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9) 무릉계곡

작성일
2016-08-07 18:23
조회
1980

강원도(9) 무릉계곡(武陵溪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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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여행의 마지막 날이다. 그래봐야 3일째라고 해야 하겠지만, 하도 여러 곳을 쑤시고 다니는 바람에 엄청 오래 된 것 같은 착각현상이 발생하는 모양이다.

태백에서 삼척의 임원항으로 가서 편안하게 휴식을 취한 다음에 아침에 무릉계곡으로 출발을 한 것은 계곡에 가면 아침 밥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봐서이다.

무릉계곡 46키로

거리는 대략 46km 정도이니 한 시간이면 도착을 할 수 있겠다. 전날 태백을 지나오면서 길가에서는 고냉지의 양배추 밭이 널려 있어서 이색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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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서 있게 심어놓은 고냉지의 양배추들이다. 고냉지에서는 배추나 키우는 줄 알았는데 양배추도 이렇게 재배한다는 것을 보니 또한 새삼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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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양을 뒤로 하고 산길을 달리다가 이러한 풍경을 접하면 차를 세우고 사진 한 장은 찍고 가야 하는 법이다. 그게 또한 자유여행의 묘미인 것은 당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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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아서 쌈을 싸먹으면 좋겠구먼. 상태로 봐서는 매우 잘 자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긴 비도 뿌렸으니까 쑥쑥 자라지 싶다. 사진으로 떡잎이 져 보이는 것은 석약의 노을 빛을 받아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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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지나는 길에 수로부인 헌화공원이라고 있기에 잠시 들렸더니 오전 9시나 되어야 운영한단다. 그래서 다음으로 미루고 이내 출발을 했다. 그냥 증명사진만 한 장 남기는 것으로 「2016년 7월 31일 오전 7시 11분에 여기에 내가 있었다.」는 흔적으로 남겨놓으면 되었다. 김영갑 선생의 책 「그 섬에 내가 있었네」가 문득 생각 나기로 표절이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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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시에 무릉계곡 주차장에 도착을 할 수가 있었다. 계곡을 일부러 찾은 것은 보자..... 기억에는 없다. 어딘가에서 읽기는 오대산의 해금강 계곡과 포항 보경사 계곡과 함께 무릉계곡이 명승이라는데 또 하나는 어딘가 생각이 나지 않는다. 여하튼 한 번 정도는 둘러봐도 될 곳이라는 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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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한 번 좋은 식당이구먼. 왕성식당이란다. 그래서 아침을 시켜서 먹기로 했다. 주인 아주머니께서는 넉넉하게 챙겨 주시는 바람에 한나절은 거뜬하게 버틸 수 있는 에너지를 확보할 수 있었으니 또한 고마운 인연이다.

첨에는 인터넷으로 맛집을 검색했었는데 다른 식당이 없으면 가려고 한 것일 뿐, 이미 식당들이 줄을 지어 있는데는 미끼를 물지 않기 위해서라도 알려지지 않은 곳을 찾는 방법도 있다고 누가 알려줬다. ㅋㅋㅋ

된장찌게에 밥을 쓱쓱 비벼서 열무김치랑 퍼 먹으니 행복이 따로 없다. 서비스로 생선구이도 하나 준단다. 그런데 메뉴에다는 써 놓지 않았단다. 왜 그러냐니까 생선을 준다고 하면 또 무슨 생선이냐? 얼마나 크냐? 해 가면서 귀찮게 물어대서 란다.

그냥 인연이 있어 들어오게 되면 먹으면서 그렇게들 좋아한단다. 귀찮은 것을 싫어하는 것을 보니 천상 낭월을 닮으셨다. 그려, 귀찮은 것이 제일 귀찮지. 그러니까 귀찮은 일은 미리 만들지를 말아여 하는 겨. 혹 글을 읽으시는 벗님께서도 무릉계곡에 가서 식사를 하실 일이 있다면 참고하셔도 나쁘지 않지 싶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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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의 지도를 소상하게 잘도 그려놨다. 이것을 보면서 조금 더 가면 또 상세한 이정표의 안내를 해 놓은 그림판도 만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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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가야 할 여정에 빨간 줄로 그었다. 사실은 다녀 온 여정이라고 해야 하겠군. 여하튼 시간은 사진을 따라가야 하므로 현재진행형임을 양해 바란다. 과거의 일을 현재의 일처럼 생각하면서 흐름을 따르는 까닭이다.

무릉계곡을 선택한 이유 중에 가장 큰 이유는 용추폭포를 보기 위해서이다. 계곡은 어제 이끼계곡을 찍었으므로 만족했지만, 실은 그것으로는 충분치가 않았던 셈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폭포를 찾아가서 찍어보기로 작정을 했는데 기왕이면 유명한 무릉계곡이 좋겠다고 봐서 일정에 넣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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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장료를 받는다. 아마도 국립공원이 아니라서 그런 모양이다. 보통은 국립공원의 입장료는 면제이고 사찰관람료를 받는데 여기에서는 삼화사에서 돈을 징수하는 것같지는 않고 동해시에서 징수하는 모양이다.

원래는 삼척의 무릉계곡이었는데 무슨 인연으로 동해시로 넘어간 모양이다. 그래서 관할지역은 동해시가 된 셈인데 그야 아무래도 상관이 없으니 그만이지만 삼척으로 알고 있다가 약간의 혼란이 올 수는 있겠단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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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릉계곡에 대한 소개를 보니 서울을 가는 산길이기도 했단다. 글자의 배경은 투명 스텐레스 판이라서 맞은 편의 풍경이 비쳐서이다. 그 바람에 낭월과 연지님까지 동참으로 출연을 한 셈이구먼.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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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릉계곡 입구에는 시비가 하나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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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나타낸 페인트가 다 얼룩이 져서 잘 보이지 않는다. 누군가 관리를 한다면 손질을 해야 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무릉계곡 찬가라고 보면 되겠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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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희 선생의 낙조라는 구나. 동해로 흘러가는 물의 원천이라고 할 계곡의 이름에 낙조라니..... 뭔가 좀 이상하지 않은가.... 싶은 생각에 갸우뚱 하기도 한다.

 

낙조(최인희)

소복이 산마루에는 햇빛만 솟아오른 듯이
솔들의 푸른빛이 잠자고 있다

골을 따라 산길을 더듬어 오르면
나와 더불어 벗할 친구 없고

묵중이 서서 세월 지키는 느티나무랑
운무도 서렸다 녹아진 바위의 아래위로
은은히 흔들며 
새어오는 범종소리

백암이 씻겨가는 시낼랑 뒤로 흘려보내고
고개 넘어 낡은 단청
산문은 트였는데

천년 묵은 기왓장도
푸르른채 어둡나니

원래 재인(才人)은 박명(薄命)인지 최인희 선생도 33세에 요절했단다. 스피노자를 조금 읽어보니 그도 또한 33세에 세상을 떠났다던데,  어쩐지.... 시가 좀 어둡다 했다. 삶의 무게가 버거웠던가 보다. 그리고 제목부터가 음산하지 않은가... 낙조라니... 내용을 봐서는 무릉계곡과는 별 상관도 없지 싶은데 삼척 사람이라는 이유로 이 자리에 비를 하나 세워드렸나 보다. 아니면 제자를 잘 둬서 그 공일 수도 있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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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에 써놓은 멋진 글인데 알고 보니 오랜 세월을 흐르는 물에 깎이고 희미해져서 탁본을 해서 다시 만들었다는 이야기이다. 마음 같아서는 빗자루를 들고 글자 위에 쌓인 낙엽과 찌꺼기들을 청소하고 싶었지만 그것도 자연이 아닌 듯하여 그냥 지나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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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 누가 썼는지는 모르지만, 양사언이나 정하언 중에 한 사람이 쓰기는 한 모양이다. 그야 아무렴 워뗘. 글만 멋있으면 되는 거지 뭐.... 그나저나 뭐라고 쓴겨...?


武陵仙源 中臺泉石 頭陀洞天
무릉선원 중대천석 두타동천


참 어렵구먼.... 무릉선원은 그러니까 무릉의 신선들이 사는 곳이라는 이야기이고, 그것은 도교에서 추구하는 이상향이라고 하면 되겠다. 무릉도원()에서 복숭아 도(桃)를 신선 선(仙)으로 살짝 바꾼 모양이다. 산고랑에 복숭아가 없으니 그 대신 신선을 집어넣은 것은 매우 솔직하고 현실적이겠다.


중대천석.... 이건 좀 어렵군..... 중대(中臺)는 동대, 서대, 남대, 북대가 있어야 중대가 존재하게 되고, 이것은 오대산의 구조가 퍼뜩 생각나게 하는 이름이기도 하다. 중앙의 높은 자리라고 할까? 그럼 천석(泉石)은?


샘돌이라니.... 아, 석천(石泉)을 바꿔놨다고 보면 말이 되지 않을까? 그러니까 돌샘인 것이니까 아마도 기해단전에서 솟아나는 생명수를 말하면 어떨까? 중대는 도를 이뤄서 중화가 된 몸에 영생을 의미하는 천석을 소유하고 있으니 장생불사의 의미가 된다면 또한 신선이 먹고 살아야 할 물이라고 하면 되겠군.


이거, 괜히 시작했다는 후회가 뭉클뭉클 솟구친다. 이러한 것이 석천일게다. 무엇으로도 막을 수가 없이 계속해서 솟아나는 물처럼 후회하는 물이기도 할 테니깐. ㅋㅋㅋ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친 김에 조금 더 해 보자. 두타동천이라구.... 두타는 불교적인 용어인데.... 의식주에 신경을 끊고서 수행에만 전념하는 것을 말하니 또한 신선이로구먼. 그러니까 동천은 신선이 사는 마을을 의미하니까.... 결국은 신선이 사는 곳이라는 말이네... 쳇~! 뭔 대단한 뜻이나 있는가... 싶었는데 하여튼 좋은 말이구먼. ㅋㅋ


근데.... 해설판는 뭐라고 써 놓은겨?


「무릉선원은 도교사상을, 중대천석은 불교 또는 유교사상을, 두타동천은 불교사상을 나타낸다고 한다.」뭐 대략 유불선을 뭉뚱그려서 써 놓으니까 그럴싸 하긴 하다만 불교 용어라고 해서 불교를 의미하는 것도 아니고, 유교는 또 왜 나와? 정말 대책없는 해설판이로구먼. 이런 정도는 조금 공부하신 선비에게 물으면 제대로 풀어줬을텐데....


맨날 시험만 치느라고 정신이 없었던 공무원들의 머리에서 나온 것이다가 보니까 이 모양이겠지... 싶다. 정말 다니다가 보면 안내판이 사기판인 것도 수두룩하다는 것을 알 수가 있는데 그러한 것을 읽어보는 것도 여행에서 즐기는 재미이기도 하므로 그냥....


『틀린 곳을 찾아 보세요~!』하는 정도로 귀엽게 봐 주면 된다. 이런 일로 정색하고 따지고 들면 정말 타고난 명 대로 살기는 거의 불가능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자무언 언자부지(知者無言 言者無知)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러고 보면 이렇게 콜콜하게 씨부렁거리는 낭월은 부지자로다. 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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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석의 앞에는 멋진 정자가 있구나. 이름하여 금란정(金蘭亭)이다. 금란은 아마도 금란지교(金蘭之交)에서 왔지 싶다. 그러니까 계원들이 모임의 이름을 금란계라고 하고 그 이름을 따서 정자를 지었거나 멋진 친구들끼리 모여서 세상과 우주를 오가는 담론을 나누는 정자라는 의미도 되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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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그러니까 앞에서 풀어 본 글귀의 원본이 이것이었던가 보구먼. 필체가 참 웅장하다고 해도 되지 싶다. 볼 줄은 몰라도 느낌은 그렇게 다가와서이다. 이른 아침이라서 그림자가 동참했다. 이것을 없앨 방법이 없구먼.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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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석에 대한 안내문도 있다. 역시 그 중에서 백미는 앞에서 풀어본 무릉선원....이란다. 그럴만도 하겠다. 그것을 읽으면서 반석을 거닐다가 더운 여름 날에는 물에 목간도 하면서 훌훌 벗고 벌렁 드러누워서 하늘을 바라보면 저절로 신선이 되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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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년의 동갑계원 명단인가 보다. 낭월도 그림자로 동참했다. 정유년 동갑계가 있었더라면 제격인데, 정유생들은 술퍼마시고 노느라고 이런 곳에 와서 시를 짓고 도를 논할 겨를이 없었을게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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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산고수장(山高水長)이라고 읽으면 되겠군. 산은 높고 물은 길다구? 낮은 산도 있는감? 이라고 하고 싶지만 이렇게라도 이름 두 자를 새겨놓고 싶었던 둔재(鈍才)의 마음을 이해하자. 기왕이면 산자수명(山紫水明)이라고 적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그런데 아직도 입구에서 이러고 있어서 될 일이 아닌데..... 괜히 여기에서 시간낭비 하고 힘 다 빼지 말고 부지런히 길을 가자. 목적지는 용추폭포잖여. 여하튼 무릉반석이 참 재미있어서 이렇게 소요하면서 고인의 마음을 옅보면서 잠시 즐겨 봤으니 또 길을 재촉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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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계곡의 반석과 맑은 물이 고와서 자꾸 돌아다 보면서 산문을 들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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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타산 삼화사 일주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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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계곡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너면서 아래를 내려다 보니 또한 운치가 넘친다. 그러나 만약에 이따가 내려 오다가 둘러보려고 생각했더라면 낭패를 당할 뻔 했다는 것을 지금은 미쳐 몰랐다. 그래서 장~ 하는 말이다.


"기회는 왔을 적에 잡아야 하는 거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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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의 담장 앞에는 십이지신상이 나열되어 있다. 근데 이 녀석들이 불교과 무슨상관이라고 여기에서 이러고 있는겨? 가끔은 참 황당한 진시물을 만나곤 하는데 십이지 동물을 절에서 볼 수 있다는 것도 한 예가 된다. 불교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존재들이지만 친밀감을 나타내기 위해서 이렇게 해 놨을 수는 있겠다. 왜냐하면 누구나 태어난 해에 따라서 한 동물에는 해당이 되므로 반드시 한 번 살펴보고 지나갈 것이라는..... 그래도 쳇~!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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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왕문에서 법당을 향해서 반절만 하고 길을 재촉한다. 오늘은 법당에 들어갈 목적이 아닌 까닭이다. 내려 오다가 혹 시간이 되면 들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으로 여운을 남겨 놓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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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길로 접어 들었다. 계속해서 올리가면 되는 것으로 나와 있으니 쉬엄쉬엄 가더라도 꾸준히 가자. 거리는 대략 2.5km정도 되나? 표시는 그렇게 되어 있는데 느낌은 좀 더 멀지 않은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여하튼 날이 많이 덥다. 그래서 천천히 걸어도 구슬땀이 등줄기를 구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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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짐을 짊어지고 앞에 가는 저 나그네
어차피 가는 길에 쉬엄쉬엄 가시구려
행여 바삐 걷다가 지쳐서 더위 먹으면
차라리 느긋하게 쉬어감만 못할지니. ㅋㅋㅋ


자기 꼴의 뒷 모습을 보니 문득 이렇게 위로를 해 주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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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로 완만한 길로 이어진다. 걷다가 힘들면 쉬어서 가라고 의자까지 만들어 놓은 배려가 고맙다. 물론 아직은 쉬어야 할 정도로 힘들지 않아서 그냥 통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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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다리가 나타났다. 아마도 옥류교 인가보다. 그렇다면 대략 절반 정도 왔는가 싶다. 맑은 물이 옥구슬이 굴러가는 소리를 내면서 흘러서 옥류일까? 옥 같이 맑은 물이? 옥이 맑은가? 수정이 맑은거 아녀? 그렇다면 이건 아닌 것 같어.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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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 서거니 뒤 서거니 등산객들이 심심찮게 산을 오른다. 그런데... 땀이 너무 많이 흐른다. 그래서 잠시 계곡에서 머리에 물이라도 끼얹으면서 쉬었다가 가기로 하고 내려가기 좋은 곳이 나올 때까지 걷다가 물가로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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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호~! 맑디 맑은 물에 고기들이 헤엄치고 있다. 문득 장자의 한 구절이 떠오른다. 아무런 걱정과 근심이 없이 헤엄지면서 즐겁게 놀고 있는 잉어를 보고 장자가 중얼중얼 한 이야기이다. 그러자 그 말을 듣고 옆에 있던 혜자가 말을 받았다지?


혜자 : 아니, 자네가 물고기 인가.
장자 : 뭔 뚱딴지 같은 소리여?
혜자 : 물고기가 아닌데 어떻게 물고기의 마음을 아는가 해서 말이네. ㅋㅋ
장자 : 아, 그야 나는 당연히 물고기의 마음을 아니깐~!
혜자 : 무슨 말도 안 되는 개그를 치는겨?
장자 : 왜?
혜자 : 자네가 인간인 것은 온 나라 사람이 다 아는데 뭔 수작이냐구.
장자 : 내가 인간이 아니라고 했던가?
혜자 : 그니깐~! 인간이 물고기의 마음을 어찌 아냔 말이지.
장자 : 자네가 나 인가?
혜자 : 나는 나고 자네는 자네지 그건 또 뭔 소리여?
장자 : 그니깐 말이네. 자네가 내가 아닌데....
혜자 : 뭔 말이 하고 싶은겨?
장자 : 내가 물고기의 마음을 안다는 것을 자네가 모를 수도 있잖여?
혜자 : ?????


이 양반들은 항상 만나기만 하면 아웅다웅하셨던 모양이다. 여하튼 지금 낭월은 장자의 마음을 이해 할 것 같다. 시원한 물 속에서 잡아먹힐 두려움도 없이 유유자적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즐거워 보이더란 말이지. ㅋㅋㅋ


근데... 사진을 찍어보니 물의 수면에 반사가 되어서 고기들이 잘 안 보인다. 이때는 편광 필터가 필요한 때이다. 그래서 마침 혹시나.... 싶어서 넣고 다니던 편광 필터를 렌즈 앞에 끼우고 찍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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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물이 맑기도 하다. 고기들이 노는 것이 마치 물이 없는 것 같구먼. 편광 필터도 이렇게 짊어지고 다니다가 보면 한 번 쯤은 써 먹게 되는 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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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여유로우면 셔터의 속도를 더 올려서 선명한 고기를 담을 뻔 했는데 그것이 조금 섭섭하다. 올린다고 올려서 1/125초인데, 1/250초는 되었어야 했을 모양이다. 다음에는 그렇게 해 보기로 하고 오늘은 어쩔 수가 없는 일이다.


이게, 사진을 찍을 적에는 카메라 뒤의 작은 창으로 보니까 웬만하면 잘 찍힌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 함정이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서 컴퓨터에 옮겨서 열어 본 다음에서야 비로소 알게 되니, 기회는 사라지고 다음을 기약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노트북을 들고 다니면서 일일이 확인하기는 귀찮아서 또 마음도 내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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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떨결에 발이 나왔다. 기왕이면 제대로 담그고 있는 것을 찍었어야 하는데 물고기에 정신이팔려서 또 깜빡했지 뭐. 항상 지난 다음에 후회하는 버릇은 언제나 고치게 될지 참 갈 길이 멀어도 한 참 멀기만 하구나. 계곡에서 발 담그고 쉬는 사진도 한 장 쯤은 있어도 되는데 말이다. 에구 쯧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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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쉬었으면 또 일어나 보자. 풀어놓았던 짐들을 주섬주섬 챙겨 담고 또 길을 나선다. 이제 절반은 왔을 모양이니까 조금만 더 가면 목적지가 나오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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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표는 항상 희망을 준다. 300m만 더 가면 된단다. 그래 까이꺼 금방 도착하겠구먼. 선녀탕은 또 뭐야? 여기가 선녀탕이란 말인갑구먼. 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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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선녀들이 목욕을 할 것 같구먼. 살짝 가려져 있는 곳에서 말이지. 여하튼 물은 참으로 감탄스럽게 맑구나. 그야말로 명경지수(明鏡止水)이다. 맑은 겨울처럼 멈춰있는 물에만 자신의 모습을 비춰볼 수 있다지? 장자가 이바구 한 것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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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시시껄렁한 생각들을 하면서 걷다가 보니, 마침내 목적지인 용추폭포에 도달했나 보다. 안내판이 서 있을 자리에 서 있다면 틀림없이 다 온 것 같다. 물 소리가 나는 곳으로 이끌리듯 다가가니 다소곳한 폭포가 나타난다. 용추(龍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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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생각보다 규모는 크지 않구먼. 아마도 그 동안 무척이나 가물어서일 수도 있겠다. 그나마도 말라버리지 않은 것이 고맙기만 할 따름이다. 부랴부랴 적당한 포인트를 찾아서 폭포옆으로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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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포로 가는 잎구에 또 고색창연한 글귀가 드러난다. 이건 또 뭐지? 보자..... 뭔 글씨가 이래...? 초서로 흘려 써 놔서 무식한 눈으로는 읽어 먹을 수가 없구먼.... 그래서 안내판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법이다. 광릉귀객이 썼다는 「별유천지(別有天地」란다. 그러고 보니까 그렇게 보이기도 하는 구나.


별유천지라면, 별천지라는 말이고, 별유천지를 보니 문득 이태백의 산중문답(山中問答)이 떠오르는군...


산중문답


아마도 광릉귀객도 산중문답을 생각하고 그 중에서 마지막 구절인 별유천지를 따다가 썼겠구먼. 지나는 길에 간단히 풀어놓으면 혹 벗님께 작은 선물이라도 될랑가.... 싶기로.


(문여하사서벽산)
(소이부답심자한)
(도화유수묘연거)
(별유천지비인간)


나보고 왜 산에 사느냐고?
빙그레 웃을 뿐 마음만 한가하네
복숭아꽃 아득히 흘러가는 곳
여긴 별천지잖여 사람사는 곳이 아닌 걸.


외울 수 있는 한시 중에 몇 안 되는 것이다. 나름 멋이 있어서 이 시는 외웠던 모양이다. 그래서 이런 구절을 접하고 보니 흥취가 동한다. 옛 선비들도 이러한 마음으로 이 공간을 즐기셨으려니.... 싶으니 전생에 놀러 왔었던 건 아닐까 싶은 환상으로 날아가려고 하는 것을 겨우 붙잡는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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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추폭포이다. 용추는 계룡산에도 있으니 한 군데만 있는 이름이 아닌 모양이다. 한자로 보면 용 용(龍)에 다할 추(湫)이다. 그럼 뭐여? 용이 다 했어? 이건 아무래도 숙어가 있는 것 같은 걸.....


막상 찾아보니 별다른 뜻은 없고, 폭포 아래에 깊이 패인 웅덩이를 말하는 것이니 다른 말로는 용소(龍沼)라고 하는 것과 같은 말이란다. 알고 보니 참 멋없는 이름이로군. 비룡폭포나 천지연폭포는 멋이 있잖여.....


폭포의 사진에는 촬영정보를 담았다. 왜냐하면 이끼계곡의 사진과 마찬가지로 사진을 즐기시는 낭월학당의 벗님들께 혹여라도 참고가 되실랑가 싶어서이다. 이런 것에 관심이 없으시면 그냥 지나치면 또한 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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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포 옆에 써놓은 글자는 유한준이 글씨라고 한다는데, 이 양반이 이렇게 바위에 새겨놓는 바람에 아예 그것이 이름으로 굳어진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다. 무릉폭포라고 했으면 훨씬 좋았을 거 아녀? 문득 그런 생각을 하면서 이름도 참 멋없이 지었다고 꿍시렁 꿍시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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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는 폭포사진 연습이다. 우선 1/2초. 물줄기가 살아 있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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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1/5초. 당연히 렌즈 앞에다가는 이끼계곡에서 사용했던 ND8필터를 장착했음이다. 그렇지 않으면 셔터 속도가 떨어지지 않아서, 의도한 대로의 폭포 사진을 담을 수가 없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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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1/15초로 찍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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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1/60초이다. 그냥 일반적으로 촬영하는 셔터의 속도이다.  그러니까 물은 중간에 거품처럼 나타나고 시원한 줄기처럼 느껴지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폭포 사진을 재미있게 찍으려면 죽으나 사나 ND필터를 사용하라고 하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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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1초이다. 그러니까 1초의 시간동안 흐르는 시간을 한 장면에 담는다는 이야기이다. 뭔가 그림이 좀 된 것 처럼 보인다. 이것이 저속으로 셔터를 눌러야 하는 이유라고 보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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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1/2초로 찍어 본다. 여전히 그럴싸 하다. 대략 봐서 1/2초에서 2~3초 사이에서 찍으면 폭포의 분위기를 살리는 정도로 충분하지 않은가 싶다. 너무 늦게 잡아서 15초 이상으로 찍어 봤지만 뿌옇게 되어 있어서 우유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라서 그건 아니라고 봐서이다.

다음에는 쌍폭포로 내려 가서 또 몇 장 찍어 본다. 쌍폭은 바로 아래에 있어서 자리만 이동하면 되는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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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초이다. 이 정도면 흐르는 물의 느낌과 힘을 포함해서 가장 적절한 셔터 속도가 아닌가 싶어서 앞으로 폭포와 같은 피사체를 찍을 적에는 기본적으로 이 부근에 맞춰놓고 찍으면 되겠다는 기준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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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3.2초인데 아무래도 물이 조금 과장된 모습으로 나타나는 느낌이다. 그래서 뭐든지 적당한 선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셔터를 마냥 오래 열어 둔다고 해서 반드시 원하는 그림이 나오는 것은 아니겠다는 것을 깨달았다. 뭐든 직접 해봐야 한다는 것도 중요한 경험이다.

이제 다 놀았으니 다시 내려가도 되지 싶다. 볼 것을 보고 찍을 것을 찍었으니 다시 되돌아 가야 하는 것이 여행자의 숙명인 까닭이다. 뭔 숙명씩이나.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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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급하게 올라 오느라고 놓친 것이 있었구나. 학소대이다. 이렇게 내려가다가 찍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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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많으면 학의 모형 오른쪽으로도 폭포가 흘렀던 모양인데 가뭄이 심했던 모양이다. 영얼에 왔던 비가 삼척에는 오지 않았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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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너무 더워서 삼화사 참배는 생략하고 다리를 올라섰을 적에 아까와는 판이하게 다른 그림을 만나게 되었으니, 그래서 나중으로 미루면 안 될 일들도 많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던 것이다. 어느 사이에 이렇게도 많은 사람들이 모여 들었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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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니깐.... 이 사람들이야 말로 제대로 무릉계곡을 무릉계곡으로 즐기는 것이다. 낭월은 즐기지도 않고 보기만 하고 흘러가는 나그네에 불과한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하긴.... 아까 산 고랑에서 발을 담그고 고기랑 놀았으니까 안 놀은 것은 아니구나.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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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의 위쪽에서도 가족들이 모여서 즐거운 물놀이에 푹 빠져 있는 모습을 보면서 이런 장면이 없었더라면 어쩔 뻔 했느냐는 생각이 든다. 무릉계곡에 사람이 없어서야 되겠느냔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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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게 놀고 있는 가족들의 풍경이 좋아서 몇 컷 담아 봤다. 이런 것이 도촬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부도덕한 것까진 아닐 게다. 여인의 가슴이나 허벅지만 찍었다면 또 모르겠지만 말이지.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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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오붓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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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게 깔깔대고 노는 모습에 잠시 그 마음으로 젖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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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아이들보다 더 신나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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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뉘가 시원하게 논다. 부모가 옆에서 지켜 봐주고 있으니 또한 행복한 순간들이다. 이런 사진을 찍으면서 문득 그런 상상을 해 본다. 어느날 자신들의 가족 모습이 담긴 사진을 봤다면서 죄송하지만 파일을 보내주실 수 없느냐고, 그랬으면 기념으로 잘 간직하겠노라고 하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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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뭐지?

아하, 사고를 당한 휴대폰이구먼. 쯧쯧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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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신나는 모습을 뒤로 하고 길을 재촉했다. 충분히 즐거운 시간을 보낸 낭월이기 때문에 그만하면 더 머물지 않아도 충분하겠기 때문이다. 이렇게 무릉계곡의 나들이는 또 하나의 역사적인 기록으로 그 흔적을 남기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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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의 행선지는 마지막으로 귀가하는 길에 잠시 병방치에 들려볼 요량이다. 연지님이 그곳을 한 번 가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자꾸만 삼척에 있다는 말을 들었다기에 아무리 검색을 해도 정선이 나와서 정선이라고 알려 주고 지나는 길에 구경하고 가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