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화가 너무 극을 받으면 꺼질 수밖에 없다

작성일
2007-09-10 20:15
조회
5916

약한 불이라고 한다면 아마도 호롱불을 연상할 수가 있겠다. 호롱불을 보지 못하신 벗님도 계시겠지만, 40대에 계신 연령이시라면 실제로 보셨을 것으로 생각되는데, 이게 참으로 약하다. 문만 열고 사람이 들어와도 꺼지고, 옷만 벗어도 그 바람결에 꺼져버린다. 촛불은 그래도 여간 바람에도 견디는데 호롱불은 이렇게 약한 것이다. 여기에서 말하는 화가 극을 받으면 꺼진다는 것을 생각하다가 문득 호롱불이 생각나서 말씀을 드려봤다.

또 생각나는 것 중에 하나는 잠수병(潛水病)이라는 것이 있다. 물속으로 깊이 들어가면 잠수병이 생길 가능성이 많다고 한다. 일반인들은 20여미터 이상 들어가기가 어렵고 전문가들도 깊은 물에서 오래도록 일을 하면 잠수병이 걸리게 될 위험이 있다고 하는 말을 들었다. 그 잠수병이라는 것도 오행의 관점에서 생각해보면 수극화의 일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해본다. 우선 물의 압력이 높아진다는 것은 그만큼 상대적으로 심장(火)에 부담을 느끼게 되는 것이 당연하다. 그렇다면 심장인 화가 바닷물인 수의 극을 과다하게 받아버리면 잠수병이 걸리는 것이라고 생각을 해보자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생각할때는 물 속에서도 산소만 있으면 되는 것으로 알기 쉽다. 그렇지만 산소가 있는데도 잠수병이 생긴다는 것을 보면서 아무래도 심장의 화기운이 매우 중요하게 작용을 해야 하는 인간에게 있어서는 깊은 물속이 아무래도 부담이 될 것이다. 그래서 역시 과다한 물의 극을 받으면 화가 꺼진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불이 물을 만나면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나무는 금의 극을 받아도 부스러기나마 남기 마련이지만, 불은 자취를 찾을 도리가 없이 완전하게 소멸되어 버리는 것이다. 이것이 오행간의 특징이라면 특징일 것이다. 그런데 그 정도가 보통 극을 받는 정도가 아니라 이미 물이 넘치는 지경이라면 더 이상 생각할 것도 없을 것이다.

그러면 이렇게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를 뭐하러 구구하게 늘어 놓는가? 하는 의문이 생길 것이다. 낭월이도 이 대목을 공부하면서 정말 쓸데없는 잔소리를 하신다고 투덜거렸던 기억이난다. 그런데 이렇게 강의랍시고 글을 적다 보니까 역시 별수 없이 지껄이게 되는 것을 보면서 이것도 업이라고 생각해본다.

이러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은, 구색을 맞추기 위해서라는 생각을 해본다. 앞에서의 상황을 주욱 읽어보셔서 알겠지만, 여러 가지의 상황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는데, 구색을 보니까 이러한 항목도 하나 있어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셨을 거라는 점이다. 그리고 대승님께서 생각하실 적에, 자칫 처음 공부하는 학인들이 약한 오행은 무조건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될런지도 모른다는 노파심이 들었을 법 하다. 그렇다면 이미 꺼진 불을 불이라고 되살아 나라고 나무를 갖다가 쌓아 놓는다면 과연 불이 붙을 것인가를 설명하고 싶으셨을 것이다.

이런 연유로 해서 다소 번거롭다 싶으면서도 그냥 넘어가지 않고서 이러한 대목을 끼워 놓으신 자비심을 감사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요즘에 와서야 그러한 생각이 든다. 전에는 급한 마음에 얼른 용신찾아서 내 운명을 읽어보기에 급급해서 직접적으로 연관이 없을 이야기들은 훌쩍훌쩍 넘기면서 영양가가 있을 것 같은 이야기들만 열심히 읽었는데, 이즈음에 와서야 다시 생각해보면 이러한 이야기를 읽어 넘겼기 때문에 오히려 다양한 상상과 추리를 하는 자료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