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正印

작성일
2007-09-11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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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인이 신비한 직관력에 마음을 모은다면 정인은 순수한 직관력에 매력을 느낀다. 그래서 관심을 갖는그림의 표현세계는 시(詩)에 가까운 그림이다. 정인은 순수한 직관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있는 그대로의 대상에서 영감을 얻게 된다. 이런 그림은 대체로 아름다운 구도를 가지고 있다. 시를 읽는 것처름 조용하게 음미를 할 수가 있는 그런 의미가 깃들어 있는 그림이다. 이런 것을 나타내는 사물은 얼마든지 있다. 어쩌면 우리가 눈으로 볼수 있는 그 모든 것들은 모두 정인이 볼적에 나름대로 詩가 있을 것이다. 그래서 대상을 가리지 않는다.

무엇이든지 정인의 순수한 눈으로 관찰을 해보면 아름답게 보인다. 그러면 그림을 그리고 싶은 충동을 받게 될것이고, 그래서 그린 그림은 매우 순수하게 정화(精華)가 되어있는 그림이 된다. 이런 그림은 주로 수묵화(水墨畵) 계통에서 많이 나타나게 된다. 먹을 찍어서 화선지에 대는 순간부터 역사는 시작된다. 그 이전에는 수없이 많은 대상을 음미하게 된다. 그렇게 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수정이 불가능한 도구를 가지고 그림을 그릴 수가 없는 것이다. 수묵화는 한번 붓을 대면 그것으로 마지막이다. 이렇게 직관력으로 바라다 보는 대상을 음미한 다음에 그의 붓을 통해서 나타나는 그림은 이미 원래의 대상이 아니다. 자신을 그리고 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그 영상이 자신의 심상에 비친 잔영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고치고 말고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물론 자신이 본 영상이 아니면 그대로 종이는 구겨진다.

그리고 이러한 분야는 선화(禪畵)라고 하는 독특한 영역에 대해서 지대한 매력을 느낀다. 흔히 우리는 그런 비유를 듣다. 폭포를 그리면 그림에서 폭포소리가 들린다느니, 한일자를 그엇는데 그곳에 얼마나 많은 기가 실렸던지 그림이 불타버렸는데도 그 글자는 그냥 존재하더라는 이야기, 남대문 현판을 쓰는데, 받침대가 무너져도 그 붓을 잡은 사람은 그냥 공중에 매달려 있더라는 등, 여러 가지 전설이 많이 있다.

그리고 선화라고 하면 또 연관되는 것으로는 서화(書畵)의 세계이다. 글과 그림이다. 그리고 서예도 역시 이 정인의 영역에 속한다고 생각하게 된다. 여하튼 일회성으로 자신의 내면세계를 표현하는 동양의 예술은 정인성분이 다분하다고 생각된다. 극도의 간결한 선(線)에 자신의 내면세계를 표현하는 특별한 재주는 정인의 영역이라고 봐야 하겠다. 이러한 동양적인 예술의 세계를 서양인들이 이해 하는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런지도 모른다. 어쩌면 시간으로는 해결이 되지않을 영역인지도 모르겠다. 기본적으로 한국인들에게는 정인적인 직관력이 많은지도 모르겠다.

현재 학교에서 배우는 서양식 교육시스템이 아니었다면 더욱 많은 발전을 가져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가끔 해본다. 원래가 동양의 그것은 끌어내는 교육이어는데, 서양의 주입식 교육이 正印의 자유로은 영역을 침범한 것이 아니겠느냐는 생각을 해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