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7) 이끼계곡

작성일
2016-08-06 18:26
조회
1463

강원도(7) 이끼계곡


 

이제 비로소 ND필터를 실험하러 가야 할 순서가 왔다. 작년에 사놓은 필터를 한 번 써보고 싶었지만 마땅한 환경이 주어지지 않아서 기회만 보고 있었는데 이것을 강원도에서 써먹게 되었으니 약간은 설레기도 한다. 사실 매일매일 설레기는 한다. 무슨 일꺼리라도 재미있는 것을 찾아내는 낭월이기 때문이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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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암사를 출발해서 이끼계곡으로 가는 도중에 뭐라도 있으면 사 먹자는 계획을 세웠는데 가도 가도 산골의 깊은 계곡과 구비구비 험난한 길만 계속해서 이어졌다.

이끼계곡

거리는 불과 18km인데 길의 상황으로 봐서는 계속해서 에어컨을 꺼야만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조수석의 임무가 막중했다. 오르막을 만나면 바로 운전석에 전달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 지도의 사진으로는 실감이 나지 않는 구먼. 그렇다면 위성 사진으로~~

이끼계곡 18키로

그려~ 이 정도는 되어야 강원도의 깊은 산골 분위기가 펑펑 나는 구먼. 만항재를 넘어서 다시 영월 쪽으로 가야 하는 길이다. 만항재에서는 야생화 축제를 하는 중이었지만 그냥 통과 했다. 야생화보다 이끼계곡이 더 급해서였다. 마땅히 밥을 먹을 만한 곳이 보이지 않아서 그냥 지나쳤지만 그나마도 산속만 나오게 되어서는 문득 후회도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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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항재를 넘어서면서 싸이클 훈련대를 만났다. 좁은 산길에서 내일의 영광을 위해서 땀을 흘리고 있는 선남 선녀들의 모습이 자못 경건하기조차 하다. 내려가는 길이니 그나마 날로 먹는 기분이겠지만 오르막에서는 또 얼마나 정신력과 싸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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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사고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가파르고도 굽이치는 길을 내달리고 있는 선수들이었다. 부디 유난히도 더운 병신년 여름에 흘린 땀의 댓가가 주어지기를~

근데, 지금 남 걱정을 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네비가 알려 준 이끼계곡의 주소에는 아무런 안내판도 없었다. 아마도 자연이 훼손 되는 것을 염려해서 안내판 하나도 세워두지 않은 모양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점심을 먹을 곳이 없었다는 것. 그래서 계속해서 상동 쪽으로 전진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일단 뭐든 먹고 나서 다시 생각해 보자는 계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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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뭔가를 본 것 같아서 길을 멈췄다. 「②포장마차」음 상호가 좀 허접하구먼시나 지금은 그것을 가릴 때가 아니다. 자칫하면 자꾸만 더 가야 할 거고 그렇게 되면 다음 목적지인 태백 해바라기 축제 장소와 자꾸만 멀어진다는 것도 시간의 압박으로 다가와서이다.

그래서 인물은 변변치 않아도, 돼지를 인물보고 먹느냐는 말을 떠올리면서 뭐든 먹을 수가 있는 것이면 먹자고 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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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늘삼아 있는 한 그루의 잣나무에서는 잣이 주렁주렁 달려서 자라고 있었다. 이렇게도 많이 달리면 한 나무에서 잣 말이나 따지 싶다. 사람이 옆에 있으니까 다람쥐나 청설모도 접근하지 못하는 모양인가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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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도 강원도니까 가능한 귀경이다. 다른 곳에서는 잣나무가 있다고 해도 높이 달려서 잣을 본다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이고 무엇보다도 나무에 달린 잣을 이렇게 찍어 보는 것도 첨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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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허름하지만 막국수가 가능하단다. 그래서 그걸 시켜놓고 또 밖으로 나가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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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옆에는 계곡이 있어서 맑디맑은 물이 흘러가고 있는 풍경이다. 그야말로 오염원이 거의 없는 곳이라고 봐도 되겠으니 깨끗할 밖에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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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 많은 주인 아주머니께서 옥수수를 먹으면서 기다리라고 두 자루나 주셨단다. 법흥사에서 썩은 옥수수로 맘이 쪼매 상했었는데 신선한 옥수수로 힐링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허접한 포장의 식당이 갑자기 멋진 자연친회적인 인테리어의 유명 식당으로 보이는 것은 순전히 마음 장난일까? ㅋㅋㅋ

연지님 뒤로 보이는 여인은 따님인듯 싶었는데 조금은 정신적으로 장애가 있어 보였다. 그러한 것을 보면서 생각한다. '에구... 평생의 숙제를 안고 살아가시는 구나....' 싶은 마음에 열심히 국수를 팔면서 달관한 듯한 모습이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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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시원한 막국수가 등장을 했다. 역시 얼굴보고 사람을 판단하면 안 되고, 겉을 보고 식당의 음식 맛을 평가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뭉클뭉클 솟아났다. 정말 맛있게 먹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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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월은 너무 배가 고파서 사리를 추가했는데 괜히 추가했다는 생각과 추가하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교차하는 행복한 순간을 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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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도 많았는데 사리까지 얹어 놓으니 그 행복감과 부담감이 겹쳐서이다. 그리고 그것을 말끔히 먹어 치웠다는 것이다. 인터넷에도 자기 식당이 소개 되었다던데요.... 라고 하는 주인 아줌마의 말을 들으면서 나름대로 자부심도 있으시다는 것을 느꼈다. 주인 부부가 직접 운영하는 포장마치 식당이다.

낭월 : 이 부근에 이끼계곡이라고 있어요?
주인 : 태백 쪽으로 2km정도 가면 있지요.
낭월 : 오다가 보니까 표지판도 없더구먼요.
주인 : 제설모래를 쌓아놓는 곳이 있어요. 거기에서 들어가면 되요.
낭월 : 아, 그렇구먼요. 고맙습니다.

맛있게 점심을 먹고는 다시 지나간 길을 되짚어서 가다가 보니 과연 겨울에는 모래를 쌓아 놓았음직한 구조물이 보여서 차를 세웠다. 이미 두어 대의 차량이 정차되어 있어서 느낌이 확 왔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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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안내판 하나 없는 곳이지만 사진가들은 잘도 알아서 찾아 온다. 혹 낭월 학당을 찾아주시는 인연으로 그 곳에 가려면 어떻게 하면 되느냐고 물으실 벗님을 위해서 주소를 적어 놓는다.

영월군 상동읍 천평리 60번지이다. 이것도 네이버로 검색해서 알아낸 주소이다. 이렇게 서로서로 도와가면서 환경파괴에 협조하는 것이라고 해야 하나.... ㅋㅋㅋ

다만, 환경파괴를 하지 않고 사진만 찍고 가면 된다. 먹고 마시면서 오염시킨다면 혹 모르겠지만 사진가는 단지 삼각대를 세우고 셔터만 누른 다음에 조용히 떠나는 것이므로 구태여 환경파괴라고 할  것도 없지 싶다. 물론 발자국은 남길 수밖에 없는 것은 부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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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게이트가 나타나면 입구를 잘 찾은 것이다. 차는 들어거지 말라고 세워놓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구조로 봐서는 차가 들어갈 길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이곳은 이끼계곡입니다.'를 알려주고 있는 표지판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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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색을 해서 알게 된 대로 옆의 계곡에서 사진들을 찍고 있지만 그냥 모른 채 하고서 계속 올라가라는 말만 듣고 위로 올라갔다. 그렇게 200여미터 올라갔나? 더 간들 뭐가 있겠는가 싶어서 계곡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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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이야기에서는 카메라 정보를 담았다. 왜냐하면 물을 찍는 과정에서 어떤 선택을 했는지 표시해 놓으면 혹 사진을 찍기 좋아하는 벗님에게 참고가 되지 않을까 싶어서이다. 이 사진은 그냥 시험 샷이다. 1/60초 인 것만 봐도 ND필터는 장착하지 않았다는 이야기인 까닭이다. 오늘 여기를 찾은 목적은 바로 ND필터를 사용해 보겠다는 목적이기도 했다.

ND(neutral density) 필터를 사용함으로 해서 셔터의 속도를 느리게 만들어서 물이 흐르는 것을 색다르게 표현하려는 것인데 적어도 1/10초 이하로 조작을 해서 물이 흐르는 것을 느리게 표현하려는 것이 본래의 뜻이라고 보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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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에는 대책없이 ND400을 끼웠다. 이것을 써보고 싶어서 궁금했기 때문이다. 과연 400을 사용하면 어떻게 될 것인지가 궁금했는데 한 컷을 찍어보고는 바로 이러한 환경에서는 사용할 수가 없는 필터란 것을 깨닫게 되었다. 깜깜해서 도무지 사용을 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400은 바다의 파도를 저속으로 찍을 적에나 사용해야 할 필터라는 것을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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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두 개의 필터가 이번에 준비한 것이고 전부 다 이기도 하다. ND8과 ND400의 두 개이다. 그런데 400은 써 본지 1분도 되지 않아서 바로 빼버리고 ND8로 바꿔야만 했다. 이 환경에서는 도무지 사용을 할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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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이 400이고, 오른쪽이 8이다. 단위가 높을 수록 시커멓게 만들어져 있는데 1000은 얼마나 시커멓게 만들어 진 것인지 짐작이 된다. 문득 김아타의 뉴욕 사진이 생각난다. 아침부터 밤까지의 풍경을 한 장의 사진에 담은 것으로 유명한 사진이다. 궁금하신 벗님을 위해서 사진을 소개.....

김아타-1

 

 

김아타-2

 

 

김아타3

 

 

김아타-4

 

이렇다. 하루 종일 카메라의 셔터를 열어 두기 위해서는 ND필터의 1000급을 몇십 장이나 끼웠어야 했을까를 생각해 보면 참으로 대단한 노력이라고 해야 할 모양이다. 시행착오를 엄청나게 겪은 다음에 비로소 얻어 낸 이미지인 까닭이다. 이것이 꽤 비싸게 팔렸다는데 그것은 알 바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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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뭔가 그림같은 모양이 나온다. 4초의 노출이다. 물론 ND8을 갈아 끼우고서야 비로소 가능한 장면이다. 뭔가 그럴싸 해 보이지 않는가? 이런 사진을 사실은 첨 찍어보는 낭월이다. 그러니 얼마나 바빴겠느냐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최적의 셔터 속도는 얼마가 되겠느냐는 것이 당장 주어진 숙제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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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초로도 담아 본다. ND필터가 없는 상황에서는 조리개를 최대한 작게 조이고, ISO도 최소로 한 다음에 셔터를 조절하면 대략 1/3초 정도 나온다. 이 곳은 어두우니까 조금 더 느려질 가능성은 있지만 지금은 그런 고민을 할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ND필터가 있으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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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초이다.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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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초로 늦춰 본다. 그리고 흐르는 물에서는 1초도 무척 느린 시간이란 것을 이해하게 된다. 1초 동안에 물이 흐르는 것을 담는 다는 것은 이렇게 눈으로 보는 것과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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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끼와 잘 어우러진 풍경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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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4초로 담은 것이구나. 이미 물의 흐름이 사라지고 뽀얀 안개를 보는 듯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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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를 옮겨서 또 놀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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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제라도 잡아 보고 싶은 분위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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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의 사진은 2.5초이고, 이 사진은 10초이다. 느낌이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알겠다. 그리고 10초는 이미 물의 흐름은 사라지고 없다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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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3.2초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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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6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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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13초이다. 시간이 길어지면서 몽롱~해지고, 짧으면 또렷해 진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렇게 직접 해 보면서 적당한 느낌을 찾고, 그것이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것과 부합하는 지점인지를 이해하는 것이 공부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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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마침내 찾아낸 적정한 셔터 속도이다. 0.6초이다. 물이 떨어지는 느낌도 그대로 살면서 비 현실적이면서도 아름다운 물줄기를 표현해 주는 셔터 속도라고 보여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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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D8을 형광등에 대었을 경우의 빛에 대한 차단의 효과를 실험해 본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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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D400을 대고 해 보면, 빛이 확실히 차단되는 것을 알 수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환경에 따라서 필터를 사용하면 된다는 것을 이렇게 이해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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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초로 잡아도 분위기는 여전히 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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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초까지도 쓸만 하다고 하겠다. 그래서 폭포의 느낌은 1/3초에서 3초 까지는 가능하다고 하면 적당하지 싶다. 이렇게 놀다가 보니 어느 정도 필터의 특성을 이해한 것 같아서 마무리 해도 되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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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문득 정신을 차려 보니, 사진놀이를 하러 온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았다. 아마도 어느 대학의 사진과 학생들이 계곡의 사진을 공부하러 오지 않았는가 싶은 생각을 해 봤다. 진지하게 사진에 몰입하는 것을 보니 또한 그것도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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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ND필터는 제거 했다. 일반 촬영에서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다. 즐겁게 노는 것을 보면서 이끼계곡을 미련없이 떠났다. 들리는 소문에서는 태백의 무건리 이끼계곡이 아름답다고도 하는데 차를 주차하고서도 1시간 30분 정도를 걸어야 한다는 말에 그냥 포기했다.

이제 ND필터는 사용해 봤으니 되었고, 다음은 오늘의 마지막 행선지인 해바라기 축제이다. 그러니까 태백으로 가야 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흐뭇한 마음으로 여유있게 출발을 할 수가 있어서 또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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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 오는 길에 꽃을 하나 찍어보란다. 보랏빛 예쁜 꽃이다. 노루오줌풀이라나.... 이름이 워째 그려...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