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풍년 감흉년
작성일
2020-10-13 06:05
조회
652
밤풍년 감흉년
억새꽃이 하얗게 피어날 무렵
해걸음의 하늘풍경을 보다가
카메라를 둘러메고 뒷산으로 어실멍 어실멍~
태양이 떨어질 방향을 어림짐작하고..
삼각대 세우고 카메라를 간격촬영으로..
억새꽃을 앞에 두면 가을 분위기가 날랑강....
그리고는 유튜브를 켜서 소리가 나오도록 하는 것은
돼지가 놀라서 자빠지는 일이 없도록 하고자 함이려니...
억새꽃이 피어날 즈음이면
산자락에서는 밤이 익어 벌어지는 소리
숲속에서 들리는 바스락바스락~
그 소리에 상상되는 돼지의 이빨 섬뜩~!
딱 그 순간에 맞추서 나타나는 보살마하살~!
완전무장을 하고 등장하는 연지님이 반갑고.
낭월 : 와 오노?
연지 : 돼지가 신랑 물어갈까봐.
낭월 : 까짓 놈이 무신 걱정고(하면서 내심 반갑반갑)
연지 : 무서워서 밤 주우러 못 왔잖아.
낭월 : 아, 겸사겸사구나. 밤이 벌어졌네.
연지 : 연휴라 할매들이 자식들 땜에 못왔잖아.
낭월 : 그렇구나. 그 틈새도 있었구나.
이미 어둑어둑하다.
머릿등을 켜고 밤나무 아래를 살금살금
뱀이 무서우니 장화를 신고....
떨어진 밤송이 안에 들어있으면 집게가 필요하다.
발로 자근자근 밟고서 집어담는 재미가 쏠쏠~!
그렇게 뒤적일 때에
낭월은 카메라가 잘 돌아가는지를 살핀다.
그대는 밤을 줍고
낭월은 그림을 줍는다.
서로 줍는 것은 달라도
그 마음의 즐거움은 같다.
낭월 : 이건 뭐가 뜯어먹었네?
연지 : 노루가 가시때문에 먹지 못했던 겨.
낭월 : 저런, 딱하구로~
연지 : 밤꾼들이 주워가니까 먹을게 없었네.
낭월 : 그랬구나. 오늘은 알밤이 많아서 다행이군.
연지 : 연휴가 끝나면 또 밤꾼들이 달려들껴.
낭월 : 다 줏어가면 다람쥐는 뭘 먹고 살지?
연지 : 저마다 먹을 것이 있는 법이라고 해 놓구선?
낭월 : 아, 내가 그랬나? 하긴... 어차피 저마다 임자가 있지.
가시에 찔리지 않으려고 조심하면서
저 단단한 껍질을 뜯으면서 속살을 먹어 보겠다고....
다음에 와서는 쉽게 먹으라고 밤톨을 발라놓는 연지님
그래서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지 뭐.
밤송이 예쁜 것을 담으려고 길가의 밤송이를 담았다.
참 탐스럽기도 하지.
낭월은 밤톨의 끝을 본다.
그러자 떠오르는 오래된 기억
밤꽃이 필 적에 살펴봤던 것이 있을텐데....
어느해 봄에 밤꽃이 필 적에 담은 사진
수분이 되면 가을에 결실이 있겠지
비바람에 벌이 못날아오면?
바람이 수분을 시켜 주겠지...
음.... 이 송이는 세톨의 결실을 보겠구나.
암꽃이 셋인 것을 보니....
자세히 보면 또 이러한 것도 보이고
그것을 가을에 봤을 적에
봄의 그 시절 그림이 떠오르기도 한다.
세 톨이 되라고 했건만
두 톨은 수분을 하지 못했던 모양이다.
그 중에 한 톨만 성공을 거뒀구나...
내가 봤으니 내밤이다.
다람쥐가 봤으면 다람쥐 밤이지.
비록 나무는 내 땅에 자라고 있지만
주인은 각각 인연따라 달라질 따름이다.
그렇게 주워 모으는 사이에 해는 넘어간지 오래
어둠이 내리 깔리고 돼지들이 움직이고 싶어서 안달이 날 즈음
카메라를 주섬주섬 거둬서 귀가를 한다.
소금물에 담가서 벌레들을 보내는 과정이 필요하다.
말하자면 일종의 염분처리라고나 할까.
다시 건조시켜서는 누구에게 보내줄지를 상상한다.
벌레가 먼저 먹은 것은 골라내야지....
언니가 숲을 뒤지면서 주워모은 밤을 받으면서
기뻐할 동생들을 떠올리면서...
올해는 밤이 풍년이다.
그래서 밤잔치를 푸짐하게 했다.
그리고....
남들 다 보내주고 남은
버레퉁이는 우리 몫이다.
그래도 괜찮다. 맛은 같다.
그런데.....
음양의 이치란 공평한 모양이다.
밤이 풍년인데 감은 대흉년이다.
드문드문... 다 쏟아지고 없다.
그렇거나 말거나
가을이 깊어가니 주황색으로 물든다.
우리집만 그런가 했더니 아랫집도 같다.
다 쏟아졌는지 하나도 안 보인.....
아니, 두 개는 보인다.
하나는 온전하고 하나는 새가 이미 다녀갔군....
어쩌면 길고 긴 장마 때문일 수도 있을게다.
아니면 해걸이를 하는 것일 수도 있겠거니....
다만 주어진 만큼만 얻을 따름이다.
2018년에는 이렇게 푸짐했는데.....
올해는 감따는 재미가 없게 생겼다.
그나마도 서두르지 않으면
무르는 족족 물까치들이 달려든다.
경쟁이 치열하다.
이것도 자연이겠거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