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의 맛
작성일
2019-06-20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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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의 맛
사실은 호박을 보려고 하우스 파이프를 세운 것은 아니었다. 지난 가을에 외연도에서 만난 하눌타리를 가까이에서 지켜보겠다고 마련한 까닭이다.
외연도의 해변에서 발견한 하눌타리가 너무 예뻐서 곁에 두고 싶었던 욕심이 발동해서 벌인 일이다.
연지님이 너무 좋아해서, 아예 집에서 딸 수가 있도록 해 준다고 한 약속을 지킨 셈이기도 하다. 그렇게 짊어지고 온 하눌타리에서 씨를 받았다가 모종을 부어서 심었던 것이다.
하눌타리이다. 늑장을 꽤 부리는 모양이다. 아직 꽃을 피울 마음이 없어 보인다. 그래도 기다린다. 자연은 꽃을 피우게 할 테니까. ㅎㅎ
기왕에 하눌타리 의지대를 만드는 김에 조금 더 크게 해서 화초호박과 조롱박을 보자고 했다. 그래서 인터넷으로 예쁜 호박씨와 조롱박씨를 구입해서 모종으로 싹이 나는 것을 심었다.
그런데 아직은 꽃이 맺히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가지 사이에 쪼맨하게 보이는 것이 꽃일 수도 있다는 기대감을 담아 본다. 며칠 후면 실상이 드러날게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녀석들이 효도를 한다.
요렇게 재미있는 호박이 맺히고 있기 때문이다. 이건 식용도 가능하다고 했다. 우선은 자라는 것이 너무 귀엽다. 앙징~앙징~~!!
꽃이 피었다. 벌들에게 그들의 일은 맡겨야지. 인공수분을 자중하고 있다. 마음 같아서는 해주고 싶은데, 벌들의 재미를 빼앗을 수가 없는 까닭이다.
요렇게 달리는 녀석도 있고...
조렇게 달리는 녀석도 있다.
이렇게 동글납작한 녀석도 나타난다. 앞으로도 어떤 친구들이 나타날지 모를 일이다. 그래서 아침 저녁으로 나가던 산책길이 달라졌다. 이곳을 순례의 코스에 포함시킨 것이다.
이 아이는.... 왠지 익숙한 녀석인데...? 그냥 식용호박일 수도 있겠다는 의혹의 눈길을 보내지만 그래도 무럭무럭 잘도 자란다.
초록으로 달리는 아이도 있다. 3일에 한번씩 물도 준다.
근데 하우스 지지대는 정작 엉뚱한 녀석들이 선점하고 있다. 열매마이다. 화인이 친구에게 얻어다 심은 것인데 기세가 당당하다.
어지간히 야무지게 감아 돌린다. 열매가 달리면 또 새로운 친구가 되지 싶어서 열심히 물을 준다. 오늘은 이렇게 농사의 맛을 조용히 음미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