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거도① 지나가는 길에

작성일
2022-03-23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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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거도① 지나가는 길에 백향과농장


(2022년 3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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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2년을 별러서 출발한 가거도 여행길이다. 가거도에 무슨 인연이 있어서는 아니다. 그냥 영토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섬들을 돌다가 보니까 마지막으로 남았다는 생각이 들었을 뿐이다. 말하자면 이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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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을 완성시키려면 무슨 수를 쓰더라도 가거도에 가서 점을 찍어야만 가능했다는 이야기다. 부산 앞에는 오륙도를 유람하면서 돌았으니 해결이 되었는데 마지막으로 남은 가거도는 언젠가는 가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 그러니까...... 비망록을 봐야 하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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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년 10월 26일. 토. 丙申. 경위에 대해서 정리도 해 보고.


가거도에 대한 자료를 찾아봤다. 올가을에 가볼까 싶다.

★ 2020년 5월 25일. 월. 戊辰. 행사 끝나고 가거도 가봐야지.

토요일에 초파일 행사를 마치면 일도 없으니 가거도로 놀러나 가야지. 일정은 비워놨다.

★ 2020년 8월 11일. 화. 丙戌. 태풍은 소멸되고 비는 폭탄처럼 쏟아진다.

포토클램에 주문한 볼헤드가 도착했다. 큼직하니 튼튼한 모습이 멋지구먼. 역시 물건을 모르면 돈을 줘야 한다는 것이 진리이다. 이제 짓죠 볼헤드는 고이 보관해 놓고 이것을 달고 두 삼각대를 자유롭게 들고 다녀야 하겠다. 가거도를 가는 일정도 잡아봐야 하는데 차일피일 미루다가 가을까지 가지 싶네.

★ 2022년 2월 3일. 목. 丁亥. 초사흘 법회.

10시 반이 다 되어서 시작했고, 불공과 법회를 무사히 잘 마치고 12시 안에 모두 끝냈다. 다음 행사는 보름이구나. 잠시 짬을 내서 가거도 일정을 잡았다. 그래야 화인이 또 배편을 예약하지. 홀짝일이 있어서 21일에 갔다가 25일에 귀가하는 일정이 되는구나. 그래서 하루 더 늘어났다. 아무래도 21일 새벽 4시 반에는 출발해야 8시 10분 배를 타겠구나. 이렇게 대략 얼개를 잡았다.

★ 2022년 3월 10일. 목. 壬戌. 16일 출항하는 배는 결항이란다.

저녁먹고 났더니 화인이 호연이랑 일정을 짜다가 전화했다. 16일에 출항하는 가거도행은 결항이란다. 내일 전화해보고 예약하겠단다. 그러라고 했다. 홍도까지 들리기에는 체력이 바닥이라면서 겁낸다. 일단 가거도부터 가는 것으로 하고 힘이 남으면 홍도를 들리는 것으로 하라고 해도 그것도 힘든단다. 멀미가 무섭다지. ㅋㅋㅋ 편한대로 잡으라고 했다. 내가 4박 일정을 잡은 이유를 이제야 이해하는 모양이다. 홍도1박, 흑산도1박, 가거도2박이 정해진 코스인데 달리 방법이 없지. 그런데 너무 빡세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그래서 다녀와서 힘이 남으면 추자도를 가는 것도 좋겠다고 해 줬는데 엄두가 안 나는 모양이군. 홍박사 내외까지 동행하니까 신경이 더 쓰이겠지.

★ 2022년 3월 11일. 금. 癸亥. 가거도 일정을 세웠다.

드디어 여행일정이 완료되었다. 16일 오후 2시 10분에 목포를 출항해서 18일 오전에 나오는 2박3일의 일정으로 방향을 잡았다. 일단 목포로 돌아온 다음에 진도를 둘러보는 것으로 하면 좋지 싶다. 진도 쉬미항에 가서 섬 투어를 하면 되겠다. 이렇게 일정을 잡아서 한바퀴 돌아올 예정이다. 부디 용왕님께서 어여삐 여기시사 풍랑주의보라도 때려 주시기를.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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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장장 2년을 벌려서 출발한 여정이었던 모양이다. 때로는 손바닥을 뒤집듯이 쉬운 일이었다가도 또 때로는 천만리나 멀리 떨어진 것처럼 어려운 것도 인생이려니 한다. 여하튼 이제 가거도를 향해서 길을 나서게 되었다는 것이 중요할 뿐이다. 출발하기 전날에 화인이 전화를 했다.

화인 : 싸부님 내일 가거도는 비가 온다는데요?
낭월 : 그래? 예보는 그래도 막상 가봐야 알지.
화인 : 아니, 한 달 뒤도 아니고 내일 비가 온다고요.
낭월 : 그러냐? 비가 오면 오는 대로 또 놀거리는 있느니라.
화인 : 풍랑이라도 쳐서 못 나올까 봐서 그러죠.
낭월 : (아싸~!) 가봐야 알지. 미리 걱정부터 하지 말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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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정에 동행할 살림살이다. 차는 목포에 두고 몸만 가야 한다. 그래서 짐도 최소한으로 단출하게 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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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가 자욱한 아침에 논산의 화인네 집으로 향했다.

낭월도 내일 비 예보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비가 오면 바람이 불고 바람이 불면 풍랑이 일어나고, 서해남부 먼바다의 가거도에서는 당연히 여객선이 결항할 가능성이 생기게 되는 것이 이번 여정(旅程)의 변수(變數)이다. 왜, 변수인가 하면, 일정을 잡으면서 다들 2박 이상은 안 된다고 하는 바람에 그러라고 했으나 속셈으로는 그렇게 벼르고 별러서 가게 된 가거도인데 16일 저녁 6시에 도착해서 18일 아침 7시 40분에 떠난다면 실제로는 겨우 하루의 일정이 되는 셈이고, 그 시간에 아무리 차량을 이용한다고 해도 도저히 목적한 바를 둘러보기에는 너무도 빡빡한지라 대놓고 말을 할 수는 없어서 내심 용왕님께 기원했다.

‘바다를 수호하시는 사가라용왕님 화수길용왕님께 부탁드립니다. 남해 용왕님과 서해 용왕님께서 보우하사 이틀만 풍랑을 일으켜서 넉넉하게 둘러볼 수가 있도록 부탁드립니다~!’

양해(兩海)의 용왕님께 기도를 한 것은 가거도가 서남해(西南海)에 있기 때문이다. 여행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다. 일행만이 전부가 아닌 것도 분명하다. 하늘이 도와야 하고, 땅이 도와야 하고 초목도 도와야 한다. 더구나 바닷길에는 용왕님이 도와야 무사히 귀가를 할 수가 있는 일이다. 이렇게 출발하면서 미리 기도하는 것은 예약해서 표를 사는 것과 같다. 당해서 기도하는 것은 현장구매와 같은 것이다. 항상 우선권은 예약자에게 있다는 것을 늘 느끼면서 살아가고 있는 낭월이다. 이렇게 뒷자리에 앉아서 황홀한 꿈을 꾸고 있는데 호연이 운전을 하면서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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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연 : 사부님, 어디를 찍으면 됩니까? 목포연안여객터미널이 맞습니까?
낭월 : 아니, 우선 전북 고창군 대산면 신장길 12로 찍으면 된다.
호연 : 예? 목포가 아니고요? 거긴 어딥니까?
낭월 : 시간도 넉넉하고 해서 잠시 들렸다 가려고 그러지.
호연 : 옙!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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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문득 검색해 봤다. 백향과(百香果)가 국산도 있다고 했는데 남쪽으로 가는 길에 농장이 있으면 주렁주렁 매달린 장면을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고창에서도 생산되고 있다고 했고, 마침 위치를 확인해 보니까 서해안고속도로의 인근이었다. 그래서 가는 길에 잠시 들려서 먹을 것을 사기도 하고 농장의 모습도 볼 수가 있겠다고 생각을 했다. 더구나 홍박사는 백향과를 냉동실에 저장해 놓고 먹는다면서 인천에 놀러 갔을 적에 한 바구니 내어 놔서 실컷 먹었던 기억이 났다. 그래서 화인에게 물었다.

낭월 : 홍박사는 어디쯤 오는지 확인해 봐라.
화인 : (전화를 해 보고) 우리보다 10분쯤 뒤에 있네요.
낭월 : 그럼 저 주소를 알려 줘라. 시간이 충분하니 들렸다 간다카고.
화인 : 예, 그렇게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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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해서 첫 번째의 목적지는 향기가득농장(010-8608-9128)이 되었다. 우선 해당하는 주소로 찾아가서 먼저 내렸다. 큼직한 간판이라도 하나 붙어있으려니 생각했는데 아무런 표시가 없었다. 잘못 찾아왔나 싶어서 전화했다. 인터넷으로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봐서 분명히 농장은 있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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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생이 혼자서 집을 보고 있는데 집의 이름이 「백향이네」구나. 그렇다면 찾기는 제대로 찾아 온 모양인데.....

낭월 : 향기가득농장입니까?
여인 : 예, 맞아요. 전화하셨던 분이세요?
낭월 : 지나는 길에 그냥 와보고 싶어서 왔습니다.
여인 : 아 그러세요..... (어째 느낌이 싸~~)
낭월 : 여기가 농장 맞습니까? 간판이 안 보여서요.
여인 : 맞아요. 잠시 기다리세요.

잠시 후에 젊은 남자가 하우스에서 나와서는 저만치에서 인사를 한다.

남자 : 지금 코로나로 인해서 방문자를 받지 않습니다.
낭월 : 아, 그렇군요. 그건 모르고 사이트에 있는 주소보고 왔습니다.
남자 : 지금은 별로 볼 것도 없고요......
낭월 : 열매 수확 철이 3~4월이라고 해서 지금쯤은 뭔가 있으려니 했는데요?
남자 : 그렇긴 합니다만, 농장은 들어갈 수가 없습니다.

말인즉, 예전에 감염 확진자가 왔다가 가는 바람에 무농약으로 청정재배를 하는 농장이어서 영업을 중지하는 상황이 발행해서 크게 피해를 봤더라는 이야기였다. 그래서 조심하는 중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달리 토를 달 수가 없었다. 가만히 있으니까 그냥 가라고 하기도 딱해 보였던지 다시 말을 한다.

남자 : 농장만 구경하실 계획이십니까?
낭월 : 아니죠. 먹을 것도 사야지요.
남자 : 얼마나 사실 예정이십니까?
낭월 : 한.... 5키로 정도 살까 합니다.
남자 : 그러시면 이쪽으로 들어오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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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하튼 고맙게도 농장에 들어가는 것을 허락 받았다. 아무렴. 시작이 좋군. ㅎㅎ 과일만 먹으면 절반을 이해한 것이고, 그가 자란 나무와 환경을 보면 전부를 이해한 것이 된다. 그래서 두리안을 먹으면서 나무에 달린 것을 보고서야 흐뭇했고, 베트남에서의 일이다. 리치, 망고스틴, 잭푸르트 등등의 모습을 나무에 달린 채로 보는 재미가 있었는데 백향과는 보지 못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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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스 속에서 처음 보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었다. 마치 키위처럼 주렁주렁 달린 백향과(패션프루트)를 볼 수가 있었다. 그래서 또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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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기도 초록색이로구나. 백향과는 시계꽃 종류라는 것도 검색해 보고 알았다. 현재는 꽃이 필 시기가 아니라서 열매만 볼 수 있었는데 열매와 꽃을 동시에 볼 수는 없는 것도 또한 자연의 이치려니 했다. 꽃은 인터넷에서 빌려오는 수밖에 없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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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15_111352[출처: 백향과나무.... : 네이버 블로그 (naver.com)]


시계 꽃을 본 적이 있다면 같은 과라는 것을 짐작하는데 어렵지 않을 것이다. 다 둘러보고 나서 주인에게 물었다.

낭월 : 꽃이 핀 것을 보려면 언제가 적당합니까?
주인 : 대략 5~6월 경이면 꽃을 불 수 있을 것입니다.
낭월 : 백향과의 가격은 어떻게 합니까?
주인 : 어떤 품질을 찾으시는지요? 선물용이신가요?
낭월 : 아닙니다. 돌아다니면서 먹을 것입니다.
주인 : 그럼 상품(上品)이 아니어도 되겠습니까?
낭월 : 물론입니다. 값싸고 양이 많은 것이 좋습니다.
주인 : 그럼. 비품을 권합니다. 1kg에 11,000원입니다.
낭월 : 왜 비품인지만 알려주시지요.
주인 : 내용은 똑 같습니다. 외형이 약간 쭈글거리거나 하지요.
낭월 : 어차피 백향과는 후숙(後熟) 과일이지 않습니까?
주인 : 맞습니다. 잘 아시네요. 얼마나 원하십니까?
낭월 : 5키로 사겠습니다.
주인 : 그런데......
낭월 :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주인 : 먼저 맛을 보시고 사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낭월 : 아, 무슨 말씀이라고요. 맛은 다 알고 있습니다.
주인 : 그렇다면 다행입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낭월 : 그럼요.
주인 : 며칠 뒀다 드시면 더 좋습니다.
낭월 : 알겠습니다. 그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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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나 배는 떨어지면 상품성이 없어서 버리는데 백향과는 떨어져야 익은 것이란다. 그래서 수확은 나무에서 따는 것이 아니라 떨어진 것을 줍기만 하면 되니 그것은 만고에 편하지 싶다. 마치 양계장에서 바구니를 들고서 닭이 낳아 놓은 달걀을 주워담는 느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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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이 소박해 보이는 젊은 주인은 행여라도 새콤한 백향과의 맛으로 인해서 불만이라도 생기면 어쩌나 싶어서 걱정되었던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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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연이 읽어보고 있는 것은 택배로 백향과를 받았을 경우에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지에 대해서 친절하게 써놓은 안내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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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계산했다. 가거도에 가서 놀다가 다시 목포로 돌아오면 대략 숙성이 되어 있을 것으로 봐서 조금만 들고 가고 차에 놔두는 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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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향과를 먹기는 했어도 이렇게 나무에 매달린 것을 보고서 구입하니까 뭔가 완전체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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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에 실었다. 5kg인데 몇 개 인지는 모를 일이다. 더 사고 싶었지만 다음에 또  사먹으면 된다고 하는 분의 말씀이 계셔서 순순히 응했다. 실은 이 만큼을 사는 것도 많이 양보한 것이려니 싶기도 했으니까.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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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롱하군. 흐뭇한 미소를 지으면서 넉넉하게 사서 싣고 농장 구경도 잘하고 다시 가던 길을 재촉했다. 식당탐색 담당은 호연이다. 시간이 어느 사이에 점심을 먹어야 한다고 알려주고 있었다.

호연 : 점심은 곰탕집으로 가면 어떻겠습니까?
낭월 : 아니 왜? 회를 먹자고 안 하고 곰탕인고?
호연 : 회는 가거도에 가서 자연산으로 먹어야 합니다. 하하~!
낭월 : 그래 어디든 알아서 가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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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담골은 무안에 있었다. 이미 예전에 여행길에서 맛을 본 집이라서 마음놓고 먹기만 하면 된단다. 먼 길에 든든하게 먹어야지 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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든든하게 먹고는 다시 다음 목적지로 향해서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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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담골의 마당가에는 백매(白梅)가 만개했다. 그 향은 과연 청향(淸香)이로구나. 집에서 한 달 내내 맡았던 히야신스의 꽃향과는 또 다른 매력이 뿜어 나온다.

뱃시간은 오후 2시 10분이었고, 여기에서 목포연안여객선터미널까지는 대략 30~40분 정도 걸리는 거리였다. 그래서 넉넉하게 여유를 갖고서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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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게 사진놀이를 할 생각을 하다가 갑자기 '아차~!'싶었다. 카메라 배터리~~~ 완충을 해 놓은 다음에 가방에 넣어야지 하다가는 무슨 일로 깜빡했던 모양이다. 총 6개의 배터리로 여유만만하게 사진놀이를 했는데 그 중에 네 개를 집에 잘 모셔놓고는 카메라에 장착이 된 것만 들고 허둥지둥 나섰던 모양이다. 이미 차를 돌릴 상황이 아님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서 이 난관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를 궁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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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만다행으로 보조배터리를 두 개 챙겼다는 것을 생각하자 이내 마음이 놓였다. 배터리가 부족하면 보조배터리를 카메라에 연결하면 궁여지책으로 해결이 된다는 것을 생각하자 이내 남겨두고 온 카메라 밥에 대해서는 잊어버렸다. 숙소에서 열심히 충전하고 보조배터리는 열심히 챙기는 것으로 해결점을 찾았기 때문이다.

 

〈여행은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