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가서 뭐봤노?

작성일
2020-11-29 07:18
조회
260

서울가서 뭐봤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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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인이 서울에 볼일이 있는데 같이 가지 않겠느냔다.
불감청이언정 고소원일 따름이다.
그란해도 한번 가볼까 싶은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시간은 불과 2시간 정도 뿐이다. 사진놀이를 주어진 시간이다.
서울에 갔다가 다른 곳으로 갈 일정이 있어서이다.
그래서 그 시간을 가장 재미있게 보낼 방법을 찾았다.

오랜만에 길을 나섰지만 여정은 생략한다.
어둠이 내리고 엄청 막히는 길을 거의 빠져나갔을 때쯤
비로소 석촌호수가 다가왔다는 것이 보였다.

"어디쯤 내려드릴까요?"
"이 근방에 내리면 되겠네."

흔적을 들여다 보니 2017년 4월에도 석촌호수에 왔었구나.
당시에는 삼전도비에 대해서 살펴봤었지....

[2017년 4월에 석촌호수를 들렸던 사연 보기]


그리고 3년이 지난 다음에 다시 석촌호수를 찾았네.
이번엔 사진놀이를 하려고 밤에 도착하는 것도 반가웠다.
행로에 석촌호수가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다짜고짜 호수에 도착하자마자 삼각대를 펼쳤다.
시간이 얼마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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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터는 ND8을 꽂았다. 그리고 시간은 20분으로 했다.
어플도 보지 않았다. 두어 차례 사용해 본 결과이다.
어플에 신경쓰지 말고 그냥 느낌에 맡겨도 되겠다 싶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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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분으로 인터벌을 맞춰서 시작을 눌렀다.
1210초로 한 장이 나오는데 40분이 걸렸다.
20분을 찍으면 다시 '처리 중'을 20분 봐야 한다.
이렇게 시간이 물처럼 흘러가는 까닭에
주어진 두 시간 남짓은 바빴던 것이다.
기껏해야 사진은 서너 장 밖에 못 찍을게다.
우선 40분만에 얻은 사진이다.
광각렌즈의 12mm에는 좌우의 건물들이 눕는단다.
그래도 괜찮다. 포토샵이 세워 줄거니까....
물론 걱정도 했다.
혹시라도 필터만 믿고서 20분의 노출을 줬지만
행여라도 허옇게 되어버리지는 않을까.....
그런데 다행히도 웬만큼 그림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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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웬만큼 잡아놓으니 내가 본 풍경이 되었다.
렌즈는 거짓말도 잘 한다.
그래서 도구의 신세를 져야 한다.
딱 한 장의 사진으로 서울을 표현했다.
그냥 혼자 생각이다. ㅋㅋㅋ
이름을 붙여 줘야지.

「서울 구경」

30년 전에는 여의도 63빌딩으로 서울을 대표했는데
2020년의 초겨울에는 잠실123타워가 서울을 대표한다.
두 배의 성장이라고 우겨도 될랑강? ㅎㅎㅎ

홀쭉했던 롯데타워가 적당히 살이 붙어보이는 것도 좋다.
뭐, 실물의 축소일 필요는 없으니까.
높아도 너무 높아서 이정도라도 충분히 알아 보겠다.
생긴 모양은 타이페이101이 떠오른다.
삐쭉~하게 높은 모양만 보면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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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리중의 20분동안 멍~하니
호수만 바라보고 있다는 것은 시간낭비이다.
호반의 중간쯤으로 자리를 옮겼다.
카메라는 처리해라 나는 이동한다.
중간에서 사진을 찍을 만한 공간을 찾았다.
그렇게 기다렸다가 다시 시작을 눌렀는데...
뭔가 맘에 안 들어서 일단 종료했다.
그리고는 다시 설정하고 제대로 20분촬영을 시작했다.
바람도 차갑다. 추운 기온은 선물도 있다.
미세먼지 없음으로 위안을 받을 따름이다.
그렇게 해서 40분만에 또 한 장의 사진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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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제법 불었는데
오리들은 밤에도 수면을 오락가락한다.
체감은 영하 10도는 됨직했다.
그래도 희망이 있으니 괜찮다.
서울사진을 찍고 있지 않느냔 말이지.
40분동안 뭘 할 것이냐..... 생각이라도 해야지.

"빛은 물을 만나 빛난다"

그래, 이것이 좋겠구나. 빛과 물에 대해서....

빛은 어둠을 만나야 살아난다.
어둠은 수(水)다.
水는 물이기도 하다.
빛은 물을 만나면 살아난다.
더욱 아름답게 피어난다.
빛은 꽃이기 때문이다.
불꽃은 빛을 말한다.
열(熱)은 물을 만나면 꺼진다.
광(光)은 물을 만나면 살아난다.
熱은 정(丁)이고, 光은 병(丙)이다.
어둠이 깊을수록 빛은 더욱 빛난다.

이렇게 혼자서 중얼거리는 사이에도
카메라의 조리개는 열려있고
그 시간을 인터벌 릴리즈가 헤아리고 있다.
나뭇가지에 걸리지 말라고 수변으로 내려가서
카메라는 오리 옆에 세워놓고
조용히 벤치에 앉아서 수화명상을 즐긴다.
그러면 시간은 금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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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은 평온한 호수면을 선물했다.
곱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