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견문록(17) 새벽시장

작성일
2016-05-10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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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견문록(17) 새벽 과일시장 롱비엔(Long Bien)


 

2016년 5월 3일.

아~~ 섭섭하여라~~ 이제 내일이면 인천공항으로 가야 한다. 이거 우짜노.... 맘 같아서는 한 두어 달 느긋하게 머물면서 귀경이나 하고 다녔으면 좋으련만 또 집에 가서 부처님 오신날 행사도 준비 해야 하고.... 주머니 돈도 떨어져 가고... 그래서 여행객의 종말은 늘 아쉬움으로 마무리를 하는 모양이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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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시장은 네이버에서 검색을 해 보니까, 밤 12시부터 열려서 새벽 6시면 끝난다는 것이다. 원래 도매시장은 그렇게 돌아가는 것이 맞기는 하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 일행들이 모두 지쳐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새벽 4시 무렵에 시장으로 가자는 말을 차마... 차마...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나름 타협을 해서 5시로 약속을 맞췄던 것이다. 물론 가기 싫은 사람은 안 가도 된다고 단서는 붙였지만 그렇다고 해서 구경꺼리를 놓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다만 이모님은 집에서 아침 준비를 하신다고 하여 빼 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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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는 벌써 도착해서 기다리고 있었다. 마음만 급한 낭월은 일행들을 채근해서 서둘러서 출발을 했지만 이미 5시 10분이 다 되어가고 있어서 괜히 혼자만 마음이 바빴다. 새벽 시장을 가보려고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열대과일이 도매시장에서는 어떻게 등장을 할 것이며, 베트남 사람들의 새벽을 맞이하는 모습이 궁금해서였다.

그런데 일정에도 없는 새벽 나들이를 위해서 차가 나와 줬단다. 원래 오늘의 일정은 8시 30분에 짱안으로 출발하도록 되어 있었는데 낭월의 부탁으로 없는 일정을 만들게 된 셈이다. 조금은 미안키도 하다.

롱비엔시장

대략 얼마나 걸릴 것인지를 알아보기 위해서 다시 구글지도를 열었다. 8km... 얼마 안 되네. 그런데 시간은 무슨 30분이야~~ 자전거를 타고 가도 그 시간이면 되겠다. 꿍시렁 꿍시렁~~ 롱비엔 시장은 그 정도의 거리에 있었던 것이다. 그래도 6시 안에 내려 주기만 하면 시장 이미지 몇 장은 건지겠거니.... 했다.

그런데 한참을 가는데 구글네비에서 길이 점점 멀어지고 있다. 그래서 다시 은주씨에게 물었다. "과일시장 가는 것이 맞지? " 그렇단다. 그럼 지도가 틀렸나... 뭐 그럴 수도 있지.... 하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에 도착했다고 차를 세운다. 분위기가 이미 도매시장 분위기로 넘쳐난다. 맞아~! 바로 이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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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이건? 꽃.... 뭔가 느낌이 싸~ 하면서... 네비에서 점점 멀어지던 기억이 겹친다. 그래서 또 은주씨를 채근한다. "어여 과일 시장으로 가보자고 혀~!" 쑥떡쑥떡... 어쩌고 저쩌고... 낭월에게 설명하는 은주씨.

"여기는 꽃시장이래요. 과일 시장은 여기가 아니고 조금 더 가면 된대요. 모처럼 시장 구경을 나오셨으니까 꽃 구경부터 하시고 가자고 이리 온 것이래요."

"뭐 뭐 뭣이라~~~!!!!"

아니 이 꼭두 새벽에 과일 시장을 가기 위해서 아까운 단 잠을 포기하고 나왔거늘 이게 무슨 마른 하늘에 팝콘 터지는 소리란 말인가.

그러나 이건 그냥 낭월의 생각이었을 뿐이다. 동행한 여인네들은 모두 꽃이라면 환장을 하시는 분들이다. 특히 연지님... 너무너무 좋단다. 에고~~~ 뭔가 잘 못 된겨.... 이건 아닌디... 그래서 울며 겨자를 먹었다. 뭐 워짤껴~ 워짤 꺼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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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딱 주변 30m를 둘러 보고는 다 봤다고 했다. 이제 과일 시장으로 가시자고(ㅠㅠㅠ) 정말 울고 싶었더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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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무심한 연지님은 차로 갈 마음이 없으신 모양이다. 계속해서 직진이다. 날은 자꾸만 밝아오고 마감 시간은 이제 25분 밖에 안 남았는데.... 나....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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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씨구~~~ 남은 바빠 죽겠는데 사진까정 찍어 달란다. 내가 미쳐미쳐~~!!! 라는 말은 이런 때에 쓰는 것이 적절하지 싶다. ㅋㅋㅋㅋ

아무래도 오늘 일진이 망했지 싶다. 5월 3일은 을유(乙酉), 그래 그럼 그렇지~ 을목이 뜨니 기토(己土)의 맘대로 될 턱이 없지. 그래 졌다 졌어~~!! 인자 고마하고 어여 과일 시장으로 가마 안 되겠나.....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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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은 급한데 차는 또 어디다 대어 놨담.....

5시 40분.... 파장이 20분 남았군... 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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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이 5분 내로 과일 시장에 도착했다. 내달리다시피 해서 시장 안으로 들어가니 망고 파는 아지매가 보인다. 그래 난 이것이 필요하단 말이지. 이제 되었다. 그러나 이렇게 애가 타는 줄을 누가 알껴? 아무도 모르지. 시간은 기다려 주지 않고 장꾼은 더더구나 기다려 주지 않는 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낭월만 혼자서 난리부루스를 췄다는 이야기~~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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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호~! 감동이다. 이러한 풍경을 보고 싶었던 거라구~

다음에는 열대 과일의 총 본산인 말레이지아로 가야 하겠구나. 여하튼 풍성한 과일과 그 향들로 이미 아까의 고뇌는 말끔히 잊어버렸다. 그냥 흐뭇하여 발 걸음이 붕붕 뜬다. 일행들이 따라 오거나 말거나 시장을 누비고 다니면서 눈에 띄는 풍경들을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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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라안은 베트남 이름이 왕 싸우리엥, 수박, 파인애플, 석가두는 망 꺼우.... 이건 또 뭐냐.... 에라 모르지. 그냥 풍성한 모습들이 힐링에 도움을 줄 뿐이다. 맛을 아는 것은 맛을 알아서, 맛을 모르는 것은 맛을 몰라서 궁금하고 그래서 또 풍요로운 눈과 코의 만찬을 즐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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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박은 저어 허웃이다. 익기도 잘 익었네. 이제 과일들을 사야 한다. 많이는 사도 못 먹을 테니까 신기한 것들을 각각 1kg씩만 사라고 했다. 그래서 가이드와 의논을 하고 장사꾼과 이야기를 나누더니만 난색을 한다. 소량판매는 안 한다는 것이다. 뭐 그래도 할 수 없지. 그래서 여기에서는 구경만 하는 것으로 하고 사 먹는 것은 소매점에서 해결하는 것으로 급하게 정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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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하루 장사할 꺼리를 바리바리 오토바이가 무너지도록 싣고 가는 아저씨도 오늘 일진이 좋아서 큰 재미를 보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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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아보카도. 원래 백화점에서 발견하고 하나 사 먹어 보고는 다시는 안 사는데 여기에서는 맛이 또 다를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생각은 들었지만 뭐 할 수 없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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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런 분위기가 좋은 것이다. 저마다 바쁜 일상의 시작을 위해서 분주하게 움직이는 다큐멘터리가 바로 여기가 아니겠느냔 말이지. 생동감이 넘치는 곳. 새벽 시장이다. 여기에서만 느낄 수가 있는 활력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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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가두 그러니까 베트남 말로는 망 꺼우. 석가두는 대만에서 부르는 말이다. 석가모니의 머리를 닮았다나 뭐라나. 영어로는 슈거애플이라는디.... 달콤한 사과? 뭔가 안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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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듣도 보도 못한 초면일쎄.... 감자를 묶어놓은 것 같기도 하고, 용안육의 대형화로 보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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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좋아한다는 망고스틴, 베트남의 이름은 망 꿋. 그리고 푸른 초록색의 망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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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고, 망고, 망고, 망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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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자두? 앵두? 자두? 그래 자두로 하자. 내 맘이지 뭐.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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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쪽에서는 선별하고 또 한 쪽에서는 흥정하고.... 분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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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귤이란다. 보기는 퍼래도 달콤한 것이 맛은 그저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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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여유로운 아지매 얼굴 표정 좀 보소..... 그 순수한 매력에 흠뻑 빠지겠구먼.... 팔고 있는 과일은 뭔지 몰라도 아지매 얼굴을 보니 과일이랑 닮았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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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요놈이 알고 싶다. 이름도 모르고 성도 모르는 과일이 포장지에 일일이 쌓여 있는 것을 보니 뭔가 특별 대우를 받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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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지매는 쌀국수를 들고 계시구나. 서둘러 나오느라고 배도 고프시겠다. 근데 이 녀석은 뭘까? 자몽이라고 우겨 봐도 될 것 같기는 한데.... 자료를 봐서는 깜 산이라고 하고 오렌지 라고도 한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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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론? 참외? 사과는 확실히 알겠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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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요 못 생긴 놈. 이놈은 구면이다. 어제 저녁에 은주씨네 일하러 오는 아지매가 이것을 사왔다는데 석가두 그러니까 슈가애플을 사오라고 했는데 은주씨가 이름을 모르는 바람에 설명에 의해서 이 녀석이 왔던 것이다. 그런데 칼로 쪼개어서 아무리 먹어 보려고 해도 이건 도대체 그냥 먹을 수가 있는 녀석이 아니었다. 이 녀석도 석가두처럼 말랑말랑해 지기를 기다렸다가 물러지면 요구르트 맛이 나면서 맛이 있다는데 네이버의 블로거도 이름을 몰랐는지 안 적어 놔서 영원히 이름은 모르는 과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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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 것만으로도 풍성해 지는 과일 들.... 라임인가? 보랏빛 나는 것은 용과, 베트남에서는 탄 롱이라고 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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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녀석도 먹어보려고 했는데 먹는 것이 아니라고 해서 포기한 불수(佛手)이다. 그냥 놔두면 먹음직스런 노랑 색으로 변하는데 주로 조상들 영혼들에게 제물로 사용하는 것이라는 걸 확실히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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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향과다. 이번 여행길에 일행들의 입맛을 완전히 사로 잡았던 녀석이다. 영으로는 패션프루트이고 베트남 말로는 짠 자이 란다. 짠 자이 요고 참 물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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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슬슬 과일 구경도 다 되어 가는 분위기이다. 어여 밥을 먹어러 가야 할 시간도 다가오고 풍경도 볼 만큼 봤기 때문에 그만 가자고 했더니 다들 그 말이 떨어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동조를 한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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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마지막을 이 잭플룻이 장식하게 될 줄은 몰랐다. 시장을 빠져 나와서 에펠다리를 가려고 나섰는데 길가에 이렇게 전을 펼치고 있는 장면을 만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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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상태는 좀 안 좋은 놈인데 이걸 사서 까서는 파는 모양이다. 가이드가 집에 가서 먹는다고 사는 틈에 아저씨가 까 줘서 몇 개 얻어 먹었다. 아무래도 향이 정이 가는 것은 아니지만 그냥저냥 먹을만 하다고 하면 서운해하지 않을 정도라고 하겠다. 호감이 가는 과일은 아니라는 결론으로.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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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잭 플루트의 전체 모양을 봤으면 했는데 그 소원을 풀었다. 크긴 크다. 그런데 큰 녀석은 50kg까지도 나간다니 참 대책이 없는 과일이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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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 시장을 나와서 다리를 보는 순간 '저것이 바로 에펠이 설계했다는 다리구나' 하는 직감이 팍 왔다. 누군가의 설명에서 과일 시장 옆에 철교가 있다고 한 글이 퍼떡 떠올랐던 것이다.

에펠은 프랑스 사람이고, 에펠탑을 설계한 사람인데, 하노이에서 철교를 설계하게 되었다는 이야기이고 그 당시는 프랑스의 식민지였으니 또한 연결이 잘 들어 맞는다. 그래서 기념으로 올라가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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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슨 철교는 의연히 그 자리에 그렇게 존재했다. 그리고 살아서 사용이 되고 있었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하겠다. 이런 분위기에서 열차가 한 대 지나가 줬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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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생각이 끝나기도 전에 빠앙~ 소리를 내면서 열차가 통과 한다. 고마운 지고 이런 것이야말로 타이밍이다. 하늘이돕는 다는 거지.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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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위기 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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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열차가 빈 공간을 가득 채우고 지나가는 것을 보고서야 비로소 자리를 떴다. 이제 아침을 먹고 마지막 일정을 향해서 진행해야 하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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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교에서 내려다 본 과일 시장, 그러니까 롱비엔 과일 시장의 인연은 이렇게 해서 마무리가 되었다. 다음에는 부근에서 유명한 맛집으로 소문이 난 국수집으로 향했는데 국수 이야기는 이제 넌덜머리가 잘 정도로 많이 들었던지라 더 듣고 싶지 않으실 것으로 봐서 생략한다.  ㅋㅋㅋ

 

[다음 편에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