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 채석강 남쪽 노두

작성일
2023-10-07 0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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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안 채석강 남쪽 노두 

 

【한국의 지질노두081 격포 백악기 호수 및 삼각주 퇴적층 

 

(2023년 9월 30일 탐방) (음력 8월 16일 7물 조류세기 최대)

 


예전엔 미처 몰랐다. 아니, 작년엔 미쳐 몰랐다. 올 봄까지도 전혀 몰랐다. 돌 놀이가 이렇게 재미있는 줄을 말이다. 줄 잡아서 채석강에 걸음을 한 것도 대여섯 번은 족히 넘을 게다. 여행의 일정은 항상 어떤 계획이냐에 따라서 보고 느끼는 것이 달라질 따름이다. 그러면서 귀가하고 자료를 정리하다가 보면 또 분명히 빠트린 것이 있을 것임을 그간의 경험으로 인해서 잘 알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 최대한 준비를 하지만 그것조차도 완벽하지는 않으니까. 이번 여행에서는 또 무엇을 빠트리게 될지 그것이 궁금하고 또 걱정이기도 하다. ㅎㅎ

 


돌꾼들은 절벽을 좋아한다. 그럴 수밖에 없기도 하다. 도로를 내려고 산을 잘라 놓으면 그것을 가장 반기는 사람도 돌꾼이다. 지질을 들여다 볼 수가 있기 때문이고 그 속에 들어있는 땅의 사연을 만나게 되는 설렘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낙석(落石)을 방지하기 위해서 콘크리트 구조물로 야무지게 공사를 한 것은 아쉬울 따름이다. 낙석이 떠올랐던 것은 낙석위험의 표시를 봐서다.

 


낙석이 얼마나 무서운지는 떨어지는 것을 봐야 느껴진다. 그냥 훼손을 막기 위해서 쳐 놓은 안전줄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나면 접근한다는 것은 자동차가 다니는 도로에 나서는 것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고 할 정도로 낙석은 위험하다. 그 자리에 그러한 주의판이 있다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이러한 것을 무시하고 들어갔다가 마침 재수없게 굴러 떨어지는 돌에 맞아서 인사불성이 된 다음에 후회해봐야 아무런 소용이 없으니 모쪼록 주의하라는 곳에서는 주의하는 것이 상책이다. 

 


이러한 푯말이 있다는 것은 누군가 낙석에 맞아서 중상이나 사망했을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서 있다고 생각하면 거의 틀림없다. 「사망사고 많은 곳」 이라고 써 놓은 도로표시판도 그렇다. 사망사고가 많이 나는 곳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까닭이다. 특히 지형적인 구조와 더불어 그 곳에서 사망한 지박령(地縛靈)의 영향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마땅하다. 운전하는데 집중하지 않고 정신없이 달리다가 지박령에게 귀싸대기라도 한 대 맞으면 그 다음의 문제는 말을 하나 마나니까. 순간적으로 정신을 잃어서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는다는 말을 병실에서 말하게 될 것이라는 의미이다.

 


그러니까 즐겁자고 나선 여행길이니 끝까지 즐겁기를 바라는 것이다. 경치좋고 풍경좋은 곳에는 반드시 사고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그냥 밋밋한 운동장과 같은 곳이라면 사고가 나지 않겠지. 그런데 누가 시간과 돈을 들여서 그런 곳을 가겠느냔 말이지. 늘 경치가 좋은 곳은 낭떠러지, 물가, 스카이워크, 패러글라이딩장과 같은 곳이란 말이지. 그나저나 풍경은 장관(壯觀)이다. 바위조각들이 바로 떨어진다고 해도 조금도 이상할 것이 없어 보일 정도로 풍화작용이 진행되고 있는 채석강의 암벽이다.

 


그냥 퇴적층만 있어도 재미있는데, 심심하지 말라고 중간중간에 포인트까지 넣어 놓은 조물자(造物子)의 배려심이 감사할 따름이다. 

 


고요한 호수에 한바탕 난리가 일어났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구나. 이렇게 박제된 지층을 보면서 또 그 시절의 소용돌이를 상상해 보는 즐거움은 온전히 지질공부를 한 공덕이다.

 


그러니까 잔잔하던 호수에 소용돌이가 일어나고서 다시 고요해졌다는 의미겠구나. 그 위의 지층은 다시 평온해 진 것으로 봐서 해 보는 생각이다.

 


 

 

 


 

 

 










제대로 습곡(褶曲)이다. 습곡은 옷에 주름이 있는 것처럼 구부러졌다는 의미다. 그리고 암석에 주름이 생겼다는 것은 엄청난 압력을 받았다는 것이고, 그 방향이 상하로 구부러지는 것이 일반적인 횡압력(橫壓力)을 받은 형태인데 여기는 사방압력을 받았던 모양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비틀리고 휘고 접힌 모양이 생길 수가 있느냔 말이지. 이것 하나만으로도 채석강답다. 그러니까 아래의 퇴적층이 이 무렵에는 휘저어 놓았을 정도의 강력한 힘이 작용했다는 것이고, 그 힘은 아직도 남아있어서 바라보는 사람의 마음에서도 느껴진다. 그래서 역동적(力動的)이라고 말하는 모양이다. 다행히 습곡을 배워서 그냥 지나치지 않은 것도 감사할 따름이다.

 


층서학(層序學)이라고 했던가? 지층이 켜켜이 쌓인 것에 대해서 연구하는 학문이란 뜻이겠지. 문득 정선의 거북바위에서 본 풍경이 떠오른다. 그래서 모쪼록 많이 찾아가서 많이 보고 기억창고에 많이 담아 놔야 한다. 그래야 서로 같은 것도 생기고 다른 것도 생겨서 더욱 풍부해지는 상승효과(相乘效果)를 얻게 되기도 하는 망외소득(望外所得)도 생기기 마련이다. 말하자면 오랫동안 적금을 부었더니 이자가 쌓이는 것과 같은 셈이랄까? 비록 통장에 쌓인 돈은 없어도 이렇게 기억 속에 담아 놓은 공부로 인해서 항상 마음이 부자인 모양이다. ㅎㅎ

 

  

 

 

 

 

 

 

 


 

 

 


 

 

 


 

 

 


사진으로 줌의 효과를 내 본다. 자세히 보고 싶은 까닭이다. 멀리서 봐야 할 것도 있고, 가까이 가야 보이는 것도 있다. 더 가까이 가려면 현미경이 필요하겠지만 지금 필요한 것은 이 정도로도 충분하다. 암석으로 박편(薄片)을 만들어서 현미경으로 들여다 보면 또 다른 신세계가 펼쳐진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것을 만들 생각까지는 없다. 육안으로 즐길 수가 있는 것까지로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그건 연구실의 학자들에게 맡기면 될 일이기 때문이다.

 


절벽만 보다 가는 파식대(波蝕帶)를 놓칠 수도 있다. 그래서 또 반대편으로도 눈길을 돌린다. 그러면 전혀 다른 풍경이 반겨준다.

 


 

 

 


 

 

 


 

 

 


 

 

 


 

 

 


 

 

 


 

 

 


 

 

 


 

 

 


건열구조만 보였다. 그러면 되지 않았느냐고 생각했는데 자료를 정리하다가 또 하나를 놓쳤다는 것을 비로소 알게 되었기에 좁은 소견을 한탄한 들 이미 늦었다는 결과만 깨닫게 될 따름이다. 눈이 밝은 지질학자는 이 옆에 있는 공룡발자국을 보았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생각할 것은 많고 생각은 짧으니 도달하지 못하는 것은 항상 있기 마련이다. 아무리 애를 써도 안 되는 것은 안 되는 법이다. 그러니까 이것도 소득이다. 다음에는 이런 형태를 보게 된다면 그 주변에서 공룡의 발자국이 있는지도 찾아봐야 하겠다는 깨달음이라도 얻었으니 그것도 다행인 걸로 해야 할 모양이다. ㅠㅠ

 

'아무리 빨라도 이미 늦는 것이 후회이다'

 


 

 

 


 

 

 


 

 

 


 

 

 


남쪽으로 걸음을 옮기니 적벽강의 파식대에서 만났던 풍경을 다시 만나게 된다. 역암을 포획하고 있는 화산쇄설암(火山碎屑巖)이다. 그리 넓지 않은 채석강이지만 이렇게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니 걸음은 자꾸만 더뎌질 수밖에.

 


 

 

 


 

 

 

 

 

 

 

 


 

 

 


이 모습도 적벽강에서 본 형태와 같다. 다만 색이 다를 뿐이다. 적벽강은 검은 색이고 여기는 갈색이라는 차이가 있는 것으로 봐서 이것도 셰일이기는 하지만 포함된 무엇인가는 다르겠거니.... 짐작만 할 따름이다.

 


 

 

 


 

 

 


 

 

 


셰일 퇴적층 위에 응회암이 있는 것도 적벽강과 같은 구조이다. 닮은 듯 다르고 다른 듯 닮았다.

 


모퉁이를 돌아서니 사람들이 모여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무슨 일인가 싶어서 살펴보니 해식동굴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줄이었던 모양이다.

 


줄을 서서 기다리는 것은 잘 못한다. 대략 이렇게 생겼다는 것만 스케치하고서 빠르게 지나가는 것이 상책이다.

 


 

 

 


 

 

 


누군가 올라가다가 떨어져서 다쳤던 모양이구나. 암벽타기를 했던가 본데 여하튼 다치지 않아야 한단 말이지.

 


이 한 덩어리의 각력응회암(角礫凝灰巖)은 어디에서 날아와서 박혔나 싶다. 어디에서 보니까 여기에 박힌 역암은 안산암(安山巖)이라고도 했던데 어디에서 봤는지는 모르겠다. 그나저나 안산암을 별도로 찾아보니까 이것도 색이 다양해서 그리 간단하지가 않다는 것만 알았다. 중성질의 화산암이라는 것은 읽어서 알겠는데 실제로 그 암석을 봤을 적에는 어떻게 보일지 모르겠다. 겨우 유문암을 이해하고 나니까 다음은 안산암이 숙제로 등장하는구나.

 


점점 남쪽의 입구가 가까워진다. 오늘의 채석강 돌놀이도 종착지를 향하고 있다는 의미겠구나.

 


 

 

 


 

 

 


웬만하면 세로사진은 잘 찍지 않는데 이렇게 지층이 높으니 찍지 않을 수가 없다. 자세히 들여다 보기로 들며 한이 없다. 이렇게라도 담아 놓으면 나주에 자료를 찾을 적에 참고가 되지 싶기는 하다. 지금은 다 안 보여도 나중에 찾아서 뭔가 필요한 것이 나온다면 또 자신의 어깨를 토닥이게 될지 누가 아느냔 말이지. ㅎㅎ

 


남쪽 벽의 중간부분에서도 소용돌이 습곡은 이어진다. 아마도 채석강 암벽에 전체적으로 이러한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고 봐도 되지 싶다.

 


 

 

 


이건 수직단층인가? 양쪽에서 끌어당겨서 끊어진 모양이다.

 


해식동굴도 들여다 보면 또 뭐가 보이려나 궁금해서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오호~! 역시! 뭔가 있을 줄 알았지. 보랏빛의 새로운 지층을 발견했다. 밖에 노출된 곳에서는 보이지 않았던 풍경이라서 또 한참을 그렇게 놀았다. 

 


 

 

 


 

 

 


 

 

 


 

 

 


 

 

 


이만하면 채석강의 풍경은 볼 만큼 봤다는 생각이 들어서 비로소 걸음을 옮긴다. 처음 계획으로는 채석강을 둘러보고 나서 모항과 솔섬을 둘러볼 수가 있으면 그렇게 할 요량으로 계획은 세웠으나 이렇게 놀다가 보니 배도 고프고 물도 들어오고 이첨저첨해서 오늘의 놀이는 여기까지로 해야 할 모양이다. 몸이 따라다녀준 덕분에 마음이 즐거웠으니 몸도 즐겁게 해 줘야 한단 말이지.

 


 

 

 


 

 

 


 

 

 


아무리 먼 곳이라도 마다하지 않고 동행하는 동반자에게 물회 한 그릇 대접했다. 다음엔 화순 적벽이다. 다만 속으로 생각만 하고 말은 아직 하지 않았다. 그건 그때 가서 말해도 되는 까닭이다. 

 

 

일단 예매는 성공했다. 화순 적벽투어는 2주 전부터 예약을 받기 때문에 예약시간 09시에 접속해서 완료했다. 오전과 오후로 나뉘어서 2대씩 출발하는데 투어 시간은 3시간인 모양이다. 그러니까 두 대가 오전에 다녀와서 쉬었다가 다시 오후에 가는 것으로 보면 되지 싶구나. 그러니까 아침에 출발해서 둘러볼 수가 있는 곳을 둘러보고서 오후에 적벽에 햇살이 들어오는 시간을 맞춰서 유람하려고 오후에 출발하는 버스로 예약을 했는데 그 나머지는 하늘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