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식 인공식
작성일
2020-10-15 07:21
조회
612
자연식(自然食) 인공식(人工食)
산골의 가을이 점점 깊어지고 있다.
물까치도 열심히 겨울을 준비하는 모양이다.
산새들을 위해서 이렇게도 많은 열매를 달은 건지
향나무도 자손을 번식할 목적이 있어서인지...
아침에는 더욱 분주한 물까치들이다.
자연은 아침에 역동적이다.
열심히 따먹는 것은 보기에도 좋다.
나무를 심었는데 누군가에게 먹이도 되니...
책을 읽다가 밖이 소란스러워서 카메라를 들고
살금살금 그 장면을 담아 본다.
이런 장면은 연속촬영으로 찍어야 하나라도 건질 수 있다.
이 녀석, 부리에 가득 물고서도 뭔 소리를 하는 건지. ㅎㅎㅎ
깜순이는 새끼를 몇 마리 낳았는지 아직도 분명치 않다.
첫 배를 실패해서인지 이번에는 절대로 보여주지 않는 까닭이다.
새벽에 와서 밥을 달라고 하는 것을 보면 새끼 키우는 것도 힘든지..
그래서 또 부지런히 밥을 준다. 새끼들 몫도 포함해서 고봉으로 준다.
깜순이가 배불리 먹고 물러나면 뒷처리는 물까치들 몫이다.
자연식이 더 좋은지 인공식이 더 좋은지는 물어볼 수가 없다.
향나무 열매를 먹다가 고양이 사료에 달려드는 것을 보면...
아무래도 인공식이 더 맛있는가 싶기는 하다만....
1/1000초로 조금 빠르게 찍어야 날개의 깃이 대충 보인다.
다행히 렌즈가 밝아서 그런대로 봐줄만 하다.
바삐 움직이는 녀석들이라서 마음같아서는 셔터를 1/2000초는 해야 되지 싶지만
그렇게 되면 또 너무 어두어질테니... 항상 적당한 타협이 어렵다.
먹고 남긴 것을 먹겠다는데.... 뭐라고 할 수도 없고..
좀 적게 주면 될 것이 아니냐고도 하지만...
따지고 보면 고양이나 물까치나 모두 야생일 따름이다.
그러니 괜한 분별심으로 친소(親疏)를 만들 필요도 없지...
약간의 사료로 잔치를 벌이니 보기에도 좋다.
그들에게 기쁨을 주는 것인지, 스스로 기쁨을 느끼는 것인지...
물까치는 단체생활을 하는 조류이다.
그래서 입에 사료를 물고는 다음 친구를 위해서 비켜주는 모양이다.
그래야 다음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 녀석들도 몫이 돌아갈테니...
혼돈 가운데 질서가 있음을 느끼고 보면 그것도 아름답다.
가까이 다가가서 찍을 수가 없으니 망원렌즈의 공덕이 크다.
활기찬 모습을 담는 재미를 본다면 모델료는 당연히 아깝지 않지...
오늘 아침에는 이렇게 새들과 놀이에 빠진다.
그리고 600여 장의 사진을 얻었다. 그 중에 그림이 되는 것을 고른다.
다음엔, 1/2000초로 한 번 시도해 봐야겠다.
그럼 날갯짓이 더욱 선명하게 담길 수도 있겠지 싶어서다.
그렇게 모여서 마지막 한 알까지 알뜰히 먹은 다음에서야
다시 자신들의 일상으로 돌아간다.
산골은...
다시 적막해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