은 없다. 배가 출항을 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에 자칫하면 바라다 볼 수도 없는 상황도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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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를 것은 찍어 바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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붙일 것은 제 자리에 정확하게 붙였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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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준비는 다 되었다.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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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본 일기예보에서는 파도가 2.5m로 칠 예정이란다. 더구나 비가 올 수도 있다는 이야기에 일단 독도를 밟아본다는 기대는 접었다. 그냥 선상에서 바라다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으로 기대치를 낮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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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열고 나오니까 할매가 기다렸다는 듯이 나오시면서 알은 체를 하신다.

할매 : 잘 주무셨능교?
낭월 : 안녕하세요~! 덕분에 잘 잤습니다.
할매 : 그제 자고 간 사람이 저녁땁에 전화 왔십디더.
낭월 : ......
할매 : 오늘 저녁에도 자러 오고 싶은데 방이 있냐꼬요.
낭월 : 아~ 예. 그랬군요.
할매 : 사장님 맹크로 아예 3일 밤을 잡아둘 일이제 말이지요.
낭월 : 다른 일정이 있었던 모양이지요.
할매 : 울릉도는 도동에서 시작하고 도동에서 끝나거등요.
낭월 : 그렇겠네요.
할매 : 오늘은 어데 가십니껴?
낭월 : 독도에 가기로 했습니다.
할매 : 그카마 저동으로 가야 겠네예. 배가 뜰랑강.....
낭월 : 날씨가 이 정도면 독도에 못 갈 수도 있지요?
할매 : 모르겠시더~ 가 보이소.

쥔 할매 생각에는 3일밤을 머물기로 한 것이 잘 했다는 것을 전해주고 싶으셨던가 보다. 오늘 날씨가 너무 흐린데다가 바람까지 불어대니까 독도 가기는 어렵다고 생각하셨는지 말꼬리를 흐리는데, 느낌으로 딱 감이 온다.

'마, 오늘은 너무 기대하지 마이소~!'

그캐도 알고, 안그캐도 압니다. 오늘 날씨가 독도행으로는 만만치 않음을.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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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시 반에 첫차가 저동항으로 간다. 그것을 타면 시간은 충분할 게다. 표를 받아놓고 아침 요기를 하면 되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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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의 버스 노선은 딱 세 군데 뿐이다. 관음도(천부) 방향, 내수진 방향, 그리고 봉래폭포 방향이다. 천부 방면은 북쪽으로 가는 것이고, 내수진은 동쪽으로 가는 것이다. 아직 울릉도 순환길은 열리지 않았다. 그리고 산속으로 가는 것은 봉래폭포 방향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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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동은 고개 하나 넘어서 있는 셈이다. 울릉도에는 큰 배가 들어오는 항구로, 도동(道洞), 저동(苧洞), 사동(沙洞)이 있는데, 독도로 가는 배편은 저동에서 출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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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동항(苧洞港)까지는 10분도 걸리지 않았지 싶다. 도동에서 저동까지는 3km라고 한다. 걸어도 될 거리이긴 하지만 시간이 많이 걸리니까 버스를 이용하고 1.000원의 교통비를 지불하는 편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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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태극기는 어버이연합에서만 들고 다니는 것인 줄 알았다. 그런데 저동항에 오니까 바로 그 태극기가 가득하군. 연지님이 하나 사겠단다. 그러라고 했다. 모양은 같지만 의미는 다른 손태극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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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배표는 발급받았다. 출항은 할 모양이다. 바람이 점점 거세지고, 하늘의 먹구름은 그 두께를 더하지만 일단 출항만 해도 다행이라는 생각으로 기다려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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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식당에서 간단히 아침요기를 하고는 다시 배를 타러 왔더니 매표소에 못 보던 안내문이 붙어 있다. 뭐.... 꼬.... 이 불길한 느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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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 오늘 포항으로 가는 썬라이즈호가 풍랑주의보로 포항에서 출항을 못하니 저동에서도 출항을 못하게 되었다는 말이잖아? 뭐 그래도 이해는 된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배는 출항 한단 말이지?

옴 우야던둥 무사출항 사바하~!

만사는 흐름에 맡기고 그냥 따라가는 것이 여행이다. 내 맘대로 되는 것도 있고, 또 때로는 맘대로 되지 않는 것도 있다. 숙소나 고통편은 내게 달렸지만 비바람은 하늘에 달렸으니 달리 방법이 없다. 그래서 하늘에 기도를 하는 것이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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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배는 탔다. '출항하지 못하니 환불받으러 오라'는 방송을 만나지 않은 것만으로도 얼마나 다행스럽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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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석이 훨씬 고급스럽군. 그래서 알게 되었다. 썬라이즈호와 같은 구조의 엘도라도호의 구조를 보고서야 썬플라워호가 노후된, 말하자면 오래 된 배라는 것을.

낭월 : 연지야, 깃발을 흔드는 연습을 해 보자. 어디 흔들어 봐~!
연지 : 에구~ 안 그래도 되네. 뭘 연습까정 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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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라면 또 한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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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엄마부대의 포즈이다. 얼굴가리고 태극기 흔들던 사람들이 떠올라서...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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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랑주의보로 인해서인지 2층은 객석이 텅텅 비었다. 방파제를 빠져나오자마자 배는 트위스트를 춰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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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항한지 30분쯤 되니까 슬슬 기별이 오는 모양이다. 표정이 별로 안 좋다. 약도 먹었는데, 기분은 별로 안 좋은 모양이군. 아예, 잠을 청하는 모양이다. 그래서 편히 쉬게 가만 두고 폰으로 위치나 검색하면서 풍랑과 하나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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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를 빠져나가고 있는 위치가 찍혔다.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멀었구나.... 독도는...? 어? 독도가 어디갔지? 휑하니 사라져버린 독도...

아하~! 이건 구글지도였지. 구글은 일본해 동해 분쟁으로 인해서 독도 표기를 빼버린 모양이군. 이렇게 검색해 보지 않았으면 전혀 모르고 넘어갈 뻔 했는 걸.... 쩝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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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려. 네이버지도에는 독도가 표시되었군. 지도를 축소해서 보이진 않지만 이름이 분명하게 보이는 것은 확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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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야든둥~! 우리 나라 힘찬 나라가 되어서 구글 지도에서도 '독도'라는 글자를 볼 수가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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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에서 확대를 하면 독도가 나오긴 한다. 다만 이름이 독도가 아닐 뿐이다. 리앙쿠르 암초라고 나와있다. 물론 이것도 독도의 한 이름이라고 독도박물관에서 봤으니 생소하지는 않다. 다만, 문제가 있다. 암초(暗礁)는 물에 잠겨서 보이지 않는 것인데 말도 안 되는 이름을 붙여놨다는..... 프랑스 배가 처음 발견하고 기록한 것이라서 리앙쿠르라는데, 그놈들은 암초로 밖에 안 보였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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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 풍랑에 흔들려서 상하의 격차가 점점 커진다. 웬만해서는 견딜 재간이 없지 싶을 정도였다. 자리를 이동한다는 것은 매우 큰 결심을 요한다. 나가떨어질 수가 있기 때문이다. 선원들도 움직이면서 의자를 잡고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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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으로 기울면 하늘이 한 번 보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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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으로 기울면 이번에는 바다가 보인다. 요동을 친다는 말이 이런 때는 잘 어울리겠다. 그래도 희망하는 것이 있으니, 부디 입도(入島)한다는 소식이 나오기만을~~



선장님 방송하기를 '상황에 따라서 입도를 할 수도 없으니 승객 여러분께서는 양해 바랍니다.'를 이미 날려놨기 때문이다. 선장님도 자신이 없으니 여행객이야.... 뭐... 어쩌랴 싶다. 그렇거나 말거나 배는 쉬임없이 나아가고 있으려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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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거리면서 화장실로 달려가는 다급한 발걸음이 안쓰럽게 들린다. 화장실에서 구토하지 말고 비닐봉지에 하라고 준비도 해 놓고 방송도 하더먼시나, 자신은 괜찮겠지.... 하고 있다가 도저히 못 견딘 모양이다. 많이 힘들텐데... 그런 점에서 연지님은 현명하다. 자신의 상황을 받아들이고 미리 준비했기 때문이다.

혹 멀미로 울릉도와 독도를 두려워하는 벗님이시라면, 일단 가보겠다는 마음부터 내시라고 권한다. 충분히 그럴만한 가치가 있어 보여서이다. 이것은 여행을 잘 다녀 와서 정리하면서 한 말씀 얹어 드리는 조언이라고 해도 되지 싶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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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도 보면서.... 그럭저럭 독도에 가까워져 가는 위치표시를 확인한다. 시간도 10시 15분을 넘어가고 있다. 이 시점에서 바라는 희망사항은 딱 한 가지 뿐이다. '입도합니다.'라는 선장님의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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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저게 뭐냐? 보나마나 지금 이 시간에 보일 것은 독도 밖에 더 있으랴. 오호~! 실루엣으로만 봐도 이 이상한 느낌은 뭐지? 과연 나도 한국인인가 보다..... 보고 또 봐도 분명히 독도이다. 처음 봐도 알 수 있는 것이 더러는 있는 법이다. 그리고는 방송 스피커가 켜지는 소리가 들린다. 집중~~!!



오호~~!! 기대하고 고대하던 바로 그 소식이 이렇게 날아 온다. 악천후를 뚫고 달려 온 우리에게 하늘이 입도를 허락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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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또렸해지는 독도의 서도이겠지..... 또한 보지 않아도, 아니 처음 봐도 바로 알 수 있다. 우리가 서쪽에서 접근하니까 처음  보이는 섬은 서도(西島)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하늘? 상당이 맑음이다. 구름이 있는 것은 애교이다. 해맑은 하늘은 정이 붙지 않는다. 드라마틱하지 않기도 하다. 하늘은 모쪼록 구름과 푸름이 함께 있어야 제 맛이지. 물론, 하늘이 하 맑아서 티 한 점도 없었다면 또 다른 말이 생각났을 게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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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도의 경비소가 보인다. 그리고는 이내 멈췄다. 배가 왼전히 멈추고 하선하라는 명령이 떨어지기 전까지는 움직이지 말라고 말하는 선장도 자기의 말이 별 효험이 없다는 것을 알았을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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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랫층의 문 앞을 보니 이미 장사진이다. 손에손에 태극기를 든 채로 문이 열리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배우들 같다. 이 순간은 모두 한 마음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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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마음이 급하다. 2시간 이상을 요동발광(搖動發狂)을 하는 배에서 희망이 무엇이었겠는지는 아무에게도 물을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모두는 그렇게 서둘러서 배를 떠나서 독도에 첫 발을 내디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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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도 독도에 내렸다. 카메라가 내렸으니 낭월도 내렸다. 독도에 내리면 제일 먼저 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아무도 묻지 않고 답하지 않았다. 그러나 모두는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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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월도 독도를 위해서 준비한 렌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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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4렌즈를 배가 닿기도 전에 끼워놓고서 잔뜩 기다렸다. 왜냐하면 독도를 완전하게 한 화면에 담기 위해서이다. 매우 탐욕스런 렌즈이다. 앞에 있는 것은 무엇이든 모두 잡아먹는 무지막지한 렌즈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맘에 든다.

이렇게 뒤로 물러날 곳이 없는 곳이라면, 다시 찾아올 기약이 없는 곳이라면 ,한 방에 끝내야 한다. 그 모두를 담기 위해서는 12mm가 답이다. 다만, 어안렌즈는 이번 여행에서 뺐다. 그건 너무나 비 현실적인 화면을 제공하기 때문에 진지한 여행에서는 사용이 부담스러운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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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도(東島)를 배경으로 한 장 담았다. 해맑게 웃는 연지님, 배 안에서는 왜 그렇게도 정신없이 비몽사몽을 헤맸을까 싶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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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기는 흔드는 것이 아니란 것을 독도에서 첨 알았다. 그냥 드는 것이었다. 그러면 바람이 다가와서 힘차게 흔들어 줬다. 이것이 바로.

'태극기가 바람에 펄럭입니다~'

인 것이다. 바람에 펄럭이지 않으니까 마구마구 흔드는 것이다. 그렇게 억지로 흔드는 것은 태극기의 모독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순간 들었다. 저절로 들고만 있으면 흔들리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 더욱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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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만큼은 낭월도 찍히고 싶었다. 그래서 카메라를 연지님에게 넘겨 주고 태극기를 잡았다. 아마도.... 생전 처음으로 잡아 본 태극기가 아니었을까 싶다. 우선 하늘에 감사하고 싶었다.

'도움하사 이 자리에 섰습니다.'

하늘이 돕지 않으면 이 자리에서 이렇게 뭔가 알 수가 없는, 그리고 말 할 수가 없는 그 감정을 느껴 보지 못했을 수도 있을 테니까 말이다. 그런데 연지님도 그 기분을 알았는지 놓치지 않고 담았구나. 기특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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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동행에게 감사하고 싶었다.

'이 자리에 그대와 함께 있어서 행복하구나.'

길동무에게 감사할 수가 있다는 이 순간이 또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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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땅에 감사를 했다.

'대~한민국~!!'

그 선율이 귓가를 쟁쟁하게 울렸다. 국태민안(國泰民安)이 떠올랐다. 괜히 이 자리에 태극기를 들고 서니까 별 생각이 다 드는 구나. 영원무궁(永遠無窮)키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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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정신을 차리고 카메라를 받아 들고 보니까, 모두들 그렇게 자기 나름대로의 행복을 만끽하고 있었다. 순간 한 생각이 스쳤다.

'독도에 오기를 잘 했구나....'

누군가는 '세 번을 왔다가도 배도 못 타보고 그냥 갔다'고 하고, 누군가는 '배를 타고 왔다가도 못 내려보고 갔다'고도 하는 독도를 이렇게 화창한 순간에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건강한 심신(心身)을 갖고 오게 되었다는 것의 행복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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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남들 다 해 본다는 인증샷도 남겨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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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엄하게 서서 독도를 지키고 있는 경비병과도 같이 찍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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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흥겨워서 그 누구도 비켜달라고 하지 않는다. 그냥 순식간에 국민가족이 되어버린 듯한 이 일체무아(一切無我)의 동질감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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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뒤의 길을 올라보고 싶지만, 독도를 보호해야 하는 마음으로 얼마든지 자중할 수가 있었다. 그리고 이미 맨 위로 올랐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으로는 독도 정상에서 태극기를 흔들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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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지님도 바쁘다. 갈매기들이 떼로 모여있는 것을 보고는 폰을 들이댄다. 이제 서도를 담으러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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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은 더욱 예뻐지고 있었다. 구름 100에서 50이 되니 구름반 하늘반이 되었다. '음양의 균형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우긴들 누가 탓하겠는가 싶다. 맑은 하늘만 보였다면 또 싱겁다고 했을 것이 분명하다. 물론 구름만 있었다면 아쉽다고 했겠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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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참 좋다. 파도조차도 잠잠해 지는 것을 보면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애쓰고 계시는 두 분이 떠올랐다. 계룡산 산신님께서 동해 용왕님께 전화를 하셨음이 틀림 없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기적적(!)으로 하늘이 개이고, 파도가 잠잠해질 수가 있느냔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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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야 백만 번을 봤더라도 무슨 소용이랴. 이렇게 직접 현장에서 해조음(海潮音)을 곁들여서 보는 것이 진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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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으로 파도소리를 들으면 된다고 말하지 말라. 이 상쾌한 바닷내음까지 함께 해야 진짜지. 그래서 백문(百聞)이 불여일견(不如一見)이고, 백견(百見)이 불여일험(不如一驗)이다. 현장감을 살려주는 돌비스테레오가 자연이 들려주는 소리를 어찌 따르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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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관음(海水觀音)께서 법문을 하고 계셨구나. 지심경례(至心敬禮)~! 참 묘하게도생겼다. 전체가 흰 바위가 아니고, 검은 바위 위에 흰 바위로 나투셨으니 백의관세음(白衣觀世音)이 분명하시구나. 머리 위의 보관(寶冠)이 선명하다. 하물며 서쪽을 바라보고 계심이랴~ 서방정토(西方淨土)의 극락세계(極樂世界)에 계시는 아미타불(阿彌陀佛)께 안내하는 그 모습 그대로임이 분명하다.

문득 관음경(觀音經)의 한 구절이 떠오른다.

묘음관세음 범음해조음 승피세간음 시고수상념
妙音觀世音 梵音海潮音 勝彼世間音 是故須常念



염념물생의 관세음정성 어고뇌사액 능위작의호
念念勿生疑 觀世音淨聖 於苦惱死厄 能爲作依怙



구일체공덕 자안시중생 복취해무량 시고응정례
具一切功德 慈眼視衆生 福聚海無量 是故應頂禮


자연이 빚은 관음상 중에서 최고의 걸작이라고 낭월은 확신한다. 어디에서도 이와 같은 천작관음(天作觀音)은 다시 보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뱃고동이 울릴 때까지 그 자리에서 망연(茫然)하게 덩달아 돌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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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거세지는 파도를 보면서 발걸음을 옮겼지만 잠시 후에 다시 돌아다 봤다. 관음보살이 웃으면서 말씀하셨다.

관음 : 낭월아, 항상 널 지켜보고 있으마~!
낭월 : 예, 그러신 줄 알고 있습니다.

옛날, 40여 년 전에 낙산사에서 뵈었던 그 관음이 여기에서 방문자들에게 무진설법(無盡說法)을 하고 계셨구나. 그래서 또 새로운 감동의 물결이 가슴 속에서 잔잔하게 물무늬를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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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장과 약속한 뱃고동이 세 번 울렸다. 모두는 희희낙락한 표정으로 배를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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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층에서 내려다 보는 선장님도 흐뭇한 표정이다. 여기까지 왔다가 승객들의 탄식을 들으면서 가야 할 줄만 알고 있다가 이러한 풍경을 접하게 된 안도감이었을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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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 번....

돌아다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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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에 앉아서 창가로 스치는 독도를 바라 본다. 이미 들어올 적에 본 그 독도가 아니다. 이미 관계가 만들어진 까닭일게다. 세상에서 가장 큰 행복은 관계라지.... 공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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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배는 떠난 곳을 향해서 출발했지만, 이미 마음은 허공에 두둥실 떠서 자유롭게, 갈매기처럼 유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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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마다의 감흥을 나누면서 돌아가는 배 안....

문득 스티글리츠의 「삼등선실」의 한 장면이 떠올라서 혼자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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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왔던 만큼의 시간이 지난 다음에 환지본처(還之本處)했다. 이렇게 해서

볼 것을 보고,
들을 것을 듣고,
느낄 것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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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에 입도할 적과 같은 풍경이지만 있고 없고의 차이가.... 그것은 태극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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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히 하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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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장님은 운항의 흔적을 지우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