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5] 제35장. 우성암(牛聖庵)/ 9.수우산(水牛山)

작성일
2023-01-20 0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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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5] 제35장. 우성암(牛聖庵) 


9. 수우산(水牛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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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먹고 나자 지광이 대중을 향해서 말했다.

“오늘은 수우산으로 등산하도록 하겠네. 산길을 걸으면 체력도 단련이 되고, 새로운 환경에서 기분도 전환한다면 공부에 더욱 좋은 불쏘시개가 될 것이니 함께 나서보도록 하지.”

“옛~! 좋습니다~!”

모두 큰 소리로 환영하는 뜻을 표했다. 그러자 화련 보살은 ‘집을 보고 있을 테니까 즐겁게 다녀오라’고 말하자 원래 멀리 돌아다니는 것에는 관심이 없다는 것을 알고서 아무도 다시 권하는 것은 하지 않았다. 염재도 말에게 먹을 것을 갖다주고는 떠날 준비를 했다.

“자, 준비가 다 되었으면 출발하겠네.”

지광의 걸음이 워낙 빨라서 모두 긴장하고 뒤를 따라야 했다. 비록 축지술(縮地術)을 펼치지는 않았어도 보통의 걸음이라고 하지만 산길을 평지처럼 걷기 때문에 반 시진만 따라서 걸었는데도 등에는 땀이 배어 나왔다. 산마루에 오르니 평평한 바위가 나타나자 지광이 대중에게 말했다.

“자, 이제 몸도 풀렸으니 잠시 앉아서 땀을 들이기로 하지.”

모두가 마음속으로 쉬고 싶던 차에 알아서 쉬자고 하는 말이 반가울 따름이었다. 저마다 편안한 자세로 앉아서 쉬고 있는데 지광은 주변을 둘러보고는 산의 정상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 위에 우뚝한 두 개의 봉을 보게. 마치 소의 뿔처럼 보이지 않나?”

지광이 가리키는 곳을 보자 과연 두 개의 암봉(岩峰)이 솟아있는 것이 보였다. 우창이 지광에게 물었다.

“그런데, 소의 뿔처럼 생긴 바위를 보니 문득 산 이름이 궁금해집니다. 완전히 바위산인데도 불구하고 이름은 왜 물소의 산이라고 했을까요? 형상을 봐서는 암석산(岩石山)이나 석우산(石牛山)이 더 어울리겠는데 말입니다.”

“이제 아우님도 풍수의 이치에 눈을 뜨려나 보군. 하하하~!”

“예? 풍수가 아니라 이름에 대해서 여쭈었는데요? 형님의 말씀을 들어봐서는 수우산의 이름과 풍수는 어떤 연관이 있나 봅니다. 어서 설명해주시지요. 궁금합니다.”

“나도 처음에 이 산으로 들어와서 아우님이 품었던 궁금증을 갖고 있었지 않았겠나? 그래서 산을 이리저리 훑고 다니면서 이름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찾기 시작했다네. 일단 궁금한 마음이 생기자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서 다각적(多角的)으로 방법을 찾다가 먼저 화련 보살께 물었으나 잘 모르고 있어서 더 이상 기대할 답이 없다는 것을 알고는 스스로 그 이치를 찾아보기로 했다네. 물론 당시에는 지리학(地理學)에 대해서 온통 집중하던 시절이라서 더욱 매력을 느꼈던 것도 있었을 것이네. 지금 아우님이 풍수지리에 큰 관심이 없지만 이름이 특이하다고 생각했으니 나는 오죽했겠느냔 말이지. 하하하~!”

지광은 자신이 고심했던 것을 우창이 물어주자 오히려 신명이 나서 목소리가 조금 커졌다. 다른 제자들은 무슨 이야기인지 궁금해서 호기심이 발동했다. 그러자 지광이 다시 말을 이었다.

“나도 처음에는 수우산(水牛山)이 물소인 것은 생각했다네. 그래서 멀리에서도 바라보고 가까이에서도 바라보면서 왜 산의 이름에 물소가 붙어 있었는지를 생각해 봤다네. 만약에 그렇게 되려면 산의 앞뒤에는 모두 수전(水田)으로 되어있어야 하지 않겠나? 아니면 동평호가 둘러쳐져 있어도 가능했겠지만 보다시피 동평호와도 멀고 더구나 주변에 논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을 알고서 물소와는 무관하다는 것을 깨달았다네. 그러고 보면 나도 참 미련하기는 하지. 하하~!”

“아니, 왜 미련합니까?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정상이지 않습니까?”

지광의 말에 우창이 의아해서 물었다.

“총명한 사람은 이름을 보는 순간 바로 알아채야지. 물소를 찾아서 온 산을 뺑뺑이 돌면서 헤매고 다니지는 않았을 테니 말이네. 하하하~!”

“아, 그렇기도 하겠습니다. 하하하~!”

“일단 물소와는 상관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는 다시 혼란에 빠지게 되었다네. 도대체 이름이 실제 상황과 맞지 않는다면 왜 이러한 이름을 붙였을 것인지를 반드시 알아내고야 말겠다는 객기(客氣)가 발동하더군.”

“그러실 만도 하겠습니다. 우제(愚弟)도 한 번 마음에 품었던 의문이 풀리지 않으면 잠도 오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어떤 결과를 얻게 되셨는지요?”

“현상적(現象的)으로 답이 없다는 것을 알고는 이론적(理論的)으로 접근하기로 했다네. 우선 우(牛)는 어떤 의미인지 아우님은 바로 알겠지?”

“그야 축년(丑年)에 태어나면 소띠라고 하니까 혹 축(丑)을 찾아내신 것은 아니신지요?”

우창이 이렇게 말하자 지광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고 우창에게 보여주면서 말했다.

“역시~!”

“어? 맞은 것입니까? 그냥 아무런 생각도 없이 툭 던진 말씀이었습니다.”

“그러기에 아우님의 학문은 이미 보통의 수준을 넘어서 깊은 경지로 진입하고 있다고 하지 않는가? 참으로 유쾌하군. 하하하~!”

지광은 참으로 즐겁다는 듯이 웃었고, 모두 덩달아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같이 웃고는 다음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우창도 지광의 설명을 기다렸다.

“일단, 산을 보면서 축(丑)과 연결을 시켜 생각하게 되니까 이번에는 앞의 수(水)가 가로막았네. 물이 무슨 뜻인지를 당최 알 수가 있어야 말이지.”

“그렇다면 혹 계축(癸丑)과 연관이 있는 것은 아니었을까요?”

우창의 말에 염재는 고개를 끄덕였으나 지광은 우창을 잠시 바라보면서 멍한 모습을 지었다. 아마도 약간의 충격을 받은 것이 아닌가 싶은 모습이었다. 잠시 후에 다시 말을 이었다.

“그래서 육갑(六甲)에 무지하던 내가 간지학(干支學)을 배워야만 하겠다고 생각하게 된 것은 그로부터 한참이 지난 후였다네. 간지를 알았다면 수우산(水牛山)은 계축산(癸丑山)을 의미한다는 것을 바로 깨달았을 텐데 그것을 몰랐던 관계로 인해서 몇 달을 허송세월했다는 것을 알고 나서는 기가 막혔지.”

“과연 그러셨을 만도 하겠습니다. 알고 나면 너무나 쉬운 것도 의미를 모르면 좀처럼 깨닫기 어려운 것이기도 하니까 말이지요. 그런데 형님께서는 그렇게 고생하셨다지만 우제는 너무 재미있습니다. 스스로 그것을 깨닫는다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수행(修行)이지 않겠습니까? 존경합니다.”

이렇게 말하면서 합장했다. 진심으로 지광의 열정적인 노력에 감동했기 때문이었다. 지광이 잠시 눈을 지그시 감고서 생각하더니 이어서 말했다.

“일단, 계축이라는 것까지 생각하게 되자 비로소 해결의 실마리를 잡은 듯했지. 그래서 왜 산의 이름에 계축(癸丑)을 숨겨놨는지에 대해서 궁리하게 되었는데, 그러다가 마침내 나경(羅經)에서 답을 찾으면 되지 않겠느냐는 것에까지 생각이 미쳤다네.”

“나경(羅經)이라니요? 땅을 볼 적에 사용하는 지남침(指南針)의 판을 말씀하시는 것인지요?”

“그렇다네, 그게 왜 지남침인지는 아는가?”

“자세히는 모르겠습니다만, 침의 모양을 한 쇠가 가리키는 쪽이 남쪽이라서 그렇게 부른 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은 했습니다만, 더 깊은 이치는 모르겠습니다. 오늘 형님께서 가르쳐 주시기 바랍니다.”

“침의 한쪽이 남을 가리키고 있다면 또 한쪽은 어디를 가리키겠나?”

“그야 침이 일직선으로 되어있으니 반대쪽인 북을 가리키지 않겠습니까?”

“맞아~! 그러면 지북침(指北針)이라고 해도 되지 않은가? 그런데 왜 이름이 지남침이겠느냔 말이네.”

지광의 말을 듣고 보니 과연 그것도 이상하기는 했다. 그렇다면 북쪽을 붙이지 못했거나 혹은 그렇게 하지 않은 이유가 있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자 다시 곰곰 궁리해 보니까 북쪽에는 황제(皇帝)가 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 지북침이라고 하지 않은 것이 북쪽에는 황제가 있었기 때문은 아니겠습니까?”

“오호~!”

우창의 말에 지광이 다시 감탄했다. 제대로 핵심을 말했다는 뜻이었다. 그러자 우창도 다시 대중을 위해서 설명했다.

“고래로부터 황제에 대해서는 손가락질도 하지 못했는데 바늘이 북쪽을 가리킨다는 것은 불경죄(不敬罪)가 되었을 수도 있었지 싶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그랬다고 하니 참 재미있습니다. 그러니까 황제의 관점에서 남쪽을 가리키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었겠습니다. 북쪽에는 자신이 있으니까 말이지요.”

“바로 그것이라네. 하하하~!”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자 가만히 듣고 있던 염재가 손을 들고는 말했다.

“제자가 어딘가에서 읽은 바로는 아득한 옛날에는 원래 남쪽이 북쪽이었다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그 시대에 만들어진 자철(磁鐵)은 남쪽을 가리켰기 때문에 지남철(指南鐵)이라는 말이 있었다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어? 그런가? 과연 염재의 넓은 식견은 참으로 소중한 우리의 보물이로군. 나도 처음 들어보는 말이로군. 그런데 어쩌다가 지금은 북쪽을 가리키게 된 것이라고 하던가?”

이번에는 우창이 지광에게 물었다.

“아니, 남쪽을 가리키는 것이라서 지남철이라고 하는데 또 북쪽을 말씀하시는 것은 무슨 뜻입니까?”

“아, 그 이야기를 해 주지 않았군. 어느 풍수사(風水師)가 바늘의 한쪽을 잘라내고 패철(佩鐵)을 만들었더라네. 과연 한쪽으로만 된 바늘이 남을 가리킬지 아니면 북을 가리킬지 궁금했었던 것이지.”

“과연 대단한 학자들이십니다. 존경스럽습니다. 하하하~!”

“물론 그 풍수사는 당연히 하나뿐인 바늘은 남쪽을 가리키게 될 것이라는 생각했었다네. 그런데 결과는 놀랍게도 정반대로 나타났다는 거지. 이렇게 되면 지남철이 아니라 지북철(指北鐵)이라고 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라네. 그러나 기록만 해 두고 조용히 넘어갔다더군. 그 이유는 바로 아우님의 말과 같았다네. 황제에게 불경죄를 범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라니까 말이지. 오늘에야 염재의 말을 듣고서 원래는 지남철이었던 것이 어떤 천지개벽(天地開闢)의 영향을 받아서 남이 북으로 바뀌었다는 것을 어렴풋이나마 이해되기도 하네. 하하하~!”

“참으로 놀랍습니다. 깨달았다고 해도 그것을 함부로 발설하다가 자칫 잘못하면 봉변(逢變)당할 수도 있다니 말입니다. 하하하~!”

“그야 당연하지 않은가? 시를 짓더라도 기휘(忌諱)하지 않았다가는 자칫 큰 재액(災厄)을 당할 수도 있으니까 말이지.”

지광이 이렇게 말하자 이번에는 현지가 물었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글자를 선택할 적에도 사용하면 안 되는 것이 있다는 말인가요? 그런 말은 처음 들어요.”

현지의 말에 우창이 설명했다.

“원래 황제의 이름자를 넣어서 글을 쓰면 안 되는 것이랍니다. 그래서 고래로 왕이 될 사람은 이름자도 일반인들이 사용하지 않는 글자를 찾아서 짓게 되었다고도 합니다.”

“아니, 그건 또 왜인가요?”

“만약에 흔히 사용하는 일월(日月)이나 천지(天地)와 같은 글자로 왕의 이름을 짓는다면 모든 백성은 그러한 글자를 쓸 수가 없을 테니 얼마나 불편하겠습니까? 그래서 백성을 사랑하는 현군(賢君)은 일반인들이 거의 사용할 필요가 없는 글자를 쓰거나, 그중에서도 모양은 다르고 뜻은 같은 글자가 있다면 반드시 그러한 글자를 찾아서 이름으로 삼는 것이 왕가의 미덕이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왕의 이름은 대개 외자를 쓰기도 합니다. 한 글자라도 줄여서 불편을 줄여주고자 하는 이유에서입니다.”

그제야 무슨 뜻인지를 이해한 현지가 말했다.

“참으로 알아야 할 것이 많기는 하네요. 전혀 몰랐어요. 그런 것도 다 알고 계시니 스승님의 학문이 더욱 존경스러운걸요. 호호호~!”

현지가 신기하다는 듯이 말하자 우창이 다시 지광에게 물었다.

“지남철과 지북철에 대한 이치가 이와 같음을 알고 나니 더욱 궁금한 것이 많습니다. 그런데 계축(癸丑)은 나경에서 어떤 의미인지 조금만 쉽게 풀이해 주실 수가 있으시지요? 전혀 모르겠으니 말입니다. 하하~!”

우창이 이렇게 말하자 다른 제자들도 같은 마음이라는 듯이 지광만 바라봤다. 그러자 품에서 손바닥 크기의 나경을 꺼냈다. 나경은 보통 패철(佩鐵)이라고 해서 풍수사(風水師)가 늘 몸에 지니고 다니는 매우 중요한 물건이다. 그 중간에는 자침(磁針)이 박혀있고, 어떻게 방향을 잡더라도 항상 그 침은 남북을 가리키고 있다는 정도는 우창도 알고 있었다.

425-1

지광이 가리키는 곳을 보자, 안쪽에는 간(艮)이 있고, 그 위에는 축(丑)이 있었다. 아마도 축을 말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곳을 가리킨 것이라고 생각을 한 우창이 다시 물었다.

“간(艮)은 무슨 뜻이고, 축(丑)은 또 무슨 뜻입니까? 그리고 정축(丁丑)과 신축(辛丑)에 대해서도 알 수가 없습니다. 이러한 것이야말로 설명이 없이는 앞에 놓여 있다고 한들 무슨 의미인지 깨달을 방법은 없다고 하겠습니다.”

우창을 비롯한 제자들의 궁금증이 증폭되었다. 대중의 마음을 헤아린 지광이 나경을 가운데 놓고서 설명했다.

“잘 보게. 가운데의 바늘은 자침이라네. 다른 말로는 천지(天池)라고도 한다네. ‘하늘의 연못’이라는 뜻이라고나 할까?”

“그건 또 무슨 뜻입니까? 하늘 연못이라니요. 물이 없어도 그렇게 말을 하는 것입니까?”

“난들 그 연유(緣由)까지야 알겠는가? 다만 곰곰 생각해 봤더니 아무래도 옛날에는 자침이 가리키는 방향을 정확히 하기 위해서 물을 떠 놓고 그 위에 자침(磁針)을 띄웠던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을 해 봤다네. 그러다가 휴대(携帶)하기 좋게 만들면서 마치 바늘이 물에 둥둥 떠 있는 것처럼 제작(製作)했으니 이름을 천지라고 한 것이 아니었을까 싶었다네. 다른 영향을 받으면 제대로 남북의 방향을 알아낼 수가 없었을 테니까 말이네. 그러니까 예전에는 나경도 항아리 중간에 바늘을 띄우는 구조로 만들어서 사용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더군. 하하하~!”

지광의 설명이 논리적으로 부합이 된다는 생각에 우창도 동의하면서 말했다.

“과연 형님의 추론이 매우 타당하다고 여겨집니다. 그렇다면 중심에 있는 것은 천지(天池)이고, 점점 밖으로 나가면서 우선 간(艮)이 있고, 그다음에는 축(丑)이 있으니 아마도 중요한 것은 축(丑)을 이해하는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런데 경계선이 있는 것으로 봐서 원(圓)을 나눈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네. 원의 360의 도수(度數)를 24등분으로 나눴다네. 그것은 절기의 숫자와 동일(同一)하다고 봐도 되지 싶군.”

“아, 24절기 말씀이시군요. 그렇겠습니다. 나경의 원에서도 그러한 이치가 있다는 생각은 못 했습니다.”

“실은 24절기와는 무관하다네. 우연히 숫자만 맞았을 따름이지. 중요한 것은 12지지(地支)와 8천간(天干)에다가 건곤간손(乾坤艮巽)의 네 괘(卦)를 넣어서 만든 것이 24산(山)이라고 하는 것이라네. 이런 이야기는 재미가 없을 테니까 생략하고 축(丑)을 설명하는 것이 좋겠군. 하하하~!”

“예, 형님의 말씀이 기대됩니다. 축(丑)의 바깥에는 정축(丁丑)과 신축(辛丑)이 있습니다. 이것은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이해가 되지 않네요. 설명을 부탁합니다.”

우창이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아서 지광에게 물었다. 그러자 지광이 미소를 짓고서 말했다.

“그런가? 생각하면 알아낼 수도 있을 텐데?”

지광이 이렇게 말하면서 맞춰보라고 하는 듯한 표정을 보고서 다시 곰곰 생각하자 의미가 알듯도 싶었다.

“형님, 혹시 5축(丑)을 의미하는 것입니까? 그렇다면 정축(丁丑)의 왼쪽은 을축(乙丑)이고, 가운데는 기축(己丑)이 되나요? 그렇다면 신축(辛丑)의 오른쪽은 계축(癸丑)이 되어야 하겠는데 이것이 맞습니까?”

425 오축나경

우창의 말에 지광이 비로소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렴~!”

“아하~! 그래서 숨어있던 계축(癸丑)을 만나게 되는군요. 도대체 이것이 왜 계축과 연관이 되는지를 생각지 못해서 한참 어리둥절했습니다. 하하하~!”

“여기까지가 수우산에 대한 의미의 절반을 이해한 것이라네.”

“아니, 절반이라고 하시면 아직도 궁리해야 할 것이 더 있다는 말씀이지 않습니까? 어서 설명해주시지요. 많이 궁금합니다.”

“자, 정리를 해보세. 일단 수우산(水牛山)은 계축산(癸丑山)이 된 이치는 알았겠지?”

“물론입니다. 이렇게까지 말씀해 주셨으니 그것은 잘 이해한 것으로 생각이 됩니다. 그러면 된 것이 아닙니까?”

“아니, 왜 계축산이라고 했는지를 아직도 모르고 있지 않나?”

그제야 우창이 무슨 뜻인지를 알고서 다시 물었다.

“과연 그렇습니다. 설명을 기다리겠습니다. 왜 계축산이라고 한 것입니까?”

“나도 그것이 궁금해서 산정(山頂)에 앉아서 곰곰 생각하다가 계축향(癸丑向)에 명당(明堂)이 있다는 뜻은 아닐까 싶은 생각을 했다네. 그렇지 않고서야 콕 짚어서 계축이라고 말을 했을 까닭이 없기 때문이라네.”

“아하~! 형님의 말씀을 듣고 보니 과연 그렇겠습니다. 그렇다면 정상에서 계축의 방향으로 가보면 되겠네요?”

“물론 그렇게 해 봤지. 그런데 그 방향으로 찾아가서 아무리 훑어봐도 이렇다 할 길지(吉地)는 보이지 않았지. 그래서 나도 다시 혼란에 빠지게 되었던 것이라네.”

“그렇다면 참으로 당황스러울 일이겠습니다. 어쩌면 계축이 가리키는 의미를 잘못 짚었을 수도 있지 싶습니다. 전혀 의미가 없는 이름일 수도 있으니 말입니다.”

“맞아, 그렇게 생각을 하고 포기를 했는데 그래도 자꾸만 떠오르는 생각조차 벗어나지는 못하겠더란 말이네. 그래서 다시 곰곰 생각하다가 우성암(牛聖庵)의 터를 발견하게 된 것이라네. 그리고서야 비로소 알게 되었지?”

“우성암은 남향이 아닙니까? 계축은 북향에 가까울 것으로 생각되는데 무슨 연관이 있다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마지막까지 긴장하지 않으면 정답을 얻을 수가 없다는 것을 비로소 깨달았지 뭔가? 하하하~!”

“궁금합니다. 무슨 뜻입니까?”

“여기에는 숨겨놓은 기밀(機密)이 있었던 것이네. 그러니까 수우산의 의미는 실로 반수우산(反水牛山)이었던 셈이지. 그러니까 실은 수양산(水羊山)이었던 것이라는 이치를 그로부터 한참이 지난 다음에서야 깨닫게 되었다네. 하하하~!”

지광이 이번에는 허탈하게 웃었다. 우창은 지광의 말이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해되지 않아서 다시 물었다.

“수양산이라는 말씀은? 그게 무슨 뜻인지 모르겠습니다.”

우창이 이렇게 말하자 지광은 말없이 나경을 가리켰다. 축(丑)의 반대쪽에는 미(未)가 있었고, 계축(癸丑)의 반대는 계미(癸未)였다는 것을 비로소 이해하게 되었다. 그제야 우창도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아하~! 이제야 형님의 말씀을 이해하겠습니다. 참으로 가볍게 생각했던 산의 이름에서도 그렇게나 심오한 이치가 있었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깨달았습니다. 그런데 왜 고인은 수양산이라고 하면 되었을 것을 수우산이라고 이름을 붙였을까요? 다른 사람이 잘못 이해하고서 흉지에 자리를 잡았더라면 또 어떻게 할 뻔을 했습니까? 형님같이 명석한 풍수사(風水師)가 아니라면 어설프게 생각하고 헛다리를 짚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것이 바로 풍수유희(風水遊戱)라네. 아는 자만이 알고 즐기는 그들의 놀이라고나 할까? 하하하~!”

“예? 유희라니요? 자칫하면 후학을 혼란스럽게 하는 것이 아니었습니까?”

우창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이 반문하자 지광이 다시 웃으면서 말했다.

“물론 골탕을 먹어가면서 공부하라는 뜻이기도 하지. 여하튼 이렇게 확인하고 보니까 어느 고승이 정확하게 계미(癸未)의 자리를 찾아서 암자를 짓고 부처를 모셔놓았으니 결국은 인연에 따라서 찾아갈 따름이라네. 하하하~!”

“과연 듣고 보니 재미가 있습니다. 어쩌면 수우산으로 이름을 지었던 풍수사가 다음 생에 환생해서 우성암을 지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신이 암시를 남겨놓았으니 스스로 찾아내기가 가장 쉬웠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말입니다. 하하하~!”

그제야 제자들도 덩달아 웃으면서 재미있는 이야기에 깃든 의미를 생각하게 되었다.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에 해가 서산으로 기울자 모두 암자로 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