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야기

작성일
2019-01-09 06:57
조회
1041

겨울이 들려주는 이야기


 

메인 제목은 「겨울이야기」라고 쓰고, 안에다가는 「겨울이 들려주는 이야기」라고 쓰는 것은 초기화면에서 길게 쓰면 줄이 꼬여서이다. 다른 의도는 없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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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실패하지 않으려고 일찍 찾아간 노성산의 전망지점에서 30분이나 우두커니 서서 태양이 니성산정과 겹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벗님은 안 계실 게다.

그 사이에도 뭔가 놀이를 찾아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셨다면 낭월을 제대로 알고 계신 것이 틀림없다. 당연히 그냥 어정거리는 것이야말로 가장 지루한 것이니까. 마치 대합실에서 버스가 오기를 기다리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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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시간이 남았는데..... 그 동안은 뭘 하고 놀아야 잘 놀았다고 소문이 날까.... 하고 기웃기웃... 그 순간에 낭월을 기웃기웃 바라보는 녀석의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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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석의 자태가 예사롭지 않다. 같이 놀아주고 싶은 것도 같고. 그래서 슬슬 다가갔다. 뉘집 강생인진 몰라도 몸에 하고 있는 치장으로 봐서는 흡사 맹인안내견의 포스이다. 이런 시골에서 저런 치장을 하고 있는 녀석을 만난다는 것이 생각밖이다. 항상 상황은 생각밖이다. 그래서 신비롭고 즐겁고 오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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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석도 낭월 만큼이나 수줍은 모양이다. 어딜 다녀 오다가 낭월을 발견하고는 녀석도 구경하고 있는데 낭월이 관심을 가져주니까 멋적은 모양이군...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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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말은 통하지 않아도 알겠다. 내게 관심을 가져줘서 고마워~! 너땜에 나도 지루하지 않은 시간을 보냈잖여. 그래도 너랑 놀다가 해가 정자에 걸리는 것을 놓치면 안 되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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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비둘기 녀석이 우리의 놀이를 지켜본다. 녀석도 심심한게야. 그러면 날짐승 길짐승이 다 모인 셈인가? 이렇게 한적한 곳에서도 만남은 여전히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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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룡산 자락도 한 번 바라보고.... 군사탑.... 당겨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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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이 정도 사진으로 군사시설 보안법엔 안 걸리겠지....? 찍으면서도 찝찝하고 올리면서도 께름칙하지만 그래도 계룡산의 천왕봉은 이렇게 군사시설이 장악하고 있다는 현실을 보면서 안타까워하는 마음은 전해지지 싶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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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디쯤 서 있을까.... 싶을 적에 남기는 샷이다. 여기는 계룡산로237과 경천용두길이 겹치는 곳이로구나. 계룡산로는 알겠고, 용두길은 아마도 용두(龍頭)겠지? 그렇다면 계룡의 용이고, 그 머리의 길이라는 말인가? 용두라니 제주도의 용두암이 생각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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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너도 있었구나. 넌 누구냐? 소통변환기를 작동하고....

낭월 : 넌 거기에서 뭘 하노?
수문 : 뭘하긴요~ 놀고 있죠.
낭월 : 언제부터 놀고 있어?
수문 : 가을에 벼가 누렇게 익고나서 부터지요.
낭월 : 그럼 언제까지 놀어?
수문 : 우수 경칩이 지날 때까진 할 일이 없어요.
낭월 : 그럼 지금은 휴가구나. 축하혀~!
수문 : 아재는 여기에서 뭘 찾아 빈둥거리세요?
낭월 : 아, 난 일몰을 찍을라고.
수문 : 일몰은 아재 집에서도 보일텐데요?
낭월 : 이런, 내가 설명을 잘 못했구나. 
수문 : 그래요? 그럼 잘 설명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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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월 : 태양이 넘어가는 건 어디나 같겠지?
수문 : 저야 모르지요. 여기에서 넘어가는 해만 봤죠.
낭월 : 그럼 네가 본 일몰은 뭐냐?
수문 : 요즘같이 한가한 겨울이 되면 심심하죠.
낭월 : 그렇겠다. 그래도 까치와 참새는 놀러 오잖아.
수문 : 심심하면 노성산에 넘어가는 해를 보죠.
낭월 : 그러면?
수문 : 그러면 잠시나마 저 정자에 해가 겹치기도 해요.
낭월 : 그니깐. 나도 그걸 보려고 지금 여기에서 서성이는겨.
수문 : 아, 그러시구나. 아재는 그걸 봐서 뭐해요?
낭월 : 뭐.... 뭐 하냐고? 하긴... 뭘... 그냥 사진을 찍지.
수문 : 사진은 찍어서 뭘 해요?
낭월 : 녀석! 말하는 것하고는 도인이 다 되었구나.
수문 : 도인은 무슨요.
낭월 : 사진은 말이지.... 음... 음... 그러니깐....
수문 : 사진을 찍으면 사진은 변하나요?
낭월 : 아니지. 지금 이 장면을 그대로 저장하지.
수문 : 그러면 시간을 공간으로 바꾸는 거잖아요?
낭월 : (화들짝~~) 뭐? 뭐라고?? 맞아~~!!
수문 : 그러니까, 사진을 찍는 것은 시공을 넘나드는 거네요?
낭월 : 옳지~~!! 너 정말 멋지구나. 그런 말도 알고.
수문 : 저도 다른 것은 몰라요. 물의 이치만 쪼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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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월 : 물의 이치는 어떻게 알았지?
수문 : 에구~ 뭔 말씀이세요? 제가 다루는 것이 뭐죠?
낭월 : 넌 수문(水門)이잖아? 그럼 물.... 아하~! 그래서...
수문 : 예, 전 물만을 상대하다 보니까 물의 마음을 쪼끔 알아요.
낭월 : 그랬구나. 그래 뭘 깨달았어?
수문 : 물은 수동적인 능동성이죠. 단지 수위만 조절해 줄 수가 있어요.
낭월 : 수위(水位)라니? 물의 높이를 조절한단 말이지?
수문 : 예, 맞아요. 아재는 수준이 쪼매 있네요.
낭월 : 뭐뭐라고? 수준? 그럼 수준(水準)이네?
수문 : 수문도 아니면서 물에 대해서는 잘 아시네요.
낭월 : 그러니까 네가 하는 것은 토(土)네.
수문 : 토? 그게 뭔데요?
낭월 : 토는 만물을 열고 닫아서 생명력을 불어넣지.
수문 : 그게 무슨 말이죠?
낭월 : 동벽정흡(動闢靜翕)이라고.... 쪼매 어려운 말이여.

semo20190106-09
수문 : 그건 모르겠고요. 막으면 고이고 열면 흘러가요.
낭월 : 그 목적은 뭐지?
수문 : 목적이라면 흘러가는 것인데 길을 바꿔주는 것이지요.
낭월 : 길을 바꾼다고?
수문 : 옆으로 흐르게 하려고 막으면 옆으로 흘러요.
낭월 : 바로 흐르게 하려면 열고 있으면 되네?
수문 : 맞아요. 단순해요. 그래서 자연의 이치도 단순하려니... 해요.
낭월 : 오늘 네가 내 법사구나. 법문을 들려 주다니...
수문 : 어? 해가 정자에 닿으려고 해요. 저것땜에 오셨담서요!
낭월 : 아차차~~ 오늘 너랑 수다 떨다가 클날뻔했다.
수문 : 제가 한 것이 뭐 있다고요. 멋진 공간을 얻으세요.
낭월 : 고맙...(후다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