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5) 강원랜드

작성일
2016-08-04 21:39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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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5) 강원랜드


 

영월에서 4만원짜리 편안한 숙소에서 잘 쉬었더니 하루의 피로가 어디론가 사라지고 새로운 원기로 충전만땅이다. 다행히 담배 냄새가 거의 나지 않는 모텔을 만나서이다. 그 앞에서 다른 곳에 들렸더니 담배 냄새가 싫으면 호텔로 가라잖여. 나 참... 그걸 누가 모르냐~! 호텔에 갈 것 같으면 여기로 찾아와서 아쉬운 소리를 하겠느냐구. 그래서 얼른 나왔는데 제대로 된 곳을 저렴하게 만나려고 그랬나 싶어서 오히려 퇴짜가 고맙기만 하다. 여하튼 오늘의 일정은 정암사(淨巖寺)이다. 그리고 가는 길에 궁금했던 강원랜드를 거쳐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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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랜드라고 하면 카지노가 성업 중이라는 것과, 많은 사람들이 일확천금을 꿈꾸고 들어왔다가 거지가 되어서 폐인으로 떠돈다는 이야기 정도가 전부였는데 그 외에도 즐길 거리가 있다는 소문도 있고 해서 맘을 일으켜 본 것이다.

강원랜드지도 43키로

동강 둔치에서 기준으로 삼으면 43km정도의 거리에 있고 정암사를 가는 과정에 잠시 들려도 될만한 위치에 있었다. 아침에 푹 자고 나니 7시가 넘었다. 그래도 바쁠 것이 없는 나그네가 아니던가, 그냥 천천히 여장을 꾸려서 출발하고 보니 대략 8시가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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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과연 강원도의 산길이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롤러코스트이다. 교통사고 주의하라는 표지판이 열을 지어서 붙어 있고, 길바닥에는 타이어 자국이 선명하다. 주의하지 않으면 낭패라는 경고문이 실감나는 장면이기도 하다.

배기량이 3,500인데도 오르막에서는 에어컨을 꺼줘야 좋아한다. 다행히 기온이 선선해서 창문을 열면 시원한 산골 바람이 상쾌하다. 겨우 집에서 250km를 벗어났을 뿐인데 기온이 사뭇 다르다는 것을 느낄 정도이다. 아침 기온도 26도를 오르내린다. 그래서 상쾌한 여행길이 되지만 도로의 상황만큼은 최악이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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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간 여를 달려야 하므로 카메라가 심심하다. 그래서 눈에 들어오는 이정표라도 찍어가면서 심심풀이를 한다. 태백, 사북, 그래 익숙한 지명들이다. 진부, 정선도 마찬가지이다. 지금은 사북을 목표로 가고 있다.

진부로 가면 오대산이 있고, 정선으로 가면 아우라지가 있지. 태백에는 황지연못이 있고 사북에는..... 사북.....? 왜 이리도 익숙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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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북이라고 하면 먼저 떠오르는 것이 사북의 동원탄좌에서 광부들이 데모를 했다는 뉴스를 접했을 적에 기억하게 된 지명이라는 것이 뇌리를 스친다. 석탄을 캐는 사람들이 경영자들을 상대로 항의를 한다는 것은 얼마나 환경이 열악하면 그랬겠느냐는 생각을 했었던가 보다.... 네이버의 자료를 보니 그 사건은 1980년도의 일이었단다. 벌써 35년 전의 일이었구나. 그런데도 어제의 일처럼 생생하다. 어용노조들이 얼마나 비리와 착취로 일관했으면 그렇게 맨 주먹으로 대항하면서 목숨을 걸었을까.....

사건이란 참 묘한 면이 있다. 세월이 아무리 흘러가도 그것은 시간의 문제일 뿐, 공간에 대한 것은 그대로 살아있는 것인가 싶다. 이것이 음양의 차이일 게다. 시간은 양성(陽性)이라서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면서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지만, 공간은 음성(陰性)이라서 세월이 아무리 흘러가도 그 곳에서 있었던 일들에 대해서는 고스란히 기억 창고에 저장이 되는 것인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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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북사태의 기억이 잠시 나그네의 심사를 소란스럽게 할 즈음에 새로운 이정표가 등장을 한다. 민둥산역이란다. 시간도 그렇고 대략 아침을 때워야 한나절 돌아 다니는데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 대해서 동의를 하고는 밥 먹을 자리를 찾아서 기웃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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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밥을 해 준다는 느낌이 물씬 나는 곳을 발견했다. 민둥산을 오르는 등산객들이 아침을 해결하는 곳인 것같은 느낌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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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먹어야 힘차게 돌아다닌다. 그래서 든든하게 아침을 해결했다. 집을 나서면 밥 시간이 너무 자주 다가온다. 돌아서면 배고프고 먹고 나면 또 밥 시간이 다가오니 하루 한 끼만 먹는 구조로 만들어 졌더라면 얼마나 좋을까.... 싶은 생각도 가끔은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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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도를 벗어나서 산속으로 조금 더 들어가니까 강원랜드가 나타난다. 이름도 그렇게 나타나겠거니... 했는데 실은 하이원리조트라고만 되어 있다. 그래서 강원랜드만 찾다가는 자칫 그냥 지나쳐 버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원랜드 카지노는 그 안에 포함된 일 부분이라는 것도 와서 보고야 알게 되었다. 입구에서 안내원이 깎듯이 인사를 하는 것을 보니 돈벌이가 잘 되는 곳인가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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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주차장에서 어쩌다가 엉뚱한 곳으로 나가는 바람에 건물의 모습을 담게 되었다. 산속에서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기도 한 건물이 당당한 자태를 뽑내고 서 있다. 다시 건물 쪽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도로 지하로 내려가야 했다. 그래서 몸을 돌리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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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에 비친 실상과 허상의 사이에 서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강원랜드 카지노」라고 써 놓은 글자는 실상이고, 꿈에 부풀어서 찾아 온 건물과 그 존재는 허상이다. 아니, 인간은 실상이고, 강원랜드 카지노는 허상일 수도 있다. 이렇게 음양이 범벅인 곳에서 창조와 혼돈과 변화가 꿈틀대고 있는 것이겠거니....

그 번화의 주체가 의식을 잃지 않고 있다면 주인 노릇을 하는 것이고, 정신을 잃고 우왕좌왕 한다면 머슴 노릇을 하게 되는 것이 자연의 이치일 것이니 누구를 원망하고 탓할 것도 없다고 하겠다.

이곳[카지노]은 운명도 통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행운수(幸運數)를 기대하고 찾아온다지만 그것은 타고 난 운명과는 무관한 영역임을 인식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싶다. 문득 예전에 인연이 있었던 노름꾼이 생각난다. 그를 김박사라고 불렀다. 손길이 엄청 빨라서 눈을 속이는 것은 식은 죽을 먹는 것보다 쉽다는 사람이다.

박사 : 스님, 오늘 저녁에 큰 판이 벌어지게 되었습니다.
낭월 : 언제나 그런 곳을 찾아가지 않으실랑가요.....
박사 : 그렇잖아도 한 밑천만 잡으면 손 씻고 시골로 들어가려고 합니다.
낭월 : 아마도..... 영원히 그런 날은 오지 않을 겁니다.
박사 : 저도 왕년에는 그런 때가 있었습니다.
낭월 : 그런데 왜 시골로 들어가지 못하셨는지요?
박사 : 조금만 더 해가지고 안전하게 준비하려다가 그만.....

그의 왕년은 어느 정도까지 뻥인지는 몰라도 전혀 없는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였다. 왜냐하면 그의 손기술을 보여 줬기 때문이다. 절집의 보살네 들이 심심풀이로 노느라고 갖고 있던 화투를 손에 쥐더니 맨 윗 장을 보여 준다. 멧돼지이다. 그리고 까딱! 했는데 맨 위의 것은 맨 밑으로 이동되어 있었다. 그것을 보고서 완전히 뻥이라고만 할 수는 없었다.

징역을 살고 나와서 잠시 오갈 데가 없어서 절에서 기거하는 사이에 그 절에 머물러 있던 낭월과 만나게 되었던 인연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놀음꾼의 코에는 화투패 던지는 냄새가 나는 것인지 어떻게 마을에 내려갔다가는 꾼들이 원정을 온다는 이야기를 듣고서는 흥분해서 말한 것이었다.

그러니까 오늘 저녁에 그 판에 낄 참인데 자신이 어느 방향에 앉아야 돈을 딸 것인지를 알려 달라는 이야기였다. 물론 그러한 것이 어디 있느냐고 일축하고 말았지만 그 김박사는 그 후로 소식을 못 들었으나 아마도 여전히 그 바닥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만 해 본다.

문득, 강원랜드의 카지노라는 글귀를 보는 순간 김박사가 떠올랐다. 아마 어쩌면 그도 이 언저리에서 여전히 행운을 찾아서 배회하고 있을런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짐짓 해 보았다. 왜냐하면 그 독성은 본성을 뒤흔들 정도로 강력해서 여간의 의지만으로는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을 들어서 익히 알고 있는 터이다.

의약의 힘과 감금의 노력이 아니고서는 벗어날 수가 없다는 것을 보면 마약보다 더하면 더 했지 결코 덜하지 않다는 것을 생각하면서 심심풀이가 장난이 되고, 장난이 오락이 되고, 오락이 놀음판이 되고, 놀음판이 인생거덜판이 되어서 깊은 골짜기의 바닥으로 추락한다는 일련의 흐름에 대해서는 공감이 충분히 되는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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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하튼 들어가 보자. 그런데 미리 한말씀 덧붙여야 하겠다.

"여기에 찍힌 모든 사람은 이야기의 내용과 무관하다는 것을 밝히는 바이다."

그렇지 않으면 모든 사람들의 얼굴을 모자이크로 해야 하는데 그렇게까지 할 정도로 도박의 중독자들도 아니고 낭월처럼 그냥 호기심으로 지나는 길에 들려본 선량한 다수의 사람들이겠기에 이야기를 위해서 사용되는 이미지일 뿐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그냥 놀이시설에 놀러왔다는 것일 뿐이다.

입구에 써 있는 문구들이 참 재미있다. 좌로 가면 카지노 안내데스크가 있고 우로 가면 중독관리센터가 있다. 그야말로 생사지문(生死之門)이다. 이것을 속내로 바꾸면,

 '좌로 가면 사문(死門)이요, 우로 가면 생문(生門)이다.

그럼 어쩌란 말이냐? 그야 중으로 가면 된다. 호텔에서 푹 자고, 수영장에서 물놀이나 하면 된다. 카지노도 있는데? 그렇구먼.... 그러니까 어디로 가더라도 걸려들게 되어 있다고 해 두자. '당신을 중독에 빠뜨릴 수 있습니다'라고? 그런 줄을 알면서 장사하는 것은 또 뭔데? 이것은 마치 외길열차를 탄 승객에게,

"이 열차는 지옥으로 갈 수도 있습니다. 원치 않으시면 지금이라도 뛰어 내리시기 바랍니다. 현재 열차는 시속 300km입니다."

뭔가 이런 안내방송을 보는 것 같다. 과연 처음부터 이런 글귀가 붙어 있었을까 싶다. 이미 충분히 빠져들어서 헤어 나올 수가 없을 정도의 상황이 되어서야 있으나 마나 한 문구를 예의랍시고 붙여놨다는 생각을 하면서 그 아래를 지나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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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친절하다. 이 안내판을 찍기 위해서 잠시 기다렸다. 흐릿하게 움직이는 사람, 그것도 중년 남자의 모델이 뒷 모습을 보여주면 분위기에 제대로가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젊은 여인이나 할아버지는 어울리지 않는다. 주머니에 카드가 두둑하게 들어있을 법한 사람의 뒷모습이 제격인데, 마침 그러한 포착을 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ㅋㅋㅋ

도대체 얼마나 찝찝한 곳이면 이런 문구가 여기 저기에 붙어 있을까? 어디에서도 보지 못했던, 그리고 앞으로도 보기가 쉽지 않을 문구가 강원랜드의 지하통로에 가득 붙어 있다. 그러니까 애초에 여기에 왔다는 것은 잠정적 도박중독자? 그러니까 낭월도 포함해서 최소한 호기심으로 왔다면 보균자라고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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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 데스크라는 곳으로 가면 이렇게 정장을 입은 직원들이 안내를 해 준다. 실은 안내라기 보다는 입장권을 파는 것이다. 그러니까 그냥 구경만 하러 와도 돈을 내야 한다는 것이고 당연히 이 회사는 망할 이유가 없다는 이야기가 되기도 한다.

참, 친절하게도 안내를 했다. '지나친 게임 몰입', '적절한 휴식', '감사합니다.' 그러니까 이것을 정리하면 게임하다가 쓰러지면 오랫동안 지속하기 어렵고, 그렇게 되면 우리의 수익에도 막대한 차질이 오므로 쉬어가면서 오래도록, 그러니까 살람살이가 거덜날때까지 즐겨 주시면 고맙겠습니다.'의 뜻으로도 해석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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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흐흐흐~~!!

나도 한 판 땡기러 왔다~~!!!

이런 느낌으로 잡은 포즈인데..... 임자없는 돈들아 기다려라 내가 왔다. 오늘 한 판 땡겨서 미국으로 여행이나 갈란다. 미국에서 돌솥밥집을 개업한 친구가 있는데 가서 한 그릇 먹고 올라고. 흐흐흐~~!!

원래 허세 부리는 놈이 젤로 겂이 많은 놈인게다. 정작 토깽이 심장을 달고 다니는 낭월인지라 감히 어디에서 뭘 한다고? 그야말로 심장 떨어져서 네모 상자로 직행할 일이지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것을 낭월도 알고 연지도 안다.

놀음판을 제대로 하려면 심장이 두둑해서 집이 한 채 날아가도 그냥 빙긋~ 웃으면서 다음 패를 기다려야 하는 법이다. 오죽하면 '포커페이스'라는 말이 다 있을까? 속 마음을 들키면 안 된다는 뜻이겠지..... 그러자니 심장의 고동을 억제하기 위해서 스트레스는 얼마나 쌓일껴.... 그래서 놀음하다가 졸도하고 까무러치고 입원하는 것이겠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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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의 시설에 대한 안내그림도 큼직하게 붙어 있다. 산책 길, 등산 길, 탈것 길, 다양하다. 그 중에서도 곤돌라를 타고 올라가는 코스가 젤로 맘에 든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니 일단 들어가봐야 한다. 어딜? 커피숍. ㅋㅋㅋ

연지 : 카지노는 어디에 있다는 거야?
낭월 : 4층에 있다는 구먼.
연지 : 거기에도 가 보실껴?
낭월 : 그럴까? 가서 한 번 땡겨 볼까?
연지 : 아서요~ 
낭월 : 또 알어? 한 3억만 따면..... 멋진 집 한 채 지어 줄께.
연지 : 에구~! 꿈에라도 그런 말씀 마셔~!
낭월 : 아니, 맨날 좋은 집 지어달랬잖여? 이제 그 기회의 장소에 왔구먼.
연지 : 그렇게 지어 주는 집에서 살고 싶은 마음은 쬐끔도 없다구요~!
낭월 : 그래도 구경만 하는 것은 괜찮겠지......?
연지 : ......
낭월 : 근묵자흑(近墨者黑)이라는디.....
연지 : 뭔 말이예요?
낭월 : 아, 슬롯머신 옆에 가면 자신도 모르게 당기게 된다는 뜻이야.
연지 : 그럼 올라가지 말아요.
낭월 : 그럼 부자는 안 되도 되는겨?
연지 : 당연하죠. 커피나 마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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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고급스럽게 만들었다. 여기가 강원랜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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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커피가 한 잔에 1만원이다. 낭월은 아메리카노를 마셨는데 7천원이다. 근데 이름이 뭐라더라..... 아, 일반가정식이라던가..... 하우스커피? 그랬던 모양이다. 여하튼 맛있는 커피 한 잔 주문을 해 놓고는 주변을 스케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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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손님들을 맞이할 준비를 하느라고 분주하다. 카지노의 입구이다. 들어가는 문은 희망과 꿈에 부푼 무지개빛의 핑크색으로 알록달록한 카지노이고, 나오는 문은 다 잃고 얼굴 색이 파리하게 되어서 나온다고 파랑색의 카지노이다. 정말 뭔가 알고 이렇게 디자인을 했지 싶다.

핑크빛 꿈을 꾸고 노다지를 바라보면서 들어갔지만 결국은 탈탈 털리고 새파랗게 질려서 사색(死色)이 되어서 나오게 된다는 암시를 이렇게도 멋진 색으로 표현을 했으니 이것을 디자인 한 사람은 진정 도의 이치를 알았던 사람이겠구나.... 싶다.

그러니깐 예쁘게 디자인을 해 달라고 하는 주문을 받았을 적에 그도 고민을 하셨겠지..... 분명히 많은 인생들이 망치게 될 입구의 디자인인데.... 그렇다고 해서 먹고 살자니 하지 않을 수는 없고..... 그래서 눈치 빠른 놈은 어떻게 해서라도 죽음의 문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게야......

놀랍게도 들어가는 문과 나오는 문의 표시를 보면서 그 안에 깃든 이렇게나 깊은 소식이 있음을 생각하고는 그래도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고 싶은 사람이 많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으니 지옥에서도 지장보살을 만난다고, 카지노에서도 이러한 예언을 만나게 될 줄이야 미쳐 생각하지 못했더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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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서 셀카를 찍을 일이냐고~!

그런데 이 수밖에 없었다. 비록 구경을 하러 오신 손님들이겠지만 정면에 대고 카메라 셔터를 누를 용기가 도저히 나지 않았다. 원래 토끼심장이라서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 진기한 장면을 그냥 흘려버린다면 집에 가서도 잠이 오지 않을 것 같으니 어쩌겠는데 이렇게 자기 셀카를 찍는 폼으로 뒷 배경을 담을 밖에. ㅋㅋㅋ

개장시간 전에 와서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이다. 적어도 입장권을 구매했다는 이야기이다. 그러니까 아마도 얼마간의 놀이돈도 넣고 왔을 것이다. 딱, 요만큼만 잃어주고 갈껴~! 그렇겠죠.... 당연히.. 암만~~!!

이 사진의 이름을 짓는다면....?

『전신만신신금천지(全申萬申辛金天地)』

뭔 말인지 아시겠다고? 이미 공부를 많이 하신 벗님이시다. 전혀 모르겠다고? 별 말이 아니다. '탐심덩어리의 집합소'라는 말이다. 그리고 이 자리에서 셀카를 찍고 있는 낭월도 그 안에 포함시킨다. 탐심이야 어찌 없으랴. 다만 그것이 요동치기 전에 그냘픈 두 팔로 막고 있다는 것일 뿐이다.

치료소도 운영하고 있는 것을 보면 과연 그 후유증이 대단하긴 한 모양이다. 그야말로 병주고 약도 주는 곳이 틀림없다고 하겠으니 조금 더 머무르다가는 혹시라도 감염이 될 수도 있다고 판단해서 얼른 빠져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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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이런 것을 타고 노는 거야. 곤돌라가 산으로 올라가는데 가장 좋은 도구이다. 그래서 표를 구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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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금천지에서는 남자들이 주를 이루고 있었는데 여기에 오니까 가족들이 주를 이루는 풍경이 아름답다. 이 차이를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욕망과 행복사이]라고 하고 싶다. 가족은 행복이고 재물은 욕망이기 때문이다. 뭐, 궂이 시비를 걸자면 행복도 욕망이기는 하다. 그러나 그런 의미는 아니잖은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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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곤돌라. 매주 월요일은 쉰단다. 이런 것을 잘 알아놔야 한다. 혹시라도 벗님께 안내가 된다면 이런 정보일 것이다. 알파인 코스터는 곤돌라의 중간에 내려서 레일썰매를 타고 내리 달리는 것인데 처제들 중에 한 여인은 스릴이 있는 것을 무지무지 좋아해서 이런 것을 보면 문득 그 얼굴이 떠오른다. ㅋㅋㅋ

베트남의 바나힐에서도 그것이 재미있다고 두 번인가 세 번인가를 탔다지 아마. 그러니까 가을에 한 번 나들이 할 적엘랑은 같이 동행해서 그것도 한 번 타봐야 하겠다. 지금은 별로 타고 싶지 않아서이다. 왜냐하면 그리 좋아하지 않으니깐. 무셔무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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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서 오붓하게 한 칸을 얻었으니 여유있게 셀카 놀이도 하면서 20여 분을 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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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아래로 내달리는 알파인 코스터의 썰매가 보인다. 얼른 찍으라기에 셔터는 눌렀건만.... 셔터 속도가 1/80에 불과하다. 그러면 뭐가 어찌 되느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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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요렇게 밖에 안 보인다는 것이지 뭐 다른 것은 없다. 이렇게 빨리 움직이는 것을 또렷하게 찍으려면 적어도 1/250초는 되어야 하는데 뭐 지난 다음에 후회해봐야 다 소용 없으므로 그냥 웃는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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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 기착점이다. 알파인 코스터를 이용하려면 여기에서 내리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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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그러니까 앞에 출발한 사람이 안전하게 어느 지점을 통과한 다음에 다음 사람을 출발시키는 모양이다. 그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겠다. 길이도 제법 길고 경사도 심하던데 맘놓고 달리면 속도감이 엄청나지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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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정상으로 올라가는 길에 갑자기 안개가 가득한 모습이다. 놀음꾼들의 미래가 문득 떠올라서 불안한 표정으로 자신의 미래를 바라보는 포즈를 취해 보라고 했는데..... 워낙 천성이 불안을 모르는 여인이라서 그 맛은 어림도 없다. 그래도 달리 방법이 없구먼.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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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통 안개 속에서 어디로 가고 있는지도차 모른 채로 뛰어 내릴 수도 없는 상황에서 외줄에 매달려 가야 하는 것이 삶이라고 한다면..... 얼마나 불안할 것인가...? 그리고 실제로 이와 같은 상황에서 자신의 길을 묻겠다고 찾아오는 사람들과도 수시로 만나고 있음이다. 이런 상태의 사람에게 무슨 조언이 필요할까... 그냥 위로 밖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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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은 편에서 가끔씩 나타나는 곤돌라를 보면서 그래도 돌아오는 길은 있는 모양이구나.... 싶은 생각을 하면서.... 그렇게 아우슈비츠로 달려가는 열차에 탄 느낌을 생각해 볼 수도 있겠지 싶다. 물론 이러한 것이 꼭 남의 일만도 아니겠기에 스스로에게 경종을 울리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낭월도 어딘가에 몰입하면 남의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는 탐욕의 식신(食神-酉)을 둘이나 끼고 살아가는 팔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남의 일이라고 생각이 되지 않고, 언젠가는 나에게도 다가올 수 있는 일이며, 그러한 순간에서도 이렇게 이성적인 판단을 잃지 않게 해 달라고 기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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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대기에 도착하니 안개는 여전히 주위를 감싸고 있다. 건물에는 아폴로, 헤라, 아테나 등의 문구들이 붙어있다. 뭔 뜻인지 몰라도 그리스의 신들과 연관된 곳으로 가는 길이 아닐까 싶다. 산의 정상에서는 원래 하늘로 통하는 길도 있기 마련인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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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가 새의 소리가 들려서 살펴보니 까치가 소식을 전하고 있다. 안개 속에서 그 녀석도 먹이를 찾지 못했을테니 아침은 쫄쫄 굶었겠구나 싶다. 그러나 줄 것도 없구나, 이따가 인개가 걷히거든 찾아 먹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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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대가 멋져 보이지만 지금은 무용지물이다. 다음의 코스가 바쁘지 않으면 그냥 라면이라도 사 먹으면서 기다리고 있으면 안개도 벗어질 줄은 알지만, 지금은 그걸 기다리기 보다는 이대로의 상황을 즐기고 다음 행선지로 가는 것이 최선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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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렇게도 놀아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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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렇게도 놀아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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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도 놀아본다. 아쉬운 것은 모델이 하나 뿐이어서 자신이 등장해야 한다는 것이고, 다행인 것은 그나마도 말을 잘 듣는 모델이 하나 있다는 것이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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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어린 아이의 외침이 들린다. 무슨 구경꺼리가 생겼나 싶어서 퍼떡 살펴보니.

"아빠, 그럼 안 돼~! 엄마한테 이를꺼야~~!!"

오호~! 역시~!

딸은 엄마를 챙기고 가정을 챙기는 구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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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안개가 휩싸고 돌 적에는 이렇게라도 놀다 가라는 배려이겠거니 싶어서 그렇게 놀다가 다음 목적지로 향하기 위해서 하산을 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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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발 높이가 궁금할 적에 보려고 설치 해 놓은 어플이 떠올랐다. 선선하니 기가 막혀서 고도가 궁금했던 것이다. 그랬더니 나타난 표시로는 1345m란다. 제법 높기는 하다. 왜 가을에 또 놀러 와야 겠다는 생각이 드느냐면 이러한 풍경을 맑은 날에 둘러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4계절의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행복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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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히 즐겁게 강원랜드 구경 잘 했다.

그리고 우리에겐 다음의 행선지가 기다리고 있다.

그래서 "출발 정암사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