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개인 풍경
작성일
2019-03-14 0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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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개인 풍경
밤에 내린, 모처럼만에 내린 단비가 채 마르기 전에 사진을 찍어야 한다. 아침의 옅은 빛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 문제는 링플래시가 해결해 주기 때문이다. 접사에서 상극은 바람이다. 바람이 불면 접사는 불가능하다. 그리고 바람이 불면 물방울도 흩어져버린다. 밤사이 내린 비가 바람을 타지 않았음이다. 바람이 불었다면 목극수(木剋水)로군....
꽃은 결코 반가워하지 않을 게다. 그러나 나무가 반가워하니 꽃도 이해할게다. 물론 낭월은 반갑기만 하다. 왜냐하면 또다른 분위기의 홍매를 만났으니깐.
비에 젖은 매화가 싱그럽다. 꽃의 마음이야 알 도리가 없다. 그냥 그것을 바라보는 낭월의 마음거울에 비친 반영일 뿐.
또한 며칠 후가 되면....
낙화하여 땅으로 돌아가겠지.. 그러니까 볼 수 있을 적에 보고, 결코 아쉬워해서는 안 된다. 아쉽지 않으려면 지금 이 순간을 만끽하는 것이 최선이다.
배경이 어두운 것은 플래시의 조명 탓이다. 그래서 더욱 꽃의 풍경이 살아난다. 그야말로 「접사(接寫)의 계절」이다. 접사는 들이대는 촬영을 말한다. '근접촬영사진'의 줄임말일게다.
피어나기 위한 꽃망울들도 흠뻑 젖었다. 햇살이 퍼지면 벌을 기다릴 준비로 분주할게다.
꽃사진 같은 물방울사진이다. 접사링까지 끼우면 더 접근할 수도 있겠지만 이젠 그것도 귀찮아서 그냥 기본렌즈로 만족한다. 그래도 충분히 즐겁다.
오후가 되자 비가 오나보다..... 했다. 그런데 갑자기 진눈깨비로 변했다. 매중설(梅中雪)의 풍경이 생각나서 얼른 카메라를 들었다.
마음은 그렇지만 사진은 메롱~이다. 눈이든 비든 눈으로 보는 장면과는 사뭇 다른 사진의 결과물은 좌절이다.
가까스로 빗줄기를 잡긴 했지만 그것도 알려주지 않으면 뭔가.... 싶을 정도의 결과물이다. 비를 잘 찍어야 기술이 좋은 건데..... 아쉬움만 남기고 철수....(래야 마당가인데 뭘... ㅋㅋ)
다음날.
햇살 화사한 아침의 반짝이는 모습이다.
밤에 얼었던 빗방울이 얼었다 녹아서 영롱하다.
스프레이를 이용하면 연출도 가능한 줄은 안다. 그렇지만 그렇게 하고 싶은 생각은 1도 없다. 그냥 있는 그대로 담는 것이 더 재미있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연출은 마약과 같아서 한 번 맛을 들이게 되면 현재의 상황에 만족하지 못하게 될까 염려해서이다. ㅎㅎ
말하자면, 있는 그대로를 즐기는 것이 사진놀이이고, 뭔가를 만든다면 그건 연출놀이라고 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있는 풍경'과 '만든 풍경'의 차이는 사진을 찍은 사람만 안다.
그래서 영롱한 빛반사를 보면 더욱 아름다운 느낌인지도 모를 일이다.
꽃을 찍으려고 했는데, 렌즈는 물방울을 찍고 싶단다. 그래도 된다. 사진은 목적이 아니라 놀이니깐.
비개인 아침의 풍경이 싱그럽다.
그리고 오후. 태양이 매화랑 만날 지점에서 다시 그림을 만들어 봤지만, 태양놀이는 아무래도 거리가 너무 가까워서 션찮구먼.....
조명을 사용했으면 어떨까.... 싶기는 했는데 그냥 있는 그대로 담아볼 따름이다.
매화에 빠져있는 사이에도..... 모란은 부지런히 봄맞이를 준비하고 있다.
죽은듯이 겨울을 난 다음에는 다시 소생하는 모습을 여지없이 보여준다. 햇살과 푸른 하늘과 매화와 물방울의 배우들이 봄의 지휘에 따라서 합창하는 풍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