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는 길목

작성일
2019-03-04 12:03
조회
829

봄이 오는 길목


 

 

31-20190304-01

풍경은 겨울이다. 아니, 그냥 대충 훑어 본 풍경은 겨울이다. 미세먼지가 하늘을 뒤덮고 있으니 마음이 내켜도 그냥 방에서 인터넷이랑 놀다가 문득 햇살에 이끌려서 밖으로 나가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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옅은 햇살은 맑았던 어느 날이 그립게 만들지만 이또한 지나갈 것임을 기대하고 보이지 않는 하늘보다는 보이는 주변을 뚜리벙뚜리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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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세풀..... 겨울을 보내고서도 씨앗이 붙어있다. 새들의 먹이가 되는 것을 면한 것이 다행일까? 아니면, 새에게 먹혀서 어디로 이동하지 못한 것의 불행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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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인네 마당가의 감나무는 다시 지난 가을의 풍요로운 모습을 보여줄 준비가 한창이다. 막이 열리기 전의 분주한 배우들의 모습이다. 긴장된 채로 올해는 또 얼마나 태양과 구름이 조화를 이뤄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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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나무도 봄을 맞을 준비가 다 되었지 싶다. 이제 한달 여가 지나고 나면 연분홍빛 꽃들을 주렁주렁 달고서 벌들과 유희를 벌일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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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눈에는 앙상한 가지만 보일테지만 그 내막을 아는 낭월의 눈에는 이미 꽃이 만발한 풍경이 겹친다. 그야말로 환영과 환상과 착각의 틈바구니에서 봄이 오는 길목을 지켜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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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배는 뭐하시능교? 다시 겨울이 가고 또 봄이 오는데 그 다음의 소식은 어떠하신교? 저승의 풍경은 어떠하며, 이승과 비교하여 또한 어떠합니까? 이세상의 일도 궁금한 것 투성이인데 제세상의 일은 또 왜 그리 궁금할까요? 때가 되면 자연히 알게 될 일이지만 때론 조급증이 재발하기도 합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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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어떻게 오느냐고?
이렇게 길을 달려 오지 뭘 어떻게 와!

헛소리 말란다. 봄은 삽시간에 전방위적으로 쏟아내리는 별빛과 같은 것임을. 그래서 나무와 풀과 씨앗과 사람의 마음에 속속들이 파고 드는 것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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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너희들도 봄바람이 불기를 기다리고 있었구나. 바람이 일렁이면 바람결에 허공을 날아서 제각기 자신의 인연처에 도착하겠구나. 그래서 너희도 봄소식에 까치발을 세우고 기다렸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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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가을에 내버려둔 배추포기는 긴 겨울을 보내면서 이렇게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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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뜻 보면 그냥 추위에 말라죽은 것처럼 보이지만, 이것도 자세히 보면 누군가에게 식량이 되었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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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 고프고 목이 마른 노루와 토끼들이 살며시 찾아와서 입맛을 다셨을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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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초록색이 남아있는 녀석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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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동을 준비할 형편은 안 되지 싶지만 그래도 이렇게 살아있다는 것이 신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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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겐 반가운 간식꺼리가 되고, 또 누군가에겐 생명을 연장해주는 진미가 되었을 수도 있을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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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봄이 도착하지 않았음에....
오늘 저녁에도 누군가 찾아와서 입맛을 다시게 될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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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자세히 들여다 보면.... 이미 봄이 와있는 곳도 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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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둑의 홍매에 꽃이 맺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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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온 길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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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매화이구나. 온실의 분재매화도 매화지만, 이렇게 밭둑에서 찬바람을 맞으면서 피운 꽃도 그에 못지 않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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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는 길목에서 봄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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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는 작년의 그 나무로되, 꽃은 작년의 그 꽃이 아닌..... 뭔가 그럴싸 한 생각이 떠오를 것도 같은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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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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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다가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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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 활짝 열린 꽃을 만났다.

이제 봄이 시작되었다. 그러고 보니 경칩이 턱밑이구나. 비록 공기는 탁할지라도 마음은 매화향으로 해맑아지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