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영평사
작성일
2018-06-04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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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영평사(永平寺)
가까이 있는 절이면서도 들어가 본 적이 없던 절이다.
이번에도 일부러 간 것은 아니다. 지나는 길에.
그러니까, 금강수목원을 가는 길에 들러봤다.
대략 30분 정도면 도착할 수가 있는 거리에 있는 절이다.
혹자는 말한다. '절에 살면서도 절 구경 가세요?'라고
그래서 답한다. '절 구경도 재미있잖아요. 사진빨도 나오고.'
이유야 아무렴 어떤가. 그냥 구절초가 하도 유명하다기에
구절초는 9월에 피는 것이 아니냐고 하실 수도 있다.
그것도 맞는 말씀이다. 그렇지만 그게 뭐.... 어때서? ㅋㅋㅋ
세종시로 바뀌면서 공주 영평사가 세종 영평사가 되었다.
시절에 따라서 이름은 바뀌어도, 이름은 이름일 뿐이다.
영평사는 그냥 그 자리에 있을 뿐이다.
영평사의 안내판이 보인다. 그리고... 잠시 후....
영평사 일주문을 만났다. 그러나 사진은 나오다가 찍었다.
항상 그렇게 된다. 그래서 시간정보와 이야기는 같지 않음을. ㅎㅎㅎ
장군산이란다. 왜? 그야 모른다. 장군산이 한 군데만 있는 것도 아니다.
적어도 공식적으로 지도에 표시된 장군산도 이 만큼이다.
그냥 이름은 이름일 뿐이다.
장군의 형태라서? 장군대좌형이라서, 장군이 지나다가 주무셔서?
뭐 아무래도 좋다. 그냥 그렇게 표시할 뿐이다.
주지 스님은 참 열 일 하고 계시는 구나.... 싶었다.
중생의 교화를 위해서 열정을 불사르고 있다는 흔적이 보인다.
가득 채워진 현수막들을 보니까...
어? 지난 것도 있네? 점등식 안내는..... 바빠서 미쳐 못 걷었겠지...
신묘장구 대다라니를 외우는 기도도 한단다.
토요일 저녁에 마음을 경건하게 비우고 경을 외우는...
그렇게 아름다운 장면도 스치고 지나간다.
신묘장구를 108번 읽으려면.... 한 참 걸리겠군.
그러다가 보면 번뇌도 날아가고, 업장도 녹겠지....
그리고, 아들 취직도 되고, 남편의 병환도 좋아지겠거니....
저마다 목적은 달라도, 얻는 것은 달라도,
그래도 마음은 하나. 오직 일념으로 염불 염불~~
장군산은 3.2km란다. 엉? 이건 무슨 말이지?
여기가 장군산이 아니었나? 장군산에서 장군산 가는 이정표라니....
거 뭔가.... 야릇~한 느낌이 드는 것은 낭월 뿐?
장군봉은 2.0km. 그건 끄덕끄덕....
그렇다면 위의 장군산은 바꿨으면 더 좋았을 것을 그랬다.
「대웅보전 0.1km」라고 말이다.
예쁜 등으로 터널을 만들었다.
하늘에서 연꽃이 쏟아지는 느낌으로 계단을 오른다.
없는 것보다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그리고, 절 도량에 올랐다. 여기가 영평사(永平寺)이다. 영원토록 편안한 절.
수각에 철철 넘쳐 흐르는 맑은 물로 심신을 정화한다.
하늘과 구름과 숲이 모두 그 안에서 배회한다.
그리고,
물까치 한 마리도 물을 마시러 왔구나.
물 한 모금 입에 물고 하늘 한 번 쳐다보고
또 한 모금 입에 물고 구름 한 번 쳐다보고
사실 입은 아니다. 부리이다. 그러나 동요이니까. ㅋㅋㅋ
그렇게 물 몇 모금 마시고는 다시 포르륵~~
날아가는 장면을 담겠다고 셔터를 눌렀건만...
카메라 주인이 새보다 빠르질 못하여 그만 놓쳐버렸다.
그래도 속 마음으로는....
'카메라가 너무 후졌어.... 초점이 느리잖아...'
다행히~~ 신품을 주문해 둔 상황이다. 물건이 일본에서 오고 있다. ㅋㅋㅋ
카메라를 바꿔야 할 101가지 이유를 장황하게 설명하기도 전에
'그래 사라~!'
흔쾌히 승락하시는 연지님의 뜻을 몰라서 어리 벙벙....
참배하러 온 한 여인이 화분에 시든 꽃을 발견하고는 물을 떠다 준다.
물을 옆에 두고서도 떠먹으러 가지 못하는 식물.....
너희들도 어여 동물로 진화하거라.... 사바하...
'사바하'는 '빨리 이뤄지소서'이다. '사바사바'와는 무관하다. ㅋㅋㅋ
입구에 있는 석상이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한 30대 중반의 여성이 할머니를 붙잡고 이야기 하는 장면도...
이야깃꾼은 이런 장면을 절대로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솔깃.....
여인 : 여기에 사세요?
할매 : 그류~!
여인 : 그럼 뭣 좀 여쭤봐도 될까요?
할매 : 늙은이가 뭘 알간디~!
여인 : 이 석상은 무슨 의미인지요?
할매 : 아, 그거? 그건 나도 알어~!
여인 : 다행이네요. 무슨 뜻이예요?
할매 : 귀머거리 3년, 벙어리 3년, 그리고 장님 3년이란 뜻이잖여.
여인 : 예?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할매 : 아니, 그것도 못 알아 들어? 시집살이가 그렇단 말여~
여인 : 아.... 네.... 그런데... 또 다른 뜻이 있을 것 같아요.
할매 : 난 또 다른 뜻은 물루것구먼. 시님한테 물어보셔.
여인 : 아, 스님이 어디 계세요?
할매 : 지둘러 봐~!
이거, 이야기가 재미있어 질랑갑다.... 밀하자면, 촉~!!
잠시 후. 50대 중반쯤 되 보이는 스님이 나타났다.
여인은 합장을 하고 인사를 했다.
스님 : 누가 찾는다기에?
여인 : 예, 제가 뭘 좀 여쭤보고 싶어서요. 주지스님이세요?
스님 : 아니오. 난 객승(客僧)이오만, 마침 노보살님이 찾는다고 해서.
여인 : 아, 번거롭게 해 드려서 죄송해요.
객승 : 궁금한 것이 뭔지 물어 봐요. 알면 답을 해 드리고...
여인 : 실은 여기 있는 세 마리의 원숭이의 의미가 궁금해서요....
그러면서 여인이 석상을 가리켰다.
마침 그 사이에 등산복 차림의 중년 남성도 걸음을 멈추고 귀동참을 한다.
객승 : 아, 그것 말이오?
여인 : 네. 아무래도 하고 있는 동작에 깊은 뜻이 있어 보여서...
객승 : 그건 원래 논어에 나온 이야기를 형상화 시킨 거요.
여인 : 예? 논어의 이야기를 형상화 해서 절에다가요?
객승 : 그렇소. 논어는 읽어 보셨소?
여인 : 예... 조금.... 오래 전이라 기억이 없어요. 호호~
의외라는 듯이 여인을 다시 바라보고는 말을 이어 간다.
이 시대에 젊은 여인이 논어를 읽어 봤다니 낭월도 신기했다.
객승 : 논어의 안연편에 나오는 이야기인데 생각이 나시려나 모르겠구먼.
그렇게 말을 하면서, 글을 한 구절 외웠다.
顏淵問仁(안연문인)。子曰(자왈):
「克己復禮為仁(극기복례위인)。
一日克己復禮(일일극기복례),天下歸仁焉(천하귀인언)。
為仁由己(위인유기),而由人乎哉(이유인호재)?」
顏淵曰(안연왈):「請問其目(청문기목)。」
子曰(자왈):「非禮勿視(비례물시),非禮勿聽(비례물청),
非禮勿言(비례물언),非禮勿動(비례물동)。」
顏淵曰(안연왈):「回雖不敏(회수불민),請事斯語矣(청사사어의)。」
그 객승은 논어를 읽어 봤다는 예쁜 여인을 보니까,
신명이 났는지 유식을 떨었다. 그것도 과히 나쁘지 않았다.
언제 써먹을 지도 모르는 논어를 한 구절이라도 외우고 있는 것이 신기해서이다.
여인 : 와우~! 기억이 나네요. 근데.... 공자님 말씀은 네 가지였잖아요?
객승 : 아, 비례물동(非禮勿動)의 석상은 왜 없느냔 말씀이신가?
여인 : 그러니깐요. 호호호~!
객승 : 생각해 봐요. 움직이지 말라는 것을 표현하기가... 쉽겠남?
여인 : 아항~! 그래서 네 번째 석상은 없었던 건가요? 재미있어요.
객승 : 그냥, 내 생각일 뿐이니깐 뭐. 하하하~~!!
분위기가 제법 무르익어간다 싶자, 여인이 다시 물었다.
여인 : 그런데, 그 이야기가 부처님의 절과 무슨 관계가 있죠?
객승 : 원래 날선 돌이 굴러가면 몽돌이 되는 법이잖우?
여인 : 예? 그래서요? 그러니까..... (눈만 깜작깜작...)
객승 : 아, 변형(變形)도 몰라요? 음악으로 치면 변주곡(變奏曲)말이오.
여인 : 엄머~ 스님, 참 신식이시세요. 변주곡도 아시고. 까르르~~
객승 : 뭔 소리여. 내 걸망에는 베토벤 교향곡 9번이 항상 들어있는데. (거덜먹)
여인 : 정말 놀라움의 연속이예요. 호호호~! 그래서요?
여인도 집요했다. 장단을 쳐서 객승의 비위를 살살 맞추면서도
결국 자신이 궁금한 것에 대한 해답을 얻고야 말겠다는 표정이다.
여인 : 그러니까 물시(勿視), 물언(勿言), 물청(勿聽)의 절간변주곡은 어떻게 되죠?
객승은 헛기침을 한 번 하고서는 시를읊었다.
잡다한 것을 보면서 번뇌를 일으키지 말고,
허망한 말을 들으면 남에게 옮기지 말고,
망령된 소리를 듣고서 마음을 어지럽히지 말라.
이렇게 불교버전 삼물가(三勿歌)를 듣고서 여인이 반색을 한다.
여인 : 와우~ 흡사 한 편의 노래 같아요. 정말 멋져요~!
객승 : (우쭐우쭐) 뭘, 수행자는 그 정도야 기본이지. 실행이 어려울 뿐.
여인 : 정말 그대로만 하면 바로 성불하시겠어요. 호호호~!
이야기를 흘려 들으면서 법당을 향했다.
절에 왔으니 주인을 찾아 봐야지....
양지바르게 자리잡은 대웅전이 편안해 보인다.
대웅전의 푸른 기화가 파란 하늘과 잘도 어울리는 풍경이다.
넓직한 대웅전은 편안한 시야를 확보한 모습이다.
거룩한 삼존불은 언제 봐도 위엄이 당당하시구나.
대웅전 옆의 삼성각도 세월 만큼이나 오래 된 풍경이다.
삼성은 칠성님, 산신님, 독성님을 모신 곳이라는 뜻이다.
석상이 고색창연한 모습으로 동전옷을 입고 계시는 구나.
수 많은 불자들의 염원이겠거니.... 싶다.
법당 뒤의 소나무에서 물까치들이 나누는 이야기가 들렸다.
얼른 카메라를 들고 겨냥했다. 잘 하면 또 사냥이 될랑가.... 하고.
암물까치 : 어딜 그렇게 싸돌다 다니는 겨~!
숫물까치 : 아까, 집수리 하려고 저수지 옆에 갔다가 들었는데~
암물까치 : 뭔 소릴 들었길래?
숫물까치 : 요즘 선거철이라고 시끌시끌하더구먼.
암물까치 : 그런 건 왜 신경쓰는데? 새끼들 잘 키울 생각이나 할 일이지.
숫물까치 : 그래도 재미있잖아. 인간을 사는 걸 보면 말이지.
암물까치 : 시끄러워~! 어여 집수리나 혀~!
숫물까치는 그렇게 혼만 나고....
더 심한 소리가 나오기 전에 얼른 자리를 뜨고 있었다.
그래서 잽싸게 셔터를 눌렀는데....
그래도 제대로 잡히지 않았다.... 아쉽다. 좋~았는데. ㅋㅋㅋ
이 녀석이 달려드는 바람에....
혼비백산~~~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