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견문록(18) 배정사

작성일
2016-05-10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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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견문록(18) 배정사(拜頂寺 Bai Dinh Pagoda)



 

짱안을 가는 길에 잠시 옆길로 빠져서 베트남에서 제일 큰 사원을 둘러 볼 것이라고 했다. 절 이름은 배정사(바이딘-拜頂寺 Bai Dinh Pagoda)이다. 이것은 배정사에 가서 향로에 글이 쓰인 것을 보고서 짐작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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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 규모는 엄청나다고 해도 다 포용을 못하지 싶다. 동양 최대의 규모를 자랑하는 면적은 2천1만평이라고 한다. 그냥 한 동리 전체가 배정사라고 해도 되지 싶다. 물론 일일이 다 둘러보기에는 날씨가 너무 뜨거웠다. 그래서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을 정도였다.

배정사지도

먼저 들린다는 배정사를 보면 짱안을 지나쳐서 가는 거리인 모양이다. 그러니까 더 멀지. 먼저 배정사를 들려서 구경을 하고 돌아오다가 짱안으로 들어가는 길이라는 걸 짐작할 수 있겠다. 길은 같은노선이기 때문에 겸해서 들리기 좋은 명소라고 해도 되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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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정사 입구에서는 전기차를 타야 하는데 입장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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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색 아오자이를 입은 낭자는 안내원이다. 여기에서 선택을 하면 동행하여 안내를 하는 모양인데 우린 가이드만 따라가면 되므로 전혀 신경을 쓸 필요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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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이렇게 대기를 하고 있다가 자신의 순서가 되면 나와서 해설사를 원하는지 눈치를 보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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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도 멋더러지게 썼다. 이걸 좌로부터 읽어야 할지 우로부터 읽어야 할지부터 헷갈린다. 門이 어느 한 쪽에 가 있었으면 간단히 해결을 할 텐데 가운데 떡하니 붙어있으니 난감한 모습이다. 아래의 글을 보면 해탈과 낙안이 좌로부터 써 졌다. 그렇다면 공문삼(空門三)으로 읽는 것이 맞는 것으로 일단 결론을 내려야 할 모양이다.

여하튼 글자는 이상하게 썼지만 읽기는 삼공문(三空門)으로 읽는 것이 타당하지 싶다. 아마도 글을 쓰신 분이 국왕이거나 종정이라서 감히 토를 못 달고 그냥 새겼던 것이 이렇게 된 것이라는 추측을해 보면서 그냥웃는다. 그렇다면 삼공문은 무슨 뜻인가?

세 가지가 공한 문이라는 뜻인데 門은 불교를 의미한다고 보면 되겠고, 세 가지가 공하다는 것은 아공(我空), 법공(法空), 공공(空空)이다. 나도 공이요, 진리도 공이요, 공도 공니라~라는 이야기인 셈이니 선가(禪家)의 공도리(空道理)를 말하는 모양이다. 그런데 삼문공이라고 떡 써 놨으니 참 난감할 밖에. ㅋㅋㅋ

어쩌면 액면 그대로 받아 들여서 '삼문이 모두 공하다'는 의미로 해석을 하면 안 될 것은 없다. 어쩌면 실수를 했다기 보다는 이러한 의미로 봐야 하는 것이 더 타당할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렇지만 주어가 門이라면 끝에다 놔야 할 글자를 가운데 넣은 것은 엽기적이라고 밖에 볼 수가 없겠다. 여하튼 입구에서 부터 어설픈 학자의 기를 꺾어놓으려고 한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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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면이다. 여하튼 규모가 대단한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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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륜(法輪)도 같고 연꽃도 같은 문양으로 봐서 창의적인 도안이라고 봐도 되지 싶다. 연꽃을 바탕으로 해서 법륜을 표현한 것이라고 보면 되지 싶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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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쪽으로는 만국기가 바람에 벌럭이고 있다. 이런 장면에서는 가장 먼저 찾게 되는 것이 태극기이다. 오호 힘차게 펄럭이는 구나. 자랑스런 대한민국의 깃발이다. 그리고 또 반대 쪽에는 무슨 깃발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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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흔들어 놔서 그렇지 분명히 조선인민공화국 깃발도 펄럭이고 있다. 여기야말로 세계 평화의 현장인 것처럼 보기 좋은 느낌이다. 그리고 통로에는 통일 불교의 깃발이 펄럭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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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에는 불교기를 봤을 적에 오행기로 보였다. 색이 다르긴 하지만 다섯 가지의 색을 봐서 그런 생각이 퍼뜩 들었던 것이다. 여하튼 공식적으로 사용하는 불교의 대표 깃발이다. 그러니까 만자(卍字) 깃발은 사용하지 않는다는 말이기도 하다. 모르시는 분은 그것이 불교깃발인 걸로 생각하고 또 실제로 그래 왔는데 언제부터인가 이것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 꺼리고 있다. 왜일까?

그것은 나치의 깃발과 너무 닮아서라는 말도 있다. 물론 유구한 역사를 사용해 온 깃발을 나치가 모방했을 테지만 모방품이 진품을 밀어내는 경우도 있음이다. 그러나 낭월의 철학적인 관점으로는 卍자 깃발이 더 품격과 철학이 있다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왜냐하면 그 안에는 도(十)가 있기 때문이다. 불교기에는 도가 없다. 특색도 없다. 그게 뭔가 그냥 아프리카의 어느 나라 깃발로 밖에 보이지않으니 말이다. 도(十)가 회전하는 모양을 하고 있는 도안은 그 무엇으로도 대신 할 수가 없는 멋진 문양이고 불교의 상징이며 이것이야말로 정통인 것이다. 여하튼.... 그렇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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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드가 안내원을 산 모양이다. 열심히 동행하면서 배정사에 대해서 설명하는데 은주씨는 또 그것을 듣고 통역하느라고 분주하다. 그러나 낭월은 별로 통역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지 싶었다. 그냥 보는 것이 설명이 아니겠느냔 생각으로.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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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랑을 돌아가는데 거대한 대리석 나한상들이 늘어앉아 있다. 총 513분이라나.... 하는 것을 보니까 아마도 500나한이 그 바탕인가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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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오백나한은 키가 50cm나 되나? 이건 아마 못 되어도 2미터는 넘지 싶다. 여하튼 배정사의 명성에 걸맞는 작품이라고 해도 되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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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이렇게 불상에 손을 대고 싶어하는 사람의 마음이 있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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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표를 보니까 498번 주차가존자이다. 네이버에 오백나한 이름이 나온 것이 있어서 붙여 넣으려다가 누가 관심이 있겠는가 싶어서 그냥 링크만 해 놓는다.

http://buddha-mind.tistory.com/306 (오백나한 이름이 궁금하면 클릭하세요)

이 링크에서 498번째 나한의 이름을 보니 주차가존자라고 되어 있다. 그래서 경전에 의거해서 순서를 배열한 것으로 확인이 가능하겠다. 그나저나 중국산이로구나... 메이딘 차이나이니 역시 중국산의 위력은 배정사에서도 그 힘을 발휘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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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모가 크면 정교하기 어렵다는 음양의 이치를 느끼면서 회랑을 벗어나서 종각으로 향했다. 모처럼 땡볕이 쨍쨍하다. 너무 뜨겁다. 어여 그늘을 찾아야 하는 것이 더 급할 지경이다. 이러다가 더위 먹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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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하튼 종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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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원의 말에 의하면 종은 천상계를 의미하고 종의 아래에 있는 이 판은 중생계를 이야기 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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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모는 크지만 매력은 크지 않은 분위기이다. 그냥 그렇게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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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각에서 바라 본 가람의 풍모이다. 바로 뒤에는 관세음전이 있고 저 멀리는 탑도 보인다. 규모도 엄청나다. 저 멀리 있는 것이 저 정도로 높이 보인다면 다가갔을 경우에는 상당할 것이라는 것을 미뤄서 짐작할 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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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가까운 관세음전만 둘러보고 나가야 하겠다. 짱안으로 가는 것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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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음전에는 42수 관음상이 모셔져 있었다. 관리자는 졸고 있어서 얼른 셔터를 눌렀는데 그나마 흔들린 모양이다. 원래 문짝에다가는 사진 찍지 말라고 카메라에 줄 그어놓은 그림이 있었는데 관리자가 졸길래 찍어본 것이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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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을 마지막으로 배정사의 관람은 마무리 짓고 가자고 했더니 은주씨도 그랬으면 싶었던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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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호신의 전송을 뒤로 하고 모두는 즐거운 마음으로 배정사 참배를 마치고 다음 행선지인 짱안으로 출발했다.

 

배정사에서 짱안까지도 한 시간을 넘겨 가야 하는 거리이다. 그런데 차를 타자 마자 낭월은 졸도를 했다. 그대로 쓰러져서 정신없이 잠에 빠진 것이다. 그래서 아무 것도 보지 못했다. 그냥 짱안이라고 하는 말을 듣고 겨우 정신을 차렸다. 새벽부터 움직이는 바람에 많이 고단했던 모양이다.

그래서 여행은 젊어서 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기도 하다. 젊어서 열심히 일하고 나이 들면 여행이나 다니겠다는 꿈은 젊어서 꾸는 것이지 늙으면 불가능하다는 것을 비로소 알게 된다는 자연의 이치이다. 여하튼 벗님께서도 여행을 하시 요량이면 카드를 긁어서 다녀 오시고 살면서 메꾸는 방법을 권해 드린다.

카니 카지, 돈 모아 놓고 여행 갈 날은 그리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시간만 되면 무슨 수를, 그러니까 과부 일수를 땡겨서라도 길을 나서고 보는 것이다. 그 다음 일은 또 어떻게 되겠지... 이렇게 배짱이 있어야 여행도 할 수가 있는 것이니 없이 사는 사람들의 리듬은 다 거기서 거기인 까닭이다.

그런 점에서 서양 사람들의 여행법은 매우 타당하다고 하겠다. 빚내서 여행하고 돌아와서 직장 다녀서 값는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이미 눈치를 챈 것이다. 여행을 꿈꾸기 보다는 여행을 회상하는 것이 훨씬 더 즐거운 일이라는 것을 말이다.

 

[다음 편에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