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싹이 나기 전

작성일
2019-03-26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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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싹이 나기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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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지 : 여보, 도라지 좀 캐줘. 내일 49재에 나물로 쓰게.
낭월 : 아니, 떡대같은 아들녀석을 두고 왜 늙은이를 부려먹어?
연지 : 아들놈은 뭘 시키려면 이러쿵 저러쿵 탓이 많잖여 호호~!
낭월 : 그래서 만만한게 서방인겨?
연지 : 그건 아니지! 맛나게 무쳐드릴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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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후다닥 뚝딱!! 도라지를 캤다. 언제 모종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뿌리가 제법 실하게 자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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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만물은 때가 있는 법이다. 심을 때와 캘 때가 있으니 그것을 잘 알면 제대로 챙겨먹는 셈이고, 그것을 모르면 애써 농사를 지어놓고서도 쭉정이만 수확할 수도 있는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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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를 먹는 근채는 바로 지금이 제철이라는 것을 연지님은 배우지 않아도 저절로 알고 있으신게다. 겨우내 땅에서 지기를 담뿍 받은 도라지가 새봄을 맞아서 마악 싹을 틔우려고 하는 바로 그 순간이 절호의 기회가 된다는 것을 알고 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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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보름만 지나도 싹이 솟아오르기 시작하게 생겼다. 그래서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바로 이 시간에 도라지를 캐야 하는 것이다. 카메라를 미쳐 챙기지 못해서 폰으로 그 농부의 혜안을 기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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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잠시 도라지를 캐준 덕분에 맛있는 도리지회를 점심에 먹을 수가 있었다. 머위나물과 도라지무침의 환상적인 조화라니~! 이것이 진수성찬(珍羞盛饌)이 아니고 무엇이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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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먹고 남은 도라지를 뒤적거려서 새싹을 찍어 봤다. 뽀얗게 올라오는 싹은 아기의 이가 솟아나는 것과도 많이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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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만 더 있었더라면 땅을 뚫고 나올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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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작년에 떨어진 씨앗에서는 다시 새로운 역사가 시작될 것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그렇게 순환하는 그들만의 삶이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