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순네 가족
작성일
2020-10-18 17:30
조회
771
깜순네 가족
아침부터 아기고양이 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와서 어디에서 나는 소리인가... 했다. 그래도 어미인 깜순이가 있으니까 어련히 챙기겠느냐는 생각을 하면서 마음에 두지 않았다.
그런데 그 애절한 소리는 오후가 되어서도 계속해서 이어졌다. 아무리 무딘 낭월도 이렇게 되면 아무래도 무슨 일이 생겼지 싶은 생각이 들어서 소리가 나는 곳으로 찾아서 더듬었다. 실로, 깜순이가 새끼를 낳은 줄은 알았다.
그러니까, 9월 4일에도 배가 남산만 했는데 그 후로 분만을 한 것은 알았지만 새끼는 전혀 보여주지 않아서 어딘가에서 잘 키우고 있겠거니.... 했다.
그런데 갑자기 무슨 난리인가 싶었다. 아마도 엄마 말을 듣지 않고 따라나왔다고 밉상을 지긴 모양이다. 그래서 혼좀 나보라고 거들떠 보지도 않고 하루종일 벌을 준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기는 했다. 그래도 옆에 갖다 놓으면 설마 모른 채는 하지 않으려니 싶어서 먹이 그릇에 담아놓았다.
아무리 그래도 어린 새끼가 그렇게 엄마를 찾느라고 하루 종일 울고 있는데도 참 냉정하다 싶었다.
냅두라는 듯이....
말을 안 듣는 놈은 혼나 봐야 안다는 듯이...
깜순이를 불러봐도 오히려 외면한다. 녀석도 참.... ㅋㅋㅋ
대략 손꼽아 보니까 한 달은 키운 모양이다. 잔뜩 겁에 질린 표정을 하고 구석에 웅크리고 있는 것을 보니 딱하구먼.... 쯧쯧~! 그러니까 엄마 말을 잘 들어야지.
비록 그렇더라도 밤이 되면 챙기겠거니.... 했다.
그리고 외출했다가 늦게 돌아왔는데도 그냥 그러고 있다.
참 내... 우짜라꼬....
아무래도 버림을 받은 것이라고 판단을 했다. 달리 생각을 할 여지도 없었다. 그래서 우선 우유라도 먹여보자고 상자에 담아놓고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 녀석을 우짜노....
연지님이 내일은 9월 초하루라서 법회를 준비해야 한다면서 고추장을 뜨러 가잔다. 맨날 다니던 장독대인데 새삼스럽게 왜 그러나 했더니 눈빛이 반짝여서 무섭단다. ㅋㅋㅋ
어둠 속에서 저런 불빛을 만나면 섬뜩하기도 하지. ㅋㅋㅋ
어둠 속에서 눈빛이 불빛을 받아서 반짝이는 것이 보였다. 뭐 보나마나 깜순이겠네. 그나저나 집이 거기였어? 전혀 생각도 못했다. 차고 구석이나... 향나무 아래 어디에 있겠거니 했는데 옛날에 장작을 쌓아놓았던 곳에 자리를 잡은 모양이다. 잘 했네.
어떻게 된 일인가 싶어서 불을 비춰보니 새끼들이 오글오글한다. 이제야 깜순이 새끼를 찾은 셈이다. 깜순이가 새끼들과 있다가 놀라서 일어난다.
다행이다. 상자 안의 새끼를 얼른 가져다가 둥지에 밀어넣으면 되지 싶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사실 그 녀석을 키우고 있을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어미가 있는데 왜 그런 숙제를 떠맡느냔 말이지.
새끼를 밀어넣었더니 엄마가 무서워졌는지 우리쪽으로 달려든다. 엄마를 포기했다는 느낌이 팍팍 들었지만 우리도 녀석의 사정을 봐줄 만큼 한가롭지 않다는 것을.
그런데도 어미는 이 소동을 물끄러미 바라보고만 있다. 뭘 어쩌자는 건지....
청원 : 아무래도 버린 자식이 맞지 싶은데요.
낭월 : 그래도 우리가 버리는 것이 낫잖여?
청원 : 새끼를 버리면 안 돌본다는 말도 들었어요.
낭월 : 괜찮다. 어서 버리고 사라지자.
어찌나 날쌘지 뒷부분만 찍혔다. 일단 네 엄마랑 합의를 보거라. 만약에 내일아침까지도 혼자 울고 있다면 확실하다고 봐서 우리가 챙겨주기로 약속하마....
그렇게 밀어 놓고는 뒤도 안 돌아다 보고 얼른 자리를 피했다. 이게 무슨 난리고... ㅎㅎ
다음날 날이 밝기를 기다려서 장독대 옆으로 가봤더니 검은 아기고양이는 보이지 않는다. 합류를 한 것으로 봐도 되지 싶었다. 그럼 그렇지 버린 녀석을 얼른 받아들이려니까 깜순이도 자존심이 상했겠지.... 아무도 없으니까 데려다가 품고 잤을 것이라는 짐작을 해도 되지 싶었다. 다행이다. 그나저나 새끼들이 훈련을 잘 받았는지 들여다 보니까 모두 장작더미 속으로 숨는다.
그래서 카메라를 설치하고 동영상으로 담았다. 이것은 동물의 세계에서 익히 봤던 장면이기 때문에 이 정도는 할 수 있다. 마침 알사(R4)는 동영상의 옵션이 30분 제한에 걸리지 않아서 마냥 켜놔도 된다.
엄마가 온 모양이다.
새끼들이 일제히 엄마를 마중하는 모습.... 귀엽군.
젖주세요~!
검은 녀석도 분명히 엄마의 사랑을 받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다행이네. 새끼는 모두 네 마리였구나. 키우느라고 고생도 많이 했다.
동영상에서 사진을 뽑아낸 것이다. 워낙이 4k로 찍었더니 사진이 된다. 물론 셔터속도가 마음대로 되지 않아서 좀 흐릿하긴 하다만... 그렇다고 타임랩스까지 찍기는 또 그렇고....
그렇게 새끼들을 먹이고 핥으면서 엄마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다. 저 쪼만한 젖꼭지를 물고도 잘들 자랐구나. 자연의 조화란 참으로 신기할 따름이다.
새끼들이 많이 컸으니 아프기도 하지 싶다. 그래서 엄마는 엄마다. 행복할게다....
그렇게 오붓한 시간을 보내고 있으니 행복해 보인다. 잠시 쉬고 있는 것도 같군.
아기들아 꼼짝말고 집에 붙어있거라. 무서운 놈이 나타나면 얼른 숨고~!
엄마, 맛있는 것 많이 가져와~!
그렇게 깜순이는 또 나갔고, 그래서 설치해둔 카메라를 가지러 온 것이기도 하다. 새끼들의 노는 모습을 마지막으로 담았구나.
그렇게 잘 자라거라. 모두 건강해 보여서 다행이다. 그나저나 녀석들을 모두 데리고 밥 달라고 오면.... 사료가 배로 들지 싶다. 우짜노... ㅋㅋㅋ
다시, 깜순네 가족은 평온한 일상이다.
이제 귀찮게 카메라도 갖다 놓지 않을란다.
얼룩이도 깜순이가 새끼를 키우느라고 힘든 줄을 아는 걸까?
배를 채우라고 기다려 주기라도 하는 듯이...
이렇게 또 하루가 흘러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