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1] 정글의 법칙

작성일
2016-05-23 08:06
조회
4510

[691] 정글의 법칙


 

안녕하세요. 낭월입니다.

낮으로는 너무 더워서 밖에 나갈 엄두가 나지 않는 5월 말입니다. 이제 장미의 계절인가 싶네요. 해당화가 지는 곳에 장미가 공간을 채워주고 있으니 말이지요. 오늘 주제는 철학적이라고 하기 보다는 생존의 이야기라고 해야 하겠습니다. 이런 제목으로도 한 번 생각해 볼 계기가 마련되었다고 해야 하겠네요. 함께 생각해 보십시다.

 

1. 고양이 새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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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5월 21일]
차고 안쪽에 짚을 쌓아놓은 곳에서 찍찍거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부여에 일이 있어 다녀왔는데 안 들리던 소리가 들리는 것입니다. 그래서 새가 새끼를 쳤나... 싶어서 들춰봤습니다. 그랬더니 가끔 밥을 얻어먹으러 오는 산 고양이가 봄날을 맞이하여 새끼를 여섯 마리나 낳았네요.

아무리 봐도 가냘픈 어미인 줄을 알기에 이렇게 새끼를 많이 낳아서 어떻게 키울 것인지를 연지님과 같이 걱정하고는 도로 가려 줬습니다. 자연의 흐름에는 나름의 법칙이 작동할 것이므로 괜한 걱정을 할 일은 아니라고 봐서 키울 만 하니까 그만큼 낳았겠지...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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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산고양이라고 하더라도 밥을 달라고 떼를 쓰면 줍니다. 그래서 사료 한 포대를 사오면 3~4개월 정도 밥을 줄 수가 있어서 그 정도는 하고 있습니다. 고양이는 두 마리도 되었다 세 마리도  되었다 합니다. 삼발이는 며칠씩 안 보이기도 합니다. 이 하얀 녀석이 하도 못살게 굴어서 경계하느라고 마음대로 못 오는 것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간여하지 않습니다. 또한 그들만의 질서이겠거니.... 할 뿐이지요.

당연히 하얀 녀석은 수컷입니다. 삼발이도 수컷이지요. 수컷끼리는 공유할 수 없는 공간이 있는 모양입니다. 먹이 앞에서는 절대로 양보가 없거든요. 그래서 밥을 먹다가도 코쭘뱅이(이 녀석)가 나타나면 바람처럼 도망을 쳐 버립니다. 걸려봐야 이로울 것이 없단 것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왜 코쭘뱅이냐면 사나워서 콧등에 상처가 늘 있어서 붙여 준 이름입니다. 하하~

오늘의 주인공은 이 검은 고양이입니다. 원래 검은 고양이와 코쭘뱅이와 삼발이는 같은 배를 타고 태어난 남매간이라고 하겠네요. 수컷끼리는 경쟁을 하지만 암컷은 보살피더니만 결국은 색시로 만들었던 모양입니다.

교미하는 장면을 보진 못했습니다만, 갑자기 나타난 새끼를 봐하니 전후의 사정이 대략 한 줄에 엮어지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말씀드리는 것이 '그들의 내력'이겠네요.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여차저차하고 이차그차하여 새끼 여섯 마리가 태어났다는 말씀을 길게 드렸네요. 여하튼 반갑지는 않습니다. 사료를 먹으러 오면 그만큼 헤프기 마련이고 그래서 기뻐할 일은 아닙니다만 그렇다고 해서 속 상할 일도 아닙니다. 그냥 그렇겠거니.... 그것이 자연의 이치일진대 뭘 어쩔 것이며 간섭을 할 것은 사료나 달라고 떼쓰면 한 종구래기 주면 되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어제 아침에 작은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2. 남겨진 한 마리의 새끼 고양이


[5월 22일]
아침에 고사리 꺾으러 가던 연지님이 마당에서 깩깩대는 새끼 고양이 한 마리를 발견했습니다. 처음에는 새가 내는 소리인가 했습니다. 그런데 새끼 고양이가 마당까지 올라왔던 것입니다. 그래서 역마살이 있는 녀석이라서 혼자 우쭐대고 집을 가출한 모양이라고 도로 갖다 넣어 놓으라고 했지요. 그런데 집을 보고 온 연지님이 말합니다.

"새끼들이 하나도 없어요~!"
그래서 순간적으로 감을 잡았습니다. 아마도 안전하다고 생각되는 곳으로 이동시켰을 것이라는 짐작이지요. 전에도 그랬으니까요. 그렇다면 이 녀석도 데려 갈테니까 그냥 두면 안 되겠느냐고 했습니다. 그리고는 잊어버렸지요.

그런데..... 저녁 때가 되었는데, 고양이 새끼가 너무 큰 소리로 어미를 찾는 소리가 들려 왔습니다. 그래서 어둑어둑해 지는 해질녁에 폰의 플래시를 켜고 들여다 봤습니다. 그랬더니 아직까지도 그 자리에서 목을 놓아 어미를 부르고 있는 새끼 고양이 한 마리......

순간, 느낌이 왔습니다. '포기를 한 것이로구나...' 라는 생각이 퍼뜩 들었지요.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어린 것을 하루 종일 홀로 울게 뒀을 리가 만무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다섯 마리는 선택을 받고 이 녀석은 버림을 받은 것이라고 짐작해도 무리가 없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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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도 떨어지지 않은 어린 것이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지르고 있으니 이것을 본 산골화상의 마음인들 편안할 리가 있겠느냔 말이지요. 그래도 순간 또 생각을 했습니다.

'자연은 자연으로 자연이 되게 둬야 하지 않을까?'

고양이 어미가 버린 새끼를 인간이 거둔다는 것이 인정으로 본다면 틀렸다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자연으로 봐서는 또한 생존의 이치를 거스리는 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어서 선뜻 손을 내밀기가 망설여 졌습니다.

물론 당연히 방에서 우유를 먹여서 키울 자신도 없고 그럴 정도로 애정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원래 도를 닦으려면 애정이 담백해야 한다고 했거든요. 요런 때만 써 먹습니다. 원래는 정이 쪼매 많은 면도 있기는 한 낭월이거든요. ㅎㅎ

 

3. 어미의 곁눈질


[5월 23일 새벽]
여하튼, 자연의 이치보다 인정이 앞섰습니다. 그래서 손을 내밀었습니다. 가끔 사료를 먹으러 온다는 것을 알고 있는지라 밥그릇 옆으로 일단 옮겨놓았습니다. 그래놓고 어미의 동태를 봐서 모정유발을 시키자는 속셈을 했습니다. 설마하니.... 제 새낀데 막상 보면 젖을 물리지 않겠느냐는 생각도 들었던 것입니다.

그리고는 밤새도록 이 쪼만한 새끼고양이의 비명을 들으면서 잠을 잘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도 어미는 못 본 채 한 모양입니다. 그래도 밤이 되면 혹 어미가 찾아와서 보듬어 주지나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었습니다만 날이 밝아오는데도 소리를 지르고 있는 것으로 봐서는 완전히 계산이 착오라는 것을 알게 되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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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되어도, 날이 새도 오로지 빽빽~ 소리를 지르고 있습니다.

엄마~~!!!!


엄~~마~~~!!!


어딨는겨~~~!!!


자신이 버림을 받았다는 생각은 꿈엔들 하겠어요? 그냥 나를 낳아 준 엄마만 죽자고 불러 댑니다. 그렇게 소리를 지르는 것을 들으면서 음성의 톤이 비명에 가깝다는 것을 생각하기에는 1초도 걸리지 않았습니다. 밤새도록 '아묘비명곡(兒猫悲命曲)'을 들었더니 귀가 다 멍먹합니다. 그래서 다시 또 살펴 보지 않을 수가 없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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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내가 삶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은 어미를 찾는 수밖에는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물론 본능이겠지요. 그리고 눈이 떨어지지 않아서 혹 눈병이 난 줄로 알고 버린 것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지식인을 검색해 보니까 보통 14일이 되어야 눈이 떨어진다네요. 이것은 강아지와 비슷한 모양입니다.

물론 초산인 어미가 생각했을 적에는 그런 생각을 했을 수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다른 놈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므로 그건 낭월의 혼자 생각이라고 봐야 하겠습니다. 여하튼 이 녀석의 울음 소리를 그치게 할 방법은 유일한 어미 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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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때는 초점이 맞지 않은 사진이 정말 고맙네요. 어떻습니까? 곁눈질로 슬쩍 모퉁이를 바라보는 느낌이 그대로 전해 지지 않으시나요? ㅋㅋㅋ 물론 얼른 초점을 맞췄지요. 수동으로 해 놨던 모양입니다. 가까이 찍느라고 그랬었군요. 얼른 자동모드로 전환하니까 또렷하게 잡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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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반응이 온 것일까요?

아니면..... 그렇게 죽어가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일까요....?

처음 계획대로라면 그대로 죽어가기를 기다리는 것이 정답이겠습니다. 그런데 동물의 세계가 어떠한 것인지를 정말 제대로 이해해야 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물론 평소에도 했던 생각이기는 합니다만 이러한 장면을 직접 보게 되면서 명확하게 인식을 할 수가 있었더란 말씀이네요.

아침 밥을 하고 있는 연지님을 불렀습니다. 조연이 필요했습니다. 어미에게 새끼를 좀 더 가까이 접근시켜보자는 생각을 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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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감은 이런 것이지요. "죄책감이 든 어미가 살그머니 와서 물고 가는 것을 보구 싶다."는 것입니다만, 그렇게 적지 않은 시간이 흘러 갔습니다만..... 어미는 미동도 하지 않습니다. 그냥 바라보고 있을 뿐입니다. 아~! 순간, 느꼈습니다. 버린 것은 철저하게 버리는 구나.....

가끔 방송에서 자식을 낳아서 쓰레기통이나 변기에 버렸다는 이야기를 접합니다만, 그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그래서 '짐승만도 못한 엄마'라고 비난을 합니다만 그것은 옳지 않은 것으로 봐야 하겠습니다. 그냥 '짐승같은 엄마'일 뿐이라고 해야 하겠습니다. 적어도 그 이하는 아니라는 것이지요. 이만하면 많이 우대를 한 것일까요?

방송을 보면서 비난은 합니다만, 그러나..... 우리는 우리의 관점으로 그 상황을 볼 뿐인 것은 아닐까요? 그래야만 하는 상황을 일일이 생각해 줬는지도 봐야 할 것입니다. 물론 인간이기에 기대치는 높았겠습니다만, 실제로 따지고 보면 인간도 동물이고, 짐승에 불과할 뿐입니다. 특별히 추켜줘야 할 이유는 없다고 봅니다. 다만 교육을 통해서 윤리를 배웠다는 것 뿐이고, 그 윤리도 내 삶이 우선하게 된다면 헌신짝이 되는 것도 또한 흔히 있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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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수컷이 나타났습니다. 코쭘뱅이가 아침이 되니까 밥을 먹으러 나타난 것이지요. 또 내심 변화를 기대 했습니다. 고양이에게서 부정(父情)을 기대하긴 어렵겠지만 적어도 어떤 변수는 있지 않을까.... 혹 어미가 움직일 수도 있을 것이고.... 여하튼 삼자대면의 장면이 자못 흥미로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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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호~!

드디어 어미가 움직였습니다. 그리고 흘낏~ 새끼를 바라봅니다. 그래서 내심 기대를 해 봅니다. 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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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가는 척 하더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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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를 돌려서 먹이를 향해서 움직입니다...... 이것이 현실입니다. 매우 냉정한 이성적인 판단에 의한 행동이라고 봐야 할 것입니다. 모성애는 이미 선택받은 녀석들에게만 유효한 것이고 버림 받은 녀석에게는 무효였던가 봅니다. 여기에서 정글의 법칙이 떠올랐습니다. 적자생존()의 논리로서만 설명이 가능한 장면이겠네요.

널 챙기면 내가 죽는다.
그러므로 난 널 챙길 수가 없다.
그러니까 이미 넌 나와는 무관한 것이다.
인연을 끊는 수밖에 없다.
내가 널 포기했으니 너도 날 포기해라~~

예...... 맞습니다. 원래 외소한 어미였습니다. 두 마리도 사실은 돌볼 수가 있는 상한선이라고 이해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새끼는 낳은 것이 아니고 태어난 것입니다. 그야말로 '생겼으니 낳은 것'이네요. 내가 키울 만큼만 키우겠다. 그 이상은 난 모른다. 태어난 것은 너의 일이지만 키우는 것은 나의 일이다.

갑자기 삼둥이 아빠가 생각나네요. 아이 셋을 키우는 방송과정이었지요. 물론 힘이 되면 키우는 것입니다. 그러나 힘이 되지 못한다면 보육원에 보내야 합니다. 보육원에서 안 받아주면요? 그럼 아기버림 장소에 버려야지요. 그러한 곳이 있는 줄도 모르면요....? 그러니까요... 그 불행은 다시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 들겠네요....

 

4. 새끼 고양이를 살려 보자.


이제 어미의 마음은 헤아렸습니다. 그 다음에는 죽어가는 새끼를 지켜봐야 할 일만 남았습니다. 행여나 하고 수컷의 행동도 지켜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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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끄러미~~ 바라 보기는 합니다. 그리고 그 이상의 변화는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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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네끼리 '여보 사랑해', '새끼들은 잘 있지?' '버린 놈은 맘 쓰지 말어.' 뭐 어쩌고 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는 각자 제 갈길로 갔습니다. 아, 그 사이에도 버림받은 새끼는 계속해서 그 높은 소리로 삑삑~거렸다는 것을 잊지 말아주시기 바랍니다. 그렇게 소란스러운 사이에도 전혀 귀를 막았는지..... 무신경한 반응을 보면서 냉정한 현실을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호기심으로 시작한 관찰이 한담으로까지 연계가 되었던 것이기도 합니다. '그래 이러한 이야기는 한담으로 정리를 해서 체험해 보지 못한 벗님들에게 간접적으로나마 이해를 해 보는 계기가 되어보는 것도 의미가 없진 않겠구나...' 를 생각했던 것이지요.

아, 이야기는 끝난 것이 아닙니다. 기왕 드라마를 썼으면 해피엔딩으로 가야 하지 않겠느냐는 나름대로의 작가 정신도 없진 않습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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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월의 온갖 수단을 동원한 끝에 드디어~!! 짜쟌~~!!

극적인 모자상봉의 장면을 만들었습니다. 벗님은 기억할 것입니다. KBS 아침마당에서 시작했던 『이산가족을 찾습니다』라는 방송을 말이지요. 물론 세월이 많이 흘렀으니 연배가 좀 있으신 경우에만 기억을 하실 수도 있겠습니다. 바로 그 장면을 여기에서 실현시킨 것이지요. 이런 공을 저 모자가 알아줬으면 참 좋겠는데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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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자식인데... 이럴 수가 있을까요? 참 씁쓸한.... 상봉입니다. 오히려 어미는 당당하고 새끼는 죄를 지은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정말 기적같은 일이 일어났습니다. 갑자기 낑낑대던 소리가 없어져버린 것입니다.

그래도 최소한..... 쓰다듬어 주고 핥아 주더라는 이야기를 보고 싶었다구요? 아, 그야 물론 낭월도 그렇습니다만....

애석하게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엄마 냄새를 맡았는지 새끼는 어미 몸을 파고 듭니다. 아마도 짐작컨대, 젖통을 찾는 것이 아니었을까 싶었습니다. 적어도 이틀을 쫄쫄 굶으면서 비명만 질렀으니 아직까지 안 죽고 살아있는 것이 오히려 기적이라고 할만 하단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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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도 목매어 찾던 어미를 만났음에도.... 정다운 몸짓까지는 기대하지 못하더라도 최소한의 애정도 확인하지 못한 채로 매정하게 돌아앉는 어미를 발견했을 적에 마음이 좀 먹먹~했습니다. 태어난 것이 자기 잘못도 아닌데 이렇게 버려진다는 것은 너무나 억울하지 않겠느냔 생각도 해 봤습니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태어나서 또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버려져서 죽어가야 한다는 현실을 저 어린 새끼가 어찌 알겠느냔 말이지요. 정글이 얼마나 혹독한 것인지도 알 수가 없으니 그냥 어미를 만난 것이 좋아서 어떻게라도 자기를 버리지 말아 달라고 안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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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아픈지 어미는 차라리 눈을 감아버리고 맙니다. 물론 간간히 어미의 신음에 가까운 애절한 울음소리가 들리긴 했습니다. 자신도 모두 다 거둘 수가 없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 있었으리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행동은 단호합니다. 나에겐 너까지 키울 능력이 없어!!

고양이가 커졌습니다. 그 사이에 렌즈를 바꿔끼웠기 때문입니다. 90mm로 촬영을 해 보니까 너무 작게 찍히는 것 같아서 아예 철새 덕분에 구입하게 된 600mm로 갈아끼웠거든요. 그 바람에 좀 흔들리기는 할 망정 슬픈 고양이 가정에 대한 이야기는 좀 더 크게 담을 수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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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린 새끼는 엄마를 찾아서 벽에 머리를 들이받고 허우적대고 있는데, 어미는 자신과 나머지 새끼들을 위해서 열심히 사료를 먹습니다. 먹어야만 하기 때문입니다. 이때의 어미고양이 마음은 어떤 것일지가 참 궁금했습니다. 모두 다 돌볼 수가 없음에 안타까운 눈물로 범벅을 해서 사료를 먹는지.... 아니면 어여 빨리 죽어주기를 바라면서 짜증나는 마음으로 먹고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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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컷이 자리를 비켜 준 다음에도 어미는 묵묵히 사료를 먹었습니다. 그리고는 새끼를 차마 지나칠 수가 없었는지 바로 아랫쪽으로 내려가 버립니다. 이제 완전히 버린 것을 확인하는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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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엄마 냄새를 맡았던 새끼는 그나마의 희망도 사라져 버렸는지.... 비명에 가까운 소리도 간헐적으로 들리다 말다 합니다. 너무 힘들어서 소리도 나오지 않는 모양입니다. 그래서 어미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 궁금해서 어미가 내려 간 아래쪽 마당을 살펴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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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게도~~~

어미도 새끼의 존재를 잘 알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죽음이 다가오는 비명을 들으면서 조용히 생각에 잠겼습니다. 그냥 죽어주기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입니다. 다만 자기 손으로 죽이지는 않습니다. 스스로 힘이 다 해서 죽어가는 것을 묵묵히 기다리고 있는 모습입니다.

새끼 고양이가 불쌍하지요? 그래서 그냥 우유라도 사다가 키워주지 그러느냐고도 하고 싶으시겠지요? 특히 고양이를 키워보신 벗님이라면 그 마음이 찢어질 듯 하실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낭월은 그렇게 사서 고생을 할 마음이 없습니다. 그래서 어느 벗이 고양이 땜에 집을 못 비운다고 했을 적에도 특단의 조치법을 말했다가 비난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냉정한 것도 산골화상의 단면이랍니다. ㅋㅋㅋ

「지켜볼 뿐, 간섭하지 않는다.」는 주의입니다. 다만 지켜보면서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생각할 뿐입니다. 기대를 다 이뤄드리지 못해서 미안합니다. 이것은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개털 알러지가 있는 친척에게 고통받는 것을 보다 못해서 또 모진 소리를 했다가 엄청 미움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 순간에 인정에 끌려서 새끼고양이를 방안으로 들였다가는 평생을 책임져야 합니다. 그렇게 인정에 끄달릴 정도는 아닙니다. 그래서 그냥 지켜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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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한참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주변에 고요의 적막이 흐름니다. 드디어 새끼의 입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고, 움직임도 사라졌습니다. 아마도 기절했거나 죽었다고 봐야 할 장면인 듯 싶었습니다.

그러자 그 순간에 어미가 움직입니다. 또 혹시라도 새끼가 죽었으면 물어다가 어디로 옮겨서 장례라도 치뤄주려나 싶었습니다만.....

잠시 후,

갑자기 찍찍~거리는 소리가 아래에서 들려왔습니다. 순간적으로 살아남은, 그러니까 선택받은 새끼들이 엄마를 반기는 소리임을 알 수가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버린 자식이 조용해지니까 살린 자식들에게 젖을 먹여야 한다는 생각이 났던가 봅니다. 어미에게 버린 자식에 대한 감정이 없었던 것은 아닌 걸로 봐야 하겠습니다. 잠시 새끼들의 존재를 잊고 있었던 것을 보면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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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 참..... 만감이 교차합니다. 불과 10여 미터를 사이에 두고 생사의 길은 극명하게 나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니까 새끼들을 여기에 숨겨두고는 돌보고 있었던 것이지요. 우선 새끼들이 달콤하게 젖을 먹어서인지 이틀 사이인데도 포동포동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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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렁 드러누워서 새끼들에게 젖을 주고 있는 모습.... 앞에서 바짝 웅크리고 절대로 젖의 접근을 허용하지 않던 모습이 겹칩니다. 정말 독합니다. 모질다고 해야 하겠습니다. 어쩜 이럴 수가 있느냔 말이지요. 그래서 또 자연의 이치, 정글의 법칙을 배우게 됩니다. 인간의 기준으로 봐서는 안 될 것이라는 생각도 해 보면서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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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순간, 버림받은 새끼가 갑자기 마지막일 듯한 소리를 냈습니다. 그리고는... 그냥 참았어야 하는데.... 인내심이 여기까지 밖에 없었다는 것을 고백해야 하겠습니다. 그래서 간섭하지 않는다는 낭월주의를 포기하고 순식간에 버림받은 새끼를 선택받은 새끼들 틈으로 던져 넣었습니다.

"와~~!!! 박수~~!! 반전이다~~~!!"
뭐 이런 것을 기대한 것도 아닙니다. 그냥 왠지 그래야 할 것 같았습니다. 이것은 평등주의를 바탕으로 삼고 있는 자평법(子平法)의 이치로 봐도 옳지 않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한날 한시에 태어났으면 적어도 어느 순간까지는 같이 살아야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기도 합니다. 물론 그것을 의식한 것은 아닙니다. 여하튼 그러한 생각도 없이 돌발적으로 그들의 삶에 끼여들고 말았습니다.

이게 잘 한 것일까요? 아니면 주제넘은 짓일까요? 그것은 지금 뭐라고 말씀을 못 드리겠습니다. 일단은 남의 삶에 개입한 것은 사실이므로 나름대로 연대책임은 져야 할 것으로 봅니다. 그러니 이제 일은 터졌습니다. 그 다음의 진행이 궁금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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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식간에 어미는 튀어 달아나고 졸지에 어미잃은 새끼 고양이들이 어미를 찾아서 아우성을 칩니다. 어? 세 마리? 적어도 다섯 마리가 있어야 하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또 두 마리는 어디에 버렸단 말인가? 한 마리만 버린 것이 아니었단 말인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에 버린 새끼가 다시 꺽~꺽~대기 시작합니다. 사실 그 비명에 가까운 엄마찾는 소리를 글로 나타내기가 참 어렵습니다. 그러니 대충 짐작만 하시기 바랍니다. 낑낑~도 아니고..... 깍깍~에 가깝기도 한 것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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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가 나는 곳으로 주춤거리면서 향하는 새끼들입니다. 이 아이들도 마찬가지로 눈은 감겨져 있습니다. 더듬더듬...... 점점 가까워 집니다. 순간 왠지 짠~~~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어려울 적에는 동지.... 나눌 적에는 적..... 이것이 형제의 운명이라고 하니, 이 아이들이 버린 새끼에 대한 반응은 어떨까.... 그게 궁금했습니다.

날짐승은 먼저 나온 새끼가 동생을 밀어서 둥지 아래로 떨어트립니다. 자신만이 살아남기 위한 생존경쟁은 이미 시작되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고양이들도 그러한 반응을 보일까요? 그것이 궁금했던 것입니다. 참 궁금한 것도 많은 낭월입니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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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다가가는 새끼들입니다. 버린 새끼가 끽끽~대는 소리를 듣고 점점 다가가는 것입니다. 그 시간이 왜 그리도 길게 느껴지던지요...... 여하튼 인내심으로 지켜 봤습니다. 과연 이 녀석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5. 새끼들의 상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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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하고 있었는지는 모릅니다만, 어디 있었느냐는 듯이 버림 받은 새끼와 부비면서 상봉하는 모습.... 코끝이 찡~합니다. 아마 벗님께서 이 장면을 보셨더라도 그런 느낌이 드셨을 겁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죽어가던 새끼의 비명이 멈춰진 것입니다. 이미 안정적인 기운을 감지한 것일까요? 통통한 형제들을 만나서 체온을 느끼니 그렇게 오들오들 떨면서 긴긴 밤을 새웠던 것이 꿈만 같을 것입니다. 어미는 새끼가 달달 떨고 있어도 못본 채 했는데 새끼들은 반겨 맞아 주네요. 감동입니다.

괜히 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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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에게 이끌려서 집을 찾은 다른 세 형제와 달리, 생사의 바다를 건너서, 아니 생사의 우주를 건너서 이렇게 엄마의 집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태어나면서 부터 고난을 겪은 새끼 고양이는 아마 장차 크게 될 것입니다. 고양이나라의 왕이 될지도 모르겠네요..... 전혀웃기지 않은 개그를 쳐 봤습니다. ㅎㅎ 여하튼 혼자 감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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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그랬냐는 듯이 바로 어우러져서 장난을 치고 놉니다. 그야말로 생사의 악몽을 꾸고 꿈에서 깨어난 것처럼 말이지요. 이것이 장차 버림받은 새끼의 성격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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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여와~ 여기가 우리 집이야~!!

좀 있으면 엄마가 맞있는 젖을 줄꺼야~!!

같이 조금만 기다리자~~!!

마치 이렇게 이야기 하는 것 같습니다. 이것이야말로 새하얀 거짓말인 줄을 다 아시겠습니다만, 그런 감상이었다는 말씀입니다. 그런데... 또 나머지 두 마리는...? 제대로 갖다 버려서 낭월의 눈에 띄지 않은 것이겠거니.... 했습니다. 그랬다면 그나마 절반은 성공을 한 것이라고 해 줄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연지님이 머위대 뜯으러 다니다가 와서 고합니다.

"법당 옆에도 새끼 두 마리가 있어요."
그래? 음... 기왕 간섭하기로 한 것이니 끝까지 한 번 가보자.... 새끼 두 마리는 여태 지켜본 것과 같은 몰골로 법당 뒤의 언덕을 방황하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기왕 죽더라도 법당 옆에서 죽으면 부처님이 극락세계로 인도해 주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한 것은 아니겠지요... 나름 멀리 버린다고 버린 것이 여기였군요. 쩝쩝~~

그 말을 듣고 바로 법당 옆으로 가 봤습니다. 찾는 것은 간단합니다. 한 마리는 이미 힘이 빠졌는지 조용하고 한 마리는 계속해서 찍찍대면서 소리를 지르고 있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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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꽃밭 길을 죽음의 행진으로 삶의 길을 찾아 엄마를 부르고 있는 형제들..... 아직도 숨이 붙어 있어서 비명을 지르고 있습니다. 한 녀석은 소리를 지를 힘도 없나 봅니다. 그래서 잡아다가 다시 새끼들 무리로 집어 넣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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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긴 밤을 두려움과 추위에 떨면서 엄마를 찾아 헤맨 것만으로도 엄마 품에 돌아갈 자격은 충분하다고 나름대로 근거없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래서 무작정 갖다 새끼 둥지에 밀어넣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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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추위에 달달 떨었던 버림받은 새끼고양이 세 마리는 엄마의 품에서 따뜻하게 잔 새끼고양이 세 마리의 체온으로 따뜻하게 데워졌습니다. 그렇게 서로를 품어주는 모습을 보면서 일단 마무리를 지었습니다.

그래 놓고는 안산에 일이 있어서 다녀오느라고 저물었습니다. 궁금해서 가 본  연지님이 전해주는 이야기로는 새끼들을 모두 품고 있더랍니다. 이게 잘 한 것일까요? 괜한 짓을 한 것일까요? 적어도 절에서 비명소리를 잠재우는 것을 성공한 것은 확실합니다만.....

이번에는 어미에게 또 미안해 집니다. 책임을 질 것도 아니면서.... 괜히 주제넘은 짓을 한 것 같아서 말이지요. 그래도 낭월을 원망하진 않겠지요? 그게 또 걱정이네요.....

 

6. 힘들지...? 많아 먹어~~!!


[5월 24일 아침]
문득 밖을 내다보니 어미가 빈 밥그릇을 놓고 배회합니다. 갑자기 대단히 미안한 마음이 휘몰아 쳤습니다. 밤새도록 굶은 새끼들에게 얼마나 빨렸을 것인지를 생각하니 많이 미안했습니다. 그래서 얼른 나가서 사료를 듬북 퍼담아 줬습니다.

새끼들로 인해서 마음이 급해졌는지 보통은 멀찌감치 달아났다가 밥을 주고 돌아서면 다가와서 먹는데 오늘 아침에는 조금만 떨어졌다가는 이내 와서 허겁지겁 사료를 먹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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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 많이 고팠을 것입니다. 그래서 허겁지겁 먹고 있는 것을 보면서 또 미안한 마음이 뭉클뭉클 솟아납니다. 자연의 흐름은 자연에게 맡기는 것이 맞는데.... 과연 이것이 잘 한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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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료를 먹던 어미와 창문을 사이에 두고 마주쳤습니다. 어미의 마음은 어떨까요?

 

1) 이노무 주제 넘은  화상아~! 내 고양이 인생은 워짤껴~~!! 물어내~~!!

2) 시님... 잠시 잘 못 생각했나 봅니다. 고맙습니다.....

 

안산에 급히 다녀 올 일이 생겨서 한담을 마무리 짓지 못했더니만 그 사이에 독자들의 성화가 빗발 치는 군요. ㅋㅋㅋ 미안합니다. 본의 아니게 이틀이나 걸려서 마무리를 지었습니다. 관심 주셔서 행복한 낭월입니다.

 

2016년 5월 24일 계룡감로에서 낭월 두손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