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견문록(19) 짱안투어

작성일
2016-05-11 07:24
조회
1738

베트남견문록(19) 짱안(長安 Trang An)투어


 

처음에는 짱안 투어에다가 배정사를 묶어버리려고 했는데 이야기를 쓰다가 보니 너무 길어져서 따로 분리를 시켰다. 그래서 흐름에 따라 배정사에서 짱안으로 가는 과정의 지도를 찾아본다.

배정짱안지도

배정사에서 짱안까지의 거리도 만만치 않다. 그리고 잠 속에 취해서 실신하고 있다가 정신차려서 비로소 짱안에 온 것을 알았는데 중간에 점심을 먹은 것도 있었지만 그건 생략한다.

DSC02302

짱안에 도착했음을 알리는 이름표이다. 짱안을 이야기 하면서 함께 등장하는 명칭이 땀꼭이다. 산 속의 하롱베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단다. 그래서 하롱베이에 가 본 사람은 짱안과 땀꼭을 찾는다고도 하는데 우리 일정에는 하롱베이를 이미 봤기 때문에 땀꼭은 생략하고 짱안을 선택했단다. 그만하면 가이드 자격이 너무너무 충분하다.

DSC02309

언뜻 봐서는 하롱베이에서 보트를 타는 것과 별반 달라 보이지 않는 풍경이다. 각자 정해준 대로 나눠서 배에 앉아서 안전장구를 입었다.

DSC02318

대략 한 시간 반 정도의 투어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사공이 혼자만 노를 젓는 것이 힘들어 보여서 승객도 미리 준비 된 노를 들고 저어본다. 당연히 훨씬 힘이 덜 들 것이다. 그렇게 서로 협조하면서 투어를 하는 것이 또한 즐거움 중에 하나이기도 하다.

DSC02326

다시 물을 보니 쌩쌩해지는 낭월이다. ㅋㅋㅋ

DSC02351

일행은 6인이 탔구나.

DSC02368

셀카이다. 카메라라고 해서 셀카를 찍지 말란 법이 있느냔 말이지. 실은 실신해서 잠에 빠지는 바람에 폰의 배터리가 다 되어서 죽어버리는 것도 몰랐단 것을 배를 타고서야 알았다. 그러니 폰은 꺼낼 필요가 없이 되어버렸고 오로지 카메라에 모든 것을 담는 수밖에 없었기에 카메라를 들고 셀카를 찍는다. 물론 흔들리려니.... 하면서. ㅋㅋㅋ

DSC02380

어디선가 아름다운 선율이 들려서 분위기가 좋다.... 했더니 첫번째 동굴 입구에서 멋진 사나이 한 분이 전통악기를 연주하면서 노래를 부른다. 설정이겠지만 분위기에 잘 어울려서 좋았다.

DSC02388

사공은 동굴을 통과하면서 머리 숙이라는 소리를 계속 지른다. 그야말로 머리를 들고 가다가는 대형 사고가 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통과 높이가 불과 1m도 안 되어 보이는 구멍을 통과해야 하는 곳이 수두룩하고, 또 종유석의 뾰족한 것도 때론 위협이 되기도 한다는 것을 알아야만 했다.

DSC02404

때론 거의 바닥에 붙다 싶이 하면서 통과해야 하는 곳도 있다. 그래도 다들 용케 부딪치지 않고 빠져나간다.

DSC02426

동굴 하나를 빠져 나가면 또 다른 풍경이 기다리고 있다. 이렇게 동굴을 일곱 개인가를 통과해야 다시 출발지로 돌아온다.

DSC02452

어떤 동굴에는 이렇게 술 항아리로 보이는 물건들이 보관되어 있기도 하다. 광천 토굴 세우젓이 생각나는 장면이다. 여기에서 술을 익히는 모양이다. 그냥 장식용으로 보이지는 않아서이다. 아마도 이 술 항아리의 주인은 아까 첫 번째 동굴에서 연주하던 아저씨일 것으로 막연히 추정해 봤다. ㅋㅋㅋ

DSC02481

일행의 배는 인원이 더 많아서 아지매 사공이 힘들지 싶었는지 열심히 노를 젓고 있다. 그것도 재미를 지나면 노동이다. 1시간 이상을 그렇게 한다면 팔도 아프기 때문이다.

DSC02495

드디어 출발했던 곳의 건물이 보인다. 보자... 시간이 얼마나 걸렸나... 딱 두 시간 걸렸구먼. 그러나 시간이 걸린 것에 비해서 보여드릴 사진은 별로 없다. 왜냐하면 동굴, 벼랑, 동굴, 벼랑을 반복하다가 보니까 사진상으로는 그게 그거 같아서 지루할 것이기 때문이다.

DSC02535

짱안의 마지막 풍경이 눈길을 끌어서 잠시 머물렀다. 배는 2,000대, 그러면 사공도 그만큼, 일자리도 그만큼이라는 말이군.

DSC02533

흔들리기는 했지만 무사히 투어를 마치고 땅에 내렸다는 인증은 되지 싶다.

DSC02545

누군가에겐 삶의 현장이기도 하다는 것을 가지런히 대 놓은 보트를 보면서 또 한 번 생각해 본다. 오후 다섯 시의 하루는 이렇게 마감되는지 모두 문들을 닫는다. 그래서 이 정도의 사진으로 짱안투어에 대한 소개는 정리하고 그 다음 이야기로 넘어갈 요량이다.

DSC02550

차로 돌아와서 폰을 외장배터리에 꽂았더니 충전이 되기 시작한다.

DSC02574

은주씨에게 미리 이야기를 해 뒀다. 산소들이 있는 장소가 나오거든 차를 좀 세워 달라고.

이미 해는 기울고 있지만 하노이 상공에서 봤던 그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베트남을 떠나고 늘 뇌리에 그 생각이 남을 것 같아서이다.

마침내 그럴싸 한 곳을 발견하고 차를 세우자 마자 뛰어 내렸다. 이러한 풍경을 담기에는 아직도 빛이 부족하지 않다는 것을 확인한 것은 물론이다.

DSC02552

이런 묘도 있고.....

DSC02554

저런 묘도 있다.

DSC02555

가족 묘처럼 보이는 것도 있고....

DSC02567

외롭기 그지 없어 보이는 묘도 있다.

DSC02568

돌 한 점을 구입할 형편이 못 되었는지 그냥 바닥에 모신 산소도 있었다.

DSC02570

여긴 아예 콘크리트로 덮어버린 산소이다. 문득 예전에 드라마에서 벌초를 할 수가 없다고 산소에 시멘트 반죽을 덮던 장면이 겹친다......

문득.... 이 중에는 한국군의 총탄에 원한을 가득 품은 채로 누워있는 묘는 없을까.... 싶은 생각이 드는 것은 뉴스타파에서 방송한 목격자들의 베트남 전쟁에 대한 취재영상을 본 까닭일게다.....

DSC02571

한국의 풍수가들이 이런 장면을 보면 뭐라고 할지 상상이 된다.

DSC02569

비가 내린다. 이런 분위기에서 내리는 비는 또 느낌이 특별히 다르다. 세상 떠나신 분들의 슬픔이 묻어있는 비인 것만 같아서이다.....

이렇게 바로 앞이 논일 뿐더러 아예 논 가운데에 산소를 쓴 경우도 있었다. 이들에게 풍수학은 있는 것일까? 아마도 당연히 있을 것으로 생각을 한다. 왜냐하면 중국의 영향을 오랫동안 받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모습은 뭘 의미하는가? 그것은 그냥 가난한 삶의 모습이라고 밖에 해석을 할 수가 없지 싶다. 인상적인 글이 있어서 소개한다.

살아 생전에 자식을 위해서 해 준 것도 없고,
죽어서 거름이라도 되어서 풍년이 되도록 하려니
내가 죽고 나거든 나를 논 가운데 묻어다오.

글쎄..... 무척 공감이 된다. 풍수가 다 무엇이고 대대손손 부귀영화가 다 무엇이냔 말이다. 당장 입에 풀칠을 해야 할 일이 급선무이니 시신이 썩어서 거름이라도 되어야 하겠다는 생각... 그야말로 극히 현실적인 사유라고 해야 할 모양이다.

그래서인지 논 가운데에 산소가 많이 눈에 띄었다. 이러한 모습에서 생사의 경계를 또 떠올려 본다. 잠시 지나는 길에 기념 삼아서 사진 몇 장 찍었지만 그 내면에 흐르는 삶의 끈적~한 느낌은 여운을 남긴다.

이에 대한 선악을 논하기는 어렵겠지만 상상해 보건대, 산소를 이렇게 썼기 때문에 모두 가난해서 삶의 고통을 그대로 느끼고 있다고 해도 말이 되고, 이것은 풍수학적인 관점이 될 것이다. 물가에 조상을 모셨으니 수맥은 고사하고 물이 관 속에 가득할 것이니 이것이야말로 최대로 꺼리는 장소가 아니던가 싶다.

그리고 형편이 나쁘기 때문에 산소를 이렇게 쓸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도 할 것이다. 이건 환경학이다. 환경이 안 되면 어쩔 수가 없는 것도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물이 스며들지 않는 곳에 조상을 모셔야 하지 않겠느냐는 한국의 보편적인 풍수학에서는 용납이 되기 어렵지만 그나마도 요만큼 살 수가 있는 것도 그 정도의 효심(?)이 있어서라고 한다면 너무 무리한 억측일까?

드디어~!

비가 쏟아 진다. 오늘 처음으로 만나는 비 다운 비이다. 9일이나 여행을 하는 도중에 그렇게도 비도 없이 잘 돌아다녔는데 이제 마지막 일정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그나마 베트남 비를 좀 맞아 보라고 이렇게 퍼붓는다. 그래서 비 조차도 반갑다.

DSC02575-1

어딘가에서 이런 도로표지를 보신 적이 있는지 모르겠다. 낭월은 많이 다녀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베트남에서 처음 봤다. 그래서 은주씨에게 이것이 무슨 의미인지를 물어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랬더니 도시가 시작되고 끝나는 것을 표시하는 것이란다.

참 언뜻 상상이 되지 않는 표지판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재미있어서 한 장 찍었다. 차를 세우고 찍지 못한 것은 어여 집으로 가야 할 길이 멀기 때문이다.

 

[다음 편에 계속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