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남지의 해바라기
작성일
2019-07-15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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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남지의 해바라기
이른 새벽에 나들이 한 궁남지이다.
궁남지의 서쪽에는 조그만 해바라기밭이 있다.
연꽃을 보다가 멀미가 날 정도쯤에 눈길을 붙잡는 꽃이다. 이른 새벽의 해바라기들이 모두 한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 동쪽이다. 거참.... 하루종일 타임랩스를 찍어보고 싶기도 하다. 과연 태양을 따라서 얼굴이 돌아가는지 확인을 하고 싶어서이다.
밤새 고팠던 해를 좀 보겠다는데 말릴 수는 없다. 내가 옮기면 된다.
해바라기를 떠올리면 노란 꽃잎 울타리에 가득박힌 꽃송이들이다. 그래서 오늘은 좀더 놀아보고 싶어진다. 더욱 고마운 것은 키가 작아져서이다. 예전에는 키큰 해바라기더니 올해는 키를 낮춰서 딱 눈높이에서 피어줬다. 어느 사진가는 사다리를 들고 왔다가 팽개치고 사진놀이를 한다. 사다리가 필요없는 높이였던 까닭이다.
얼마나 견고하게 싸매고 또 싸매놨던지.....
보면 볼수록 그 조밀한 모습에 감탄을 한다.
겹겹이 싸매놓은 모습을 보면서 그 안에 얼마나 소중한 것이 있다는 의미인지를 저절로 깨닫게 된다. 오히려 숙연해진다.
피어난 해바라기만 보다가 때로는 피어날 준비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는 것도 재미있다. 두어 시간쯤 후에 사진놀이를 했으면 빛도 충분했을텐데 이른 시간이라서 그점이 조금 아쉬울 따름이다. 링플래시가 열일을 했다.
어떤 연유인지 몰라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모습의 해바라기도 해바라기이다.
인간이나 자연이나 뭔가 불완전한 존재도 항상 공존하기 마련이다. 그냥 그런가보다.... 하면 된다. 불구의 자녀를 버리지 않는 엄마처럼 그것을 베어내지 않는 농부의 마음과 같은 것이다.
무늬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볼 수가 있다.
흡사 벌집을 보는 것도 같다.
갑자기 소란이 일어난다. 벌써부터 꿀과 화분을 얻으러 나그네들이 모여든다. 그곳에는 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벌은 꽃이 피지 않은 것을 탓하지 않는다. 피어있는 꽃을 즐길 뿐.
바깥에서부터....
점점 중심으로 옮아간다....
보이차를 뜯어 먹을때처럼.....
혹시라도 벌에게 다가가면 쏘일까봐 두려운 벗님이 계실 수도 있겠다. 전혀 그러지 않으셔도 된다. 건드리지만 않으면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기 때문이다. 다만 벌통에는 다가가면 바로 공격을 받을 것이다. 왜 그럴까? 싶은 생각을 해 봤는데 벌통의 꿀은 자신들의 소유지만 해바라기의 꿀은 주인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러니까 인간이 알짱거려도 꿀을 얻으러 온 덩치가 큰 동물로 간주할 것이라는 이야기이다. 어쩌면 곰? ㅋㅋㅋ
자기의 일에만 몰입하는 장면들이 노련한 장인들처럼 보이기도 한다.
어쩌면, 해바라기꽃이 한꺼번에 개화하지 않고 변두리부터 차츰차츰 순차적으로 피어나는 것도 벌들이 꿀을 가져갈 시간을 배려한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래야 더욱 충실한 해바라기 씨앗을 얻을 가능성이 더 높아지기 때문이다. 갑자기 너무 많은 꿀을 얻게 되면 벌의 한계에 도달할 수도 있기 때문에 자연적으로 조절하고 있는 것이려니 싶다.
흐름을 거스르는 무늬도 있기 마련이다. 냉면의 겨자처럼. 그래서 또 심심할 뻔한 것을 보완해 주는 셈이다.
초록초록한 친구가 나름대로 자기의 방식으로 꿀을 찾고 있나보다. 그 친구와 노는 것만으로도 이야기가 되겠지만 오늘은 주연이 아니라 조연인 고로.
어쩜......
이런 풍경이 접사의 재미인 것을.
벌과 해바라기에 이러한 조화가 있었던가....
완전보호색이다. 기묘하다. 흡사 벌의 옷은 해바라기에 맞춤인 것처럼.
해바라기의 암술과 기가 막힌 그림이라니.....
코스모스꽃의 접사에서 본 느낌이 자꾸만 겹친다.
숨은그림찾기~~!!
이른아침이어서인지 이슬방울이 굴러다닌다.
꿀벌보다 더 바쁜 낭월이다. 볼 꽃은 많고, 시간은 없다.
7시에는 돌아가야 밥 얻어먹고 방문자를 만날 수가 있다.
그래서 자꾸 시간이 흐르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ㅎㅎ
멀리서 보면 그게 그장면 같다.
그러나 한걸음 다가가면 꽃마다 보여주는 그림이 다 다르다.
그래서 빠져나오는 길을 잃고 미아가 된다.
축제가 거의 끝나가는 친구도 있고....
축제를 마친 친구도 있다. 며칠의 시간차이가 사라지고 없다.
서서히 정리가 되어가고 있다. 이제는 결실로 향하는 시간이다.
제할일을 다 마친 헛꽃잎들도 많이 떨어져 나갔다.
그리고는 또다른 중년의 해바라기를 보여준다.
결실로 향하는 그 깊은 곳에서는 갈색의 쌔앗이 자라고 있다.
슬쩍 들여다 보이는 것이 궁금했던 어린 시절.
학교에서 돌아오다가 밭둑의 해바라기를 박박 긁어봤던 기억...
참 못된 짓을 하면서도 그게 무슨 짓인지도 몰랐던 시절이었군.
근데 그 장면을 여기에서도 보게 될 줄이야. ㅋㅋㅋㅋ
세월을 뛰어넘어서 낭월같은 호기심천국은 이어지는 모양이다.
그래서 덕분에 그 속도 슬쩍 들여다 볼 수가 있네.
오늘은 여기까지만 봐야겠다.
다른날 다시 놀러 와야지.
고마웠네 친구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