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덩이의 여정

작성일
2023-09-26 16:56
조회
621

돌덩이 하나의 여정(旅程)

 


 

 

(2023년 9월 1일 주문함) 

 


돌을 하나 구입하려고 국내의 광물판매사이트로 시작해서 알리익스프레스를 거쳐서 아마존과 이베이까지 훑었다. 그렇게 뒤지다가 이베이에서 팔고 있는 적당한 돌을 찾아서 반갑게 주문을 했다. 판매자는 체코에 있고, 판매할 상품은 볼리비아의 백악기 스트로마톨라이트이며 크기는 무게로 하는데 376g이란다. 이 돌덩어리의 주문은 금휘를 시키는 것이 나을 것으로 보여서 부탁했다.

 

 

우선 이베이구매대행 서비스업체에 가입을 해야 하는 것이 순서였던 모양이다.

 



시키는대로 입금하고 주문도 마무리했다. 이제 기다리는 일만 남았구나.

 


 

이베이의 상품을 대신 관리해주는 곳이 있다는 것도 몰랐다. 옥션에서 한단다. 금휘에게 맡기기를 잘 했다. 원화로 계산하면 수수로가 더 나간다면서 달러로 보내는 것이 유리하다는 것도 알려준다. 75달러인데 배송비가 15달러인 모양이구나. 여하튼 우찌우찌 해서 주문을 했더란다. 

 


 

사실, 맘에 들기는 이 녀석이었다. 그런데 가격이 맘에 안 들었다. 덩치값을 하는 모양이다. 구태여 커야 할 필요는 없다는 말로 다독이고..... ㅠㅠ

 


 

시간은 많다. 당장 급하게 봐야 할 것도 아니다. 돌은 수억 년을 기다리면서 남색균(藍色菌)인 시아노박테리아가 쌓이고 쌓이면서 수없이 많은 세월을 지구에 생명체가 살아갈 수가 있도록 산소를 만들면서 쌓였다가 마침내는 돌이 되었는데 까이꺼 한두 달 정도 기다리는 것은 어려울 것도 없지.

 

더구나 국내에서도 스트로마톨라이트가 있기는 하지만 모두 천연기념물이어서 개인적으로 구입할 수도 없고, 그것을 파는 곳이 있는지 살펴보니까 광물수입상이 있기는 한데 모양이 맘에 안 들고 가격도 적당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렇게 만난 인연에 만족스럽게 생각하면서 느긋하게 기다렸다. 그로부터 일주일이 지났다.

 

(2023년 9월 8일 문자가 왔다) 

 


 

이럴수가~! 호사다마(好事多魔)라더니 모처럼 찾고 찾아서 맘에 드는 돌을 만났다고 신이 나서 주문을 했는데 그게 이미 다른 사람의 수중으로 들어간 다음이라니 이게 무슨 일이고~! 

 

그런데 대체품으로 준다고 하는데 받을 의사가 있는지를 물어본단다. 대체품의 무게가 감동이다. 376g대신으로 830g을 보내겠다는 이야기잖은가? 이거 가격으로 쳐도 두 배가 넘겠는데? 모양만 그럭저럭 봐줄만 하다면 이것은 전화위복(轉禍爲福)이구먼. 그래서 환불을 할지 말지를 판단하라니까 우선 사진을 보여달라고 했다.

 


 


 


 

까이꺼 기다리는 김에 더 기다리는 것이야 얼마든지 가능하지. 돌이 두배 이상으로 커져서 오겠다는데 석달이라도 기다리고 말고. 아무렴. ㅎㅎㅎ

 





 

대체품으로 보낸다는 돌의 생긴 것도 준수하다. 돌을 들고 찍은 손을 보니 돌을 하도 만져서 손톱도 다 닳았던 모양이다. 손가락에 털도 보이는구나. 체코사람의 손이 맞는 모양이다. ㅋㅋㅋ

 

 (2023년 9월 11일 운송5일째의 배송정보가 통보된다)  

  


 

체코에서 미국의 오리건으로 이동을 했다는 이야기다. 그래 세계를 한바퀴 돌고 오겠구나. 남미의 볼리비아에서 태어나서 유럽의 체코로 갔다가 다시 팔려서 미국으로 갔구나. 너도 역마살(驛馬煞)이 다분한 모양이다. 어서 오너라 부디 중간에 분실되질랑은 말고 말이지.

 

 (2023년 9월 11일 운송10일째의 배송정보가 통보된다)  

 



 

9월 16일에는 미국 내에서 이동하고 있다는 정보가 뜬다. 항구에서 출발했다면서 그 아래에 쓴 내용이 기가 막힌다. 

 

패키지가 출발지에서 출발하여 운송 중입니다. 참을성있게 기다려주십시오.

 

그래 기다리고 말고, 난 원래 참을성이 많으니까. 제대로 가져다 주기만 하거라. 기다리는 걸랑은 걱정말고.

 

 (2023년 9월 23일 배송정보가 통보된다)  

 

  

 

인천공항으로 출발했다고 알려주는 창은 또 달라졌다. 22일 19:30분에 포틀랜드에서 인천행 비행기를 탄 모양이구나. 녀석의 팔자가 나보다 낫다. 그래. ㅎㅎ

 

 (2023년 9월 25일 세관통과 정보가 통보된다) 

 

  

 

인천공항의 세관을 통과했다는 정보와 함께 9월 25일 11시에 부평물류센터에 도착했다는 정보다. 이제 다 온 것이나 마찬가지구나. 26일이면 논산에 도착할 수가 있겠구나. 국내에서야 거침이 없이 신속하게 이동하니까 말이지.

 


 

관세청에서 통관되었다는 정보와 함께 위법사항에 대한 안내가 꼼꼼하게 날아왔다. 개인용으로 산다고 해 놓고서 영업용으로 판매하려면 정식으로 수입신고를 해야 한다는 것도 친절하게 알려준다. 고맙구로. ㅎㅎ

 


 

이제 뭔가 팍팍 돌아가는 느낌이 든다. 곡절이야 있었지만 스트로마톨라이트를 받기는 받는 모양이다.  

 

 (2023년 9월 26일 우체국에서 배달문자가 왔다)  

 

  

 

 (주)ACI월드와이드가 보낸 물품이 배달될 예정이라는 문자가 또 반갑다. 

 


 

돌고 돌아서 계룡산까지 오느라고 고생 많았다.

 


 

그러니까 세관에서 통관시키면서 한국판매처에서 다시 송장을 붙이는 모양이구나. 이렇게 복잡한 구매는 처음 하는 것이라서 나중에라도 참고하려고 경험한 것을 정리해 놓는다. 전혀 급하게 서두르지 않고 칼을 찾아서 꺼냈다. 수중에 들어온 돌이 어디로 날아갈 것도 아니고(라고 하면서 바쁘게 찾는 건 또 뭔지 ㅋㅋ)

 


 

오호~! 잘~ 생겼다~!!

 


 

확인을 한 다음에는 미리 마련해 놓은 자리에 모셨다. 나이로 보나 뭘로 보나 백악기면 1억 5천만 살은 되었을 테니까 잘 모셔놔야지. 

 


 

이렇게 해서 돌덩어리 하나의 여정이 마무리 되었다. 처음 구매일로 부터는 26일, 재차 발송한다는 날로 부터는 18일 만에 완료되었다. 뭔가 45부작 대하드라마가 막을 내린 듯한 기분이 든다. ㅎㅎ