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만 큰개불알꽃
작성일
2019-03-23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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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만 큰개불알꽃
잠시 산책을 나서는 길이다. 사실은 산책은 핑계이다. 몰란결에 행여 소리없이 피어난 들꽃을 만나려나 싶은 마음이 아니라면 이렇게 접사렌즈를 달고 나섰을 까닭이 없기 때문이다.
뭔가 낯선 것이 있으면 눈에 띄이기 마련이다. 다만 그것을 자세히 보느냐 그냥 지나치느냐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렇게 수도 없이 지나쳤을 길이건만 오늘은 문득 눈길이 머문다.
이름만 「큰개불알꽃」이다. 절대로 크다고 할 수도 없고, 아무리 봐도 개의 불알이라고 하기도 어려운 형태의 들꽃이다. 말로는 씨앗이 수캐의 불알처럼 생겼다고도 하는데 가을에 다시 씨앗이 맺히거든 눈여겨 봐야 하겠다는 숙제만 얼떨결에 하나 얻는다.
하도 작아서 비교하려고 백원할배를 옆에 놓았다. 은전을 다 덮으려면 여덟 송이는 필요하지 싶다. 일부러 해보지는 않았다. 아, 해 볼껄..... 그것도 괜찮겠네.
큰 개불알이 있으면 작은 개불알꽃이나, 하다 못해 그냥 개불알꽃이라도 있지 싶어서 검색도 해 본다.
[개불알꽃 출처: https://blog.naver.com/udogkjizin/40204642570]
그래 이것이 개불알꽃이구나. 그건 그래도 개불알이든 소불알이든 닮은 것도 같다. 그런데 큰개불알꽃은 아무리 소진장의가 달변으로 설명을 해 줘도 고개만 갸웃거리지 싶다.
원래 일본말의 '이누노후구리(大犬の陰囊:큰개의음낭)'를 우리말로 옮겨 적어놓은 것이라니까 일본의 식물학자인 '마키노 도미타로'의 눈에는 그렇게 보였던 모양이다. 보는 눈은 같아도 그 눈을 통해서 들어온 정보는 해석하는 마음의 장난이니깐. 이걸 크다고 하는 것이나, 개불알이라고 하는 것이나.... 참.... 헛웃음이 절로 나온다.
학명은 「베로니카」이고, 서양에서는 「버즈 아이(Birds Eye)」라고 부른다는데 그건 그래도 까만 꽃술에서 약간의 맛이 나기도 한다. 요즘에는 민망한 이름이래서 「봄까치꽃」으로 부르는 운동을 한다니 그것이야말로 한국적인 정서가 물씬하다.
방문한 벌의 무게가 버거워 보인다. 그래도 벌을 반가워 할 수 밖에 없다. 이렇게도 일찍 꽃을 피웠으니 벌을 만나서 수분을 해야 가을에 결실을 이룰 것이기 때문이다.
자세히 보아야 보이고,
자세히 보아야 아름답고,
자세히 보아야 사랑스럽고,
자세히 보아야 행복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