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6] 제44장. 소요원(逍遙園)
29. 진동술(振動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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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웃으며 말한 감경보가 기현주에게 말했다.
“실은 물을 팔러 다니는 것이 아니고 좋은 물을 만드는 방법을 팔러 다닌다고 하는 것이 더 옳지 싶기는 합니다. 그래도 누군가 만나면 물장수라고 하는 것이 가장 알아듣기 쉬워해서 그렇게 말할 따름이지요. 하하~!”
“예? 좋은 물을 만들다니요? 약초를 판다는 말씀인가요?”
“아, 약초를 끓이는 것을 생각하셨습니까? 그건 물이 아니라 약입니다. 안 그렇습니까?”
“그러니까요. 무슨 말씀인지 설명을 들어봐야 하겠어요.”
“기왕에 모두가 오행 공부가 깊으시기에 말씀드리기가 좋습니다. 결국 물은 수(水)이고 이것은 오행의 한 가지이기도 하니 말입니다.”
“아하! 결국은 오행 이야기네요. 물의 공부를 해보는 시간이 기대됩니다. 어서 말씀해 주세요.”
기현주가 감경보에게 설명을 요청했다. 그러자 감경보가 주위를 둘러본 다음에 말했다.
“이 땅에 물이 존재하기 전에는 생명을 갖는 존재도 없었습니다. 물이 생겨나고야 비로소 만물이 소생하게 되었고 그래서 오행이 생극하는 낙원이 되었던 것이지요.”
“물은 원래 태곳적부터 있었던 것이 아닌가요?”
기현주가 의아하다는 듯이 물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조용히 귀를 기울이던 갈만이 보충해서 설명했다.
“참으로 약수 선생의 지식이 풍부하심에 놀랐습니다. 실로 우주(宇宙)를 연구하는 학자들의 견해를 보면 최초의 이 땅은 불덩어리였다고 합니다. 그것이 오랜 세월을 두고 식어가면서 암석이 되고, 그 암석이 자성체(磁性體)를 띄어서 인력(引力)이 되었다고 하지요. 이것으로 인해서 우주에 떠다니던 방랑자(放浪者)인 액체(液體)들이 흡수(吸收)되었는데 이것을 지구에서는 물이라고 칭하는 것입니다.”
“그래? 처음 듣는 말이야. 정말 그렇다면 애초에는 물이 없었다는 말이잖아. 참으로 신기한 이야기네. 그런데 약수 선생은 그것을 어떻게 아셨는지 그것이 더 신기해요.”
기현주가 이렇게 말하면서 감경보를 바라보자 다시 이어서 말했다.
“실로 제 스승께서는 우주의 이치를 영감으로 꿰뚫어 보셨다고 합니다. 그래서 최초에 불덩어리에서부터 세월이 흐르면서 물이 모여서 바다가 되고 강하(江河)가 되어서 만물이 소생하게 되는 역사를 보면서 이 땅도 하나의 생물과 같다는 것을 깨달으셨다고 합니다.”
“엄머! 그래요? 그 스승은 또 어떤 분이셨을까요?”
“예, 존함은 왕동민(王東民)이라고 하십니다. 오랜 세월을 선도수련으로 천지의 이치를 깨닫고자 하셨는데 어느 순간에 그러한 모습을 보셨다고 합니다. 물론 실제로 그랬다는 증거는 증명할 수가 없습니다만 평소의 인품으로 봐서 없는 이야기를 지어낼 분으로 여겨지지 않아서 그냥 믿는 것입니다.”
“당연히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겠네요. 모든 것을 자기의 눈으로 본 것만 믿을 수는 없으니까요. 그러기로 든다면 간지(干支)의 존재에 대해서도 의혹이 가득할 뿐이니까요. 호호호~!”
“스승님께서는 항상 말씀하시기를 정신(精神)은 불에서 비롯되고, 육신(肉身)은 물에서 비롯되었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불을 보고 있으면 우울하던 마음이 밝아지고 물을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이 평온해지는 것이라고 하셨는데 그것도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음양의 이치가 작용해서 그런 것으로 여겨집니다. 물론 사람에 따라서 다를 수는 있겠지만 말이지요.”
“정말 재미있어요. 그 스승님의 가르침을 받으시고 비법을 전해 받으셨군요. 그래서 약수라는 아호까지도 얻으셨나 봅니다. 그러면 물에 대한 가르침을 들어보겠어요. 설명해 주세요.”
기현주가 이렇게 말하자 감경보가 말했다.
“육신은 물의 이치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처음에 잉태가 될 적에도 부친의 물 한 방울이 모친의 물 한 방울과 합이 되어서 잉태되었고, 그 존재는 모친의 자궁 속의 양수(羊水)라고 하는 물속에서 열 달을 보내다가 태어나서는 다시 죽을 때까지 물을 마시지 않으면 생존할 수가 없는 존재가 되었던 것이지요.”
“오호라! 듣고 보니까 하나도 틀린 것이 없어요. 정신은 불이라고 하는 것도 공감이 되었어요. 전광석화(電光石火)라는 말도 정신에 해당하는 말이니까 말이에요. 그래서 물을 먹으면 살아갈 수가 있는데 약수(藥手)라고 하는 의미는 무엇인가요?”
“이 몸이 번뇌가 없거나 있어도 조금 있을 적에는 흐르는 물만으로도 능히 온갖 질병으로부터 자유로웠습니다. 그런데 문명이 발전함과 동시에 번뇌도 치성(熾盛)하게 되었습니다. 반면에 이것으로 인해서 몸은 편해졌으나, 반면에 정신의 세계는 날이 갈수록 균형이 무너지게 되는 것도 음양의 또 다른 한쪽 작용(作用)이라고 봅니다.”
“그럴싸~한걸요.”
기현주가 이렇게 장단을 쳤다.
“우주는 진동(振動)으로 존재한다고 하셨습니다. 공기도 진동하고 몸에 흐르는 피도 진동하고 폐도 진동합니다. 가만히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만약에 그러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삶의 기능을 잃어버린 것이라고 말씀하셨지요. 마른나무나 굳은 바위와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니까 진동의 힘을 더욱 활기차게 한다는 뜻인가요?”
“맞습니다. 바로 그러한 이치입니다.”
“아, 그렇구나! 거문고의 소리가 죽어가면 다시 줄을 튕기면 되듯이 일체 만물은 진동이 잦아지면 다시 살려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미인 거죠?”
“그렇지요. 공기를 진동하는 것이 주문(呪文)입니다. 그것은 바로 ‘옴마니반메훔(唵麽抳鉢銘吽)’이지요. 서장(西藏)의 수행승들은 항상 이 주문을 외우고 불도(佛徒)들에게도 권합니다.”
“그건 나도 들어봤어요. 라마승들이 하는 염불이잖아요. 육자대명왕진언(六字大明王眞言)이라고 하죠.”
“잘 알고 계십니다. 그 주문을 외우면 공기가 정화되고 그것을 호흡하면 마음이 안정됩니다. 공기를 왕동민 스승님께서는 목기정화(木氣淨化)라고 하셨습니다. 공기와 목의 관계에 대해서는 알고 계시지요?”
감경보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우창에게 물었다.
“알고 있습니다. 풍목(風木)이니까요. 그리고 목은 생명력(生命力)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바람과 공기와 목과 호흡은 같은 일직선(一直線)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우창의 말에 자원도 한마디 거들었다.
“풀무질도요~! 호호호~!”
자원의 말에 감경보가 웃으며 말했다.
“맞습니다. 풀무질도 목의 운동이고 진동이고 바람을 일으키는 행위이며 목생화(木生火)의 이치이기도 합니다.”
기현주가 또 물었다.
“정신의 진동은 바람이 한다는 것은 잘 알고 있어요. 물의 진동은 어떻게 되는 거죠?”
“물도 자연이 만든 것이니 당연히 본능적으로 진동하고 있습니다.”
“한 방울의 물이 물에 떨어지면 여기에 반응해서 파동(波動)을 일으키며 끝없이 번져갑니다. 이것은 공기를 정화하는 진동을 눈으로 볼 수가 있도록 보여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맞아요. 대해(大海)의 파도도 같은 의미로군요.”
“그렇지요. 처음의 물방울이 만약에 성현의 물방울이라고 한다면 그 파동은 성현의 가르침을 담고서 끝없이 펼쳐질 것입니다.”
“아니, 그 말씀은 악인의 물방울도 있다는 의미인가요?”
기현주가 깜짝 놀라며 묻자, 감경보가 대답했다.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더구나 세상이 혼탁해서 온갖 악념(惡念)들이 물무늬에 간섭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그래서 성현의 물무늬가 번져가는 것에 장애를 일으키거나 심지어는 소멸시키기도 하지요. 이것을 부처는 오탁악세(五濁惡世)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약해진 좋은 파동을 강화하고 나쁜 파동을 제거하는 일을 인위적으로 하게 되는 시대가 되었던 것이지요.”
“오호! 일리가 있어요. 그럼 어떻게 하면 되나요?”
“우선은 정념(淨念)이 필요합니다. 그래야 맑은 기운이 투영(投影)될 테니 말이지요.”
“알겠어요. 악념(惡念)으로 한다면 안 될 테니까요. 그다음에는요?”
기현주가 궁금하다는 듯이 묻는 말에 감경보가 다시 대답했다.
“다음에는 마실 물을 앞에 놓고서 손바닥을 위에서 아래로 펼쳐서 물이 있는 방향을 가리키고는 소리를 냅니다. 간단하지요?”
“소리를 낸다면 무슨 소리를 내길래요?”
“그야 당연히 ‘옴마니반메훔’이지요. 이보다 더 좋은 소리가 또 있겠습니까? 정신도 맑게 하고 공기도 맑게 하고 물도 맑게 하는 주문이니까요. 더구나 신체를 타고 흐르는 혈액조차도 이 주문의 외우는 사이에 좋은 진동으로 바뀌게 됩니다.”
기현주는 감경보의 말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말했다.
“그렇게 간단한 방법으로 약수를 만든다는 말인가요?”
“이해되지 않으시는 것도 당연합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진리는 먼 곳에 있습니까?”
“그야 진리도 생각 속에 있으니 가까이 있다고 해야지요. 다만 이것과 그것이 같은 것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서로 다르다고 생각하는 것이 문제일 뿐입니다. 근원은 모두 하나이고 같은 것이니까 말이지요. 그리고 당장에 실험해 보셔도 됩니다.”
“아무나 그렇게 해도 약수가 된단 말인가요?”
기현주는 내내 못미덥다는 듯이 다시 물었다.
“현령 나리께서 왜 여기에 보내셨는지를 생각해 보면 알 일이지 않습니까? 이미 여기에 계신 분들은 정신적인 수준이 높은 분들이어서 능히 진동수(振動水)를 만들 능력이 되는 사람들이라고 확신하고서 가보라고 해서 온 것입니다. 그러니 그만한 수련을 하셨다는 것이지요. 하하~!”
감경보의 말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오행의 이치를 연마하고 자연의 도리를 깨달아 가는 것만으로도 보통 사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현주가 비로소 이해되었다는 듯이 말했다.
“알았어요. 스스로 생각하기에는 보통 사람에 불과하나 현령 오라버니가 그렇게 인정했다면 그럴지도 모르겠어요. 그렇다면 어떻게 무엇을 보여줄 수가 있는지 궁금해요. 이제 물을 팔아보세요. 호호호~!”
“여기 양인(洋人)을 상대로 시범을 보여드릴 수가 있겠습니다. 평소에 소화가 잘되지 않아서 고통스럽지 않습니까?”
감경보가 갈만을 가리키며 말하자 갈만이 반기며 대답했다.
“갈만이라고 불러주시면 됩니다. 과연 영험하십니다. 항상 소화가 잘되지 않아서 음식을 먹을 때는 늘 조심스러운 마음이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그 약수를 먹어보고 싶습니다.”
“물도 당연히 드시면 좋을 것입니다만 그보다도 기운이 머리에 몰려서 항상 묵직하고 때로는 두통이 심해서 고통스러울 것으로 보이는데 어떻습니까?”
“정말 놀랍습니다. 말씀하신 그대로입니다. 부디 이러한 고뇌를 벗어날 수가 있도록 베풀어 주시기를 간청드립니다.”
기현주가 갈만의 말을 듣고서 깜짝 놀라며 말했다.
“저런! 그러한 고통이 있으신 줄은 전혀 몰랐네. 그렇다면 항상 먹는 문제로 힘들었겠구나. 정말 그러한 문제가 해결된다면 얼마나 좋겠어.”
기현주가 자기의 일처럼 걱정해 주자 갈만도 말했다.
“고맙습니다. 여러분들이 걱정하실까 봐서 말씀은 못 드렸습니다. 아마도 양인으로 태어난 체질이라서인지 늘 그 문제가 따라다니면서 괴롭혀서 전생의 업장이라고 여기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약수 선생의 가르침을 듣고서 귀가 번쩍 띄었습니다. 하하~!”
이렇게 말하면서 간절한 염원을 담아서 감경보를 바라보고 합장하고 머리를 깊이 숙였다. 그것을 본 감경보가 마주 합장하고는 일어나서 갈만의 뒤로 다가가서는 잠시 선 채로 합장을 하고는 손을 모아서 머리 위에 펼치고서 소리를 질렀다.
“왐~ 왐~ 왐~!!! 옴마니반메훔~~!!”
갈만의 머리에 두 손을 떼어놓은 상태에서 이렇게 주문을 외우자, 우렁우렁한 음성이 방 안의 공기를 진동했다. 옆에 있던 사람들도 심장이 부르르 떨리는 듯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정수리 위에 한치 정도 두 손바닥을 올려놓고는 외쳤다.
“왐~왐~왐~ 왐왐~~!! 옴마니반메훔!!!”
이렇게 외치고는 다시 자리에 앉아서 갈만의 표정을 살폈다. 약간 창백해 보였던 얼굴에 화색(和色)이 돌았다. 눈을 뜬 갈만이 합장하고 말했다.
“아니, 이렇게 기이한 일이 있습니까? 전두엽(前頭葉)에 지진이 일어난 줄만 알았습니다.”
갈만의 말에 기현주가 물었다.
“어? 전두엽은 뭐지?”
“아, 이마 쪽의 내부를 의학용어로 부르는 말입니다. 그리고 정수리에서도 같은 현상이 있었습니다. 진동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이렇게 생생한 체험으로 느끼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이렇게 말하며 신기하게 말하자 옆에서 그 모습을 본 기현주가 말했다.
“정말 옆에 있는 나도 머리에 진동이 일어난 것으로 봐서 본인은 더 말하지 않아도 짐작이 되네요. 둔한 머리에 그렇게 진동침을 한 방 놓으면 활성화가 되어서 공부도 더 잘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어요. 나도 그것을 느껴보고 싶으니 부탁해요.”
이렇게 말하고 기현주가 눈을 감았다. 그러자 감경보는 다시 예의 그 자세를 취하고서 기현주에게도 같은 방법으로 시술(施術)했다. 잠시 후에 눈을 뜬 기현주가 감탄하며 말했다.
“어머나~! 이런 것이었구나. 말로만 들었을 적에는 그런가 보다 했는데 직접 경험을 해보니까 그 의미를 확실하게 알겠네요. 이러한 진동으로 사물의 성질을 바꿀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호호호~!”
“자, 이제는 약수(藥水)를 만드는 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이것을 보게 되면 그 순간부터는 누구나 가능하다는 것을 말씀드리니까 잘 보고 따라서 하면 됩니다.”
이렇게 말한 감경보가 나무통에 맑은 물을 받아오게 한 다음에 다시 예의 그 주문을 외웠다.
“왐왐왐~~!! 왐왐왐~~!! 옴마니반메훔~~!!”
그렇게 외치자 잔잔하던 수면에 파문이 일면서 진동을 하더니 물방울이 튀어 올랐다. 이렇게 세 번을 반복하더니 손을 내렸다. 그러자 기현주가 말했다.
“아니, 방법은 매우 간단하네요. 그렇게 해서 우리의 능력도 발휘될 수가 있다면 참으로 좋겠어요. 지금은 믿어지지 않지만요. 과연 우리도 될까요?”
기현주의 말에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항아리를 기울여서 물을 한 잔 따른 다음에 갈만에게 마시라고 했다. 갈만은 시키는 대로 물을 조용히 맛을 음미하면서 마셨다. 그렇게 마시고 나자 감경보가 물었다.
“물맛이 어때요? 평소에 마시던 것보다 다른 것이 느껴집니까? 느껴진다면 설명해 보셔도 좋습니다.”
잠시 입맛을 다시던 갈만이 놀랍다는 듯이 말했다.
“아니 제가 느낀 것이 맞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느낌으로는 물이 흡사 점액질이 생긴 것처럼 묵직하게 넘어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뭔가 쫙~ 빨아당기는 듯한 느낌도 있었는데 이것이 제대로 느낀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맞습니다. 잘 느끼셨습니다. 아마도 반 시진 정도면 뱃속에서 난리가 날 것이고 통설(洞泄)하게 될 것입니다. 배에서 꾸르륵거리는 소리가 들리면 측간(廁間)에 가서 시원하게 비우면 됩니다. 이것은 걱정하실 일이 아니고 명현(瞑眩)의 현상이니까 그런가 보다 하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정말 이 문제가 해결될 것만 같습니다. 거듭 감사드립니다.”
갈만의 말에 감경보는 다시 말했다.
“나는 아직도 부족해서 소리를 내어서 진동해야 하지만 스승님께서는 소리도 내지 않으십니다. 염력으로 진동을 일으키시는데 결과는 같습니다. 그래서 항상 더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느끼고 있지요.”
“그 스승님이라는 분은 왕동민이라고 하셨나요? 어떤 분인지 궁금해요. 조금만 설명해 주세요.”
“원래는 명이 짧아서 일찍 저승에 갔다가 다시 깨어나면서 뛰어난 능력을 얻게 되셨다고 합니다. 사람의 전생을 꿰뚫어 보신 것으로 봐서 숙명통(宿命通)을 얻으신 것으로 생각되는데 그분 앞에 앉게 되면 삼세(三世)를 통달하신 말에 감동하지 않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다행히 제자로 거두어 주셔서 약간의 잔재주를 얻었으니 또한 복이 넘치는 인연이었나 싶습니다.”
감경보가 숙연한 표정으로 말하는 것을 보면서 우창이 물었다.
“지금 그 스승님은 어디에 계십니까?”
“아, 스승님께서는 이미 저세상으로 가셨습니다. 또 다른 일이 있다고 하시고는 하루아침에 홀연히 육신을 벗어버리셨으니 아마도 인연처를 찾아서 다시 인신(人身)을 얻으셨으리라고 짐작을 해볼 따름이지요.”
“그러셨군요. 탁월한 능력으로 세상을 주유하다가 자유롭게 떠난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습니다. 그래서 부럽습니다. 하하~!”
“이미 우창 선생도 그러한 능력에 근접하고 있으시니 부러워할 일은 아니지 싶습니다. 영안(靈眼)이 절반은 열린 것으로 보이는데 이쪽으로 앉아 보시지요.”
우창은 감경보의 영안이 절반은 열렸다는 말에 내심으로 놀랐으나 시키는 대로 자세를 돌려서 감경보를 향해 앉았다. 그러자 예의 그 주문을 외쳤다. 그러자 과연 두뇌가 두개골과 따로 노는 듯이 떨리는 것이 느껴졌다. 그러면서 아뜩~한 느낌이 들었다. 현기증이었다. 그렇게 잠시 기다리자 다시 정신이 안정되었다.
“과연 겪어보지 않고는 알 수가 없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그러한 진동은 무예를 연마하는 사람에게 한 갑자의 공력을 증진 시키는 듯한 느낌입니다.”
“그렇게 느끼셨다면 그것이 맞을 것입니다. 팽이가 돌아갈 적에는 가끔 채로 쳐줘야 더 잘 돌듯이 이렇게 도반끼리 진동을 시켜주면 더욱 빠른 속도로 영안이 열리게 되어 있습니다. 모두 그렇게 한다면 진정한 도반이 아니겠습니까? 그동안은 몰라서 못 했더라도 이제부터는 그렇게 하시면 좋을 것입니다.”
이렇게 말하고 있는데 갈만이 얼른 일어나서는 측간으로 달려갔다. 속에서 난리가 났던 모양임을 짐작하고는 모두 미소를 지었다. 잠시 후에 개운한 모습으로 나타난 갈만의 표정은 매우 평온했다.
“이제부터는 어떤 음식을 드셔도 모두 소화를 잘 시킬 것이니 마음 놓고 편히 식도락을 즐겨도 될 것입니다. 체질을 바꾸기는 쉽지 않지만 이렇게 강한 힘으로 진동을 시켜주게 되면 그러한 것에 촉매제(觸媒劑)가 되어서 빨리 변화를 주게 되는 것입니다. 하하~!”
감경보는 마음이 편해진 갈만의 표정을 보고는 웃으며 말했다. 그러고는 모두를 향해서 말했다.
“오늘 제가 보여드린 그대로만 하시면 됩니다. 자, 모두 약수를 한 잔씩 마시고 심중의 번뇌를 모두 털어버리십시오. 이 외에 특별한 비법은 없습니다. 모두 열정적으로 공부하시는 것을 보니 덩달아 기분이 좋아집니다. 물론 보람도 있고 말이지요. 한 사람의 환자를 치유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많은 환자를 치유할 수가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 무엇보다도 감사한 까닭이지요. 오늘도 이렇게 즐거운 시간을 갖게 되어서 행복했습니다. 이만 떠나고자 합니다.”
기현주는 감경보가 떠나겠다고 말하자 얼른 말렸다.
“아니, 무슨 말씀이세요. 며칠 푹 쉬면서 재미있는 이야기도 들려주시고 적천수에 대한 요결(要訣)도 가르침을 나눠주셔야지요. 이렇게 찾아온 것도 인연일 테니 서두르지 마시고 같이 하면서 가르침을 주세요.”
기현주가 이렇게 떠나지 말기를 권하자 딱히 바쁜 일이 없었다는 듯이 말했다.
“그렇게 말씀해 주신다면 며칠 묵어도 좋기는 하겠습니다. 이렇게 영(靈)이 맑은 인연과 함께하는 것도 쉽지 않아서 실은 좀 더 머무르고 싶기는 했습니다. 그럼 염치없이 신세를 지도록 하겠습니다.”
“고마워요. 그러셔야지요. 우선 오반(午飯)이 준비된 것 같으니 같이 드시면서 또 재미있는 이야기도 들려주세요. 호호호~!”
기현주의 말에 모두 자리를 식당으로 옮겨서 푸짐한 오찬(午餐)을 나누며 이야기가 끊이지 않았다. 특히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잘 먹는 갈만을 지켜보는 것도 큰 재미였다. 모두가 자신을 관심으로 지켜보는 것에 감동한 갈만이 말했다.
“아침에 먹은 음식과는 전혀 다른 느낌입니다. 마치 물구멍으로 물이 빨려 들어가듯이 음식이 마구 당깁니다. 이렇게 먹고서 물 한 잔만 마시면 모두가 잘될 것이라고 하는 믿음이 생겼습니다. 더구나 약수 선생이 머물러서 가르침을 주신다니 더욱 기쁩니다.”
“역시 속 편한 사람이 가장 행복한 것이 맞구나. 호호호~!”
기현주는 갈만의 기쁜 표정을 보면서 이렇게 말하고 덩달아서 기뻐했다. 음식을 마음 놓고 먹을 수가 없었던 갈만의 고통을 모두 짐작할 수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맛있는 오찬을 즐기고는 저마다 잠시의 휴식을 취했다. 우창도 화원을 거닐면서 진동에 대해서 이런저런 생각도 했다. 과연 삼라만상에서 진동하지 않는 것은 또 무엇인지도 생각해 보고 진동이 의미하는 것은 또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곰곰 생각하면서 거닐다가 신시(申時)가 된 것을 보고서야 다시 내실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