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8) 태백 해바라기

작성일
2016-08-07 06:42
조회
1425

강원도(8) 태백 해바라기


 

해바라기가 어찌 태백에만 있으려만, 일단 강원도에 온 이상은 태백의 해바라기가 인연이라는 것을 생각하는 것은 당연지사이다. 원래는 경남 함안에도 해바라기가 볼만 하다는 소문은 들었으나 태백의 해바라기를 선택한 것은 이렇게 주변의 풍광도 함께 즐기고자 함이었는데 그 선택은 탁월했다고 봐도 되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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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바라기를 보러가기 위해서는 또 얼마나 이동을 해야 할 것인지를 확인해 보자.

태백 23키로

대략 20km구나. 최대한 빨리 간다고 해도 30분은 잡아야 하겠지.... 어차피 또 산길일테니깐. 여긴 강원도라는 것. ㅋㅋㅋ

4시가 다 되어서 이끼계곡에서 출발을 했으니 오후의 햇살이 적당히 부드러워질 시간 쯤에서 도착할 것이라는 위로를 하면서 열심히 내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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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해서 구와우 해바라기 마을에 도착하니 시간은 4시 20분. 적당히 잘 도착했구먼. 매표소가 보인다는 것은 입장료가 있다는 이야기이고, 그 입장료는 1인당 5,000원이라는 것이고, 그래서 꼼짝없이 해바라기를 가꾼 것에 대한 댓가를 지불해야만 했다.

정말, 머리 좋은 사람들이다. 해바라기 키워서 입장료를 받으니 이미 땅값도 빠졌겠는데 또 가을에는 열매를 거둬서 기름도 짜고 씨앗도 판매해서 2차 수익을 올리게 되니까 말이다. 감로사 아랫집에 사는 이 모 선생이 그 말을 들었으면 내년에는 해바라기를 심자고 하게 생겼다. 하하~

아, 그 돈이 아깝다는 뜻은 전혀 아니다. 당연히 영화 한 편 보는 정도의 즐거움을 준다고 하면 그 정도는 지불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제 재미있게 둘러보면서 나름 멋진 사진을 얻는 것이 또한 사진가의 투자대비 수익이라고 할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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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위 부부가 문을 지키고 있다가 말을 건넨다.

거위 : 꽃 보러 오셨구먼요?
낭월 : 그려~! 집 보느라고 고생이 많으시구먼.
거위 : 그야 뭐 우리의 일인 걸요.
낭월 : 날도 더운데 따땃~한 옷을 입고 고생이 많지?
거위 : 말인둥요~ 더워도 너무 덥구만요.
낭월 : 그래도, 나무 그늘 아래에서 사람들 구경하는 재미도 좋지?
거위 : 이제 사람들은 지겹도록 봐서 더 보구 싶지도 않아요.
낭월 : 아하~! 그것도 너희들에게는 불만이겠구나....
거위 : 쥔 양반들이 돈 버느라고 우릴 쳐다 보기나 한대요?
낭월 : 주인에게 뭘 해 달라고 하고 싶은겨?
거위 : 뭐, 많은 것이야 바라겠남요. 조그만 풀장이나 하나.....
낭월 : 그렇겠다. 이해 되네. 좀 더 기다려 보렴. 돈 많이 벌면 해 줄껴.
거위 : 등에 닐스를 태우고 여행이나 갔으면 좋겠어요.
낭월 : 내 맘이야~! 나도 닐스가 되어서 너희 등에 타고 다녔으면 좋겠다.
거위 : 그럼 어디 다니다가 마법사가 보이거든 델꼬 와 보세요.
낭월 : 알았어~! 그렇게 되면 같이 여행이나 가자구~!
거위 : 당연하지요~! 기다릴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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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꽃도 접시꽃이던가....? 생긴 것은 작고 앙증맞게 생겼어도 같은 종류라고 들었는데 그냥 접시꽃이 아니라, 작고예쁜접시꽃이겠지. ㅋㅋㅋ

해바라기 보러 왔다고 해서 해바라기만 볼 필요는 없잖여~! 보이는 모든 것이 다 아름다운 것을 말이지. 그래서 뭐든 보이는대로 말을 걸고 사진을 찍고 마음에 담는다. 이 아이는 또 뭐라고 말을 하나...... 아마도 많은 해바라기 속에서 희귀성과 희소성을 뽑내면서 행복해 하겠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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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삼오오, 제각기 인연을 따라서 흩어져서 꽃과 하나가 된다. 입으로 들어가는 것은 하나도 없지만 눈으로 들어와서 마음에 자리를 잡으니 벌써 풍요로운 행복감에 가득해지는 여유로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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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참 곱다. 둥글둥글한 것은 지덕(地德)을 닮았고, 샛노란 것은 중화(中和)의 토덕(土德)을 닮았구나.

제자 : 엉? 지덕과 토덕이 다른겨요?
스승 : 당연하지~! 지덕은 땅의 덕이고 토덕은 토의 덕이잖여~!
제자 : 엥? 그게 그거 같은디.... 
스승 : 왜? 같다고 생각허지?
제자 : 그야.... 土는 흙이고, 흙은 땅이고, 땅은 地니깐요....
스승 : 에구~! 이 멍청한 놈아~! 언제나 확 깨겠느냐... 쯧쯧~!
제자 : 제자가 뭘 잘 모르고 있는 것이지요?
스승 : 물론이지~!
제자 : 알려 주십시오. 제자의 생각에는 스승님이 날씨가 더워서...
스승 : 날씨가 더워서 노망이라도 났단 말이냐?
제자 : 아니, 그게 아니오라, 너무 더워서 더위를 드셨.....
스승 : 허허허~! 아무래도 그런 모양이다.
제자 : 그러신 거지요? 제자가 틀린 게 아니지요?
스승 : 당연히 틀렸지 이놈아~! 어찌 土와 地가 같단 말이냐~!
제자 : 그럼 다른 것이 무엇입니까요? 그걸 알려 주셔야지요.
스승 : 맨 입으로 되겠느냐? 막걸리 두 말만 사 오너라. 
제자 : 오호라~! 곡차 생각이 나셨군요. 그래서 쌩떼를~~ ㅋㅋㅋ
스승 : 예끼 이놈~! 싫으면 관 두던가~ 허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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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토면 어떻고 지면 어떻고 또 같으면 어떻고 다르면 뭘 하랴. 이렇게 지천으로 자연이 만들어 놓은 아름다움에 취해서 아무런 생각도 없이 그냥 즐기면 되는 것을 말이다. 곱다~! 참 곱다~! 동글동글한 것이 어쩜 그리도 잘 생겼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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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인은 이미 해바라기에 취해서 연신 싱글벙글이다. 폰을 들고 열심히 찍는 모습에서 이 순간을 즐기는 마음이 보인다. 그녀의 가슴 속에도 천만 송이의 해바라기가 피어나고 있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그래서 이곳을 목적지로 삼고 출발을 한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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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고창의 학원농장 해바라기가 생각난다. 벌써 언제고..... 3년 전이 되어버렸나? 규모로 봐서는 그보다 더 넓어 보이지는 않는데 집중이 되어 있다는 것이고, 또 낮은 곳에 있어서 키빼기가 큰 해바라기를 내려다 보고 찍기에 좋아서 터를 잘 잡은 것으로 보인다.

저 멀리 산 등성이에는 풍력발전기가 설치되어 있구먼. 저건 매봉산 풍력단지의 발전소일 것이고, 그 너머에는 안반데기의 고냉지 배추단지가 자리하고 있겠구나. 그것도 한 풍경 하겠지만 다음 기회로 미루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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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올라가다가 보니 잣 숲이 우거진 풍경을 만나게 된다. 왠지 잣나무의 향기 풍기는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낮잠을 즐기지 못한 것에 대한 기억이 새록새록 솟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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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자면, 이 그늘 어딘가에서 한 숨 잤으면 좋겠더라는 이야기이다. 그래서 두리번 두리번...... 뭐, 설마 그러한 곳이 있으랴... 싶었지만 그래도 찾아볼 필요는 있지 않겠느냔 말이지. 찾는 자에게 답은 보이는 법이니깐.

해바라기 전경

별로 크지 않은 아담한 해바라기 밭과 그 위에 짙은 숲이 잣나무 숲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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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 해바라기밭에서 조금 떨어졌다고 아무도 찾지 않는 숲속의 명당이 기다리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더 볼 것도 없이 청설모가 바숴놓은 잣의 흔적들이 가득한 평상으로 자리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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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상 아래를 기웃거리던 연지님이 깔자리를 찾아 낸다. 그려~ 그렇다니깐~! 그래서 기회는 찾는 자에게 주어진다잖여. 어여 깔고 한 숨 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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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석들 어지간히도 알뜰히 뜯어서 까 먹었구나. 하긴 이보다 더 맛있는 것도 없을테니 이 숲에 사는 녀석들은 복이 많은 거야. 여하튼 난 지금 한 숨 자야 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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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게? 신고 다니던 신발이면 족하지. 이불? 한 손바닥이면 충분하지. 그래서 바로 골아떨어졌던 모양이다. 그 장면을 담아 놔서 또 써 먹는다. 평소에 낮잠 한 숨씩 자던 습관이 집을 나와서도 그대로 작동하는 생활시계가 되었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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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한 30분은 잤나.....? 여하튼 시간은 다섯이 반이 넘어서 여섯 시로 향하고 있는 시간에서야 부시시 일어났다. 그리고는 쉬었던 흔적을 말끔히 원상으로 복귀해 놓고는 전망대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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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전망대이다. 헌집을 뜯은 재료를 활용해서 지은 것으로 보이지만 뭐 아무렴 워뗘~! 마침 시간대가 골든타임이다. 해지기 한 시간 전의 시간을 여기에서 만나게 되었으니 폭염의 더위를 식힐 겸으로 한 숨 자 둔 것이 오히려 잘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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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이 있을 적에 찍는겨. 내 모델 남의 모델이 오딧노 말이다. 그냥 보이면 찍는 것이고, 없는 것보담은 훨씬 나을 수도 있으니깐 마구마구 담아 두는 거다. 초상권? 알지 설마하니 이 모델 여인이 낭월학당에 찾아올 리도 없지만 찾아온다고 해도 삭제해 달라면 삭제 하면 될 일을 미리부터 검열을 할 필요는 없는 겨. ㅋㅋㅋ

초상권을 침해 했다고 소송을 하면 어쩌느냐고? 그럼 하라고 하면 되는겨. 이 사진을 액자에 넣어서 판매를 해서 수백만 원 벌었으면 남의 얼굴을 팔아서 이득을 취했으므로 일정액을 배상금으로 지불해야 하겠지. 근데 낭월학당이 어디 사진 파는 곳인감.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도 지나는 길에 알려 드리는겨. 모르는 것도 죄가 될 수 있으니깐 말이지.

만약에 다른 사람이 퍼가서 활용을 할 수도 있잖여? 그럼 최초의 촬영자에게도 책임이 날아오는거 아녀? 별 걱정을 다 하시는 구먼. 이득을 취한 사람이 배상하는 겨. 그리고 행여라도 그러한 일이 생길까봐서 사진의 크기도 긴쪽을 1000픽셀로 올린단 말이지. 물론 하드의 공간을 절약한다는 의미가 더 크지만서도, 이 사이즈의 크기로는 사진으로 뽑아봐야 화질이 되지 않아서 아무도 돈을 낼 마음이 없을 정도거든.

그럼 원본은 잘 갖고 있는겨? 당연하지. 원본도 보관하고 라이트룸으로 손질을 한 것도 보관을 하지. 언제라도 사진으로 뽑게 된다면 40×60인치의 사이즈는 충분히 가능한 정도라고 봐야지.

혹시 누군가 사진을 팔라고 하면 그걸 주면 되겠네? 원, 그럴리야 있겠는가만서도 행여 그런 일이 생긴다면 비로소 사진 팔아서 돈 벌었다고 세상 천지에 소문을 내야지~! 사람들이 아무리 프로사진 같다고 해봐야 사진 팔아서 돈을 받지 못하면 아마츄어일 뿐이지만 사실은 아마츄어가 행복한 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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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왕 전망대에 올랐으니 프레임 놀이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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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모델도 슬쩍 훔쳐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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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롭 놀이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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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니는 사람들과 함께 담아보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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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통 해바라기로만 가득 채워보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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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진도 슬쩍 찍어서는

「셀카 찍는 소녀들」이라고 뻔뻔하게 이름도 붙여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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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이른 코스모스도 서운할까봐 박아주는 센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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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2녀1남... 왠지 이야기가 될 것 같잖여....?

두 여자 사이에서 마음의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한 사내.... 아 당연히 이야기 내용과 실제 상황은 일치하지 않는다고 해야 할까?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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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가 한 여인에게 마음을 주고 알콩달콩.....

마음이 상한 하얀 원피스 여인은 다른 남자를 찾게 되고..... 그래서 마침 멋지게 생긴 남자가 다가오자 다짜고짜로 프로포즈를 했다지... ㅋㅋ 그래서 어찌 되었느냐고? 그야 다음 사진을 보면 알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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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구~~~ 안타깝게 되었구먼... 쯧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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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외로운 해바라기가 되었다나 뭐라나....

해바라기만 가득한 곳에서 뭘 찍고 노느냐고 묻는 벗님께는 이렇게 논다는 모범답안을 제시하는 셈이기도 하다. 사람보다 멋진 이야깃거리가 또 있겠느냔 말이지. 그래서 수시로 잡히는 렌즈의 풍경을 담아서 이야기를 만들어 보는 것이다. 사진에는 이야기가 있으면 더 좋으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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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남 선녀가 이렇게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고 셀카놀이에 빠져있는 모습이 풋풋하다. 그들에게 이 풍경은 사랑을 키워가는 밭이 될 것이고 결실로 이어지는 특급열차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니 입장료 생각은 전혀 나지 않을 것 같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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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너무 많을 적에는 이렇게 한 두 송이를 담아보기도 한다. 그럼 또다른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면 눈을 들어서 튀는 놈을 잡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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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이렇게 증명사진 한 장은 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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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6시를 넘겨서 점점 빛이 약해지는 것이 느껴질 정도이다. 그것은 황금색으로 물들어가는 사진을 보면 알 수가 있는 것이기도 하다. 그야말로 골든아워로 다가가는 시간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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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서산마루에 걸린다.

7월 30일의 일몰 시간은 7시 42분인데 벌써 해가 서산에 걸리는 것은 워낙 산들이 높은 까닭이다. 아직 한 시간이나 남았지만 그것은 시계상의 일일 뿐이고, 자연에서는 주변의 상황에 따라서 한 시간 정도의 변화는 일도 아니다.

구경 한 번 잘 했으니 이제 다음 행선지는 잠을 자야 하는 곳을 찾는 일이다. 여기에서 선택권을 연지님께 드리기로 했다.

낭월 : 다음 코스를 어디로 할꼬?
연지 : 어디로 갈 생각인데요?
낭월 : 두 가지의 선택이 있는데....
연지 : 뭔데요?
낭월 : 산속인 태백에서 자거나, 바다인 삼척에서 자는 거지.
연지 : 그럼 바다보러 가요.

그래서 다음의 목적지는 바다를 보고 숙소를 찾는 것으로 결정이 났다. 삼척에서 바다를 보고 저녁을 먹고 휴식을 취하는 것으로 정하고는 다시 출발을 서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