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거도⑧ 섬등반도 산책

작성일
2022-03-28 04:07
조회
604

가거도⑧ 섬등반도의 새벽 산책 


(2022년 3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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푹 쉬었더니 일찍 잠이 깼다. 어차피 오늘 배는 뜨지 않을 게다. 대략 예정을 해 보니 뒷산에 올라가서 새벽 풍경이랑 놀다가 아침 먹고는 가거도항 쪽으로 가서 둘러보면 되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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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 뜨려면 08시 이전에 풍랑주의보가 해제되어야 하는데 바다는 온통 파랑파랑하구나. 풍랑에 강풍에 간밤에도 꽤나 바람이 불어 대더니 여전히 주의보가 유지되고 있었네. 다행히 빗소리가 멈춘 것으로 봐서 슬금슬금 새벽 채비를 하고 밖으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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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새벽에는 섬등반도를 내려 보려고 큰길 쪽으로 올라갔었는데 오늘 새벽에는 그냥 뒷산으로 올라갔다. 섬등반도의 풍경을 볼 요량이었다. 돌담이 높은 폐가의 풍경이 지금은 사람들이 떠나간 모습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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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끝자락을 물고 있는 이른 새벽에 가로등도 이내 꺼졌다. 일출시간이 되기 전에 불을 끄는 모양이다. 전력을 아끼려고 그러는가 싶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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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실산쪽은 구름에 감싸여 있구나. 바다쪽의 풍경도 별반 다르지 않아서 해무에 잠겨있는 새벽 풍경이 분위기 있다. 비가 그쳐서 천만다행이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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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덕에 오르자 너머쪽의 풍경에 불빛이 꽃을 피웠다. 어제 저녁부터 강풍을 피해서 모여든 어선들이다. 항구로 피했으면 피항(避港)이라고 하겠는데 이건 그냥 언덕 아래로 피한 것이라서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군. 피풍(避風)이라고 하면 될랑강.... ㅎㅎ 바람이 많이 줄어들었다. 어제 아침의 강풍에 비하면 산들바람이라고나 할까. 해안의 모습이 천혜의 항구로 역할을 톡톡하게 하고 있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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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대 쪽으로 걸어본다. 서서히 밝아오는 새벽의 풍경은 언제 봐도 싱그럽다. 다만 발 아래는 조심해야 한다. 그야말로 천 길의 낭떠러지가 몇 걸음 사이로 전개되고 있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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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의 윗부분은 바람에 죽어서 가지만 앙상하다. 지난 겨울이 얼마나 추웠는지 대략 짐작을 할 수가 있는 모습이다. 대나무의 윗부분이 죽은 것도 그렇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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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등은 날등이로구나. 물고기의 등줄기를 타고 걷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어제 아침에는 바라만 봤는데 오늘은 또 그 위를 걸어본다. 안전하라고 만들어 놓은 구조물도 강풍에 뜯겨졌는지 상처가 한가득이다. 망망대해에 떠 있는 가거도의 북서향에 위치한 운명이려니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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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대에 올라보니 정작 섬등반도는 여기에서부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안개 속에서 비에 젖은 날등을 타고 걸어볼 엄두가 나지 않아서 잠시 망설였다. 자칫하다가 미끄러지기라도 하면 브레이크가 없으니 그대로 바다로 직행이겠다. 높이나 좀 높은가. 아무리 풍경도 좋아하고 사진 놀이는 더 좋아한다지만 그것도 봐가면서 놀아야 한다는 정도는 알고 있음이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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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를 돌아보니 안개구름이 짙어진다. 아니, 바람따라서 날아다닌다고 해야 할 모양이다. 예전 같으면 타임랩스를 찍을 타이밍이라고 하겠는데 이제 그 놀이는 시들해서 마음만 있고 실행은 하지 않는다. 5초 간격으로 한 시간 정도 찍어 놓으면 구름이 바다에서 피어올라서 산을 타고 넘어가는 그림이 되겠다는 상상만 하는 것으로도 이미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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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는 사이에 배가 하나 둘 움직이는구나. 강풍이 풀렸으니 또 돈 벌러 가야 하는 모양이다. 바람이 선물하는 새벽의 풍경을 또 감사히 누린다. 바람이 불지 않았으면 그냥 썰렁한 바다만 봤을 텐데 말이다. 이렇게 배들이 불을 켜고 연출을 해 주니 고맙고 말고지. 이순신 장군이 왜선들을 잡으려고 잠복하고 있는 듯한 풍경이 겹친다. 영화를 너무 많이 봤나?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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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밝아오자 동행들도 일어나서는 산책 삼아서 언덕을 올라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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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경치가 일품이구나. 재미있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저 아래에 보이는 갈색 풀밭은 길에서 보면 사람의 목과 턱이 되는 부분이려니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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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 : 전망대 안 가세요?
낭월 : 나는 다녀왔으니까 둘러 보시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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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사람이 없는 것보다는 중경(中景)에 사람의 모습이 있으니까 풍경이 훨씬 살아나는 구나. 보자.... 섬등반도가 명승에 등록이 되었다고 애란씨가 말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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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2020년 4월에 지정이 되었구나. 여행을 다니다가 보면 도처에서 명승(名勝)을 만나게 된다. 백령도의 두무진도 명승 8호였지. 번호가 빠를 수록 명승에 지정된 일자가 오래라는 것으로 짐작하면 되지 싶다.

 

명승 (제1호) 명주 청학동 소금강✔
명승 (제2호) 거제 해금강✔
명승 (제3호) 완도 정도리 구계등
명승 (제4호) 해남 대둔산 일원 <해제>✔
명승 (제5호) 승주 송광사 선암사 일원<해제>✔
명승 (제6호) 울진 불영사 계곡일원✔
명승 (제7호) 여수 상백도·하백도 일원
명승 (제8호) 옹진 백령도 두무진✔
명승 (제9호) 진도의 바닷길✔
명승 (제10호) 삼각산
명승 (제11호) 청송 주왕산 주왕계곡 일원
명승 (제12호) 진안 마이산✔
명승 (제13호) 부안 채석강·적벽강 일원✔
명승 (제14호) 영월 어라연 일원
명승 (제15호) 남해 가천마을 다랑이 논✔
명승 (제16호) 예천 회룡포✔
명승 (제17호) 부산 영도 태종대✔
명승 (제18호) 소매물도 등대섬✔
명승 (제19호) 예천 선몽대 일원
명승 (제20호) 제천 의림지와 제림
명승 (제21호) 공주 고마나루✔
명승 (제22호) 영광 법성진 숲쟁이
명승 (제23호) 봉화 청량산✔
명승 (제24호) 부산 오륙도✔
명승 (제25호) 순천 초연정 원림
명승 (제26호) 안동 백운정 및 개호송 숲 일원
명승 (제27호) 양양 낙산사 의상대와 홍련암✔
명승 (제28호) 삼척 죽서루와 오십천
명승 (제29호) 구룡령 옛길
명승 (제30호) 죽령 옛길
명승 (제31호) 문경토끼비리
명승 (제32호) 문경새재
명승 (제33호) 광한루원✔
명승 (제34호) 보길도 윤선도 원림✔
명승 (제35호) 성락원
명승 (제36호) 서울 부암동 백석동천
명승 (제37호) 동해 무릉계곡✔
명승 (제38호) 장성 백양사 백학봉
명승 (제39호) 남해 금산✔
명승 (제40호) 담양 소쇄원✔
명승 (제41호) 순천만✔
명승 (제42호) 충주 탄금대
명승 (제43호) 제주 서귀포 정방폭포✔
명승 (제44호) 단양 도담삼봉✔
명승 (제45호) 단양 석문✔
명승 (제46호) 단양 구담봉✔
명승 (제47호) 단양 사인암✔
명승 제48호 제천 옥순봉✔
명승 (제49호) 충주 계립령로 하늘재
명승 (제50호) 영월 청령포✔
명승 (제51호) 예천 초간정 원림
명승 (제52호) 구미 채미정
명승 (제53호) 거창 수승대
명승 (제54호) 고창 선운산 도솔계곡 일원✔
명승 (제55호) 무주 구천동 일사대 일원
명승 (제56호) 무주 구천동 파회·수심대 일원
명승 (제57호) 담양 식영정 일원
명승 (제58호) 담양 명옥헌 원림
명승 (제59호) 해남 달마산 미황사 일원✔
명승 (제60호) 봉화 청암정과 석천계곡
명승 (제61호) 속리산 법주사 일원✔
명승 (제62호) 가야산 해인사 일원✔
명승 (제63호) 부여 구드래 일원✔
명승 (제64호) 지리산 화엄사 일원✔
명승 (제65호) 조계산 송광사 ·선암사 일원✔
명승 (제66호) 두륜산 대흥사 일원✔
명승 (제67호) 서울 백악산 일원
명승 (제68호) 양양 하조대✔
명승 (제69호) 안면도 꽃지 할미 할아비 바위✔
명승 (제70호) 춘천 청평사 고려선원
명승 (제71호) 남해 지족해협 죽방렴✔
명승 (제72호) 지리산 한신계곡 일원
명승 (제73호) 태백 검룡소
명승 (제74호) 대관령 옛길✔
명승 (제75호) 영월 한반도 지형✔
명승 (제76호) 영월 선돌✔
명승 (제77호) 제주 서귀포 산방산✔
명승 (제78호) 제주 서귀포 쇠소깍✔
명승 (제79호) 제주 서귀포 외돌개✔
명승 (제80호) 진도 운림산방✔
명승 (제81호) 포항 용계정과 덕동숲
명승 (제82호) 안동 만휴정 원림✔
명승 (제83호) 사라오름
명승 (제84호) 영실기암과 오백나한✔
명승 (제85호) 함양 심진동 용추폭포
명승 (제86호) 함양 화림동 거연정 일원
명승 (제87호) 밀양 월연대 일원
명승 (제88호) 거창 용암정 일원
명승 제89호 화순 임대정 원림
명승 (제90호) 한라산 백록담✔
명승 (제91호) 한라산 선작지왓✔
명승 (제92호) 제주 방선문✔
명승 (제93호) 포천 화적연
명승 (제94호) 포천 한탄강 멍우리 협곡✔
명승 (제95호) 설악산 비룡폭포 계곡 일원✔
명승 (제96호) 설악산 토왕성폭포
명승 (제97호) 설악산 대승폭포
명승 (제98호) 설악산 십이선녀탕 일원
명승 (제99호) 설악산 수렴동·구곡담 계곡 일원
명승 (제100호) 설악산 울산바위✔
명승 (제101호) 설악산 비선대와 천불동계곡 일원✔
명승 (제102호) 설악산 용아장성
명승 (제103호) 설악산 공룡능선
명승 (제104호) 설악산 내설악 만경대
명승 (제105호) 청송 주산지 일원
명승 (제106호) 강릉 용연계곡 일원
명승 (제107호) 광주 환벽당 일원
명승 (제108호) 강릉 경포대와 경포호✔
명승 (제109호) 남양주 운길산 수종사 일원✔
명승 (제110호) 충북 괴산 화양구곡✔
명승 (제111호) 구례 사성암✔
명승 (제112호) 화순 적벽✔
명승 (제113호) 군산 선유도 망주봉 일원✔
명승 (제114호) 무등산 규봉 주상절리와 지공너덜
명승 (제115호) 강진 백운동 원림
명승(제116호) 부안 직소폭포 일원
명승( 제117호) 신안 가거도 섬등반도✔
명승 (제118호) 서울 성북동 별서
명승( 제119호) 장흥 천관산
명승 (제120호) 울주 반구천 일원
명승 (제121호) 고흥 지죽도 금강죽봉
명승 (제122호) 완주 위봉폭포 일원
명승 (제123호) 부안 우금바위 일원
명승 (제124호) 칠곡 가산바위
명승 (제125호) 포항 보경사 내연산 폭포✔
명승 (제126호) 고창 병바위 일원
명승 (제127호) 삼남대로 갈재
명승 (제128호) 삼남대로 누릿재
명승 (제129호) 백운산 칠족령
명승 (제130호) 창녕 남지 개비리
명승 (제131호) 관동대로 구질현
명승 (제132호) 영덕 옥계 침수정 일원


대략 훑어봐도 꽤 돌아 다녔구나. 이름을 보는 것만으로 그 지역의 풍경들이 떠오르는 것을 보면 말이지. 대략 60여 곳은 발길이 닿았던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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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승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풍경이다. 가거도를 출발하기 전에 섬등반도의 전 구간을 밟아보는 것으로 계획만 세워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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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왜 자꾸 길이 쳐다봐 지는 거지? 왜지? 이렇게 생각하다가 잠시 후에야 그 의미를 알았다. 어려서래야 열 살이나 되었나.... 안면도 구석으로 이사를 한 다음에 몇 년이 흐르자 생활비를 보탠다고 어머니께서 이런저런 것을 이고 지고 마을을 돌아다니면서  말하자면 방물장수를 하다가 돌아오시는데 몇 밤을 자면 돌아 오는지를 나가시기 전에 꼭 물어보고는 그 날짜를 세는 것으로 낙을 삼았었다.

보통은 열흘은 기본이고, 길 경우에는 보름이 걸리기도 했다. 약속한 날짜를 지키기도 했지만 또 때로는 어기는 것도 다반사였다. 그런데 왜 지금 그 생각이 났느냔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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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밥을 차려주려고 애란씨 내외가 부지런히 고갯길을 넘어오는 것을 보고야 그 의미를 알았다는 이야기다. 문득 집을 나간 어머니를 기다리는 그 정서가 여기에서 피어오를 줄이야. 참 알 수가 없는 것이 감성이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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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시에 아침을 제공하기 위해서 30분 전에 도착해서 얼렁뚱땅 한 상을 차려내는 솜씨는 놀랍다. 이건 엄마만이 할 수가 있는 능력이려니 싶기도 하다. 갑자기 훈훈해지는 이 마음은 또 뭘까? 이런 느낌이 있어서 다희네 민박은 다른 여행지에서 맛보지 못했던 것을 느꼈나 싶기도 하다. 어쩌면 이런 느낌은 어려서 엄마를 기다려 본 사람만 알 것이라는 짐작만 해 본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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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선들이 하나씩 떠나는 것을 바라보면서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있는 모습을 홍박사가 찍어준 모양이다. 고맙구로.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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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 : 아니, 배들이 다 어디로 없어졌어요?
낭월 : 어디로 갔긴, 바람이 자니까 고기 잡으러 갔지. 
박사 : 내려오다가 사진을 찍으려고 했는데 하나도 없네요. 아까워라~!
낭월 : 아니, 홍박사는 나중이 있다고 생각하고 사는겨?
박사 : 그렇잖고요. 그런데 지금 보니 그게 아니네요. 호호호~!
낭월 : 지금 이 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아. 그게 사진놀이의 핵심이지.
박사 : 정말이네요. 이따가 찍으려면 그 장면이 사라지고 없어요.
낭월 : 그럼 또 한 소식 깨우쳤으니 수지 맞으셨네. 하하하~!
박사 : 아쉬워요~~ 호호~
낭월 : 이제 슬슬 밥을 먹으러 가야지?

때론 하염없이 기다리는 것도 사진놀이지만, 또 때로는 분과 초를 나눠서 즐기는 것도 사진놀이다. 시간과 공간의 그 언저리에서 자신의 마음을 담는 놀이기 때문이다. 공간은 기다려 준다고 생각하지만 그것도 착각이다. 공간도 기다려 주지 않고 수시로 변화무쌍하게 살아있음을 항상 느끼지 못한다면 절반만 맛을 본 것으로.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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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늘 깨어있어야 한다. 흐리멍덩한 눈을 하고 있다가도 두 손에 카메라가 쥐어지는 순간부터는 초롱초롱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마치 고양이가 어딘가에서 소리가 들리면 꼼짝도 하지 않고 집중하는 것과 비슷하고, 해 보지는 않았으나 낚시꾼이 미끼를 보고 희롱하는 감성돔을 느끼면서 온 몸의 신경을 집중하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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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년우체통이란다. 좀 쌩뚱맞기는 하지만 나름대로 의미는 있다고 생각해서 여기에 세워놨겠거니.....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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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인이 아침이 다 되었다고 전화했다. 시간에 맞춰서 잘 놀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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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끈한 국과 밥이 있으니 더 바랄 것이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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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처럼 놓이는 생선찜으로 인해서 또 호연의 탄성이 연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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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장 : 오늘 배는 못 옵니다.
낭월 : 그렇지 싶습니다. 아침 먹고는 대리를 구경하려고요.
선장 : 그럼 같이 나가시면 되겠구만이라.
낭월 : 몇 시까지 준비하면 되겠습니까?
선장 : 아홉 시면 되지 싶구만요.

새벽에 운동을 충분히 해서인지 밥맛이 꿀맛이었다. 든든하게 먹으면 또 한나절이 행복하니까. 모두들 배불리 아침을 먹고는 믹스커피 한 잔으로 마무리 했다.

 

〈여행은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