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 적벽강 곰소유문암

작성일
2023-10-05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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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안 적벽강 곰소(熊沼) 유문암(流紋巖) 

 

(2023년 9월 30일 탐방)

 


이제 적벽에서 마지막으로 탐방해야 할 곳을 향한다. 아직도 바닷물은 20분동안 더 빠지겠구나. 간조까지 돌아보게 되면 적벽강은 대략 둘러볼 수가 있지 싶다. 그래야 또 밀물이 시작되는 시간에 채석강을 돌아다닐 것이 아니냔 말이지. 물때는 기다려 주지 않으니까 알아서 시간을 안배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또 다음 기회를 생각해야 할 수도 있는 까닭이다. 지질도는 이미 봤으니 이름은 외웠다. 「곰소유문암」이다.

 


가는 길에도 파식대(波蝕帶)의 풍경들이 자꾸만 걸음을 더디게 한다. 바닥이라고 했는데 이러한 형태를 이르는 멋진 말이 있다는 것도 배웠다. 파식대다. 파도에 깎여 나간 지대라는 의미일 게다. 층층마다 서로 다른 암질(巖質)의 모습을 하고 있으니 심신(心身)이 별동(別動)이다. 따로 논단 말이지. 마음은 절벽에 가 있는데 몸은 자꾸만 바닥에서 머뭇거린다. ㅎㅎ

 


적벽강의 왼쪽에 있는 노두를 찾아가는 길이 이렇게도 멀다. ㅋㅋ

 


바위 벼랑의 모습이 완전히 다르구나. 거의 유백색(乳白色)에 가깝다고나 할까? 붉은 기운이 거의 없으니 여기는 적벽이 아니라 황벽인 걸로 봐도 되겠다. 「한국의 지질노두」에서도 별도로 언급이 없는 곳이다. 그래서 지질도의 안내가 더 소중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여기는 응회암이 아니란 말이지? 두 암벽이 서로 마주보고 있지만 출신이 약간 다른 것으로 봐야 할 모양이다.

 


벽은 희고 바닥은 붉다. 그리고 응회암의 바위들이 그 위를 굴러다닌다. 여기는 또 여기의 표정이 있구나. 

 


바위 벼랑만 보고 얼른 가보자고 서두를 것이 아니라 이렇게 발 아래도 살펴야 한다. 어느 것 하나라도 놓칠 수가 없는 풍경들이다.

 


많이 가까워졌다. 그런데 바닥의 풍경도 그만큼 달라졌다. 이것이 유문암이구나. 앞에 곰소가 붙어 있는 것으로 봐서 곰소의 노두에서 볼 수가 있는 특징이 있다는 의미겠지만 열심히 유문암에 대해서 공부한 결과로 이제 어렴풋이나마 이해가 되었다. 역시 찾고 뒤지는 놈은 못 당하는 법이다. ㅎㅎ

 

현무암질 마그마▲ 염기성암. 화산암▶ 현무암(玄武巖), 심성암▶반려암(斑礪巖), 어두운 색

안산암질 마그마▲ 중성암. 화산암 ▶안산암(安山巖), 심성암▶섬록암(閃綠巖), 중간 색

유문암질 마그마▲산성암. 화산암▶유문암(流紋巖), 심성암▶화강암(花崗巖), 밝은 색 

 


화성암(火成巖)은 불에 의해서 만들어진 암석이고, 수성암(水成巖)은 물에 의해서 만들어진 암석이다. 그러니까 암석을 만드는데도 수화(水火)의 작용이 개입한다는 것도 재미있다. 화성암은 마그마의 활동으로 지상(地上)에 분출되거나 지하(地下)에서 천천히 식어서 만들어진 것이고, 수성암은 물의 활동으로 이암(泥巖), 사암(沙巖), 역암(礫巖)들이 퇴적된 것이다. 

 


이제야 분명하게 이해가 된 모양이다. 유문암(流紋巖)의 기준은 '무늬가 흐르는 것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밝은 색으로 된 것이고 암석이 밝게 보이는 것은 SiO2가 70%이상이어서 유리의 성분과 같은 석영(石英)이 많으므로 밝게 보인다는 것까지는 이해를 했다. 또 안산암의 석영함량 기준은 60~70%라야 하고, 현무암은 45~50% 이라야 한다는데 이 비중도 자료마다 달라서 어떤 곳은 유문암이 62%이상이라고 한 곳도 있어서 그냥 대략 그렇다는 정도로 이해하면 되지 싶다. 『기본 광물,암석 용어집』에 나온 자료인데 비교적 상세해 보인다.
 

 


 

이름만으로 생각한다면 안산암(安山巖)이라고 해서 편안한 산이 아닌 것도 알았더라면 괜한 것에 정신이 팔려서 유문암의 무늬를 찾으려고 애썼다는 것이 문득 우스워졌으니 약간의 소득이 있었다고 봐도 되겠다. 안산암의 유래를 보면 남미 안데스산맥(安地斯山脉)을 중국어로 표기한 것에서 安과 山을 따와서 붙이게 된 이름이란다. 유문암은 '용암의 흐름'이라는 뜻의 그리스어에서 나온 것이라니, 거 참. 결국은 이름은 이름일 뿐 너무 깊이 생각하지 말아야 실체가 보인다는 것으로 정리한다. 달은 안 보고 손가락만 보고 있었던 멍충이 같으니라구~ 쯧!

 


여기의 지질만 본다면, 바닥은 응회암이고 그 위에 유문암이 쌓인 것이니까 화산분출이 있고 나서 다시 점액질의 용암이 흘렀다는 이야기구나. 물론 응회암의 아래에는 검은색의 셰일로 이뤄진 퇴적층이 넓게 쌓여서 자리잡고 있다는 것도 이미 살펴봤다. 그러니까 여기의 퇴적암은 호수 바닥에서 쌓여서 된 것이라서 호성암(湖成巖)이 되었으니 수성암이고 그 위에 마그마의 분출로 만들어진 화성암이 같이 있으니 수화기제(水火旣濟)로구나. 그것을 한 자리에서 모두 볼 수가 있다는 것도 재미있으니 역시 국립공원이 된 이유가 있구먼. 끄덕끄덕~

 


그러니까 적어도 세 가지의 서로 다른 시대에 쌓인 또 다른 환경에서 이뤄진 암석층이다. 

 


 

 

 


 

 

 


주상절리(柱狀節理)의 형태는 여기에서도 드러나 있다. 그런데 절리(節理)도 좀 이상하기는 하다. 왜 절리(絶離)라고 하지 않았느냐는 거지. 여기에 리(理)가 들어있다는 것이 쉽게 이해되지는 않는다. 물론 이름은 이름일 뿐이니까. ㅋㅋ

 

유문암도 용암이기 때문에 당연히 현무암과 마찬가지로 주상절리든 판상절리(板狀節理)든 나타나는 것은 이해가 된다. 그러자니까 또 저쪽의 적벽에서 본 주상절리가 딱 걸린다. 그러니까 용암이라고 하지 않고 왜 응회암이라고 했느냔 말이지. 아, 그래서 유문암질 응회암이라고 했나? 오호! 이렇게 이해하니까 그것도 이해가 되는 걸. 역시 아는 딱 그만큼만 보인다는 진리(眞理)를 다시 깨닫는다. 그리고 理자도 이런 곳에 쓰이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것도. ㅎㅎ

 


 

 

 


 

 

 

 


 

 

 


 

 

 


 

 

 


이제는 유문암을 보더라도 무늬는 찾지 않아야 하겠다. 그러니까 또 무늬는 보이지도 않는다. 무늬가 흐를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나니까 무늬는 흡사 '지나가는 행인1'과 같은 느낌으로 바라보게 되고 이제야 비로소 유문암이 보인다. 이렇게 자꾸 무늬에 집착했던 것은 청송의 화문석(花紋席)을 본 것으로 인해서가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든다. 원인을 복기(復碁)해 봐야 완전히 이해하고 벗어날 수가 있지 그래. ㅎㅎ

 

바위 절벽을 둘러보고는 바다 쪽도 살펴본다. 여기에도 황백색의 암석들이 쌓여 있다.

 


 

 

 


 

 

 


 

 

 


 

 

 


풍경사진을 접하면 근사한 장면도 좋지만, 카메라 뒤쪽의 풍경이 궁금할 때도 종종 있다. 그래서 앞을 보다가 문득 뒤도 돌아보고 한두 장의 흔적을 남긴다. 그러다 보면 이렇게 응회암을 뚫고 관입(貫入)한 유문암을 발견하기도 한다.

 


 

 

 


이것이 바로 유문암 절리구나. 자꾸 유문암을 들먹여야 잊어버리지 않으니까 반복학습의 효과를 노린다. 철원에서나 제주도에서나 항상 만났던 현무암 절리만 봐서인지 아직은 생소하지만 이러한 특징을 갖고 있는 적벽강의 유문암 절리도 확실하게 이해가 된다. 이렇게 바위가 생성되는 과정을 생각하면서 7천만 년 전의 세월을 상상하는 즐거움을 얻는다.

 


 

 

 


 

 

 


이만하면 대략 볼만큼 둘러봤다는 생각이 들자 또 평온하던 마음에 격랑이 일어난다. 물이 들어온다고 머리의 뒤꼭지에서 자꾸만 속삭이는 까닭이다. 아무리 그래도 발 밑은 조심해야 한다. 자칫 잘못 딛다가 발목이라도 접질리게 된다면 낭패이기 때문이다. 즐거운 놀이를 위해서는 항상 발바닥이 중요하다. 책상에 앉아 있을 적에는 불편하고 거리적 거리기조차 한 두 다리지만 막상 길을 나서고 나서는 이보다 소중한 것도 없음을 이렇게 바위 위에서 위태롭게 서 있을 적에 더 깨닫는다. 다시 출발점으로 돌아간다고 해서 부지런히 앞으로만 가는 것은 아니다. 암석도 보는 각도에 따라서 또 다른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돌아오는 길에도 잘 살피다가 보면 이렇게 암벽에 구멍이 난 것도 발견하게 된다. 이것도 일종의 해식동굴일게다. 그러다가 점점 커지게 될 것이고, 어느 세월에서는 아치형으로 변하고, 다시 천장이 무너지게 되면 마지막까지 버티는 것은 시스택이 될 것이고, 그것을 나중에는 촛대바위라고 부르겠지. 이 작은 구멍을 보면서 몇 만 년 후의 풍경까지 상상하는 것도 즐겁다. 당연히 시간이 문제지 공간에서는 분명 그렇게 되고 말 테니까. 

 


바닷가의 풍경만 보기로 든다면 지루할 수도 있지만 지질을 보는 마음이 되어버리면 전혀 지루하지 않고 마법처럼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암벽의 아랫부분에서는 해식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봐서 언젠가는 해식와(海蝕窪)를 볼 수도 있겠구나.

 


 

 

 


 

 

 


 

 

 


 

 

 


 

 

 


 

 

 


 

 

 


 

 


 

 

 


 

 

 


이만하면 들어가면서도 보고 나오면서도 잘 살펴봤으니 조만간(早晩間)은 찾아오지 않아도 되지 싶다. 이제 미련없이 다음 목적지로 향해도 되겠다.

 


언덕에 올라가서 잠시 차를 세우고는 전경도 조망(眺望)한다. 그리고 그 바닥도.....

 


차를 타려다 길바닥을 보면서 문득 눈에 띄는 것이 있으니 이렇게 바닥에 드러난 암석도 이제는 익숙하다.

 


그래, 이것이 바로 유문암이구나. 이젠 그냥 보면 보인다. 기특~!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