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④ 백화산 풍경
태안④ 백화산(白華山) 풍경
(탐방일: 2025년 12월 7일)

분점도의 감동을 가슴 속에 간직하고 늦은 점심을 해결하려고 태안읍내로 나왔다.
점심은 미리 봐 둔 맛집으로 방향을 잡았지만, 늘 그렇듯이 맛집옆집이 갈 곳이다.

그냥 언뜻 태안에서는 덕수식당의 게국지가 먹을 만하다고 해서 왔을 뿐인데
이미 많은 사람들이 순서를 기다리면서 주린 배를 달래고 있었다.
시간은 1시 반이 되었는데 자리는 여전히 붐비는 모양이다.
이런 곳에서 시간을 허비하진 않는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앞집으로 향했다.

미련은 1도 없다. 주린 배를 맛있다는 음식으로 채우기 위해서 기다릴 우리가 아니다.
물론 미식가들에게는 기다림이 행복한 순간이 될 수도 있을 게다. 이해한다.

태광두부명가, 그래 두부면 다 되었다. 더 필요도 없다.
들어가서 자리를 잡고 보니 두부를 만드는 곳도 있었다.

굴두부전골 작은 것으로 주문하니 잠시 후에 푸짐하게 나왔다.

신선한 굴과 야들야들한 두부의 조합은 충분히 행복했다.
든든하게 점심을 먹고는 태을암으로 향했다.
연지님에게 백화산에 구름다리가 있다고 하니까 좋단다.

태을암 앞에 차를 세우고 먼저 구름다리로 향했다.
힘이 더 빠지기 전에 높은 곳부터 다녀오는 것이 순서다.



백화산 마애삼존불은 보수공사 중인 모양이다.
불상을 조각했음직한 바위의 뒷모습이 겉으로 드러나 있었다.
바위가 보이면 찍는다. 나중에 덮어버리면 보이지 않을 부분일 듯 싶다.


화강암이로군. 흑운모? 그렇지 싶다. 나와라 지질도~!

역시 예상한 대로 백화산은 전체가 흑운모화강암으로 구성되었구나.
백화산에 대해서 물어볼까?
[질문] 태안 백화산에 대해서 지질적인 설명을 부탁해.
낭월님,
백화산(白華山)을 이야기하는 순간, 태안의 해풍이 살며시 귓가를 스칩니다. 산마루의 돌들은 오래된 시간을 켜켜이 품고, 마치 새벽빛 속에서 잠시 흩날리는 백화(白花)의 기운처럼 고요한 속삭임을 전하지요.
아래에는 지질학적 해설을 중심으로 하되, 곳곳에 시적인 결을 얹어 설명해 드립니다.
🌄 태안 백화산의 지질 — 바람과 시간의 서사
1. 지질 시대 — 이 땅의 뿌리는 매우 오래되었다
태안 일대의 기반암은 서해안 변성대(Schist Belt)라 불리는 고대 지각 조각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특히 백화산 주변에는 다음 두 줄기가 뚜렷합니다.
▣ 선캄브리아기 변성퇴적암류(편암·편마암)
나이는 수억 년에서 10억 년을 훌쩍 넘는 매우 오래된 층입니다.
원래는 이암·사암·석회암 같은 퇴적암이었으나, 깊은 땅속에서 열과 압력을 받으며 재탄생한 것입니다.
백화산 곳곳에서 은은하게 반짝이는 운모(백운모·흑운모),
층리처럼 비스듬히 배열된 편리(葉理)가 검고 흰 선처럼 엮여 있습니다.
이 돌들은 마치 천천히 접힌 시간의 페이지 같아, 손끝으로 쓰다듬으면 묵묵한 세월의 기척이 일렁입니다.
2. 백화산을 이루는 주요 암석 — 변성암의 전시장
▣ 흑운모 편암(Biotite Schist)
검고 은은한 광택이 흐르고
편리 구조가 발달해 얇게 벗겨질 듯 층을 이룹니다.
서해안 변성대의 대표 암석으로, 백화산의 ‘몸체’를 이루는 비율이 큽니다.
▣ 편마암(Gneiss)
밝은 석영·장석 층과 어두운 운모층이
지그재그·줄무늬처럼 교차하는 것이 특징.
지하 깊은 곳에서 더 강한 변성을 받아 생긴 암석입니다.
▣ 기저부의 석영맥(Quartz Vein)
단단하고 하얀 석영이 틈을 메워 만든 맥들.
마치 백화산(白華山)이라는 이름처럼 흰 꽃잎이 골짜기에 스며든 듯합니다.
산행 중 가장 눈에 띄는 지질 요소 중 하나입니다.
3. 지형 형성 — 서해안 융기와 침식이 만든 능선
백화산은 ‘큰 산’이라기보다는
서해안 단층지대의 완만한 융기 지형에 가까운 성격을 지닙니다.
▣ 1) 기반암의 단단함 → 능선 보존
편암·편마암은 변성도가 높은 만큼 단단하여
시간의 침식에도 쉽게 무너지지 않고 산릉을 유지합니다.
▣ 2) 2차 절리 발달 → 벼랑·노두 노출
백화산 일부 지점에는
수직 절리
사면을 따라 비스듬한 박리
풍화로 둥글게 깎인 암괴
들이 나타나, 낭월님이 늘 즐겨 보셨던 태안 변성암지대 특유의 암석 조각들을 선보이지요.
▣ 3) 해풍(海風) 풍화
백화산은 바다와 가깝기에 소금기 섞인 바람이
암석 표면을 부드럽게 깎아 내고,
운모층은 그 바람결을 따라 반짝으며 얇게 벗겨집니다.
4. 백화산의 이름과 지질 — ‘백화’는 돌빛에서 왔는가?
전설에서는 신령한 백화(白華)의 기운이 피어올랐다 하지만
지질학적 시선으로 보면 다음 두 가지가 자연스레 떠오릅니다.
▣ 1) 밝은 석영맥
햇빛을 받으면 산비탈 곳곳에서 흰 석영이 반짝이며 꽃잎처럼 보입니다.
▣ 2) 백운모의 미세한 반짝임
편암·편마암 속 백운모는
햇빛 아래에서 은색 가루처럼 빛나며
바람 따라 잎처럼 흔들리는 듯합니다.
지형·암석·빛이 함께 만든 ‘백화(白華)의 풍경’, 바로 그것이 이 산의 정체성이 아닐까요.
5. 백화산에서 기대할 수 있는 지질 관찰 포인트
낭월님처럼 지질의 눈을 가진 이라면 다음을 놓치지 않겠지요.
✓ 편리(葉理) 방향 관찰
편암의 결이 능선과 어떤 방향으로 교차하는지 보면
지질 변형의 흔적을 읽을 수 있습니다.
✓ 편마암의 밝고 어두운 밴딩 구조
변성 강도의 차이를 볼 수 있는 핵심 단서입니다.
✓ 수직 절리의 발달 여부
비·눈·바람이 암석을 어떻게 파괴하고 재조직하는지 관찰에 좋습니다.
✓ 석영맥의 폭·방향·배열
유체가 암석 틈을 메우며 냉각·결정한 과정이 그려지지요.
✓ 풍화로 떨어져 나온 암괴(산림 바닥의 돌들)
이 암괴들은
산 전체의 ‘표본함’이라 해도 좋습니다.
지질도가 말해주는 기반암과 실제 노두의 연결고리를 제공합니다.
🌬️ 맺음말 — 백화산의 돌들은 바람의 책장을 넘기듯
낭월님이 새벽빛 속에서 삼각대를 펼치듯,
백화산의 암석들도 고요한 빛을 기다립니다.
편암과 편마암, 석영맥은 서로의 결을 비추며
억겁의 시간을 한 장씩 넘기는 책처럼 서 있습니다.
단단하지만 부서지기 쉽고,
거칠지만 바람결에 빛나는 이 돌들의 모순은
마치 우리의 삶처럼 오묘하지요.



예전에 뭔가 설치하느라고 작업을 했던 흔적도 보인다.
아마도 비에 불상이 젖지 말라고 지붕을 설치했을 수도 있었지 싶다.




오랜만에 와 보는 태을암이다.




달마바위란다.
그보다는 코주부바위가 더 어울리겠다는 생각이 살포시 일어난다.


그래 정승으로 보이면 정승인 게지. ㅎㅎ


비무장지대도 아닌데 지뢰지대란다.
원럐 백화산에는 오래 전부터 미군부대가 주둔했었다.
그 시절에 설치했던 지뢰가 아닐까 싶은 짐작이 된다.

생각보다 걷는 길이 꽤 길다.
소화도 시킬 겸해서 나선 길이기는 하지만 좀 지루하긴 하다.

공군 부대에서 관리하고 있는 모양이다.
군 부대는 철수를 했지만, 지뢰는 그냥 두고 갔던 모양이군.
이런 안내판은 철수해도 되겠구먼시나. 게으른 듯...







붉은 기운이 감도는 것으로 봐서 장석이 많이 포함되었나 싶다.

2023년에 준공했으니 3년도 채 안 되었구나.



야영하고 밥해 먹고 싶게 생겼구나.
이런 안내문이 떡 하니 붙어있으면 아무래도 좀 캥기긴 하겠지?




그런데.... 소나무 병이 재발한 모양이다.
여기 저기에서 죽어가는 모습들이 애처롭다.


이미 한바탕 홍역을 치른 모양인데 어떻게 막아야 할지 걱정이다.
나무를 잘라서 쌓아 놓은 것을 보니 약품 처리해서 소독한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안개가 자욱하고 미세먼지까지 가세한 모양이다.
뿌옇게 보이는 풍경은 어쩔 수가 없는 일이다.


1979년과 1990년의 사진을 비교해서 세워놨구나.
그 사이에 많이 발전했네. 태안 안면도에서 살던 시절은 1960년대 초였는데...

하산해서 태을암으로 향했다.


원래 태을암 대웅전 현판은 한석봉의 글씨로 알려졌는데 오늘 보니 박정규라고 되어 있구나.
그 사이에 바뀌었나 싶기도 하다.

대웅전을 참배했다.


마애삼존불은 서산의 마애삼존불과 닮아있다.
한 사람의 솜씨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공사 중이라서 참배는 어렵지 싶다.

문이 굳게 잠겨 있다.
뭐 할 수 없지.



왜? 일소계(一笑溪)라고 했는지 내력이 없네.
무엇 때문에 한 번 웃는 거지?
경봉 스님의 거처는 삼소굴(三笑窟)이었는데 문득 떠오른다.


이제 귀로를 서둘러야 할 시간이구나.
두어 시간은 달려야 집에 도착하지.
뿌듯한 충만감을 가득 안고서 집으로 향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