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의 보물섬 죽도(竹島)

작성일
2023-07-11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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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령의 보물섬 죽도(竹島)

 

[지질노두071] 죽도(보령시 남포면 월전리) 선캠브리아기 편마암 

 

(2023년 7월 6일)

 


보령의 남포방조제 중간에 있는 죽도는 몇 차례 가본 곳이다. 그러나 왜 보물섬이라고 하는지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냥 관광지로 손님이라도 끌어보려고 붙여 놓은 말이겠거니.... 했을 따름이다. 상화원(尙和院)이 있어서 별장처럼 이용할 수가 있고 둘러보는 관람입장도 가능하단다. 예전에는 뭔가 복잡했는데 살펴보니 편리하게 되어 있구나. 예약은 하지 않아도 되는군.

 

 

언제 또 방문하게 되면 여기도 한바퀴 둘러보는 것으로 해야 하겠네. 할인을 받으면 5천원이로구나.

 

  



그 죽도의 해안이 『지질노두150선』에 소개가 되었기로 지나는 길에 들러 보려고 생각했는데 기다리다 보면 기회는 오기 마련이다. 주말(7월7~8일)에 대이작도를 가려고 배표까지 사 놨었는데 폭우와 강풍이 예보되는 바람에 취소했다. 배표는 3일 전에 취소해야 금전적인 손실이 발생하지 않는다. 그래서 장마 중에 무리할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취소는 했지만 마음 한 구석이 헛헛했는데 연지님이 자동차 보험을 갱신하는데 안전주행으로 400km가 더 필요하다는 말씀! 올타쿠나~! 했다.

 


맷돌의 위 짝과 아래 짝이 딱 맞는 순간이 있다. 이런 경우가 바로 그런 경우가 아니고 무엇이겠느냔 말이지. 그래서 바로 티맵을 폰에서 켜고는 출발했다. 죽도를 보니 다시 굴업도가 생각난다. 죽도의 대부분(도로변의 상가들만 빼고)이 상화원의 소유라서 높은 울타리가 처져있는데 앞으로 굴업도도 필시 이렇게 될 운명이겠다는 생각을 했다.

 


엇? 출입통제구역이었나? 이럼 안 되는데.....

 


이런~! 100만원이하라니 10만원이면 어떻게 해 보겠는데 100만원은 쫌......

 


누군가 파도가 치는데 들어갔다가 생명을 잃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빨간 선 이내는 연중 언제라도 들어가면 안 된다는 말이로구나. 아무렴 인명은 중요하지. 아니, 인명은 재천(在天)이지 않던가? 그러니까 죽을 사람은 아무렇게 해도 죽을 것이고 살 사람은 총알이 빗발치는 전쟁터에서도 살아서 돌아오더란 말이지. 아닌가? 괜히 투덜대어 보는 푸념이다. 태국에서는 차의 지붕에 매달려 가다가 떨어져 죽으면 그것도 부처님 뜻이라고 했다. 세상에 사람이 죽지 않은 곳이 어디 있으랴. 여기에서 죽었다고 해서 출입을 막고 100만원을 받겠다니 그건 좀 아니잖여? 그러니까 죽어도 잘 돌아가셔야 민폐를 끼치지 않는단 말이지. 어쩌고 저쩌고 쭝얼쭝얼. ㅋㅋ

 


그 경고판 옆의 암석이 예사롭지 않구나. 서운했던 마음도 잠시, 바로 눈길이 암석으로 간다. 이게 뭐냐? 어디.....

 


오호~! 호상편마암(縞狀片麻巖)이구나. 선캄브리아 시대의 변성화강암(變姓花崗巖)이네. 참 신기하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정말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아는 만큼만 보인다. 

 


지질의 변동으로 압력을 받아서 비단결처럼 변했다고 호상(縞狀)이다. 한글만 봐서 호상(虎狀)이고 얼룩덜룩해서 호랑이껍질처럼 보여서 붙은 이름인가보다 했다. 그런데 縞는 '명주 호'자다. 명주(明紬)는 비단천을 말하니 비단결처럼 곱다는 의미가 된다. 이렇게 멋진 이름을 바위에 붙여 놓다니. 비단결같은 편마암이라는 말이구나. 편마암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삼마(麻)에 조각편(片)이다. 그러니까 글자대로 보면 삼베조각이라는 뜻이란 말인가? 설마 대마의 잎사귀가 포개 져 있다는 뜻은 아닐게고 그래서 또 생각하다가 삼베를 떠올려 본다. 삼베는 여름용 옷감이다 올이 거칠고 통풍이 잘 되는 것인데 그러한 것처럼 보이는 바위란 뜻인 걸로 대충~!

 


그러니까 기본은 삼베처럼 성글게 짠 천처럼 보이는 편마암인데 그것이 압력을 받아서 곱게 희고 검은 무늬를 만들면 호상편마암인 게다. 이름부터 제대로 해 놓지 않으면 개념을 정리하는데 혼란이 일어날 수도 있어서 무엇이든 처음에 시작할 때는 이름부터 정리하려고 애쓴다. 어? 여기엔 무늬까지 놓은 비단천이구나. 구름 무늬네. 선녀가 비단을 휘감고 하늘을 날아다니는 그림이 그려진다. 음.... 증세가 쫌.... ㅋㅋ

 


길은 항상 외길만이 아니다. 이렇게 방법을 찾다가 보면 또 다른 길이 보이기도 하는 법이다. 앞의 금지구간을 벗어나면 될 테니까 일단 갈 수가 있는 곳까지는 가보고 또 생각하자. 폭염의 뙤약볕아래에서 머뭇거린다고 무슨 수가 나오는 것도 아니니까 말이다. 그래서 윗길로 접어들었다.

 


역시 예상대로 길은 이미 칡넝쿨이 장악을 했구나. 대단한 실력자들이다. 연지님이 소리 지른다. '뱀 조심하라'고 그래 조심하지 조심하고 말고 조심하지 않으면 큰일이니까 독사에게 물리기라도 하면 살아도 고통이고 죽어도 억울하지 않겠느냔 말이지. 그러니까 조고각하(照顧脚下)라고 한다. 발이 떨어질 곳을 미리 살펴보라는 말이지 뭐겠어. 이것을 차용한 선사(禪師)들이 까부는 놈들 만나면 호통을 쳤지. '니나 잘해라~!'

 

(이날 귀가하는 길에 논산 시장에 들려서 목이 장화를 하나 선물 받았다. 숲 속을 누비고 다니는 것이 아무래도 맘이 놓이지 않았던 모양이다. 사고는 일어나기 전에 방지하는 것이 최상의 선택임을. ㅋㅋ)

 


길은 수월하다. 나무는 우거졌어도 가끔 사람의 통행은 있는 모양이구나. 뒤쪽으로 상화원의 경계가 보인다. 바다와 상화원 그 경계를 거닌다.

 


멋진 산책길이로구나. 전망도 좋고.

 


죽도 답게 조릿대가 늘어서 있다. 햇볕이나 비를 가려주는 위쪽의 산책길은 돈을 내고 상화원에 머무르는 사람에게 주어진 공간이고, 내가 걷는 이 길은 비가 오면 비를 맞고 땡볕이 쏟아지면 썬크림으로 버텨야 하는 공간이다. 저 회랑(回廊)은 지도로 봐서 ⑨번의 석양정원 쯤 되겠군. 그래도 여기까지 울타리를 치지 않아서 그나마 다행이다. 아마도 상화원을 만든 사람이 바위는 별로 좋아하지 않았을 수도 있겠다. 그래서 또 천만다행이다.  

 


2016년. 베트남의 다낭에 갔을 적에 빈펄리조트에 머물렀는데 그곳의 앞바다는 일반인들이 들어갈 수가 없도록 지키고 있었다. 그런 곳이 어디 한둘이겠느냔 말이지. 앞으로 굴업도는 아마도 그렇게 될 가능성이 많겠구나.  

 


죽도는 동해에도 있다. 양양에 있는 작은 육계도(陸繫島)인데 그곳의 암자에서 지냈던 시절이 떠오른다. 산책길이 비슷해서일 수도 있고, 이름이 같아서 일 수도 있다.

 


보령의 죽도도 간척공사를 하느라고 남포방조제가 들어서면서 죽도를 거치게 되어 육계도가 되었는데 양양의 죽도는 자연적으로 육지와 이어진 섬이다. 전국에 죽도라는 이름을 갖고 있는 곳은 많다. 줄잡아서 십여 곳은 되는 모양이다. 그래서 남포방조제 중간에 있는 죽도는 동네가 월전리라서 월전죽도라고도 하는 모양이다. 그 중에서 인연이 있는 죽도는 양양의 현남죽도다. 양양군 현남면에 있는 죽도라서다.

 


생긴 것도 비슷하구나. 예전에는 한가하기만 했던 죽도 해수욕장이었는데 이제는 서핑의 명소로 소문이 나는 바람에 갑자기 번화해진 곳이기도 하다. 생긴 것도 완전 비슷하구나. 저 죽도암에서 기도와 명상(?)으로 보냈던 몇 개월의 세월이 기억 속에 남아있다. 

 


죽도임을 강조하는 대숲을 지나가면 해변이 나오겠거니.....

 


과연 앞이 확 트이면서 해안의 풍경이 화들짝 열린다. 저 앞에 떠 있는 섬은 다보도? 용섬? 대략 그 언저리겠거니.... 지금은 풍경(風景)이 아니라 암경(巖景)을  보러 왔으니까 발 아래를 잘 살펴야 한단 말이지.

 


시작부터 그림이 심상치 않다. 얼룩덜룩한 호상편마암의 흔적이 나그네를 반긴다.

 


나침반을 꺼내서 대략 북쪽을 가늠한 다음에 방향과 크기를 가늠하는 지질카드를 꺼내 놓고 사진을 찍었다. 이것은 화인과 금휘가 합작으로 낭월의 돌놀이에 쓰라고 만들어 준 것이다. 지질자료들을 보면 이런 카드가 나오는데 아무리 봐도 판매한다는 곳을 찾을 수가 없어서 명함 뒷면에 자를 대고 그리고 있었더니 그것이 궁상맞아 보였는지 이렇게 만들어서 코팅까지 해서 주니 그것도 고마울 따름이다. 지층이 북에서 남으로 흐르고 있구나.

 


무늬가 현란하다. 

 


노두가 드러난 위쪽부터 작품이구나. 지질도를 살펴 봐야지.

 


출입통제구역을 벗어났으니 벌금 100만원은 물지 않아도 되겠다. 통제구역의 지질도 궁금하기는 하지만....

 


다행히 섬 전체가 같은 지질로 되어 있구나. 그럼 형태만 다를 뿐이고 암석은 비슷하다고 봐도 되겠다. 
선캄브리아시대의 화강편마암(花崗片麻巖)이구나. 화강암과 편마암이 있다는 뜻이겠지? 

 


죽도만 화강편마암이고 간척지는 모두 신생대 제4기 충적층(沖積層)이다. 붉은 십자의 부호는 화성암(火成巖) 계통이라고 했지 싶다. 그러니까 불이 만든 암석이라는 말이겠네. 물이 만든 퇴적암이라면 수성암(水成巖)이니까 푸른 십자의 부호로 그려 놨겠지. 아니다. 푸른색이 아니라 초록의 세모(
)로 표시했지 싶구나. 

 


바위에 쌓인 낙엽은 송풍기로 날려버리고 싶지만 그러자면 또 일이 많이 지니 그냥 못 본 채로 넘어가는 것이 상책이다. 오랜 세월이 흐르다 보니 온갖 변화의 풍상(風霜)을 겪었구나.

 


겹겹이 쌓인 것은 퇴적(堆積)이 아니라 엄청난 힘을 받아서 압축(壓縮)이 된 것이란 말이지.....

 


천천히 훑어보니 보물섬이 맞네. 없는 것이 없잖여. 월간만화의 제목으로 『보물섬』도 있었지. 아직도 있는지는 모르겠군. 다양한 스타일의 만화들이 시리즈로 묶여 있어서 골라보는 재미가 있었는데 공상만화부터 순정만화까지 없는 것이 없었지.

 


단층(斷層), 관입(貫入), 습곡(褶曲)에다가 부정합(不整合)까지 골고루 다 갖춰 놓고 나그네를 반긴다. 붉은 빛의 암석은 산화철(酸化鐵)로 인해서일 것으로도 짐작해 본다. 참 볼 것도 많고 생각할 것도 많구나. 그래서 또 재미있다.

 

 



다음에는 물이 빠졌을 적에 와서 바닥도 살펴보면 좋겠다.  


엇? 저건 포획암인가? 하얗게 박힌 돌이 눈길을 끈다.


안구상편마암(眼球狀片麻巖)으로 봐야 하나? 아니면 역암(礫巖)의 형태로 봐야 하나? 공부를 하면 할수록 모르는 것이 더 많아져서 또 재미있다. 

그런데 솔잎이 얹혀 있었다니. 그러니까 뭐든 보고 싶은 것만 보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솔잎이 보였더라면 치우고 사진을 찍었을 텐데 말이지. 쯧쯧! 어린 아이 눈에는 길 건너 엄마만 보이고 그 앞을 내달리는 자동차는 보이지 않는 것처럼.


굴업도에서 본 풍경보다 못하지 않구나. 이렇게 멋진 그림이 있을 줄은 몰랐다. 


백화(白花)가 만발했다. 안구상 편마암이 분명하구나.


안구상 편마암이라고 하는 이름이 있으니 생긴 것은 역암처럼 보여도 역암이라고 하지 않는 모양이다. 


편마암은 애초에 퇴적암이 아니라서 수평으로 존재하지 않았을 수도 있겠다. 보기에는 퇴적층으로 보이는데도 압력으로 생긴 것이라니까 퇴적으로 생긴 것과는 다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얀 줄은 어딘가에서 본 적이 있는데.....


아, 탄도북단에서 봤었구나. 하나둘씩 자료 창고가 늘어난다. 


단층이다. 설명에는 소규모 단층이라고 했었지. 





흰 석영이 관입된 다음에 충격을 받아서 층이 끊겼단 말이겠다.  


이것도 관입인가?

 








호상 편마암과 안구상 편마암은 확실히 알겠다. 






그 단단한 돌이 엿가락처럼 휘고 밀가루 반죽처럼 접힌다. 바위명상터구나 ㅎㅎ. 

 


이건 현무암 관입인가?


그림 참 좋다!



여기에도 있구나. 방향이 다르군. 보자.... 그러니까 원래는 마그마가 지하에서 천천히 식어서 심성암(深成巖)인 화강암(花崗巖)이 되었다가, 엄청난 압력을 받아서 화강암이 안구상 편마암으로 변성암(변성變成巖)이 되었고, 그 후에 흰 석영맥이 관입했는데 다시 그 후에 현무암(玄武巖)의 관입이 이뤄졌단 이야기가 들린다. 


시간은 안보이고 공간만 남아서 시간의 흐름을 보여준다. 


아랫쪽은 관입이 넓다.


보글보글 끓었던 흔적이 맞는 거지?


제주도의 해변 풍경이 잠시 펼쳐지기도 한다. 


색색의 사연을 담고 있는 것을 바라보는 즐거움이다. 재미있으면 된 거지. 


바위는 물을 먹으면 더 예쁘다. 그래서 수생금(水生金)이다. ㅎㅎ


갑자기 어디에서 날아와서 박힌 석영 덩어리가 화두를 던진다. '난 왜 여기 있냐고!'


이건 안구상 편마암의 얼굴이로구나. 


인구상은 더 단단하단 말이겠고....


이런 모습도 재미있다.



이건 소야도 해변에서 본 호랑이의 사촌이로구나.









































아무래도 다시 또 가야 할 모양이다. 사리때의 썰물을 노려야 하겠구나.

  

  

 

 

 

사진만으로 담기가 아쉬워서 영상으로 찍어봤는데 이것도 좋구나. 앞으로 종종 활용해야 하겠다. 열 군데의 풍경을 찾아다니는 것보다 여기에 와서 천천히 감상하는 것이 훨씬 낫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