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방울꽃이 피었다.
작성일
2019-05-17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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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방울꽃이 피었다.
수년 전에 낙성대 공원에서 은방울꽃을 봤다. 초록초록한 이파리 속에서 새하얗게 피어있는 은방울꽃의 모습이 흡사 아기의 입안에서 앞니가 솟아나는 것처럼 어찌나 귀엽던지....
작약이 만발했으니 작고도 어두침침한 나무 그늘에 있는 은방울은 보이지도 않는다. 그 자리에서 자라고 있음을 알지 않았다면 그냥 잊혀지고 말 꽃이기도 하다.
그래도 해마다 기대를 한다. 올해는 은방울꽃을 볼 수 있을랑강.... 그렇게 3~4년이 흘러갔지 싶다. 어쩐 일인지 꽃이 피지 않거나... 피지도 못하고 고대 말라버리거나...
사람 마음이란 참 묘해서 때론 어디에 있는지도 모를 꽃으로 마음이 기울기도 한다. 방문하시는 손님들도 휴대폰을 꺼내들고 작약을 찍느라 여념이 없다.
곱기도 하지...
그 사이로 독일붓꽃도 하나씩 피어오른다. 보랏빛 치마에 하얀 블라우스를 입은 듯 새참하고도 우아한 독일붓꽃이다. 그 안쪽엔 빠알간 넝쿨장미도 피었구나. 여름이다.
장미가 피는 것을 보니 전남대학교의 장미원이 떠오른다. 여기에 추가해서 곡성의 꽃밭도 화사하지.....
아, 향기라면 둘째가기 서러운 해당화도 한창 존재감을 드러낸다. 그리고
그 뒤쪽....
그늘 속에서 조용히 자라고 있는 은방울꽃들....
엇그제 너무 메말라서 물을 몇 바가지 퍼다 줬더니 오늘은 제법 꽃다운 모습을 보여 준다. 아마도 올해의 은방울은 이것이 마지막이지 싶지만 실은 처음으로 제대로 핀 꽃을 보는 셈이기도 하다. 그러니 반가울 밖에....
언뜻 보면 예쁘기만 한 꽃이지만.....
지켜보면 그 과정에서도 시련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안다.
어느 존재가 이렇게도 예쁜 꽃을 갉아먹고 있었으니....
살겠다는 것을 두고 뭐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바라보는 낭월은 맘이 아프다.
하필이면....
앗! 딱걸렸다. 요녀석~~!!
노린재? 풍뎅이? 온통 꽃가루를 뒤집어 쓴채로 주린 배를 채우고 있는 모습을 보고 차마 쫓아버릴 수가 없는 것은.... 또한 자연의 한 모습이기 때문일게다...
그렇게 먹으면서도 남겨놓은 꽃은 있기 마련이다.
벌레 먹은 꽃이 있으면 또 한쪽에는 온전한 꽃도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꽃을 많이 심어야 한다. 그 중에 몇몇은 포기를 하면 되니깐.
내일쯤은 비가 오려나....
외떡잎의 나란히 엽맥을 보면서 고마운 마음을 전해 본다.
"고마워~ 은방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