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면도 쌀썩은여 풍경

작성일
2023-10-1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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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면도 쌀썩은여 풍경 

 

(2023년 10월 1일 탐방) (음력 8월 17일 8물 조수 최대) 

 


꽃지에서 쌀썩은여로 이동했다. 쌀썩은여로 가려면 우선 신야리(新野里)의 샛별해수욕장을 지나가야 한다. 

 


안면도에서 리 단위로 봐서 신야리는 매우 작은 마을이다. 아마도 간척공사를 해서 새로 생긴 지역에 붙은 이름인가 싶기도 하다. 여하튼 다음에 가야 할 곳이다.

 


일정을 잡을 적에는 일단 시작점에서부터 최대한으로 가까운 곳으로 하는 것이 상책이다. 사리때의 물길은 촌각을 다퉈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잡은 곳이 쌀썩은여가 되었다. 특별한 것이 있어서라기 보다는 이름이 재미있었고 가보지 않은 곳이었기 때문에 선택이 되었다. 아마도 시간이 얼마 없어서 제대로 둘러보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도 했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조금도 억울할 것이 없는 것은 이미 삼봉과 할미할아비바위에서 충분히 즐거움을 누렸기 때문에 어쩌면 보너스와 같은 혹은 플러스원과 같은 느낌으로 부담없이 이동했다. 그래도 24분 거리이니 가깝다고는 못할 만큼 멀다. 썰물대에서 24분이라니 그야말로 금같은 시간이다.

 


멋진 해변을 배경으로 하고 풍경을 즐기는 텐트가 몇 개 쳐져 있었다. 도착시간은 12시 49분. 밀물이 시작된 11시 18분에서 이미 1시간 반이 훌쩍 지났다. 여기까지가 통상 해변노두와 놀이하는 시간이다. 그러니까 물때조차도 덤이 되어버린 셈이다. 볼 것이 있으면 좋고 없어도 아쉬울 것이 없는 시간인 셈이다. 

 


지도를 봐하니 여기가 쌀썩은여가 맞는데 앞에는 섬이 하나 있구나. 처음에는 저 섬이 쌀썩은여로 불리는가 싶었는데 지명은 이 마을을 두고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샛별해수욕장까지는 와 봤었다. 낚시를 즐기고 그러다 보니까 차박을 하고 다니는 처제 부부로 인해서 맛조개를 대접한다는 이야기에 놀기 삼아서 왔었던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엄청나게 많은 맛조개를 잡아서 잔치를 벌였었는데 지금은 하도 잡아내서 거의 없어졌다는 후일담을 전한다. 그 샛별에서 산길로 남향하면 나오는 마을이 쌀썩은여이니 실제와 차이가 나는 지명인 셈이다. 그리고 저 섬의 이름은.....

 


망재구나. 산도 아니고 망재라니 좀 의아한 이름이기는 하다만 그야 뭐 중요한 것이 아니지. 망재라면 한자는 몰라도 전망대와 같은 곳이라는 의미로 이해하면 될듯 싶다. 조곡선이 하도 침몰을 해서 관리가 망재에서 지켰을 수도 있으려니 싶기도 하다.

 


작은 마을인 쌀썩은여에 이야기는 한 바가지구나. 이런 것도 기회가 왔을 적에 챙겨 놔야 한다. 이 마을에 전해지고 있는 이야기는 부정하게 정부미를 착복한 관리들이 고의로 침몰시켰다는 이야기가 생겨난 근원지로구나. 이야기는 어딘가에서 보고 실제로 현장은 이렇게 나중에 와보는 것이 여행의 순서겠거니 싶다. 

 


그러니까 둘러봐야 할 곳은 망재였구나. 여(礪)가 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이것도 예상을 벗어났다. 그래도 괜찮다. 삼봉이나 꽃지는 익히 둘러봤던, 그것도 여러 차례 둘러본 곳이지만 여기는 처음이니까 그것도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다만 아래쪽의 고남면이 더 볼만한 곳이 많은 줄은 알지만 시간이 맞지 않아서 나중으로 미뤄야 한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는 터였다. 지질도를 봐하니 여기도 모두 태안층이로군. 이제 태안층에 대해서는 공부를 다 했다고 해도 되지 싶다.

 


그런가보다 하면서도 설명이 무척 아쉽다. 사암, 이암 뭐 이런 설명들이 있어야 하는 거 아녀? 그냥 태안층이라는 단 세 글자로 퉁치고 넘어가다니 이런 무성의함이 또 어디 있느냔 말이지. 지층도 태안층이고 대표암상도 태안층이라니 그러니까 태안층암석이라고 알아두란 말인가? 자기네들(지도를 만든 지질학자)이야 그렇게만 써 놔도 안다고 하겠지만 아마추어 지질애호가들이 이러한 내용을 접하게 되면 없는 욕이 저절로 나오려고 한다는 것도 좀 생각했으면 좋으련만... 아마도 태안층이 변방이라서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한 것인가 싶기도 해서 약간은 씁쓸하다.

 

그래서 부지런해야 한다. 자료를 찾으면 어딘가에는 태안층에 대해서 설명을 해 놨으니까 말이지. 그렇지 않고서야 이곳의 암석이 사암인지 이암인지 겉으로만 봐서 판단하기는 쉽지 않으니까. 아마도 밝은 부분은 사암일게고 어두운 부분은 이암이겠거니 싶은 정도의 짐작은 되지만 또 확인해서 선상지라는 것도 알았고, 중생대에 변성이 되었다는 것도 이해하게 되었으니까 그만하면 나름대로의 목적은 이룬 셈이다. 이 정도의 공부면 되었다고 생각하니까. ㅎㅎ

 

더구나 태안층의 뿌리에 대한 설명을 보면 경기육괴(京畿陸塊)의 서부에 분포하는 신원생대(新原生代)와 고생대의 지질연대는 신원생대의 12억 여년 전의 로디니아 초대륙의 일부분에 해당하는 남중국지괴(南中國地塊)와 유사하고 초대륙 판게아가 모여들던 시절의 후기에 퇴적된 태안층의 기원의 물질이 남중국지괴에서 유래했다고 본다는 의견도 접하고 보면 대략 뭔가 공부를 한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물이 들어오고 있는 갯벌에는 붉은 조끼를 단체로 입은 사람들이 작업을 하고 있는 모양이다. 이미 물이 상당히 차오르고 있는 것을 보면서 망재를 향해서 출발했다.

 

낭월 : 고단할 테니까 차에서 쉬고 있거라.
연지 : 안 따라 가도 되겠어?

낭월 : 무슨 일이 있으면 전화하면 되지 뭘.

연지 : 그럼 다녀와요. 좀 고단하네.

 

집을 나설 때는 금휘가 엄마에게 신신당부를 하다. 절대로 아빠 혼자 돌아다니게 두지 말고 꼭 따라다녀야 한단다. 혼자 다니다가 넘어지거나 벼랑에 떨어지기라도 하면 큰일이라는 거지. 그래서 대답은 하지만 막상 이렇게 나오면 혼자 다니는 것이 편하다. 더구나 밀물이 내달리는 이런 상황에서는 말이지. ㅎㅎ

 


처음은 항상 설렌다. 또 어떤 풍경을 보게 될 것인지 궁금해서다.

 


시계방향으로 돌기로 했다. 

 


망재로 들어가기 전에 왼쪽의 언덕을 보니 황토 암벽이 드러나 있다. 풍화작용으로 파도에 쓸려서 허물어진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고생대 암석이 토양으로 변화하는 과정인가 싶다. 암석은 이미 고령이다. 사람의 뼈도 늙으면 푸석해지고 죽으면 흙이 되는 것과 조금도 다르지 않은 것이 신기하다. 인자일체(人自一體)다. 

 


몇몇 사람들이 조개를 캐고 있는 것도 보인다. 그리고 여행객 아저씨가 약간은 어색한 동작을 하고 있어서 뭔가 싶어 바라보니까 바위틈에서 검은 빛깔의 돌을 하나 꺼내 놓고는 낭월의 눈치를 보고 있는 것 같았다. '알지! 알지! 무슨 맘인지' 그러니까 탐석을 해 놓고는 혹시라도 뭐라고 하지 않을까 싶어서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는 것을 직감했다. 물론 당연히 모른 채 하고서 내 갈 길만 갈 따름인데 막상 지나치고 생각하니까 가방에서 비닐봉지라도 하나 꺼내서 건내면서 '명품을 찾으셨네요~!'라고 말이라도 건넸으면 좋았을 것을 그랬다는 약간의 아쉬움이 있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시 돌아가서 그러기도 거시기해서 앞으로만 향했다. 문제는 물이 들어오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미 사진을 통해서 봐야 할 장면을 봤기 때문이기도 하다.

 


자료를 찾다가 쌀썩은여의 사진을 발견했는데 이렇게 생겼더란 말이지. 지금이야 아직은 물이 들어차지 않았지만 잠시 후면 이렇게 될 것이고, 자칫하면(그럴리는 없겠지만서도) 무인도에 갇혀서 하룻밤을 보내야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다가 보면 마음은 괜히 바빠질 밖에. ㅋㅋ

 


이 녀석들을 대속이라고 불렀 고둥이 다닥다닥 붙은 풍경이 발길을 잡아서 한 장 남겼다. 아직도 어려서 불렀던 그 이름으로만 기억하고 있을 따름이다. 조사를 해 보면 대속고동이라고도 하고 맵싸리라고도 하는 모양이다. 그러니까 틀린 이름은 아니었구나. 예능방송 '안싸우면 다행이지'가 생각난다. 먹을 것이 없을 초창기에는 이런 것이라도 있으면 다행이었는데 요즘은 어쩐 일인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광어가 나오질 않나 전복이며 멍게며 뭔가 조작질이 아니고서는 이해가 되지 않는 듯한 장면들이 자주 보여서 많이 싱거워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가끔은 실화같은 장면도 있어서 그냥저냥 봐주기는 한다. ㅎㅎ

 


이 장면을 보니 해골소라가 떠오른다. 옛날에 동네 아지매가 운수 좋은 날이었던지 그날은 바위에 소라가 잔뜩 붙어있어서 신나게 바구니에 따 담다가 그 아래를 보니까 해골이 있었더라는 이야기를 들었던 것이 떠올랐다. 그러니까 소라들이 영양보충을 하고 있었더라는 이야기인데, 아마도 대략 이런 분위기였을 것으로 짐작이 되면서 화들짝 놀란 그 아지매의 표정이 압권이었는데. 참, 그 소라는 어떻게 했는지 못 물어 봤구나. ㅋㅋ

 


바닥의 지층을 봐하니 짐작컨대 거의 수직으로 되어있는 것으로 보이니 아마도 충돌을 꽃지보다 더 받았던 모양이다. 그도 그럴 것이 고남의 단층지대가 멀지 않은 남쪽으로 더 내려왔으니까 그럴 법도 하다. 원래는 퇴적층이었기 때문에 암석층이 보이는 것이고 태안층의 구조가 이암과 사암의 섞인 저탁류 암석이 고생디(古生代) 실루리아기(4억4400만 년 전~4억1900만 년 전) 후기에 퇴적되었는데 변성작용을 받아서 백운모(白雲母)에서 분석해 보면 2억 년 전 쯤인 중생대(中生代) 트라이아스기(2억520만 년 전~2억100만 년 전)로 밝혀졌다고 한다.

 


무엇인가를 아껴 두는 것은 내일이 있을 것임을 믿는 까닭이다. 단층선 아래의 풍경들이 보고 싶었지만 이것은 다음으로 미뤄야 한다. 이미 늦었는데 겉만 보는 것도 드라마의 결과를 미리 보고서 시작하는 것과 같은 느낌이랄까? 그래서 말이지. ㅎㅎ

 


 

 

 


 

 

 


 

 

 


 

 

 


 

 

 


 

 

 


철썩이면서 몰아치는 밀물의 기세를 보면서 약간은 주눅이 들었다. 더 가도 될지 돌아서야 할지를 생각하게 만드는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사리때의 밀물은 생각보다 빠르다. 그래서 해루질을 하다가 물에 갇혀서 조난을 당하고 익사하게 되는 경우가 벌건 대낮에도 수시로 발생하는 것이다. 서해바다라면 이미 몸이 알고 있을 정도로 감각적으로 훤하다. 유튜브에 검색해 봐도 해루질 조난사고의 수두룩한 자료들이 쏟아진다. 이러한 정황을 잘 모르면 고둥과 게를 잡다가 거센 밀물에 당하게 되더라도 속수무책이다. 해양구조단이 도착할 즈음이면 이미 거센 물살에 휩쓸려서 용궁에 도달하게 될 가능성이 99%인 까닭이다. 그것을 당해 보면서 자랐기 때문에 너무도 잘 알고 있다. 그래 조금만 더 가보고..... ㅎㅎ

 


봐하니 누가 봐도 태안층이다. 특별할 것이 없어 보이는데 자칫하면 위험에 빠질 수도 있다는 빨간신호등이 머리에 켜져있으니까 그냥 돌아가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으로 암석들을 살피다가 거의 모퉁이까지 왔다.

 


엇! 갑자기 소름이 싹~ 돋는다. 뭐지? 웬 동굴? 호랑이라도 튀어 나올 것만 같은 섬찟함이 엄습했다. 생각지 못한 곳에서 생각지 못한 것을 만났을 적에 느끼는 두려움적 호기심이랄까? 그러니까 망재에 해식동굴이 있었다는 이야기다. 들어가봐? 안면도에 호랑이는 없다. 하다못해 큰 구렁이도 밀물이면 잠기게 될 동굴에서 살고 있을 리도 없지. 더구나 잠시 후면 물에 잠기고 말 것이다. 그러니까 머뭇거릴 시간도 없다. 일단 들어가서 구경을 해야지. 놀러 왔싱게. ㅋㅋㅋ

 


아침에도 바닷물이 깨끗하게 청소하고 갔다는 것을 알 수가 있겠구나. 채 증발하지 않은 물이 바닥에 고여 있는 모습과 함께 입을 벌리고 있는 동굴이...... 이해가 되실랑강? 갯벌에 있던 사람들도 모두 떠나가고 파도소리만 점점 커지는 이 무인도 끄터머리의 해변에서 시커먼(강조!!) 동굴과 맞짱(!)을 떠야 하는 순간에 느끼는 이 복잡미묘한 느낌을. ㅎㅎ

 


호기심과 섬찟함이 뒤엉켜서 걸음을 옮긴다. 혹시 침투한 간첩이 몸을 숨기고 있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어려서 많이 했었다. 안면도에는 북한에서 날려보낸 삐라도 날아다녔고 그것을 주워다가 학교에 내면 연필이며 공책도 나눠줬었다. 그래서 철저한 반공교육을 현장에서 학습했는데 이 순간에 왜 그 생각이 나느냔 말이지. 기억의 터널은 온갖 것을 다 품고 있는 모양이다. ㅋㅋ

 


우와~! 이건 또 뭐냐? 천연색의 동굴이라니! 예상 밖의 화사한 풍경에 또 감탄한다. 뭔가 하나는 보여준다고 하더니만 망재에서 동굴을 발견할 줄이야. 그리고 이 보라 색하며 노랑 색의 언발란스한 조화라니 자칫 괴기스럽기조차 한 느낌이 복잡하게 뒤섞인다.

 


 

 

 


삼봉의 용굴에서도 이와 비슷한 색의 암석이 있었던 것도 떠올랐다. 보라색의 암석이 햇볕에 풍화되면 짙은 갈색으로 변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물이 들어오지 않는다면 이런 곳에서 하룻밤 자는 것도 좋겠구나.

 


 

 

 


 

 

 


동굴에서 플레시도 없이 이 정도의 밝기가 나온다는 것은 카메라의 공덕이다. ISO-12800으로 찍혔구나. 셔터는 흔들리지 않아야 하니까 80분의1초로 고정하고 조리개도 F9.0으로 조여 놓고는 감도를 카메라에 맡겼더니 그렇게 잡는다. 그만하면 사진은 봐줄만 하겠다는 것을 믿고서 찍는다.

 


파도소리가 점점 크게 다가오는 것 같은 느낌은 기분 탓일 게다. 더구나 동굴의 울림까지 한 부조를 했지 싶다. 그러니까 잠시 구경할 곳은 되어도 오래 머물 곳은 아니다.

 


 

 

 


 

 

 


 

 

 


 

 

 


 

 

 


혹시나 동굴에 이름이 있으려나 싶어서 찾아보니 망재의 이름을 따서 망재동굴이라고도 하고, 먹굴, 용굴 등으로 붙여진 이름이 있었구나. 용굴은 상투적이지만 먹굴은 무슨 뜻인지 궁금하다. 

 


 

 

 


 

 

 


쌀썩은여의 해식동굴이 있는 위치를 지도에 나타내면 대략 이쯤이라고 하겠다. 

 


망재굴 밖에서는 노도(怒濤)가 난리를 친다. 곧 밀고 들어올 듯이 철썩이는 것을 보면서 그만 돌아갈까 싶었다. 이만하면 망외소득도 올렸으니 낚시꾼이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큰 긴꼬리뱅에돔을 잡은 셈인데 그만 돌아가도 되지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두려움을 누르는 것이 호기심이다. 그래도 저 너머는 넘겨다 보고 돌아가도 되지 않겠느냐는 속삭임에 다시 앞으로 전진을 한다.

 


 

 

 


 

 

 


이렇게 드넓은 파식대(波蝕帶)가 기다리고 있었구나. 멋지다. 마음 같아서는 저 끝까지 가보고 싶다만 그것까지는 허용하지 않는 두려움에게 양보했다. 돌아가야 할 길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뒤로 도느냐 앞으로 도느냐를 선택해야 한다. 다시 머릿속에는 물에 동동 떠있는 망재의 풍경이 0.1초간 스쳐 지나가고.....

 

결국 걸음은 미지를 향해서 나가고 있었다. 까이꺼 가 보지 않았던 길을 가보자. 여차하면 연지님이 있으니까 전화하면 119가 보트를 갖고 데리러 올 수도 있다는 대한민국 국가에 대한 최소한의 믿음까지도 동원하면서 앞으로 가는 쫄보. ㅋㅋ

 

 


 

 

 


다만 걱정하는 것은 바위가 이렇게 이어지면 괜찮은데 갑자기 벼랑이라도 나타나게 된다면 다시 되돌아 가기도 애매할 적에 어떻게 해야 할지가 문제이기 때문이다. 무모하게 뛰어내렸다가 다칠 수도 있으니까 말이지. 여하튼 가보지 않은 곳은 이러한 재미가 항상 부록으로 따라다닌다. 뒤에서는 성난 파도가 몰아치고 있지, 앞은 절벽이라면 뒤로 돌아가는 길은 이미 물에 잠겼을 수도 있는 상황을 상상하면 해안 노두의 탐색은 더욱 스릴이 있다. 

 


 

 

 


 

 

 


산으로 기어올라갈 것도 생각해 봤다. 그것 또한 예사롭지 않군. 그렇다면 오직 앞으로 전진일 뿐이다. ㅎㅎ

 


 

 

 


한 모퉁이를 돌아서니 비로소 희망이 보인다. 이 정도라면 아직은 여유가 있다는 것을 알겠다. 적어도 깎아지른 절벽을 만날 가능성은 매우 낮아졌기 때문이다.

 


 

 

 


오랜 세월을 버틴 암벽은 흙이 되어서 흘러내린다. 바위의 수명은 다 다르겠지만 태안층은 세월이 많이 흘러서인지 흐물흐물해 보이기도 한다. 

 


길처럼 보이는 파식대구나. 여기도 옛날에는 암벽으로 되어있었으려니... 건너편을 봐도 그렇고 주변의 풍경이 모두 암석의 끝에서 토양이 되어가고 있는 모습들이다.

 


 

 

 


 

 

 


잘게 부서진 암석들을 밟으면서도 끝까지 긴장을 풀지 않아야 한다. 바다는 항상 긴장해야 한다. 어디에서나 그렇긴 하겠지만서도.

 


꼭 뭔가 그럴싸 한 것을 봐야만 여행은 아니다. 이렇게 별스럽지 않은 해안을 한바퀴 돌아보는 것도 여행이다. 어려서는 밀물이 어느 정도 들어오면 동생과 장벌을 돌았다. 바닷가로 떠밀려 오는 것들을 줍는 재미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섬마을 아이들의 놀이터다. 보리가 누릇누릇할 적에는 산란을 마치고 명을 다한 갑오징어들이 밀려오기 때문에 바구니를 들고 돌아야 한다. 그렇게 해서 얻은 수확물은 어머니의 손길을 거쳐서 먹음직한 음식이 되기도 한다. 장벌은 해변을 말한다. 이것이 표준말인가 싶어서 검색을 해 보면 서산 안면도 지방의 사투리라고 나오는구나. ㅎㅎ

 


갯벌에서 작업하던 사람들도 다 떠나고 서너 명이 마무리를 하고 있는 모양이다. 바닷가의 시간은 물때가 좌우한다.

 


아직은 여유가 많구나. 망재가 물에 잠기려면 말이지.

 


둑에 올라서서 돌아다 보니 열심히 걸었던 길들은 모두 물 속으로 잠겨 들었구나. 서두르길 잘 했다. 이만하면 안전하게 잘 놀았다고 봐도 되지 싶다. 귀로(歸路)는 보령해저터널로 해서 가면 되겠고, 또 언제 물때 좋은 날을 가려서 다시 안면도 남쪽을 훑어보기로 하자. 오늘의 미션은 

 

대! 성! 공!

 

이다. 암석을 공부하게 되면서 궁금했던 삼봉과 꽃지를 둘러봤으니 하루 나들이 치고는 매우 만족이구나. 일정을 잘 마치게 도와 주신 천지의 신명께 감사드리고 이 몸에도 고맙기 한량이 없다. 두 발이 자유롭게 움직여 줄 적에 모쪼록 많이 돌아다녀야지.

 

'안걸으면 못걷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