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 오천 쥐라기퇴적층

작성일
2023-07-12 17:40
조회
904

보령 오천의 쥐라기 호성 퇴적층 

 

[지질노두069] 오천(보령시 오천면 소성리) 쥬라기 호성 퇴적층

 

(2023년 7월 6일)

 


 

오천항으로 가는 길에 노두가 있다는 내용을 『지질노두150선』에서 확인하고는 찾아가 보기로 했다. 설명으로 봐서 광천에서 오천항으로 가는 길에 빙도를 지난다고 하는 것으로 봐서 어디쯤인지 대략 알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빙도(氷島)라는 이름이 특이해서 지나가다가 일부러 들어가서 한바퀴 돌아봤던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원래 빙도는 의천도룡기에 나오는 절해고도이고 요즘 말로는 알래스카를 말하기도 한다. 빙도설어(氷島雪魚)라는 메뉴가 중국 식당에 있는데 이것은 알래스카에서 잡은 대구를 말한다는 것은 대만에서 봤었는데 그 빙도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오천에 빙도가 있다는 것이 신기해서 둘러봤던 셈이다.

 


참고로 빙도에는 얼음이 없다. 당연하겠지만. ㅎㅎ

 

  

보령 죽도를 둘러보고 북향으로 가다가 오천, 천북으로 갈라지는 곳에서 좌회전을 한다. 

 

 짐작으로 저 조그만 저수지가 기준점이라는 생각을 하고서 부근에 차를 세우고 연지님은 차에서 쉬라고 해 놓고서 노두를 찾아 나섰다. 

 


뭐 당연하겠지만 지질에 대한 안내문은 어디에도 없구나. 그래서 책의 안내가 필요하단 말이지.

 


그런데.... 앞의 산을 봐하니 노두가 있을까 싶지 않은 풍경이라서 안내서를 의심했다. 이런 분위기를 생각했던 것은 아닌데 숲속에서 뭘 본단 말인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아님말고'의 공식으로 접근했다.

 


빙도 삼거리를 지나서 가다가 작은 저수지가 나오면 제방의 아래쪽을 찾으면 된다는 안내만 믿었다.

 

 

 뭔가 느낌이 싸~하다. 그래서 다시 뒷걸음질을 쳐서 건너면 숲을 찬찬히 살펴봤다.

 


아, 저 아래쪽에 시커멓게 보이는 것이 노두인 모양이구나. 그렇다면 설명과 얼추 맞아 들어가는 느낌이 든다. 그런데 이렇게 풀이 무성해서야 길이나 있겠나 싶은 생각이 들어서 그냥 돌아갈까 싶은 생각을 2.5초간 했다. 그렇지만 그냥 가면 또 미련이 남을 것임을 바로 생각하고는 일단 가보고 확인하자는 생각이 이겼다. 한 걸음 두 걸음....

 


끝에는 저수지의 물을 흘려 보내는 수로가 있다.

 


어차피 길은 그길 뿐이다. 수로의 끝까지 가서 살펴본 풍경이.....

 


예상한 대로다. 인적이 없는 풀숲이구나. 바닥을 잘 살펴야 한다. 풀은 밟아도 좋지만 뱀을 밟아서는 곤란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풀숲을 헤치고 20여m쯤 갔나? 작은 노두가 얼굴을 내밀고 나그네를 반긴다. 생각보다...... ㅎㅎ

 


어느 정도의 규모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은 여지없이 무너졌다. 그래도 책에 소개할 정도라면 그 정도의 위용은 갖췄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던 것이 착각이었던 모양이다. 그냥 산비탈에 조용히 누워있는 시커먼 암석이었다.

 


일단 책에서 안내한 곳이 맞는지 사진을 확인해 봤다.

 


위치는 틀림없구나. 다음에는 GPS좌표도 활용해 봐야 하겠다. 그런데 언제찍은 사진인지 세월감이 느껴진다. 그때만해도 이렇게 나무가 우거지지는 않았었단 말이네. 지질도를 봐야지.

 


정확한 위치를 확인하고서 지질도를 덧씌워본다.

 


벼랑의 능선이 도드라진다 했더니 좌우의 지질은 전혀 다른 모양을 하고 있구나. 이건 좀 재미있는 걸. 그러니까 전혀 다른 지질이 서로 부딪쳐서 생긴 산이었던 모양이구나. 어디 전체적인 형상을 볼까?

 


오호~! 산이 두쪽으로 되어 있었구나. 무슨 산이더라.... 그래 북배산이었네. 해발표고는 82.7m. 지질정보에서는 '쥐라기 호성 퇴적층'이라고 했으니까 어느 쪽을 말하는 것인지 확인해 봐야지.

 


초록이 맞구나. 초록은 수성암(水成巖)인 거지? 붉은 색은 화성암(火成巖)이고, 그래서 죽도는 붉은 계통이고 여기는 푸른 계통으로 표시했다는 것을 짐작할 수가 있겠다. 점점 지질도를 읽는 속도가 빨라진다. ㅎㅎ

 

하부대동계 대동층군(하부쥐라기) 백운사층으로 되어 있으니 좀 복잡한 구조인 모양이다. 백운사가 어디 있기에 백운사층이라고 하는지 모르겠구나. 모르겠으면 찾아봐야지. 검색창에 백운사층을 넣고 확인해 본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의 신세를 늘 지고 있구나. 이렇게 안내를 해 주면 공부에 바로 도움이 되니 감사할 따름이다.대동계 반송통에 해당하는 구나. 탄전으로 인해서 시커먼 것도 알겠고, 하조층 아미산층 조계리층 백운사층이 등장한다.

 

대표암상은 흑색 셰일, 사암과 역암 협재구나. 그건 이해가 된다. 벌써 분위기가 시커먼 것이 누가 봐도 셰일이라고 하겠으니 말이지. 그런데 '쥐라기 퇴적암'의 중간에 '호성'이 있는데 이건 무슨 의미지? 처음에는 호상(缟狀)으로 생각했는데 아무리 봐도 오타로 보이지는 않으니 뭔가 의미가 있을 텐데 설명이 없어서 난감하구먼. 그리고 호상은 편마암에서 나오는 것인데 여기는 퇴적암이라고 했으니 호상일 리가 없지 않느냐는 생각도 들었다. 가만...... 다시 확인해 보니까 셰일도 편암을 가쳐서 편마암으로 변성이 되기도 하는구나.

 

우선 셰일이라고 했으니 진흙으로 된 퇴적암이라는 말일테고 그렇다면 호성은 호성(湖性)을 말하는 것이 아닐까? 그러니까 호수 바닥에서 퇴적이 된 것이라서 그렇게 이름을 붙인 것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짐작을 해 봤다. 아, 호성(湖成)일 수도 있겠다. 호수 바닥에서 이뤄진 것이라면 수성암 화성암에 수성암의 변형으로 호성암(湖成巖)도 없겠느냐는 생각이 들어서 확실한 자료를 얻을 때까지는 이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주제어를 보면 편리, 호저, 하구가 있는데 이 호저는 호저(湖底)에서 온 것으로 본다면 호성은 호성(湖成)으로 봐도 크게 틀리지 않을 듯하다.

 


그리고 반대편의 암록색은 또 무슨 지질일까 싶어서 확인해 봤다. 그랬더니 이것은 여기 저기에서 많이 봤던 선캄브리아 시대의 운모편암이었구나. 노인과 젊은이가 서로 등을 마주 대고 동행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참 특이하긴 하다.

 

그나저나 덤불이 무성해서 그쪽까지 갈 엄두가 나지 않았는데 책에서도 쥐라기만 논하고 있는 것으로 봐서 그쪽은 별로 볼 것이 없지 않겠느냐는 생각으로 위험해 보이는 풀숲을 가지 않을 이유를 하나 만들었다. ㅋㅋ



아하! 이것이 셰일층이구나. 셰일은 이암(泥巖)의 변형이라고 했지 싶은데 색이 검은 것은 탄질(炭質)에 황화물(黃化物)을 함유하고 있어서 그렇다니까 그런가 보다. 하면 되겠다. 쪼개짐은 확실하구나.



분위기가 석탄이로구나. 보령쪽에는 탄전(炭田)도 있는데 이러한 지질에서 탄이 생산되기도 하는 모양이다. 그러니까 보령에는 석탄박물관도 있구나.



그렇긴 하지만 구경꺼리는 좀 아쉽구나. 멋진 풍경이 없어서 그야말로 지질꾼들이나 찾아올 장소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급경사로 40여m에 암리층이 드러나있다고 해서 위도 올려다 봤지만 그것도 옛날이야기인 모양이다. 무성한 숲만 보일 따름이다. 그래도 풀 사이로 암질이 보이기는 한다.



옛날에는 사람들이 연료를 나무와 풀로 했었기 때문에 나무나 풀을 말끔하게 뜯어갔을 텐데 이제 산골에서도 가스로 생활을 하니까 이렇게 자연의 풍경으로 되돌아 가는 것은 당연한 모양이다.



이런 곳은 산소를 벌초하듯이 매년 한두 차례 풀을 깎고 나무를 잘라줘야 하는데 그럴 사람이 없으니까 점점 숲속으로 묻혀 들고 말게 되지 싶다.



그래도 그냥 돌아서기가 서운해서 기웃기웃한다. ㅎㅎ



하긴, 오전에 죽도에서 너무 멋진 풍경을 보면서 즐겼기 때문에 그 상대적으로 여기는 더 초라해 보이는 것도 있지 싶기는 하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ㅠㅠ



풀과 나무를 베어내고 낙엽을 갈퀴로 긁어내면 그런대로 인물이 되살아 날 것도 같기는 하다. 사람이나 산이나 지질이나 여하튼 가꿔야 한단 말이지. 이렇게 내버려 두면 어쩔 수가 없는 일이기는 하다.



이렇게 중언부언(重言復言)하는 것은 나중에 누군가 이 장소가 궁금해서 검색을 한다면 이러한 안내가 큰 참고가 될 것은 분명하지 싶어서다. 꼭 가보고 싶으면 장화를 신고 가길 권하겠고, 더 지극한 지질광(地質狂)이라면, 예초기라도 하나 챙겨서 간다면 나중에 찾는 사람이 감동하지 싶기도 하다. ㅎ



자세히 보니까 영 못 봐 줄 정도는 아니구나. 그런대로 그림이 되기도 하네. 노랑 색은 황화철의 흔적이겠구나.



빈약하지만 타포니도 보이고....



지질망치도 들고 왔으니 증명사진을 찍어 주고. 기념으로 셰일층의 암석을 조금 뜯어가야지. 이렇게 망치를 놓은 사진도 첨 찍어보는 구나. 점점 돌꾼의 티가 나기도 한다. ㅋㅋ



봐하니 지질학자들의 손길이 지나간 흔적이로구나. 망치 맛을 제대로 본 암석조각이 분명하군. 이것을 하나 주워가면 되겠다. 누구는 깨어 놓고 또 누구는 주워가니 그것도 인연이겠지. ㅎㅎ



그만하면 충분히 놀았다. 이제 또 답사일지에 한 곳을 추가할 수가 있으니 그것도 좋구나. 등대투어를 하듯이 지질노두 투어를 하고 있는 셈이랄까? ㅋㅋ



겨울에 천북으로 굴구이를 먹으러 가게 되는 길이라면 그 시절에 풀이 다 죽은 다음에 바라보는 풍경은 어떨지 궁금해서 잠시 들려볼 수도 있겠다. 더부룩한 풀숲의 저쪽에 있는 선캄브리아 시대의 노두가 있는지 궁금한 마음을 남겨 주고 발길을 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