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이작도 작은풀안 해변

작성일
2023-09-26 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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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이작도 작은풀안 해변 

 

(2023년 9월 16일)

 


계남해변의 최고령 암석인 토날라이트질 편마암을 잘 봤으니 일단은 목적을 달성한 것에 대해서 매우 만족하면서 다음 목적지로 이동했다. 그곳은 대이작도의 랜드마크라고 할 수 있는 오형제바위다. 그리고 가는 길에 바라볼 생각은 있어서 풀등으로 가는 배를 탄다는 작은풀안이나 가보기로 했다.

  


거리는 2.8km이고 소요시간은 7분이다. 어차피 풀등에 갈 마음도 없지만 풀등으로 옮겨주는 배도 운항하지 않는다는 정보를 봤기 때문에 바라보기만 할 생각으로 작은풀안을 찾았던 것이다.

 


저만치 풀등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풍경이 보이는 작은풀안이다. 작은 풀안이 있다는 것은 큰풀안도 있다는 말이다. 현재의 시간은 11시 36분이니 완전히 간조시간구나. 그러니까 오늘 보여주는 풀등은 저것이 전부라고 봐도 되겠다.

 


어디를 처음에 가면 가장 먼저 찾는 것이 안내판이다. 최고령암석에 대한 안내를 잘 하고 있군. 여기에서 오른쪽으로 가면 최고령암석이 나오는데 거리가 1.5km라고? 이건 좀 이상한걸. 여객선부두는 3.2km라니까 그렇겠거니 하겠는데 여기에서 1.5km는 어디를 의미하는지 모르겠구나. 방향으로 봐서는 대이작도선착장으로 가는 것으로 보이는데 오형제바위는 선착장을 지나서 가야 하므로 그건 아니겠고..... 여하튼 계남해변에서 볼 것은 다 봤으니까 신경 끄기로 했다. 이승배 선생의 글로는 여기 저기에 표지판을 세워놓았다고 하니까 그런가보다 하면 되겠는데 차라리 화살표를 반대쪽으로 해 놨으면 계남해변인가.... 할 수도 있으련만.

 

데크의 끝에는 예쁜 정자가 보이니 발걸음도 그쪽을 향하고 움직이게 된다.

 

풀등 탐방 선착장 가는길이라고 간이 안내표시가 있네. 기왕에 왔으니 배를 타는 곳은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한 마음도 있어서 걷기 좋은 데크길을 걸었다.

 


문득, 이승배 선생이 작은풀안에 대해서 언급한 것이 있나 싶어서 또 책을 뒤적인다. 책을 읽을 적에는 그런가보다..... 하고 읽었으니 모두 기억날 턱이 없으나 이렇게 현장을 다녀와서 다시 보게 되면 그 상황의 이미지가 추가되기 때문에 선명하게 떠오르는 효과를 얻는다. 역시! 학자는 독자를 위한 배려도 놓치지 않고 챙기셨구나. 감동~! ㅎㅎ

 

그렇구나..... 이것은 분명히 구분이 되겠네. 어디.....

 


 

 

 


검은 암석에 흰 줄이 선명한 암석이라고 하더니 역시 그 자리에 그대로 잘 있구나. 그러니까 이 암석은 섬록암(閃綠巖)이라는 말이구나. 편마암이 아니니까 당연히 25억살의 토날라이트질과는 다르겠군. 그러니까 계남해변에서 봤던 검은 돌에 흰줄무늬도 같은 시기에 생성된 돌일 가능성도 충분히 있겠다.

 


25억년 돌이 아니면 또 어때! 이렇게 생긴 암석도 보기에 쉽지 않으니까. 보이는대로 사진은 열심히 찍었다. 25억 살이든 2억 살이든 재미있으면 되니까 말이지. ㅎㅎ

 


 

 

 


 

 

 


그래, 선명한 흰 줄이란 이것을 말하는 것이었던 모양이다. 그러니까 여기에다가 최고령 암석이라고 써놨단 말이지? 아, 옆에 뭔가 있네. 이것인갑다.

 


그러니까 바위 따로 설명서 따로라는 의미로구나. 이 선생이 알려주지 않았으면 어떻게 알겠는가. 그래서 작은풀안에서 25억 살 암석을 보고 간 사람이 나중에 이 책을 보면서 허탕을 친 것에 대해서 안타까워할 지질애호가의 표정을 생각해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그래도 제대로 알려줘야 한다는 생각으로 언급한 듯한 느낌이 물씬 난다.

 

'아마 실망하게 될 블로거도 있으리라'

  

라고 써놓은 것에서 그러한 느낌이 들었다. 다행히 낭월은 책을 먼저 읽었기 때문에 실망하지 않게 되었으니 또한 부지런을 떤 공덕이라고 해야 할 모양이다. 뭐든 책부터 사놓고 보는 좋은 습관(?)의 덕분인 걸로. ㅋㅋ

 


그러니까 이 멋진 안내판은 계남해변에 세웠어야 한다는 의미로구나. 이렇게 해 놓음으로 해서 애먼 『지오사이언스 저널』만 헛된 정보를 알려준 꼴이 되었으니 말이지. 25억살 바위를 보러 와서 2억살 바위를 보고 갔을 사람들의 마음도 이해가 된다. 뭐, 그렇게 알고 그렇게 살다가 또 그렇게 떠나는 것도 인생이지. 어디 바위 뿐이랴. 평생을 남의 부모를 자기의 부모로 알고서도 잘만 살기도 하는 것이 인생이니까. 그래서 모르면 약인 거지.

 


 

 

 


 

 

 


 

 

 


공무원 : 어이~ 김씨 이 안내판 좀 어디다 세워야지?

김일꾼 : 예, 알겠습니다. 어디에 세우면 좋을까요?

공무원 : 난들 아나 그냥 그럴싸~한 곳에 세워놓지 뭘

김일꾼 : 그래도..... 장소를 알려 주셔야지요.

공무원 : 그래? 음.... 아, 작은풀안에 데크길 있잖아.

김일꾼 : 예! 거긴 알지요.

공무원 : 그 옆에 보면 시커멓고 하얀 줄이 있는 바위 알지?

김일꾼 : 알지요. 거기에 세우면 되겠습니까?

공무원 : 그러지 뭐, 나도 모르고 그대도 모르니 누가 알겠어.

김일꾼 : 맞습니다. 그러면 그 옆에 세워놓겠습니다.

 

뭐, 이랬을 것이라는 가상의 시나리오를 떠올려 봤다. 모르면 묻기라도 하라고 했지만 어디 그런가. 남들에게 묻는 것이 체면이라도 깎이는 줄로 알고 있는 공무원들은 매사에 이런 식이다. 그래 놓고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김씨에게 모두 뒤집어 씌우면 되니까 전혀 신경을 쓸 필요도 없다. 여행을 다니다 보면 잘못 된 안내판도 심심찮게 만난다. 모르면 속 편하지만 알면 그게 자꾸 보인다는 것이 병이라면 병이지 뭐. 쯧쯧~!

 


이쯤에서 지질도(地質圖)가 궁금해진다. 이 지역의 지질에 대해서 어떻게 보고 있는지 나름 객관적인 자료라고 믿어지기 때문이다.

 


그봐! 딱 나와 있구먼. 중생대 쥐라기의 흑운모화강암(黑雲母花崗巖)이라고 말이지, 그러니까 그렇게 알고 있으면 된다는 것을 다시 확인한 셈이다. 그러면 레몬주스 한 잔 마신 기분이 든다.

 


 

 

 


 

 

 


그런데, 2억살 짜리가 25억살 어르신 흉내를 내니까 문제인 것이지 실로 따지고 보면 2억살도 적은 나이는 아니잖아? 시대를 놓고 본다면 중생대(中生代) 쥐라기란 말이지.

 


그러니까 이 정도의 세월을 머금고 있는 암석이지만 대이작도에서는 청년도 아니고 어린애 취급을 받는다. 시골에서는 65세는 노인 축에도 못 드는 것과 흡사한 현상이라고나 할까? ㅎㅎ

 


 

 

 


 

 

 


 

 

 


충분히 볼만한 풍경이구나. 안내판에다가 '중생대 쥐라기의 섬록압과 관입한 석영질'이라고만 해 놨더라면 더욱 돋보였을 텐데 본의 아니게 가짜가 되었으나 이 허물이 그대 탓은 아니지. ㅎㅎ

 


 

 

 


 

 

 


 

 

 


 

 

 


길도 잘 만들어 놔서 걷기에 편하다. 웬만한 해변에는 나름대로 볼만한 경치가 있으면 이 정도의 편의시설을 하는 것은 기본인 모양이다. 특히 관광지로 만들어서 찾아오는 사람을 기대하는 곳이라면 더 말을 할 나위도 없고.

 


그 길의 끝(아니, 중간인가?)에는 해변 탐방로를 통제한단다. 아마도 만들어 놓은 길이 허물어져서 다시 보수를 해야 하는 모양이구나. 2023년 6월 17일 부터라니까 그 이전에 왔던 사람들은 통행을 했었겠구먼시나.....

 


풀등탐방객에게 알리는 내용도 있었구나. 마지막 구절이 재미있네. 관리자 안내자에게 책임을 묻지 않음을 동의하는 것이라니 여하튼 책임을 지겠다는 글보다는 안 진다는 말이 더 많아 보이기도 한다. 문득 비보호좌회전이 떠오르는구나. 이런 구절을 써 놓으면 혹시 모를 사고가 생기면 유리한 판결을 받는데 도움이 되는 건가? 누군가 조언을 했기에 이런 구절이 들어있는 것이겠거니......

 


 

 

 


 

 

 


공사한다고 막아 놓은 지금은 갈 수가 없는 데크길이다.

 


정자에 이름이 붙어 있구나. 정대정(正大亭)이라.... 이름도 참 얄궂다. 건륭황제가 통치하던 시대의 대궐도 아니고 이게 무슨 쌩뚱맞은 이름인지. 데크 옆에 써놓은 암석안내판이나 별반 다를 것이 없는 어울리지 않는 이름이로군. 차라리 옹대정(甕大亭)이라고 하던가. 정대정이라니. 옹대정은 뭐냐고? 그야 옹진군의 옹, 대아작도의 대, ㅋㅋㅋ

 


정자에는 한 여인이 배표를 팔고 있었다. 아니, 오늘은 풀등 운항을 하지 않는다는 글을 봤었는데..... 

 

낭월 : 오늘 풀등가는 배는 운항을 합니까?

여인 : 예, 오늘은 운항을 해요.

낭월 : 내가 본 정보에는 오늘부터 내일까지 쉰다고 하던데?

여인 : 예? 무슨 말씀이시죠?

낭월 : 섬마을 밴드축제인가 뭔가 한다고...

여인 : 아, 맞아요. 그건 내일이라서 오늘은 운항해요.

낭월 : 그럼 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오늘은 하는 것이군요?

여인 : 맞아요. 선장님이 밴드 멤버라서 내일은 쉬어요.

낭월 : 그렇군요.

여인 : 다음 배를 타러 오는 손님이 몇 분이냐에 따라서 타실 수 있어요.

낭월 : 예약을 하지 않아도 됩니까?

여인 : 정원이 6명이거든요. 자리가 있으면 가능해요.

낭월 : 아, 그렇군요.

 


애초부터 풀등으로 가서 모래밭을 걸을 생각은 없었기 때문에 정보를 하나 얻은 것으로 하고 정자 주변에 서있는 안내판을 살펴봤다. 해적들이 살고 있어서 대이적도였단 말이구나. 그래서 한자가 이상했나? 대이작도(大伊作島)의 의미를 생각해 봐도 떠오르는 것이 없지. 저 이(伊)에 지을 작(作)이니 아무리 상상력을 동원해서 맞춰봐도 해석은 오리무중이다. 아마도 우리말의 이름을 한자화 시키면서 생긴 오류가 아닌가 싶기도 했는데 대이적이라고 하더라도 어색하기는 마찮가지로구나. 풀등에 대한 안내만 해 놓았어도 좋았을텐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대이적도 설명인듯. ㅋㅋ

 


풀등 쪽에 배가 한 척 떠있구나. 저 배가 탐방객을 실어나르는 어선인 모양이다. 

 


아마도 먼저 내려놓은 탐방객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것인가 보다. 

 


풀등에는 모래밭을 돌아다니는 몇몇 사람들이 보인다. 그나저나 우리는 다 둘러 봤으니 또 다음 목적지로 향해야지.

 


이렇게 지나는 길에 들려 본 작은풀안의 풍경도 덤으로 얻고서 걸음을 옮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