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일에 뭘....
작성일
2020-07-15 17:50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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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일에 뭘....
그랬었다.
그때는 그랬었다.
불과 이틀 전까지만 해도.....
어제까지만 해도 슬픈사연은 상상하지 못했다.
얼룩이는 늠름하게 자신의 자리와 체면을 지켰다.
깜순도 얼룩을 믿었다.
다음의 자손은 얼깜의 새끼일 것임을...
얼룩 : 마음 단디 묵거라~!
깜순 : 말해서 뭘해~ 일편단심이지~!
그러나.....
이미 깜순의 허파에는 바람이 솔솔~~
페로몬 향에 취한 깜돌이....
목단그늘 아래에서 휘파람을 분다.
얼룩이가 아무리 지킨다고 한 들....
이미 마음이 떠난 깜순을.....
다음날....
상황이 달라져 있었다.
간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를 일이다.
다만, 한바탕 전쟁을 치뤘다는 것은 짐작할만 했다.
세상에.....
늠름한 깜돌이녀석....
그 앞에서 널부러진 깜순이.....
얼룩이는 어디로 갔노....
짜슥~~~ 와이리 짠~하노.... 쯧쯧...
강자가 차지하는 자연의 세상이다.
이 마당에 녀석을 탓할 수도 없는 일이다.
잘난 녀석을 보고 마음이 흔들리는 거야.
인간에게서나 있는 말일 게다.
야생에서는 강자의 씨앗만 받는다는 논리일 뿐.
결코 깜순이를 탓할 수도 없는 일이다.
깜돌이는 아랫마을에 사는 녀석인 모양이다.
깜순이의 페로몬 향에 취할 때만 나타난다.
그러고 보니까 먼저 세 마리의 새끼 중에도 까만 녀석이....
있었던 것도 같다. 그후의 소식은 끊겼으니....
졸졸졸~~
또, 졸졸졸졸~~
깜순이가 등을 보였다.
그러한 기회만 호시탐탐....
아싸~!
그들의 사랑노래이다.
아마도 1차 시기는 실패한 모양이다.
귀싸대기 한 대 맞고는 물러나는 녀석... 꼬쏘~~
잘 해봐 임마~!
깜순이의 유혹은 계속해서 이어진다.
단지, 깜돌이의 자리에 있는 녀석이
얼룩이가 아니라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잘 해봐라 녀석아~!
깜순이가 틈을 주면 잘 해야 한단 말이지...
다시, 2차 시기를....
그래 얼른 씨앗을 심고 사라져라.
얼룩이 심기가 많이 불편할끼다...
또 실패냐?
댓가는 싸대기 한 대~! ㅋㅋㅋ
쳇....
잘 할 수 있었는데....
체면을 구겼지만 포기는 없는 모양이다.
시간은 많다.
얼마든지 기다릴 수가 있다는 듯이....
그나저나 얼룩이는 어디로 가뿌맀노.....
밥을 줘 봤다.
밥이라도 묵으로 오라꼬.....
밥을 보고서도 전혀 활기가 없다.
깜순이만 열심히 먹고 있다.
선뜻 다가가지 못하는 마음.....
애증이라고....
만감이 교차하는 모양이다....
그래도 먹어야지....
먹어야 살지....
여태가지 본 중에 가장 무거운 얼룩이의 걸음이다.
천만근이다.
그런데 밥도 먹는 둥 마는 둥....
완전히 자존심을 구긴 녀석의 마음이 보인다.
낭월 : 얼룩이 힘드나?
얼룩 : 말라꼬 묻능교~!
낭월 : 짠해서 안카나. 절마를 때려 패뿌가?
얼룩 : 그라마 깜순이 맘이 아풀꺼 아닝교...
낭월 : 그래도 깜순이 걱정하나?
얼룩 : 바람은 이내 지나간다 아잉교.
낭월 : 그래 니가 보살이다.
얼룩 : 고마 하이소. 위로가 안 됩니더....
얼룩이도 어쩔 수가 없지만
깜순이도 본능에 충실할 따름이다.
그래도 쪼매 미안한 마음조차 없을까.....
깜순 : 마음이 아프지? 나도 그래.
얼룩 : 개안타. 내가 션찮아서 그런걸로 우짜노.
깜순 : 그래도 내맘 알지?
얼룩 : 그래 안다. 고마해라 자꾸 비참해진다.
아......
괜히 지켜봤지 싶다.....
얼룩의 자존심을 지켜주지 못했다....
쥔양반이 사라지기만 바라고 빙빙~~
그래 자연의 이치인기라....
우짜겠노.....
다시....
그렇게....
지켜보고 있다.
다음에 태어날 새끼들의 옷이 상상된다.
또한 지나 가리라.....
네가 승자다.
축하하진 않을란다.
나도 그럴 기분은 아닝게....
다시 하늘에는 먹구름이 모여든다.
또 한 줄기 퍼부을 모양이다.
장마가 장마 답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