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매청매시든매
작성일
2019-03-07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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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매 청매 시든매
신원사의 뜰에는 매화향에 취한 얼룩이가 졸고 있다. 밤새 도량을 수호하느라고 고단했던 일과를 마치고 조용히 휴식중이다.
경칩을 맞이한 오늘은 화사한 꽃소식이다. 이렇게 흘러가는 세상의 풍경이다.
대웅전 옆에 핀 매화나무가 한창 전성기를 누리고 있구나. 고색창연한 단청을 배경으로 잡으면 매화에게는 썩 잘 어울리지 싶기도 하다.
백매인가? 청매인가? 아직 그것도 잘 분간이 되지 않는다. 맨날 봐도 그녀석이 그놈 같아서 말이다. 그러니까 뭐하러 분별심을 갖고 보느냔 말이지. 그냥 매화라고 하면 만고 편할 것을....
졸던 녀석이 살며시 다가와서는 '왕왕~!'하고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낸다. 그래 그것이 너의 존재 이유라면 그렇게 짖어라.
밭에서 자라고 있는 홍매의 자태는 볼 것이 없어도 꽃은 예쁘다. 색은 색일 뿐이지만 그래도 「같은 값이면 홍매」라지않느냔 말이지. 나무에 만발한 홍매에는 느낌이 좀 부족하다. 그래서 한 녀석을 들여다 봐야 그의 이야기가 귀에 들린다.
무더기로 핀 꽃이 광장에서 삼삼오오로 모여서 떠드는 모습이라면 이렇게 몇몇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뜰팡에서 도란도란 속삭이는 아지매들의 어젯밤 있었던 수다를 듣는 것같이 정겨운 느낌이다.
할매가 말하는 이야기에는 삶의 지혜가 알알이 배어있다. 옛날에 벌들을 불러모았을 무용담이라도 좋다.
이제 마악 피어난 새댁에게는 그러한 이야기도 소중하기만 한 까닭이다.
카메라의 렌즈는 예쁜 모델을 탐한다. 싱그럽게 아침의 기운을 머금은 새악시의 자태에 반해서 눈길을 떼지 못한다.
클로즈업~~ "예뻐요~!"
그 곁에는 단아하게 핀 청매도 봄의 향을 맡았나 보다.
오늘은 또 어떤 나그네가 찾아와서 꽃가루를 탐하게 될지... 설렘을 안고 피어난 하이얀 색시의 모습이 겹친다.
과거에 피었던 꽃
현재에 피어난 꽃
앞으로 피어날 꽃
피어있는 꽃만 찾아다니는 줄 알았다. 그런데 이 녀석은 아직 피어날 준비가 되지 않은 꽃에 앉아서 앞의 발로 꽃잎을 벌리고 있다. 녀석 참 급하기도 하군....
봄이 열리고 있는 계룡산 자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