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들도 가족이냐?

작성일
2019-03-06 07:03
조회
848

너희들도 가족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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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새벽에는 그리마가 싱크대에 떨어졌다. 차를 끓일 물을 받으려고 불을 켰더니 위에 붙어있는 그릇장에서 놀라서 떨어진 모양이다. 전에도 가끔 있던 일이라서 그냥 빠져나오라고 뭔가를 걸쳐주곤 했다. 그런데 오늘은 문득 그 모습을 담아보고 싶어서 접사렌즈를 들이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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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봐도 정감이 가는 모습은 아닐게다. 그나마 위로를 한다면 지네보다는 덜 두렵다는 정도랄까..... 지네는 깨물지만 이 녀석은 그러진 않으니깐.... 열 네쌍의 다리와 더듬이 두개와 꼬리 두개? 이게 꼬리라고 해야 할랑강..... 여튼 들여다보면 너도 예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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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여 벗님이 그리마의 모습에 혐오감이 들었다면 미안한 일이긴 하다. 그런데 낭월은 이렇게 생긴 것도 저마다의 사정이 있으서려니.... 싶어서 그런 생각은 크게 들지 않는다. 다만 뱀의 경우에는 위험하다는 신호가 앞서기 때문에 회피할 따름이다.

눈으로 추정되는 부위는 망사형으로 되어 있네. 잠자리의 눈을 떠올리게 만들고 고글이 떠오르기도 한다. 들여다 보지 않으면 안 보이고, 확대해 보지 않으면 알 수가 없는 부분이지만 이렇게 접사렌즈의 도움을 받아서 살펴보고 신기해 한다. (참 일할 머리도 없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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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인상이 좀 좋지 않다고 해도 자세히 들여다 보면 나름 아름다운 모습을 찾을 수가 있다. 너무 첫인상이나 선입견에 갖히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다. 하물며 전혀 위험하지 않은 그리마니깐. 일설에는 오줌이 피부에 묻으면 붓는다는 설도 있지만 확인되지 않았다.

저 가지런한 다리도 정교하다. 조각가가 이렇게 만든다면 아마도 쉽지 않을게다. 다리의 관절에 나있는 가시도 재미있게 생겼구나. 첨 알았다. 앞으로는 그리마를 볼때마다 이 잔상이 함께하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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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오늘 새벽에는 또 다른 친구가 낭월을 기다리고 있었다.
뭐, 그럴리는 없었겠지만....
그렇잖아도 어제 찍어놓은 그리마 사진을 어떻게 하나.....
하던 차에 오늘은 거미를 만났으니 이것도 하늘의 뜻이겠거니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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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크대에 떨어지면 자기 힘으로는 나올 수가 없다. 반드시 도움을 줘야만 하고 당연히 도움은 줄 예정이다. 다만 그 댓가로 몇 번의 플레시세례를 받아야 혀. 받는 것이 있으면 주는 것도 있는 법이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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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석도 첫눈에는 예쁜 모습이라고 하긴 어려울 게다. 그래도 자세히 보면 신묘한 조물주의 능력에 감탄을 보내지 않을 수가 없다. 오목조목 나름대로 빈틈이 없이 생긴 생명의 모습이란 그대로 조각품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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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한집에 살고 있는 녀석들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가족(家族)」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집에서 모여서 살고 있으니까 말이다. 집가(家)인 걸로 봐서 같은 용마루 밑에서 살고 있다는 의미일게고, 겨레족(族)은 어디까지 범위를 두느냐에 따라서 해석은 확장이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족(人族)은 아니다. 그걸 누가 몰라.
동물족(動物族)이다. 식물은 아니므로.
지구족(地球族)이다. 그렇다면 가족이네. ㅋㅋㅋㅋ

그래 옹색하게 인간이냐, 혈육이냐로 논하지 말자. 자연은 하나이고 지구도 하나이니 구태여 나누지 않아도 되지 싶다. 그냥 한지붕아래에, 그것도 같은 방에서 살고 있으니 그만하면 가족이라고 해도 되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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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사렌즈는 자꾸만 다가가게 만든다. 들이대면 뭔가 새로운 것이 또 드러나기 때문이다. 이것에 빠져서 자꾸만 거미학대죄를 범한다. ㅋㅋ

그래도 보면 볼수록 신기하여 잠시 미안하지만 이렇게 놀아본다. 그냥 혼자서나 볼 일이지 뭐하러 학당에 올리느냐고 생각하실 분도 계실게다. 그래도 이러한 모습이 궁금한 방문자도 몇몇 분은 계시리라고 믿는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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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는 뭘 생각할까.....
오로지 먹이만 찾는 것일까.....
아니면 나름대로 철학이 있을까......
어쩌면 자연과 교감하는 능력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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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즈가 허용하는 만큼은 들여다 보고서야 집으로 갈 길을 연결해준다. 앗, 순간적으로 랍스타가 떠올랐다. 이제 랍스타를 보면 문득 이 녀석이 떠오르지 싶다. 이런~~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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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혀. 이제 그만 귀찮게 할테니까 집으로 가봐. 그나저나 요즘은 모기도 없고 파리도 없고.... 뭘 먹고사는지는 걱정되지만 그래도 챙겨주지는 못하니까 알아서 살어. 다음 생에는 어딘가에서 또 만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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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다리를 놓아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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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어 시간이 지난 다음에 가봤더니 신문을 이불삼아서 그 아래에서 잠자고 있다. 아무래도 이 녀석은 꺼내줘야 할 모양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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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깐 말이다. 이제 다시는 그 구렁텅이에 빠지지 말거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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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넌 네 길로, 난 내 길로 제각기 자신의 길을 간다.
우린 서로 잠시 길이 다르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