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 용연교 호상편마암

작성일
2023-07-14 0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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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령 청소면 용연교의 호상편마암(縞狀片麻巖)

 

[지질노두070] 용연교(보령시 청소면 성연리) 선캠브리아기 호상 편마암


(2023년 7월 6일)



지질노두에서 호상편마암의 좋은 모델이라고 하는 바람에 찾아가 보기로 했다. 더구나 오천의 호성 편마암의 위치에서 거리도 가까운데 그냥 지나치면 섭하지 않겠느냐는 생각도 한몫을 했다.


10.7km에 14분이 걸린다는 지도의 정보가 반갑다. 일부러 가기는 어렵지만 오천까지 왔는데 용연교를 둘러보는 것은 추수 후에 이삭을 줍는 기분으로 가봐도 되지 싶다.


잠시 후. 용연교에 도착해서 주변을 둘러보니 용못에 대한 안내가 있구나. 하긴 용연교(龍淵橋)도 용못과 연관이 있을 것이라는 것은 대략 짐작으로 알만 하다.


이런 이야기는 놓치면 안 되지. 아무렴.

항상 그렇듯이 용이 살았던 곳은 많은데 용이 살고 있는 곳은 없다. 과거완료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 전설(傳說)의 숙명(宿命)이겠거니와, 여하튼 지금은 용 못을 보러 온 것은 아니니까 아쉬울 것은 없다 용연교 아래에 노두가 있다고 했는데.....

 


그래 다리 아래에 그림이 좋은 바위가 보이는구나. 여기가 틀림없군.

 


흐르는 물이 꾸정하다. 장마 중에는 계곡의 노두는 탐사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현장에서 또 배운다. 그러니까 적어둬야 할 교훈이다.

 

①해안노두는 만조에 가지 않는다. → 그러니까 사리때의 간조를 택하면 최선이다.
②계곡노두는 장마에 가지 않는다. → 계곡은 물이 없을수록 탐사하기 좋다.
③숲속노두는 여름에 가지 않는다. → 풀이 죽고 뱀이 자는 겨울이 가장 좋은 계절이다.
 


벌써 깨달은 것이 세 가지나 되는구나. 그리고 용연교에서는 그 중에 두 가지를 범하고 있다는 것을 바로 깨달았다. 숲이 무성한 데다가 장마로 물이 불어나서 바닥을 제대로 보기 어렵겠다는 것을 이렇게 현장에 와서야 깨달으니 그야말로 사후약방문이다. 그래도 재범(再犯)만 하지 않아도 성공이라고 토닥토닥~


차를 대놓고 어디에서 뭘 하나 싶어서 넘겨다 본 연지님이 대경실색이다.

"어머나 무섭네. 조심해요~~!!!"

그래 나도 무섭다. 미끄러져도 큰일이고 발목이라도 삐면 그것도 큰일이다. 그렇지만 무서움을 이기는 것이 호기심이다. 그렇지 않으면 이 시간에 이곳에 찾아왔을 턱이 없지 않겠느냔 말이지. 걱정말거라 최대한 조심한다. 그렇게 조심해도 일을 당하면 또 우짜겠노. ㅎㅎ


이내 다 잊어버리고 암석에 몰입한다. 예전에 참선을 할 적에 이렇게 몰입이 잘 되었더라면 벌써 부처가 두 번은 되고도 남았을 텐데 말이지. ㅋㅋㅋ


오랜 세월을 그 자리에 있었음을 알겠다. 지질도를 봐야지.

위치를 잘 찾아서 확대를 하고.....


용연교 아래쪽이라고 했는데 현장에서 확인해도 맞는 설명이다.


「지오빅테이터」 오픈플랫폼의 지도는 이것이 최대로 확대한 것이다. 어디.....


아하! 여기는 신생대 제4기의 충적층이로구나. 이토(泥土), 점토(粘土), 사(砂) 및 역(礫)이 대표암상이란다. 어느 사이에 지질도를 읽는 공부가 꽤 되었음을 알겠다. 그냥 한마디로 한다면

"이게 무슨 개소리야~!!"

라고 외치고 싶은 지질도의 설명이다. 그러니까 지질도라고 해서 다 믿으면 안 된다. 지질노두거나 지질도거나 대략 알아서 참고만 하면 되지 그것을 전적으로 다 믿게 되면 엉뚱한 이야기에 그런가보다 할 따름이다. 


이렇게 분명히 「용연교 선캄브리아기 호상 편마암」이라고 해 놨고 사진도 틀림없이 호상 편마암인데 신생 제4기라니 이것은 논밭에나 붙는 이름이라는 정도는 이제 안단 말이지. 답이 맘에 안 들어도 싸울 필요가 없다. 그 주변을 보면 될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 알겠네. 그 위쪽에 회녹색(灰綠色)의 지대가 이미 익숙하다. 여기가 선캄브라이기겠지.


그렇다니까. 틀림없이 선캄브리아시대라고 나오잖아. 결정편암계(선동무리아) 운모편암이고 대표암상도 운모편암(雲母片巖)이구나. 결정편암계(
結晶片巖係)를 또 배워야 할 순간이다.


음..... 뭐라는 거지? 그래서 지금은 결정편마암계라는 말은 사용하지 않는다는 겨? 화강편마암계는 변성퇴적임이라고? 설명이 난해한겨? 아니면 낭월이 돌머린겨? 읽어도 무슨 내용인지 도통..... 설명은 돌머리를 위해서 써놔야지. 석학들을 위해서 써 놓으면 워쩌냔 말이지. (투덜투덜)


요지는 운모편암(雲母片巖)에 있다는 것만 알아두면 되지 싶다. 운모는 백운모 흑운모 금운모가 있다고 했던가? 그러니까 색깔도 같이 표시해 줘야 하는 건데 그것도 대충 넘어갔구나. 하천이라서 제4기라고 대충 넘어가고 설명도 왠지 대충 얼버무린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은 낭월이 지질초짜라서 그렇겠거니 싶다. 나중에 공부가 되면 이런 정도는 상식으로 백운모인지 흑운모인지 알아 먹을 텐데 말이지. ㅋㅋ


호상편마암은 가기도 전에 앞에 놓인 바위에 붙어서 노느라고 정신이 없다. 


오호! 습곡(褶曲)도 있고....


습곡을 잘 보려고 색을 뺐다. 그래서 가끔은 흑백사진이 유용하기도 하다. 예쁘구나.


바위의 모양을 보니 호상 편마암이구나.


물맛을 보지 못해서 형상이 남루하구나. 그래서 속살을 들여다 보려고 망치를 들고 귀퉁이를 떼어내는 모양인데 망치질을 해 보고 나서는 그게 쉽지 않다는 것도 바로 깨달았다. 아무 곳에서나 망치질을 한다고 해서 돌이 떨어져 나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여하튼..... 조심조심.....


드디어~!
주인공의 등장이다. 흙탕물이 아쉽기는 하지만 그것도 자연의 한 순간이려니 해야지 뭐.


폭포네 용연폭포~! ㅋㅋ


장마 중에 계곡노두를 보겠다고 왔으니 초짜임을 인증한 셈이로구나. ㅎㅎ


메추리섬이 또 생각난다. 만조(滿潮)에 해안노두를 보겠다고 갔으니. 시행착오를 골고루 겪는구나. 그래가면서 성장하는 것이겠거니.... 


다가갈 수가 없는 것은 줌으로 담아놓자. 대략 윤곽은 보이니까.





그러고 보면 지질학자들도 대단하다. 이 구석의 골짜기에 있는 지질을 탐사해서 기록으로 남겨놓은 것을 보면 열정이 없이는 어렵지 싶다. 그 바람에 가이드북을 들고 찾아오기면 하면 되니 고마울 따름이다. 그래서 투덜대던 마음도 이내 누그러진다.


멋진 호상 편마암 위에 콘크리트를 붓고 다리를 놨으니 튼튼하겠다. 물론 볼만한 풍경은 남겨 놨으니 그것도 다행이다.


죽도해변은 너무 넓어서 바빴는데 여기는 공간이 협소해서 집중할 수가 있는 장점도 있다.


운모편암이랬는데 백색이 보이는 것으로 봐서 백운모(白雲母)인 것으로 봐도 되지 싶다. 그런데 돌에다가 왜 구름어머니[雲母]라고 이름을 붙였을까? 이건 누구에게 물어봐야 하나? 물어볼 곳이 없구나. 이렇게 쓸데 없는 것에 관심을 두는 것도 초보자들의 즐거움이겠거니 하면서. ㅎㅎ











그늘진 틈바구니의 풍경도 드러내 보려고 밝기 조절의 기술을 활용한다. 밝은 곳은 어둡게 하고 어두운 곳은 밝게 해서 돌의 무늬를 보고 싶어서다. 그래서 또 하나 깨달은 것이 있으니 햇살이 쨍쨍한 맑은 날보다는 구름이 살짝 가린 흐린 날이 노두탐사에 더 좋겠다는 것이다. 그림자로 인해서 사진에 담기에 어려운 점이 있는데 명암의 차이가 적을수록 실체를 보는데 유리한 까닭이다.


이렇게 시커먼 틈도 잘 조정하면 그림이 되기도 한다. 라이트룸의 공덕이다. ㅎㅎ


그래서 사진을 찍을 적에는 저장하는 방법으로 로우(RAW)를 사용한다. 제이피지(JPG)로 찍으면 편한 줄은 알지만 이것이 또 보정으로 들어가게 되면 천양지차(天壤之差)로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귀찮아도 생, 날것이라는 로우로 찍어 놔야 마음이 놓인다. 재료가 '날것'이라야 요리를 할 방법이 많아지는 것과 같다.

















그늘진 곳에 숨어있는 장면을 찾아내는 것도 재미있다.


이 한 장의 사진이 다 보여주는 것 같다. 습곡(褶曲), 편마암(片麻巖), 호상(縞狀), 선캄브리아시대부터 만고풍상(萬古風霜)을 겪으면서 이 자리에 이렇게 앉아 있구나. 가운데 검은 색으로 패인 것은 물이 깎아낸 것으로 보인다. 나이아가라 폭포가 매년 뒤로 간다는 의미라고 봐도 되지 싶다. 

흡사 시골의 조그만 오두막에 홀로 살고 있는 노파가 떠오른다. 지나가는 사람도 없지만 하염없이 긴 세월을 살아오면서 겪은 일들이 주름살 하나하나에 알알이 박혀 있는 모습이다. 


[최민식 사진집 WOMAN에서]

 

무엇이든 물어보면 생생한 삶의 기억에서 나오는 이야기들이 봇물처럼 쏟아질 것 같은....

 


그만하면 충분히 공부했다. 용연교 아래의 노두가 호상편마암의 교과서라고 한 이유를 이해했으니까 본전은 건진 셈이라고 해도 되지 싶다.

 


전경을 담은 풍경으로 마무리 하면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